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과 부용병
원나라 최영(崔英)은 그 아내 왕씨를 데리고 배를 타고 영가(永嘉)를 원으로 부임길을 떠났다.
그가 가진 기물에는 금은이 많았다.
그래서 뱃사람은 그것을 탐내어 최영을 물에 집어넣고 노복들도 죽이었다.
그리고 다만 부인만을 남기어 며느리로 삼으려 했다. 왕씨는 거짓으로 승낙했다.
때는 마침 중추가절이라 도적들이 술취한 틈을 타서 도망하여 여승의 암자를 찾아가 출가하여 이름을 혜원(慧圓)으로 고치었다.
거기서는 날마다 관세음보살께 예경하고 비밀히 심곡(心曲)을 사뢰었다.
한번은 우연히 그 절에 있는 병풍의 부용(芙蓉) 그림을 보니 분명히 최영의 필적이었다.
부인은 거기다 글을 쓰되,
「소병(素屛)은 적막한데 마른 중(梏禪)과 동무했다. 금생의 인연은 이미 끊어졌지마는 재생하는 인연이나 맺어보기 원이로다. 」
라고 했다.
그 뒤에 그 병풍은 팔리어 시랑(侍郎) 고린(高麟)의 집으로 갔다.
그때의 최영은 헤엄치기를 잘했으므로 죽지 않고 살아 글씨를 써서 팔면서 살았다.
고린은 선생으로 청하여 서관(書館)에 두었다.
최영은 마침 부용병(芙蓉屛)에 쓴 글씨와 글을 보고 그것이 왕씨의 필적인 줄 알고 고린에게 호소했다. 고린은 부인을 시켜 혜원을 청해다가 두 부부를 만나게 하고 비밀히 탐문하여 그 병풍은 뱃사람 고아수(顧阿秀)가 시주한 것임을 알아내었다.
그래서 그를 잡아 법에 붙이고 최영은 다시 임소(任所)로 가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