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항수경(佛說恒水經)

불설항수경(佛說恒水經)

서진(西晉) 삼장법사법거(法炬) 한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큰 비구들과 보살들과 함께 항수(恒水)로 가셨다. 모든 하늘ㆍ사람ㆍ귀신ㆍ용ㆍ사람인듯 사람 아닌 듯한 이[人非人:긴나라]들과 처음으로 도심(道心)을 낸 한량없는 무리들은 각각 꽃과 향과 악기를 들고 부처님을 따랐다. 일행은 항수에 이르러 자리를 펴고 앉아 모두 조용하였다. 15일 계(戒)를 설할 때이므로, 아난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루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한 뒤, 물러나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모든 제자들은 다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계경(戒經)을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대답이 없으셨다.

아난은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한참이 지나 밤중이 되자 아난은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밤이 이미 깊었고, 제자들은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계경을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여전히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셨다. 아난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또 한참 지나 닭 울 때가 되자 아난은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닭 울 때가 되었습니다. 모든 제자들은 부처님의 계경을 듣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은 나고 죽음에 뒹굴면서 다섯 길로 오가는데 세간에서 사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다. 그러면서 스스로 전생의 숙명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다 그 마음이 단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사람 몸을 얻기는 매우 어렵고, 이미 사람 몸을 얻었어도 부처님 경계(經戒)를 듣기는 더욱 어려우며, 이미 부처의 경계를 들었어도 부처의 도를 믿어 들어가기는 더욱 어렵고, 이미 부처의 도에 들어갔어도 경계를 지켜지기는 더욱 어려우니라. 나는 계경을 말하고 싶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부처의 계경(戒經)을 지키지 않는 한 제자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계경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어떤 제자가 부처님의 계경을 지키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마하목건련(摩訶目乾連)은 삼매(三昧)에 들어 계율을 지키지 않는 제자를 알아내고, 곧 일어나 그 앞에 가서 말하였다.

“그대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으면서 능히 계법을 지키지 못했다. 너는 버린 사람이니 다른 존자들과 한자리에 앉을 수 없다. 당장 일어나 나가, 다시는 이 대중 가운데 들어오지 말라.”

부처님께서 마하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그 계를 지키지 않은 제자를 잘 깨우쳐 나가게 하면 그는 스스로 부끄러워 곧 나갈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잘 들어라. 이제 설법하리라.”

모든 제자들은 합장하고 말하였다.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닷물은 아침 저녁으로 밀려올 때에도 그 본래의 즈음을 넘지 않고, 밀려갈 때에도 또한 본래의 즈음을 넘지 않는다. 모든 제자들아, 마땅히 마음을 단정히 하고 너희들의 뜻을 바루어 속과 겉의 5장(臟)을 돌이켜 보고 나고 죽는 극심한 괴로움을 생각하여, 계경을 받들어 지키며 이지러뜨리거나 범하지 말라. 5계(戒)를 지키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 사람이 되고, 10선(善)을 지키는 사람은 하늘에 태어나며, 250계를 지키는 사람은 현세에서 아라한(阿羅漢)ㆍ벽지불(辟支佛)ㆍ보살(菩薩)ㆍ불니원(佛泥洹)의 큰 도(道)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를 얻고 사람 몸을 받았으면 마땅히 경계를 받들어 가져, 비록 죽더라도 털끝만큼도 이지러뜨리거나 범하지 말아야 하나니, 비유하면 바닷물이 아침 저녁으로 드나들 때에 본래의 즈음을 넘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바다 가운데에는 일곱 가지 보배가 있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 보배인가? 첫째는 백은(白銀)이요, 둘째는 황금이요, 셋째는 산호요, 넷째는 백주(白珠)요, 다섯째는 차거(車渠)요, 여섯째는 명월주(明月珠)요, 일곱째는 마니주(摩尼珠)니, 이것을 바다 가운데의 일곱 가지 보배라 한다. 이제 불도에도 일곱 가지 보배가 있으니, 도보(道寶)가 곧 그것이다. 첫째는 수다원(須陀洹)이요, 둘째는 사다함(斯陀含)이요, 셋째는 아나함(阿那含)이요, 넷째는 아라한(阿羅漢)이요, 다섯째는 벽지불(辟支佛)이요, 여섯째는 일체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염원을 일으킨 보살이요, 일곱째는 불니원(佛泥洹)의 큰 도(道)이니, 이것을 일곱 가지 보배라 하느니라.

도(道)의 보배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히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버리고, 계를 지키고 정진하며 공덕을 쌓아, 안팎이 청정하여 스스로 보통이 아닌 높은 선비이기를 지켜야 하느니라. 마치 바닷물은 오로(惡露)를 받아 들이지 않는 것과 같나니, 만일 더럽고 냄새나는 죽은 사람의 송장이 있으면 거센 바람이 그것을 언덕 위로 밀어 올리는 것처럼, 이제 이 불도 중에서도 경계를 지키지 않는 더러운 사람은 받아 들이지 않고 경계를 범하는 사람이 있으면 곧 팔을 잡아 끌어내느니라.

