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인가 행실인가
어떤 곳에 그해 나이가 一六세되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부모가 처를 얻으라고 권유해도 듣지 않는데 화근은 모두 여색에서 생기는 것이다. 여색에 빠지면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내 몸을 잃고 만다. 빨리 부모 곁을 도망쳐 나가지 않으면, 여자라고 하는 착한 늑대의 밥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다른 나라에 가서 다른 사람에게 고용 살이를 하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한편, 한 사람이 부자 노인이, 자식이 없는 쓸쓸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때 길가에서 여자 아이를 하나 주웠다. 눈하며 코가 잘 생긴 미인이었기 때문에 사랑스럽게 키웠다.
이제 나이가 차서 훌륭한 남자를 배우자로 삼아 주려고 사방으로 찾아 보았으나,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었다. 거기에 그 청년이 사방을 돌고 돈 끝에 그 집에 고용되어 五년이 지나갔다.
청년의 행실이 바르고, 마음 쓰는 것이 착해서 딸의 사위로 삼으려 했으나, 청년은 원래 처를 얻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와 마음은 청년의 마음을 뺏기지 않고는 못배기게 했다. 어느새 결심을 잊어버리고 그녀의 포로가 된 청년은 부부의 정을 맺었다.
얼마 안가서 청년의 마음은 눈을 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여색을 불에다 비유했다. 인간은 날아 다니는 모기와 같은 것으로 자기의 몸을 태워서 망하는 것도 알지 못하고, 불속으로 뛰어 들어 타고 마는 것이다. 노인은 지금 여색의 불로 내 눈을 태우고, 재산이라는 먹이로 내 입을 낚고 방안의 유화로서 내 덕을 뺏으려고 한다.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날 밤으로 도망쳐 나와 40㎞를 가서 한 여관에다 잠자리를 정했다. 여관에는 훌륭한 침상에다 금은 주옥을 장식하고 그 안에 한 사람의 부인이 누워 있었다. 자기의 처를 빼다박은 것처럼 미인이라서 청년의 마음을 몹시 사로 잡았다. 다시 꿈속처럼 그 여자와 동거해서 어느덧 五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다.
五년이 지나서 겨우 본심으로 되돌아 온 청년은 아무 말 없이 그 집을 나오고 말았다.
그후 다시 여행길에서 한 사람의 미인을 만나 전처럼 10년을 지냈다.
몇번이고 꿈에서 꿈으로 헤매던 청년은, 나는 왜 이다지도 어리석은 놈일까, 이제 앞으로는 절대로 아무데고 유숙하지 않겠다. 그렇게 하면 이러한 과오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방황했다. 도중에서 한 큰집의 대문 앞을 지나게 되었다. 문직이가 수상한 청년이라고 쳐다 보면서, 여기서부터 앞에 통행이 금지된 곳이 있다고 하면서 그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그러나 그집 딸이 청년의 지금까지의 내력을 듣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과 같이 몇번이고 몇번이고 도망쳐 다녀 봤자, 아무 곳에도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은 발견하지 못합니다. 차라리 내 집에 머물면서 부부로 지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런 말을 듣고 청년은, 지금까지의 자기의 어리석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욕망의 근본이 되는 것을 끊지 않고 단지 도망쳐 다닌다고 하면, 그것은 아무 쓸데없는 일이다. 세상은 무상하고, 고통스럽고, 무한한 것이다 라고 깨닫고 이 욕망의 세계를 떠나 버리면 이 더러운 먼지와 같은 세계에 무슨 욕망이 남을 것인가.」
이렇게 깨달은 청년은 쓸데 없이 여자로부터 도망쳐 다니지 않더라도, 이제 색욕에 현혹되든가 괴로움을 당하는 일이 그 후로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석존이 과거에 범부(凡夫)였을 때의 일이다.
<六度集經第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