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해팔덕경(佛說海八德經)
후진(後秦) 구자국(龜茲國)삼장구마라집(鳩滅什) 한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무승국(無勝國) 시재하(時在河) 가에 노니시면서, 언제나 보름날이면 사문들을 위해 계경(戒經)을 설명하셨다. 그러나(그 날은) 부처님께서 고요히 앉아 오랫동안 말씀이 없으셨다. 아난은 옷을 바루고 무릎을 땅에 꿇고 아뢰었다.
“사문들이 좌정하고 맑은 법을 듣고자 함이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계셨다. 아난은 세 번 일어나 아뢰었다.
“벌써 밤중이 되었으니 계경을 설명하셔야 합니다.”
세존께서는 이에 말씀하셨다.
“이 사문들 중에 더럽고 탁한 자가 있다. 그는 마음이 사특하고 그 행은 말과 법에 어긋나며, 사문의 계를 어겼다. 위신(威神)은 지극히 중한 것으로서 저런 하천한 자가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맑음과 흐림은 서로 어긋나기 때문에 나는 설법하지 않는 것이다.”
존자 목련(目連)은 일심으로 정(定)에 들어 청정한 도(道)의 눈으로 관찰하여 그의 마음에 버려야 할 행이 있음을 갖추어 보았다. 목건은 곧 그에게 말하였다.
“일어나라, 너 같은 속된 자가 앉아 있을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일어나려 하지 않자, 그 팔을 끌어 내치면서 말하였다.
“너는 지극한 덕이 없고 마음에는 여섯 가지 사특함이 있다. 어떻게 감히 그 뒷간 냄새 나는 몸으로 하늘 향기 있는 자리에 앉았는가? 너는 버린 사람이요, 사문이 아니다.”
목련은 곧 청정한 자리로 돌아왔다. 부처님께서 목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왜 그 어리석은 자를 좋게 깨우쳐 내보내지 않고, 팔을 끌어 내쫓느냐?”
부처님께서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말을 조용히 들어라.”
모든 사문들은 대답했다.
“예,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저 큰 바다를 보라. 여덟 가지 아름다운 덕이 있느니라.
그 넓이는 넓고 넓어 가가 없고, 그 깊이는 바닥을 헤아릴 수 없어 들어갈수록 더욱 깊어지고, 나아가도 걸림이 없으니, 이것이 첫째 덕이니라.
바다의 조수(潮水)는 그 시기와 먼저 즈음을 넘기지 않으니, 이것이 둘째 덕이니라.
바다는 온갖 보배를 갈무려 수용하지 않는 것이 없으나 냄새나는 썩은 송장은 용납하지 않고 신풍(神風)이 불어 기슭으로 올리니, 이것이 그 셋째 덕이니라.
바다는 온갖 보배를 가졌다. 즉 황금ㆍ백은ㆍ유리ㆍ수정ㆍ산호ㆍ용민(龍玟)ㆍ명월신주(明月神珠) 등, 천만 가지 기이한 것들이 있어 구해서 얻지 못할 것이 없으니, 이것이 그 넷째 덕이니라.
이 천하에는 다섯 개 큰 강이 있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서쪽으로 흐르는 것은 이름이 항(恒)이요, 남쪽으로 흐르는 것은 이름이 사(邪)요, 동쪽으로 흐르는 두 강 중 하나는 이름이 사륙(沙陸)이요, 하나는 이름이 아이월(阿夷越)이며, 북쪽으로 흐르는 것은 이름이 묵(墨)이다. 이 다섯 강이 빨리 흘러 함께 바다로 들어가면 다 옛 이름을 버리고 합해서 바다가 되니, 이것이 그 다섯째 덕이니라.
다섯 줄기 강과 만 갈래 흐름이 장마가 그칠 무렵이면 천지(天地)를 뒤집을 듯 밀려오고 비가 내리고 강물이 흘러 들어도 바닷물은 전과 같아서 별로 더하고 덜함이 없으니, 이것이 그 여섯째 덕이니라.
바다에는 큰 몸집에 의젓하고 웅장한 온갖 물고기가 있다. 그 첫째 물고기는 몸 길이가 4천 리요, 둘째 물고기는 몸 길이가 8천 리며, 셋째 물고기는 몸 길이가 1만 2천 리요, 넷째 물고기는 몸 길이가 1만 6천 리며, 다섯째 물고기는 몸 길이가 2만리요, 여섯째 물고기는 몸 길이가 2만 4천 리며, 일곱째 물고기는 몸 길이가 2만 8천 리니, 이것이 그 일곱째 덕이니라.
바닷물은 두루 짜서 가나 복판이 한결같으니, 이것이 그 여덟째 덕이니라.
이러하기 때문에 질량(質亮)과 신룡(神龍)들이 기쁜 마음으로 즐거워하느니라.
