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 나타난 관세음이 축장서의 집 화재를 면해주다
서진(西晋) 때의 축장서(竺長舒)는 본래 인도 사람이었다. 그는 재산이 많은 부자였는데, 원강(元康)년중(291~299)에 낙양으로 이사해 왔다. 그는 불법을 신봉하여 게을리 하지 않고 정진하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광세음경(光世音經) 지송하기를 즐겨하였다. 이 광세음경이란 서진 때의 축법호(竺法護)스님이 번역한 정법화경(正法華經)의 10권에 들어 있는 제 23 광세음보문품(光世音普門品)을 일컫는 것이다.
이 때는 아직 구마라집(鳩摩羅什)법사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7권(28품)을 번역하기 이전의 일이므로, 관세음보살보문품(觀世音菩薩普門品)이 아닌 광세음 보문품을 지송 하였던 것이다, 물론 오늘날 우리가 지송하고 신봉하는 관음경(觀音經)은 정법화경의 광세음보문품이 아니고, 묘법연화경의 관세음보살보문품인 것이다. 그는 광세음보문품을 부지런히 지송하였는데, 어느 날 그 이웃집에서 불이 일어났다.
그의 집은 초가집이었는데다가 때마침 바람이 불고 있었으므로 불이 걷잡을 수 없이 가까이로 번져 왔다.
너무 갑자기 당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워낙 급박하게 불이 접근해 오기 때문에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집안의 물건도 제대로 옮길 겨를마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오직 지극한 마음으로 광세음경을 지송하였다.
눈 깜박할 사이에 자기의 초가지붕에 불이 옮겨 붙을 위급한 속에서 축장서는 오로지 광세음경만을 지성껏 독송하고 있었다.
어느 새, 이웃집은 고스란히 타버렸고 울타리를 사이에 둔 그의 집으로 옮겨 붙을 찰나였다. 그때, 갑자기 반대쪽에서 바람이 불어 옮겨 붙으려던 불길을 홱 돌려 버렸다. 처마 끝에 옮겨 붙으려던 불길은 역풍에 의하여 맴돌다가 곧 꺼지고 말았다. 그의 집이 무사하였던 것은 물론이었다.
그 광경을 본 마을 사람들이 모두 영응(靈應)함에 감탄하였다.
그러나, 동네 악동(惡童) 4, 5명은 비웃었다.
「바람이 그렇게 불어서 우연하게 그리 되었을 뿐이지 하나도 신통할 것이 없다. 」
그리고는, 건조한 저녁을 가려서 그 집을 시험 삼아 태워 보자고 의논하였다. 악동들은 어느 가물고 건조한 날 밤에 몰래 숨어서 횃불을 솜에 붙여 그 집 지붕위에 던졌다.
불이 붙기에는 마침 안성마춤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가뭄으로 바짝 마른 지붕에 불덩이를 던졌으니 그야말로 화약에 불을 당긴 격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그 지붕 위에 불솜뭉치가 떨어지면서 곧 불이 꺼져 버렸다.
그래서 악동들은 다시 불을 붙인 솜뭉치를 지붕 위로 또 던져 올렸다. 그것 역시 그 자리에서 꺼져 버렸다. 그리하여, 세번째 불인 불솜뭉치를 또 던졌다. 그 또한 지붕에 닿자마자 꺼지는 것이었다.
세번씩이나 연거푸 던진 불덩이가 모두 그 즉시 꺼져버리는 것을 목격한 악동들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혼비백산하여 각각 집으로 달아났다.
그리고는 이튿날 새벽에 함께 모여 축장서의 집으로 찾아가서, 간밤에 있었던 일을 고백하고 머리를 조아려 사과하였다. 그들을 향해 장서는 말하였다.
「나에게는 아무런 신통력도 없다. 오로지 광세음보살을 송념(誦念)하였을 따름이다. 참으로 광세음보살님의 도우심은 위력이 있고 신령스러운 것이니, 자네들도 마음을 깨끗이 씻고 광세음보살을 신봉하도록 하라 」그 소문을 듣고 이웃 마을 사람들까지도 모두 감탄하여 광세음보살을 공경하였다.
<光世音應驗記(宋傳亮撰), 法苑珠林 23,冥祥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