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기도하고 허리를 편 임수동

독성기도하고 허리를 편 임수동

충남 공주에서 미곡상을 하는 임선달(林先達)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는 수동(壽童)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어릴 때부터 척추 병을 앓더니 안팎곱사등이 되고 말았다.

임씨는 이러한 아들을 위하여 좋다는 약은 다 써 보았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임씨는 아들을 볼 때마다 가승이 알았다. 부모는 부모려니와 당자의 고통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외척뻘 되는 지월(指月)스님이 어느 날 공주에 왔다가 수동이에게 지성으로 기도를 해보라고 말을 건넸더니,

「아버지께서 허락만 하여 주신다면 무슨 일이라도 해보겠어요. 안팎곱사등이여서 난장이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니 병신의 신세로 살아가면 무슨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

하고 눈물을 홀린다.

지월스님은 너무나 보기가 딱해서 임선달에게 권유하여 30일간의 기도를 하여 주시기로 하고 기도할 차비를 준비한 뒤에 수동이를 데리고 화계사 뒤 삼성암(三聖庵)으로 올라가서 독성님께 기도를 하기 시작하였다. 기도법사는 지월스님이 하고 수동이는 간절한 마음으로 나반존자만 부르며 절을 무수히 하라고 하였다. 삼성암은 옛날부터 기도처로서 유명하여 기도손님이 끊이지를 않는 곳이었다.

여러 사람들은 불구자인 병신을 데리고 와서 기도하는 지월스님을 보고 깔깔 웃으며,

「스님도 얌체가 없소. 이만 저만한 병도 아니고 20년이나 되었다는 불구자를 데리고 와서 고쳐달라고 하니 그게 될 말입니까?」

하고 끌끌 혀를 차며 조롱을 했다.

그러나 지월스님은 굳건히 50일 기간을 목탁이 부서지도록『나반존자』만을 불러댔다.

지월스님은 목소리 좋기로 유명한 스님이라 기도를 하러온 많은 사람들이 지월스님의 목소리에 도취되어 다시 무어라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수동이는 기도 회향 날에 그대로 정근을 하다 잠이 깜박 와서 엎드려 졸았는데 비몽사몽간에 어떤 동승이 나타나 어디론가 가자고 한다. 그래서 따라갔더니 기암괴석이 널려 있고 이름 모를 화초가 만발한 선경인데 백발노승이 앉아 있었다.

노승은 수동이를 보고

「거기 앉아라.」

하고 명령한다. 그리고

「너의 신체가 그렇게 불편하니 가엾구나.」

하며, 장삼소매 속에서 금침과 은침을 꺼내더니 금침으로는 수동의 앞가슴을 찌르고 은침으로는 등 사뼈를 찔렀다.

그러고는 말하기를,

「앞으로 1 개월만 지나면 완쾌될 것이니 속히 집으로 가도록하여라.」

한다. 수동이는 꿈속의 일이지만 어찌도 고마운지

「노스님!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사오리까?」

하고 절을 하고 나오다가 깨고 보니 꿈이었다.

수동이는 이 몽사가 있은 뒤로 삼성암에서 1개월을 더 눌러 있었는데 매일 같이 눈에 띄일 정도로 몸이 자유로워지면서 나아가더니 1개월 뒤에는 외과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것 이상으로 정형이 되었다.

곱사등이 펴져서 키도 날씬하게 커지고 뚱뚱하게 부은 것 같던 앞가슴도 홀쭉하게 들어가서, 언제 곱사였던가 싶게 성한 사람이 되었다.

지월스님께 조롱하던 사람들도 머리를 갸웃거리며

「이건 참 성현의 영험이요, 기적입니다. 두통이나 가슴앓이나 체증 같은 내과의 병이라면 모르지만 안팎꼽추가 펴져서 나아버린다는 것은 고금에 없는 기적입니다. 」

하며 모두들 성현의 일이라도 이럴 수가 있나 하고 감탄하기를 마지 않았다.

수동이는 몸만 병신이었지 얼굴은 잘 생겼는지라 병이 낫고 보니 아주 미남이 되었다.

이 때에 삼성암으로 기도 왔던 신도들은 누구나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의 아버지인 임선달도 아들을 데리러 와서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런 소문이 인근 동네에 퍼져서 삼성암에서 나올 때는 구경꾼이 수 없이 모여들어 수동이를 보고모두 감탄하였다. 수동이는 그 길로 가서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다.

<三聖卷獨聖祈禱靈驗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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