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을 감동시킨 장춘 어머니
신라 때 보개(寶開)라는 여인이 서울(경주) 우금방(隅金坊)에서 살고 있었는데, 장춘(長奈)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이 장삿배를 따라 바다로 나가서, 돌아올 때가 되었으나 소식이 묘연하였다. 어머니는 아침 저녁으로 근심하고 걱정하여 몸까지 몹시 쇄약 해졌다.
그러다가 다행히, 관세음보살의 신통한 힘에 의하여 설혹 폭풍이 불어 그 배가 표류하여 나찰귀(濕刹鬼)의 나라에 떨어질지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곧 환난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관세음보살의 시현(示顯)하심을 듣고, 곧 깊은 신심이 생겨, 민장사(敏藏寺) 관세음보살상 앞에서 이레를 기약하고 정성껏 부지런히 기도를 드렸다.
이레째 되는 날, 흘연 장춘이 나타나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놀랍고 기뻐서 서로 얼싸안고 울었다.
절의 스님이 괴이하게 여겨 그 까닭을 물었다. 장춘은,
「내가 집을 떠나 바다로 들어갔다가 갑자기 폭풍을 만나 항께 배에 탔던 다른 사람들은 다 고기밥이 되고, 나만 홀로 널판지를 타고 오(吳)나라에 표착했는데, 그 나라사람이 나를 데려다가 종으로 부렸습니다. 하루는 들에 나가 밭을 갈고 있는데, 문득한 기이한 스님이 와서 말하기를, 고국이 생각나지 않느냐고 하기에, 나는 그의 앞에 꿇어앉아서, 늙으신 어머님이 계시어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하였더니, 만약 어머니를 만나보고 싶거든 나를 따라오라 하고 동쪽으로 가기에, 나는 곧 뒤를 따라갔습니다. 한 곳에 이르니, 수좌(首座)스님이내 손을 잡아 이끄는데, 정신이 몽롱해져서 마치 꿈속과 같더니, 홀연 우리나라 말이 들리고 내가 이 민장사의 관음상 앞에 와 있었습니다. 이내 우리 어머님인 줄을 알았지마는, 오히려 꿈속 같습니다. 」
고 하였다. 천보(天寶) 4년 을유(乙酉)4월 8일 신시(申時)에 오나라를 떠나 술시(戌時)에 이 절에 이른 것이었다.
경덕왕(景德王)이 이 소문을 듣고 깊이 공경하여 전답과 곡식을 후히 내려 영구히 공양에 이바지하게 하고, 다달이 8일이면 절에 행차하여 부처님을 예찬하는 것을 정례(定例)로 삼았다.
어머니 보개와 아들 장춘은 인근의 청신사 청신녀들과 합력하여 특별히 금자(金字)법화경 한 질을 만들었으며, 해마다 봄 3월에 도량을 베풀고 법화경의 미묘하고도 길은 이치를 강설하여 수행에 정진하고, 관세음보살을 공경 예배하여 큰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였다.
<敏藏寺記 · 鷄林吉記晷 · 傳弘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