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월난경(佛說越難經)

불설월난경(佛說越難經)

서진(西晉) 섭승원(聶承遠) 한역 권영대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사국(波羅奈私國)에 계셨는데, 어진 이들이 날아다니는 새들처럼 모였다.

그때 나라에는 4성(姓)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월난(越難)이었다. 그는 매우 부자로서 진기한 구슬과 보배와 소ㆍ말ㆍ밭ㆍ집이 매우 많았으나, 사람됨이 간탐하고 질투하였으며, 도덕을 믿지 않고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해가 채 지지 않아서 늘 문지기에게 명령하여 거지가 다니지 못하게 하였다.

월난에게는 한 아들이 있었다. 이름이 전단(栴檀)이었는데 그도 간탐하였다. 그 뒤에 월난은 죽었는데 다시 그 나라에 태어나서 장님인 거지 부인의 아들이 되었다.

그의 남편이 말하였다.

“너는 병신에다가 아이까지 뱄다. 나는 가난하여 입히고 먹일 길이 없으니 너대로 가라.”

부인은 말한 대로 문밖을 나섰다. 얼마 안가서 큰 쓰레기더미가 있자 거기에 머물렀다. 아홉 달이 되어 한 아들을 낳았는데 두 눈이 어두웠다.

그의 어머니는 다니면서 밥을 빌어서 키웠다. 일곱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말하였다.

“내가 너를 키운 지 오래다. 이제 스스로 지팡이를 짚고 밥그릇을 들고 걸식하되 섧게 말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난한 것이 가장 괴롭습니다. 저는 운명이 야박하여 가난한 집에 태어났으며 두 눈마저 어두워 보지 못하여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습니다. 이제 저에게 조금이라도 음식을 주셔서 저의 굶주림을 낫게 하시는 분이 있다면 하늘에서 비가 내려 목마른 자가 마시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아이는 어머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곧 집집마다 다니면서 빌어먹다가 전단의 집에 이르렀다.

그 아이가 이르렀을 때 마침 문지기는 잠깐 나갔으므로 장님 아이는 차츰 차츰 가운데 뜰로 들어가면서 어머니가 가르친 대로 말하였다.

그때에 전단은 높은 누각 위에 있다가 그의 말을 듣고 몹시 화가 나 문지기를 불러서 물었다.

“누가 이 거지아이를 들여보냈느냐?”

문지기는 몹시 두려워서 곧 장님 아이를 끌어내어 문밖에서 두들겨 팼다. 그 아이는 머리와 얼굴은 상하고 오른쪽 팔은 부러졌으며 식기는 깨어져서 땅에 흩어졌다. 몸이 너무 아파서 아이는 슬피 울었다. 그의 어머니가 듣고는 아이에게로 달려와 말하였다.

“어떤 몹쓸 놈이 내 아들을 괴롭혔느냐? 내 아들은 아직 어리고 두 눈마저 멀었는데 무슨 잘못이 있었기에 이렇게 하였는가. 어찌 하늘이 무심할까.”

아이가 어머니에게 대답하였다.

“제가 이 문안에 와서 밥을 빌자 어떤 고함지르는 사람이 여러 힘센 사람을 불러서 끌고 치고 하여 저를 상하게 하였습니다. 몸이 이처럼 몹시 아프니, 이제 오래잖아 죽을 것입니다.”

그때 문 위에서 지키는 귀신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네가 이 아픔을 얻은 것은 오히려 작은 것이며 큰 것이 뒤에 있다. 너는 전 세상에서 재물이 있으면서 보시하지 않은 까닭에 괴로움을 얻은 것이다. 부귀하면서 보시하지 않음은 재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죽어서 고통을 받고서 걱정하고 뉘우치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그때에 본 이가 매우 많았으며 제각기 말하였으므로 그 소리가 멀리까지 들렸다.

부처님께서 그때 생각으로 미리 아시고 모든 비구들과 함께 성에 들어가서 걸식하셨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물었다.

“이 무슨 소리인데 이렇게 소란스러우냐[忽忽]?”

아난은 부처님께 장님 모자의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나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불쌍히 여기셔서 그 아이에게로 가보시지요.”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셨다.

탁발하고 돌아와서 밥을 잡수시고 나서 가서 보셨는데, 장님 아이의 상처를 보시고 손으로 머리와 눈을 만지자 눈이 열렸고 상처는 곧 나았으며 이내숙명을 알았다.

부처님께서 물었다.

“네가 바로 전 세상에 장자 월난이냐?” “그렇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세상에 살면서 매우 근고(懃苦)하고 어리석어 한 대의 부자(父子)가 서로 알지 못하구나.”

그때에 부처님께서 곧 게송을 설하시어 그 뜻을 풀이하셨다.

사람이 자식과 재물을 구하여 
이 두 가지 가운데 
매우 걱정하고 근고하다가 
사람을 달리하여 과를 받는다.


몸도 능히 유지하지 못하거늘 
어찌 하물며 지식과 재물이랴.



비유컨대 여름철의 더위가 
나무 밑 서늘한 데 쉬면 
금방 다시 사라지듯이 
세간이 무상함이여.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아이는 목숨을 다하고 어느 갈래[道]로 가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큰 지옥에 들어가 한 번 머무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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