비유하면 네 종류 쥐와 같다. 첫째는 천장의 쥐요, 둘째는 집안의 쥐요, 셋째는 들쥐요, 넷째는 뒷간 쥐니, 천장의 쥐는 평지에 살 수 없고, 평지의 쥐는 천장에 살 수 없으며, 들쥐는 사람 집에 살 수 없고, 집쥐는 들에 살 수 없으며, 뒷간 쥐는 뒷간에서 나오지 못하나니 창고 안의 많은 곡식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사람에도 네 종류가 있으니 어떤 것이 네 종류인가? 첫째 종류는 단정한 마음과 바른 뜻으로 계를 지키며 범하지 않아 아라한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고, 둘째는 종류는 계를 지키고 정진하여 벽지불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며, 셋째 종류는 계를 지키고 밝은 경전의 지혜를 묻고 배우며 일체 중생을 건지겠다고 염원하여 불도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고, 넷째 종류는 이름은 제자라고 하지만 계를 받들어 지키지 못하고 배우려 하지 않으며 도를 얻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망설이는 사람들이니 조금 전 내쫓았던 제자가 바로 이런 종류로 저 넷째 종류의 쥐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제자들아, 천하에는 다섯 강이 있다. 동쪽으로 흐르는 강 이름은 사록(沙祿)이요, 남쪽으로 흐르는 강 이름은 아이(阿夷)요, 서쪽으로 흐르는 강 이름은 항(恒)이요, 북쪽으로 흐르는 강 이름은 묵배회(徘徊)요, 복판에 흐르는 강 이름은 강(江)이라 한다. 그러나 한번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다 본 이름을 버리고 바닷물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제자들아, 바라문종(婆羅門種)이 있고, 찰리종(刹利種)이 있으며, 공사종(工師種)이 있고, 전가종(田家種)이 있으며, 걸인(乞人)이 있다. 이러한 몇 가지 종류들은 제각기 ‘우리 종족은 세력이 있고 귀하다’ 하며 부귀와 빈천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다섯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는 것처럼 몇 종류 사람들도 부처의 제자가 되었으면, 마땅히 본래 이름을 버리고 곧 부처의 제자일 뿐이다. 거기에 어떻게 귀천이 있어 스스로 뽑낼 수 있겠는가? 선배는 마땅히 후배를 가르치되 ‘나는 도를 안다’고 말하여 스스로 귀한 체 교만해서는 안 되고, ‘나는 배운 지 오래되어 경전을 많이 안다’고 말해서도 안 되며, ‘내가 생각하는 것은 도에 맞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 그런 짓은 잘못으로서 그것은 다 계를 범하는 것이니, 그런 자는 대중 안에 들어올 수 없느니라. 이 도법(道法)에 있어서 어른과 어린이는 서로 가르쳐 보호하고 서로 이어받아야 하며, 혹 경전의 이치를 해득하지 못하는 이가 있으면 그에게 너무 깊은 뜻을 말하지 않아야 하나니, 말하면 큰 허물이 되느니라.

천하에 큰 비가 내리면 물은 흘러 개울로 들어가고, 개울은 흘러 시내로 들어가며, 시내는 흘러 강으로 들어가고, 강은 흘러 바다로 들어가되, 바닷물은 불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다. 모든 제자들아, 도를 배워 수다원을 얻는 사람도 있고, 사다함ㆍ아나함을 얻는 이도 있으며, 아라한을 얻는 이도 있고, 벽지불을 얻는 이도 있으며, 아유월치(阿惟越致:不退轉)를 얻는 이도 있고, 불니원도(佛泥洹道)를 얻는 이도 있어, 오는 이 가는 이가 있지만, 부처의 도는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저 바닷물이 불지도 줄지도 않는 것과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다에는 큰 고기가 있으니 첫째 길이가 4천 리요, 둘째는 길이가 8천 리요, 셋째는 길이가 1만 2천 리요, 넷째는 길이가 1만 6천 리요, 다섯째는 길이가 2만 리요, 여섯째는 길이가 2만 4천 리요, 일곱째는 길이가 2만 8천 리니라. 밝은 스승을 만나 공부하지 않는다면 어찌 천하에 큰 도(道)가 있음을 알겠는가? 배를 타고 웅덩이나 샘물에 놀면서 어찌 천하에 강이나 바다가 있음을 알겠는가? 부처의 경전은 저 강이나 바다와 같아서, 세간의 모든 경서(經書)는 다 부처의 경전에서 나온 것이다. 경은 두 번 보고 듣기 어려운 것이니, 마땅히 가져 읽고 외워야 하느니라. 지금부터 수천억만 년 후에라야 다시 부처의 경계(經戒)가 있을 것이다. 해와 달과 별은 무너질 때가 있어도 받들어 행하는 부처의 경계(經戒)는 멸할 때가 없을 것이다. 지금 이후로 나는 다시는 경계를 말하지 않을 것이다.

부처의 경계는 매우 중요한 것이니, 이 중에서 받아 지켜야 할 계를 범하는 나쁜 사람이 있으면 그 머리가 깨어져 일곱 조각이 나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모든 제자들은 다 한마음으로 계법을 소중히 지켰고, 모든 하늘ㆍ사람ㆍ귀신ㆍ용들은 다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땅에 대어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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