우리 묘한 경전도 또한 빛나는 덕이 있어, 읽어도 다함이 없고 그 뜻은 날로 깊어, 범(梵)ㆍ마(魔)ㆍ제석(帝釋)도 능히 측량할 수 없음이, 마치 바다가 넓고 멀며 매우 깊어 측량하기 어려움과 같다. 이러하기 때문에 모든 사문들이 즐거워하나니, 이것이 첫째 덕이니라.
내 제자들은 서로를 단속하고 통솔하며 경을 외우고 좌선하며, 예의와 법식에 그 때를 잃지 않는다. 마치 바다의 조수가 그 시기와 먼저 즈음을 넘기지 않는 것과 같나니, 이것이 둘째 덕이니라.
내 법은 맑고 깨끗하고 뜻은 담박함에 있어서, 의복과 음식을 받은 뒤에는 조금 남은 것도 쌓아 두지 않는다. 만일 어떤 사문이 그 마음이 더럽고 흐리면, 법으로써 꾸짖어 쫓아 절에 있지 못하게 한다. 마치 바다는 넓고 넉넉하여도 썩은 송장을 용납하지 않는 것과 같나니, 이것이 셋째 덕이니라.
내 도(道)의 모든 경전에는 그 이치가 두루 갖추어져 있다. 사문들은 이를 고요히 생각해 마음의 때[垢]와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의 온갖 더러움을 떨어 버리는데, 이는 마치 거울을 닦으면 티가 없어지고, 또 조금이라도 구름을 흩어 버리면 해가 밝아 보이지 않는 것이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첫째는 앉아 스스로 생각해, 과거의 나고 죽는 근원을 생각하면 알지 못할 것이 없다. 둘째는 천지 만물은 꼭두각시 같아서 대개 모인 것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것을 생각한다. 셋째는 언제나 자비스러운 마음으로, 세상 사람들이 어리석고 미혹해 뒤바뀐 짓을 하며 스스로 잘못을 알지 못하는 것을 가엾이 여긴다. 넷째는 스스로 알뜰히 생각해 이미 지나간 과거를 알고, 또 미래 중생들의 영혼이 갈 곳을 비추어 보아, 자신은 도로 향하며 마음의 깨끗함을 보배로 삼는다. 그래서 사문들이 더러움을 버리고 깨끗한 행을 얻으면 그는 마음으로 기뻐하나니, 마치 저 질량(質亮)이 바다의 온갖 보배를 좋아하는 것과 같다. 이것이 넷째 덕이니라.
내 도는 넓고 커서 여럿을 합해 하나로 만든다. 즉 제왕종(帝王種)ㆍ범지종(梵志種)ㆍ군자종(君子種)ㆍ하천종(下賤種)들이 모두 와서 사문이 되면, 그들은 다 본성을 버리고 도로써 서로 친하며, 현명하고 어리석은 이가 서로를 권하며 형제처럼 생각한다. 마치 저 여러 물이 모이면 바다라고 이름하는 것과 같나니, 이런 까닭으로 사문은 즐거워한다. 이것이 다섯째 덕이니라.
내 도는 미묘하고 경전은 뜻이 깊다. 상사(上士)가 그것을 얻으면, 첫째는 구항(溝港:수다원)이라 하고, 둘째는 빈래(頻來:사다함)라 하며, 셋째는 불환(不還:아나함)이라 하고, 넷째는 응진(應眞:아라한)이라 한다. 응진의 도는 그 마음이 청정하여, 마치 하늘 구슬이 때[垢]를 녹이는 것과 같다. 몸을 나누고 흩기도 하며 죽고 사는 것에 자재롭고, 머무는 수명이 끝이 없으며, 또한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 것이 마치 저 큰 바다에 사는 신룡(神龍)과 같다. 그런 까닭으로 사문이 즐거워하느니라.
내 경전은 그 이치가 감로(甘露)처럼 달콤하고, 선인(仙人)들도 듣지 못한 것이며, 범(梵)ㆍ석(釋)들도 드물게 보는 것으로서,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일을 기록하지 않은 것이 없고, 끝과 가운데가 모두 바른 것은 마치 저 바닷물 맛이 두루 짠 것과 같다. 그런 까닭으로 사문이 즐거워하느니라.
그러므로 내 경(經)을 보는 사람은 그 뜻이 다 무위(無爲)로 나아간다.
바다에는 여덟 가지 덕이 있는데 내 경도 또한 그러하니라.”
아난은 다시 일어나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날이 밝으려 합니다. 원하옵나니 중계(重戒)를 말씀해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오늘 이후로 나는 다시는 중계(重戒)의 경(經)을 말하지 않으리라. 계를 좇지 않는 자에게 저 뇌신(雷神)의 노여움이 있을까 두렵기 때문이니, 나는 그 때문에 계경을 말하지 않으리라. 지금부터는 서로 단속하고 좇으며 보름날에 모여 계경을 설명하라.”
모든 비구들은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