부처의 빛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기원정사를 떠난 석가모니께서는 손에 쇠바리를 들고, 집집마다 동냥을 다니셨다. 그때에 커다란 살찐 소 한 마리가 여남은 사람들이 힘껏 끌어당기는 것을 뿌리치고 석가모니를 향하여 달려오는 것을 만났다.
이 소는 먼 곳에서 이 성안에 팔리어 온 것이었다. 주인은 성밖으로 끌어 내어다가 죽여 버리려 했으나, 너무도 힘이 세어서 여러 사람에게 부탁하여 여기까지 단단한 밧줄로 끌고 온 것이다.
그런데 소는 석가모니의 모습을 보자 느닷없이 기운을 내어 밧줄을 끊고 달아났다.
사람들은 놀라서 떠들어댔다. 「저런, 저런」하고 있는 사이에 석가모니 가까이에까지 왔다. 제자 아난은 이것은 부처님께 큰일이라고 석가모니 앞을 가로막고, 있는 힘을 다해서 소를 잡으려 하였다.
『아난아, 떠들 것 없다. 그 소를 욕하지 마라. 가만히 내버려 두어라.』
석가모니 말씀에 아난도 멈칫하였다. 소는 석가모니 앞에 달려와, 갑자기 두 다리를 꿇고 슬픈 목소리에 눈물까지 흘리고, 석가모니 앞에 울며 엎드리었다.
『부처님, 제발 자비로운 마음으로 나의 이 위기를 구해 주십시오. 지금 나는 살해되려 하고 있습니다.』
하소연을 들은 석가모니께서는 이 불쌍한 소를 위하여, 소의 과거의 인연을 설명하여 구제되도록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었다.
과거세에 사천하(四天下)의 왕인 전륜왕(轉輪王)이 있었다. 천명의 아들 딸과 칠보의 재물을 가지고, 바른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리고, 만백성을 바로 인도하였으므로, 천하는 태평하고 백성은 생업을 즐기었으며, 또 백성은 왕을 보기를 아버지와 같이 하고, 왕은 자식처럼 백성을 사랑하였다.
어느 때, 황이 사방을 순찰하고 막 왕성으로 돌아오려는데, 옛날 친하게 지냈던 한 친구가 빚장이에게 잡혀 큰 나무에 묶여 욕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쉰냥의 빚 때문에 빚장이인 그 사나이에게 묶였던 것이다. 왕은 신하에게 분부하여 쉰냥을 주고 친구를 놓아주게 하려 하였더니, 친구는 왕에게 말하였다.
『왕의 동정은 참으로 황송하지만, 나는 따로 또 백냥의 빚이 있습니다. 지금 도움을 받더라도 다시 또 이런 꼴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불쌍한 친구를 위하여, 왕은 다시 또 그가 바라는 돈을 주라고 신하에게 명하고 그대로 돌아가시었다. 신하는 그에게 뒤에 왕성으로 오라고 말해 두고 그곳을 떠났다.
그 뒤 친구는 여러번 왕의 성문에 찾아와서 사연을 이야기하였으나, 문지기에게 명령이 잘 전달되어 있지 않았는지 아무리 해도 받아주지를 아니하였다. 빚장이는 여러번이 사람을 찾아 다녔으나, 돈을 마련할 길이 없는 그는 피하여 다니는 몸이라 통 만날 수가 없었다.
이리하여, 빚을 진 채로 몇 번의 생사를 겪은 다음, 지금 세상에 그는 소로 태어나서 그 빚이 수천냥에 이르른 것이다.
지금 이 불쌍한 소는 곧 빚에 쪼들리고 있는 친구이며, 나는 그 때의 전륜왕(轉輪王)이었다. 내가 옛날 어느 나라 왕이었을 때, 친구에게 빚을 갚아주지 않았었기 때문에 소는 지금 나에게 그 빚을 구하러 온 것이다.
석가모니께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시고 나서 소 주인에게 일렀다.
『이런 사연이 있으므로 내가 동냥을 하여 그 소의 몸값을 치룰 터이니 그 소를 놓아주시오.』
소 주인은 금은의 저축이 없는 석가모니의 보증으로서는 안심할 수가 없었으므로,
『소를 잡아서 고기로 팔면 많은 돈이 됩니다. 당신같이 동냥이나 해서 얻은 몇 닢 안되는 돈을 믿고 소를 줄 수는 없소.』
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하였다. 그래서, 석가모니께서는 다시 빌었다.
『결코 적은 돈으로 바꾸자고는 안해. 그 소 무게의 황금을 줄 터이니, 어서 양보해 주게.』
석가모니께서 괴로워하시는 모습을 본 범천(梵天)과 제석천(帝釋天)은 하늘에서 내려와 석가모니 앞에 엎드려 말하였다.
『거룩하신 부처님께서 수고를 하시어 이 소의 몸값을 동냥해서 마련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원컨대, 우리들에게 맡겨주십시오. 필요하신 만큼의 돈은 천만억원이라도 기부해 드리겠습니다.』
범천과 제석천은 두 장의 큰 쇠가죽에 소의 무게만큼의 황금을 쌓아서 소 주인에게 주고, 소를 데리고 석가모니를 따라서 기원정사로 돌아왔다.
소는 비로소 석가모니와 보살님들의 높고 크신 위덕을 우러르고, 불, 법, 승 삼보에 귀의할 생각이 생겨, 이레 동안에 목숨을 끝마치고, 하늘에 새로 태어났다가 곧바로 또 인간 세상에 태어나, 꽃을 바치어 석가모니께 공양하고, 은혜를 입은 부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보리심을 일으켜 깨달음을 열고 다시 하늘로 돌아갔다.
<生經 第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