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원사를 창건한 머슴 보구
보구는 나이 40이 넘도록 장가를 못든 채 마을 좌장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며 혼자살고 있었다.
비록 거느린 식구 없이 혼자였지만 그는 외로운 줄 모르고 성실히 일하며 주위 사람들에게는 늘 웃음을 보내는 착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더운 여름이 다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보구는 전보다 말수가 줄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자네 요즘 무슨 걱정이라도 생겼는가? 」
「아닙니다. 」
이상히 여긴 좌장 어른이 물어봐도 보구는 신통한 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나들이 다녀오던 좌장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보구가 이웃마을에 와서 빈집을 헐고 있다니? 그러나 저건 분명 보구 모습인데‥‥」
좌장은 가던 길을 멈추고 가까이 다가갔다. 틀림없는 보구였다.
「여보게, 자네 거기서 뭘 하고 있나?」
「예, 절을 지으려고 헌집을 사서 헐고 있습니다. 」
좌장은 기가 막혔다
주제에 절을 짓다니 .장가도 못간 머슴
「사람아 이제 나이 들어 머슴살이도 얼마 못할 처지인데 절을 짓다니? 」
좌장은 보구가 분수를 모르는 것만 같아 심하게 나무랐다.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좌장의 동생이 말을 거들었다.
「형님, 말씀이 너무 과하신 듯합니다. 평생 머슴살이하여 알뜰히 모은 돈으로 절을 지으려는 보구의 마음이 갸륵하지 않습니까. 형님 우리가 도와 주도록 합시다. 」
이때 언제 그런 노래를 익혔는지 염불하듯 보구가 노래를 불렀다.
「좌장어른 좌장어른, 그런 말씀 마세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어영땅 김수로 왕은 무엇이 모자라 서 높고 높은 봉우리에 허어이 허어이 아버지를 위로하여 부운암을 짓고 어머니를 위로하여 모운암을 지었나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노래를 들은 좌장과 그 동생은 보구가 예사 머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 보구를 도와줍시다. 절이 다 이뤄지면 우리도 저승가신 부모님 위해 기도하고 자손들도 얼마나 좋습니까?」
「음, 그렇게 하자. 내 잠시 보구를 업신여긴 것이 미안하구먼.』
마을에 돌아온 좌장은 온 동내 사람들에게 한사람도 빠짐없이 보구가 절 짓는 일을 도와주도록 일렀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보구가 정말 절을 짓나 보네 . 」
「평소 절하나 짓는게 소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잘 됐군.』
마을 사람들은 너나없이 착한 보구를 도와주러 갔다. 그런데 좌장집 머슴 중 가장기운이 센 큰머슴만 빠져 있었다. 평소 심술궂어 주인에게 꾸지람을 많이들으나 기운이 센 덕에 내쫓기는 신세를 면한 그는 아침이면 늦잠을 자는 게으름뱅이였다.
그날도 주인어른에게 빨리 보구 절 짓는데 부역갈 것을 채근 받고도 배가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있었다.
「흥, 같은 머슴으로부터 누구는 절 짓고 누구는 부역 가다니‥‥」
큰머슴이 샘이 나서 더욱 늑장을 부렸으나 좌장의 눈이 무서워 할 수 없이 지게를 지고는 어슬렁 어슬렁 불사현장으로 갔다.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일하느라 큰머슴이 오는 줄도 몰랐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자 큰머슴은 지게에 짐을 지고 몇 걸음 옮기다말고는 심술이 나서 칡덩쿨 속에 짐을 쳐 박고는 벌렁 누워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보며 신세한탄을 했다. 마침 마을사랑을 대접하려고 주막에 가서 술 한통을 사서 지고 오던 보구가 먼발치서이 광경을 보았다 보구는 시치미를 뚝 떼고는 큰머슴이 누운 숲가에 와서 노래를 불렸다.
「오늘 이 부역 해주는 사람 소원 성취한다니 소원을 말해보소 장가 못 든 사람은 장가를 들고 시집 못간 사람은 시집을 가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고대광실 높은 집 네 귀퉁이 풍경 달고 아들을 낳으면 귀동자를 낳고 딸을 낳거들랑 옥동자를 낳으시라 까마귀야 까마귀야 헤에이 헤에이 나무아미타 불 관세음보살」
누워 있던 큰머슴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래소리에 귀가 번쩍 뜨였다.
「뭐 장가도 들고 고대광실 높은 집에서 아들 ·딸 낳고 잘산다고‥‥」
머슴은 벌떡 일어나 지게를 지고는 보구를 따라 일터로 가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자 가자 부역가자
보구대사 절을 짓네
헤에이 부역 가자
절을 지으러 가자
까마귀야 까마귀야
갈까마귀야 너도가자
보구대사 절을 짓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큰머슴은 보구에게
「대사넘! 대사님!」
하며 신명이 나서 일했다. 사람들은 큰머슴을 보고는
「이제 철이 났다. 」
며 와르르 웃었다. 보구 혼자 지으면 몇 달이 걸릴지 모른 절이 순식간에 완공했다. 회향날, 좌장을 비롯 동리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한 가지씩 부처님께 소원을 빌었다. 그랬더니 그 소원이 모두 이루어졌다.
물론 착한 사람이 된 큰머슴도 장가를 들어 아들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경상북도 월성군 외동면에 세워진 이 절을 멀리서까지 와서. 소원을 비는 절이라 하여 원원사라 불리웠으며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韓國佛敎塼說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