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전법륜경(佛說轉法輪經)
후한(後漢)안식삼장(安息三藏) 안세고(安世高) 한역
최민자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바라나국(波羅國)의 녹야원(鹿野苑)에서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그 때 천 명의 비구와 모든 천인(天人)과 귀신들이 모두 모여 공중을 가득 메웠다.
이 때 저절로 법륜(法輪)이 날아와 부처님 앞에서 굴렀다.
부처님께서 손으로 바퀴[輪]를 어루만지시면서 말씀하셨다.
“멈추어라. 옛날 나는 무수겁(無數劫) 전부터 명색(名色)으로 비롯된 괴로움[苦]을 받은 것이 한량이 없었다. 지금은 어리석음과 애욕의 뜻이 이미 그쳤고, 번뇌의 마음[漏結之情]에서 이미 해탈하였고, 모든 근(根)이 이미 안정되고 나고 죽음이 이미 끊어져 다시는 5도(道)를 윤회[轉]하지 않을 것이다.”
바퀴가 곧 멈추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간(世間)에서 두 가지 일이 있어 극단적인 행[邊行]에 떨어지니, 도를 행하는 제자와 출가자들은 목숨이 다하도록 그것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 두 가지인가? 첫째는 생각이 탐욕에만 있고 청정한 뜻이 없는 것이요, 둘째는 몸과 애욕에 기대고 집착하여 정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극단적인 행으로 물러나 도(道)와 덕(德)을 갖춘 진인(眞人))인 부처를 만나지 못한다.
만일 비구가 탐욕을 생각하지 않고 몸과 애욕에 집착하지 않고 수행하면 중도(中道)를 받아 지닐 수 있다.
여래 최정각(最正覺)은 안목(眼)을 얻고 지혜를 얻어 양쪽의 극단적인 행에서 벗어나 스스로 니원(泥洹 : 열반)에 이르렀다.
무엇을 중도를 받아 지닌다고 하는가? 8정도(正道)를 받아들이는 것을 말하니, 첫째는 정견(正見)이요, 둘째는 정사(正思)요, 셋째는 정언(正言 : 正語)요, 넷째는 정행(正行 : 正業)이요, 다섯째는 정명(正命)이요, 여섯째는 정치(正治 : 正精進)요, 일곱째는 정지(正志 : 正念)요, 여덟째는 정정(正定)이다.
만일 비구가 본래 도를 듣지 못했으면) 마땅히 어떻게 괴로움이 진제(眞諦 : 道諦)가 되는가를 알아야 하니, 한결 같은 마음으로 안목을 받아 지니고 선정(禪定)을 받아 지니고 지혜로운 견해[慧見 : 부처의 지혜]를 받아 지니고, 깨어 있는 생각[覺所念]을 받아 지녀 의미를 깨우치도록 해야 한다. 마땅히 어떻게 고제(苦諦) 습제(習諦 : 集諦) 진제(盡諦 : 滅諦)가 진제(眞諦)가 되는가를 알아야 하니, 안목을 받아 지니고, 선정을 관(觀)하고, 지혜로운 견해 깨어 있는 생각을 받아 지녀 의미를 깨우치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진제(盡諦)가 진제(眞諦)가 되는가를 알아야 한다.
무엇이 고제인가? 이를테면 태어나고 늙는 괴로움, 병드는 괴로움, 근심하고 슬퍼하고 번뇌하는 괴로움, 미워하는 것이 모인 괴로움, 아끼는 것이 나누어지는 괴로움,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 5음(陰)으로 이루어진 몸이 치성한 괴로움을 받는 것이다.
무엇이 고습제(苦習諦 : 苦集諦)인가? 이를테면 애욕을 따르기 때문에 다시 즐기려는 성향이 생겨 떠나지 않는다. 있는 곳마다 즐거움을 탐내니, 욕애(欲愛) 색애(色愛) 무색애[無色愛]가 모여[習] 괴로움이 된다.
무엇이 고진제(苦盡諦 : 苦滅諦)인가? 이를테면 애욕에서 다시 즐거움과 음욕의 생각이 생기지만 받아들이지도 않고 기억하지도 않아 남음도 없고 음욕이 없으며, 이것을 버려 없게 하여 다시 선정에 잠기니, 이와 같은 것을 괴로움의 모임이 없어지는 것[苦習盡]이라고 한다.
무엇이 괴로움의 모임이 없어져 도를 받아 지니려고 하는 것인가? 이를테면 8정도를 받아 행하는 것이니, 정견 정사 정언 정행 정명 정치 정지 정정이다. 이것이 괴로움의 모임이 없어져 도진제(道眞諦)를 받아 지니는 것이다. 또 비구들이여, 괴로움이 진제(眞諦)가 되고, 괴로움이 모임으로 말미암은 것이 진제가 되고, 괴로움의 모임이 없어지는 것이 진제가 되고, 괴로움의 모임이 없어져 도를 받아 지니려 하는 것이 진제가 된다. 만일 옛날부터 이 법을 본래 듣지 못한 이는 마땅히 안목을 받아 지니고 선정에 들어 관행(觀行)하고, 지혜로운 견해, 깨어 있는 생각을 받아지녀 그 뜻을 깨우쳐야 한다.
만일 이 자리에 있으면서 아직 이 4제법(諦法)을 듣지 못했던 이들은 마땅히 도안(道眼)을 받아 지니고, 선정[禪思]을 받아 지니고, 지혜로운 견해와 깨어 있는 생각을 받아들여 그 뜻을 깨우쳐야 한다.
만일 다른 곳에 있어서 이 4제법을 듣지 못한 이도 또한 마땅히 도안을 받아 지니고, 선정을 받아 지니고, 지혜로운 견해를 받아들이고, 깨어 있는 생각을 받아들여 그 뜻을 깨우쳐야 한다. 이것이 4제(四諦)를 세 번 굴려[三轉] 합하여 열두 가지의 일이 되는 것이니, 이것을 알고도 청정해지지 않는 이들은 나는 더 이상 상관하지 않겠다.
모든 세간의 모든 천인 사람 범천(梵天) 마구니 사문 범지(梵志)들이 스스로 알아 증득하고, 계(戒) 정(定) 혜(慧) 해탈을 받아 행하면 해탈지견(解脫知見)을 이룰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의 가장 훌륭한 법[四極]이니, 이 생(生) 후에는 다시 몸을 받지 않아 세간을 영원히 떠나 다시는 근심과 걱정이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때 현자 아야구린(阿若拘鄰) 등과 8천 해()의 천인들이 모두 번뇌를 멀리 떠나서 법안(法眼)이 생겼으며, 1천명의 비구는 번뇌가 다하고 뜻이 열려 모두 아라한(阿羅漢)을 성취하였다.
그리고 위로는 모든 괴로움이 모인 법[習法]을 마땅히 없애야 하는 것[盡]을 모두 보이신[轉] 중우(衆祐 : 여래 10호의 하나, 바가바)께서 소리내 어 법륜을 세 번 굴리시자, 모든 하늘과 세간의 법지(法地)에 있는 이들은 듣지 않은 이가 없었으니, 그 소리가 제14 천왕 도리천(忉利天) 염천(焰天) 도술천(兜術天) 불교락천(不驕樂天) 화응성천(化應聲天)까지 이르고, 범천들이 머무는 곳까지 이르러 잠깐 사이에 두루 들렸다.
그 때 부처님 세계의 3천의 해와 달, 1만 2천의 천지가 모두 크게 진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