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미의 약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눈이 쌓인 산(雪山)에 일미(一味)의 약이 있었다. 이 약은 낙미(樂味)라고 하는데 대단히 맛이 단 약이다. 이 낙미는 깊은 숲속에 있기 때문에 그 소재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옛적에 전륜성왕(轉輪聖王)이 계셨는데 이 분이 설산의 낙미를 세상에 전하기 위하여 사방팔방으로 나무 대롱을 만들고 낙미가 목통을 통하여 세상 사람들을 위하여 흘러나오도록 설계를 꾸몄다. 이약은 익으면 땅 속에서 흘러 나와서 비로소 목통을 통하게 마련이다. 그 맛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매우 단 것이다. 이렇게 하여 낙미는 세상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으며, 세상에 둘도 없는 영약(靈藥)으로 모두가 귀중히 여겼다.
얼마 후 전륜성왕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동시에 지금까지 맛이 달던 낙미는 혹은 시고, 혹은 달고, 쓰고, 매웁고, 싱거워져서 흘러 나오는 목통에 따라서 일미였던 것이 여러 가지 맛으로 변해 갔다. 그래서 낙미가 갖는 고유의 맛은 설산 아닌 곳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 후, 여러 사람의 범부가 모여서 설산 속에 있는 낙미의 원천(源泉)을 발견하여 열심히 파 보았지만 한 방울도 나오질 않았다.
그 후, 다시 전륜성왕이 나타나서 그 풍부한 복덕(福德)의 인연(因緣)으로 다시금 낙미의 맛을 맛보게 되었다.
불성(佛性)도 이와 같다. 번뇌(煩惱)라는 숲에 덮여서 사람들은 이것을 볼 수가 없다. 그 번뇌 때문에 지옥, 축생, 아귀, 천인(天人), 남녀, 귀천, 빈부의 여러 가지 형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미의 약은 불성을, 여러 가지 맛은 지옥, 아귀, 축생 등에 비유한 것이다.
<大般湟槃經 第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