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에 있으면 잡음은 귀에 안들어 간다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어느 여름 무더운 날, 석가모니께서는 천二백 五십명의 제자들을 데리고 좁은 오솔길을 지나가셨다. 길옆에 우거진 큰 나무가 이글이글하는 햇볕을 가리어 보기에도 서늘한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석가모니께서는 그 나무 밑으로 가시어 조용히 좌선, 명상에 들어가시었다.
고요한 천지에 한가로이 앉아 계시는 석가모니는 외계의 그 무엇에게도 방해되지 않고, 마치 나무나 돌의 무념무상(無念無想)과 진배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선정(禪定)에서 일어선 석가모니께서는 몹시 목이 말라서 아난을 돌아보며,
『물이 마시고 싶으니 개울에 내려가서 물을 좀 길어다 다오.』
하고 분부하시었다.
『세존님, 방금 여기를 五백대의 마차가 지나갔으므로 개울은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물은 도저히 마실 수 없을 정도로 흐려졌습니다.』
하고 아난이 말하는 것도 아랑곳없이 석가모니께서는 거듭 말씀하시었다.
『나는 몹시 목이 마르다. 수고롭지만 얼른 뛰어가서 어디서든지 물을 좀 구해다 다오.』
재삼 하시는 말씀에 아난은,
『이 앞에 조그만 골짜기가 있습니다. 물이 아주 맑다고 합니다. 거기에 가서 길어 오겠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을 지나가다가 본 것은 법경이라는 라카란 바라문의 제자였다. 법경은 석가모니의 신령스러운 빛이 나는 거룩하시니 얼굴을 보고, 마음에 숭배하고 공경하는 생각이 깊어지고, 즐겁고도 기쁜 정이 높아져서, 손을 모아 석가모니 앞에 나아가 공손히 절하고 여쭈었다.
『지금 막 五백대의 마차가 지나갔는데, 세존께서는 모르십니까?』
『아니, 나는 전연 몰랐다.』
『그러면, 석존께서는 그 때 잠이라도 드셨었습니까?』
『그것은 내가 좌선에 들어가 골똘히 명상에 잠겨 있었으니까, 마차 소리도 귀에 안 들어왔던 것이리라.』
석가모니의 말씀을 듣고 법경은 생각하였다. 세존 여래는 바르고 참된 깨달음을 얻으시어, 깊고 거룩하신 선정에 도달하였으니까 이와 같은 경지에 들어가시는 것이리라. 그 五백대의 마차 소리는 땅을 뒤흔들었고, 모래를 날리는 그 먼지는 길가의 모든 것을 뒤덮었는데, 골똘히 도를 생각하는 여래께는 귀에도 안 들어갔고, 눈에도 안 들어갔다. 천지는 움직여도 여래의 한 마음을 기울 수는 없다. 생각하면, 나의 스승 라카란이 세상에 계셨을 때도 역시 이런 일이 있었다.
성자께 여쭈었다.
『세존께서 선정에 들어가시면, 그 아무 것에도 교란(攪亂)되지 않는 모습은 지난날의 저의 스승과 조금도 다름이 없습니다. 지금 저는 돌아가신 스승을 뵌 듯한 느낌입니다. 아무쪼록, 오늘부터 신자의 한 사람에 넣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받들어 모시겠사오며, 진심으로 가르치심을 지켜 청신사(淸信士)가 되고자 합니다.』
석가모니께서는 그의 깨끗한 소원을 허락하시고 다시 말씀하시었다.
『법경아, 五백대의 마차소리와 천둥소리를 비교하면 어떠냐?…… 그렇다, 천대의 수레 소리도 조그만 천둥소리에 미치지 못하는 것, 큰 천둥이 격노하는 벼락 소리에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내가 옛날,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에 앉아서 생사의 근본을 정관하고 있었을 때, 폭풍은 비와 우박을 싸서 팔매질을 하고, 천둥은 귀와 눈이 찢어지는 것 같았으며, 네 마리의 황소와 밭을 갈고 있던 형제 두 사람 이 죽기까지 하였다. 호란이 진정된 뒤에 근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대체 무슨 일이냐?』
하고 물었더니 근처 사람은 지금 생긴 일을 이야기하고,
『부처님은 지금 어디에 계셨다니 잠이라도 자고 계셨습니까? 그 큰 천둥을 모르고 계셨단 말입니까? 그 천둥을 모르고 계셨다니 잠이라도 자고 계셨단 말입니까? 깨어 있는 사람으로서 몰랐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내가 그 헌 오막살이에 들어가 정관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했더니, 그는 깊이 감동하여 나의 제자가 되어, 오정계(五淨戒)에 젖을 수가 있게 되어, 하인에게 명하여 광속에 간직해 두었던 훌륭한 옷 가운데서 가장 좋은 것을 꺼내다가 석가모니께 공양하고,
『이 밖의 소원은 저의 고향 사람들에게도 가르침을 나누어주고 싶사오니, 저의 오막살이까지 왕림해 주시옵기를 바랍니다.』
하고 청하였으므로, 석가모니께서는 조용히 나무 밑에서 일어나 제자들을 이끌고 그의 집으로 향하시었다고 한다.
<大度集經 第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