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춤

연인의 춤

석존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원정사(祇園精舍)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이야기다. 활쏘기를 비롯하여 모든 무예(武藝)에 통달한 무사가 어느 산골에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예쁜 외딸이 있었는데 시집갈 나이가 되었으므로 좋은 사윗감을 골라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귀여운 딸의 사윗감을 고르는 방법으로서 자기와 같이 무술에 능한 청년을 구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그 때, 두 사람의 청년이 무술을 닦기 위하여 먼 이 산골까지 찾아와서 함께 그의 제자가 되었다. 그는 이 두 제자에게 정성껏 무술을 가르친 보람이 있어, 그 중의 한 청년은 타고난 솜씨가 좋았던 탓도 있어 빠른 속도로 숙달하여, 다섯 가지 무예의 비결을 속속들이 다 가르쳐 주기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또 한 사람의 청년은 겨우 한 가지 무술만을 익혔을 뿐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다섯 가지 무예에 숙달한 청년을 딸의 사위로 삼기로 하였다. 그랬더니, 무예가 미숙한 청년은 크게 실망하는 동시에 사윗감으로 뽑힌 청년을 몹시 원망하게 되어, 그 이튿날 갑자기 스승의 집을 떠나 버리고 말았다.

스승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청년은 곧 산적(山賊)의 무리에 뛰어들어 그 우두머리가 되어서 기회만 있으면 사랑의 원수인 청년에게 복수를 하려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의 승리자가 된 청년은 그렇게 자기를 노리고 있는 무서운 적이 있는 줄도 모르고 어느 날 아내와 둘이서 수레를 타고 산적들이 살고 있는 산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마침 그 수레에 앞서 많은 상인들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산 중턱에 이르자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대들은 왜 거기서 머뭇거리고 있는가?』

『앞으로 가고 싶지만, 이 앞에는 산적이 있어 무서워서 갈 수가 없습니다.』

『산적쯤 무서워할 것 없지 않느냐. 어서 가자.』

『그러면 당신이 앞서 가면 우리들은 뒤따라 가겠습니다. 』

『응, 그러면 내가 먼저 가지.』

다섯 가지 무예의 비결을 전수(傳受)받아 자신만만한 청년은 산적쯤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수레에 올라 아내와 둘이서 산길을 나아갔다.

나무 위에 올라가 여행자의 통행을 노리고 있던 산적들은 수레를 탄 한쌍의 남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두목님, 좋은 봉이 저기서 오고 있습니다.』

하고 알렸다.

『그러면, 길에 나가서 한 번 놀래 주어라.』

우두머리의 명령에 부하 산적들은 곧 청년이 타고 있는 수레 앞을 가로막고,

『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있느냐. 가지고 있는 돈, 옷가지는 몽땅 내놓고 가거라. 만일 싫다면 혼구멍을 내 줄 것이다. 자, 어서 돈을 내놔.』

하고 호랑이의 위세를 빌린 여우와도 같이 대단한 기세로 청년을 위협했다. 그러나 무술에 자신이 있는 청년은,

『이 머저리 같은 놈들아, 너희들 따위의 위협에 놀랄 내가 아니다. 혼구멍은 너희들이 나봐야 할 것이다. 비켜, 비켜라.』

하고 용기 늠름하게 청년은 반대로 산적들에게 호통을 쳤다. 이것은 좀 뜻밖이라고 생각하여 산적들은 이 일을 우두머리에게 알려 도움을 청하였다. 그래서 우두머리는 부하 중에서 힘이 세다는 다섯 사나이를 보내어 다시 위협하였으나, 청년은 조금도 놀라는 기색없이 도리어 다섯 사나이를 한 칼에 베어 버렸다.

다섯이 연거퍼 쓰러지니 이번에는 사람의 수를 늘리어 열 명이나 덤벼들었으나 이들도 깨끗이 당하고 말았다.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산적의 우두머리는 부하들을 총동원해서 공격했으나 또한 대부분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으며 다만 옛 친구인 우두머리만이 상처도 입지 않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리하여 드디어 사랑의 경쟁자인 옛 친구끼리 서로 승부를 결정할 때가 왔다.

사위되는 용사가 장기인 활에 살을 쏘면 산적의 우두머리는 칼을 휘둘러 휙 휙 날아 오는 화살을 베어 떨어뜨리니 살은 하나도 우두머리에 맞지 아니하였다. 五백개의 화살에서 四백 아흔아홉개를 이미 쏘아버리고 이제 손에는 단 한 개의 화살만 남아있을 뿐이다.

청년은 남은 오직 한 개의 살을 활에다 메긴 채 잠시 꼼짝 않고 서 있었다. 한 개의 화살이 승부를 가름하는 최후의 순간이다.

아까부터 아내는 남편과 산적의 우두머리와의 싸움을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남편이 갑자기 쏘기를 멈추었으므로,

『왜, 활을 쏘지 않아요.』

하고 걱정스레 물었다.

『나와 당신 두 사람의 목숨은 이제 오로지 이 한 개의 화살에 달려 있소. 그러니까, 이 화살은 최후의 수비요. 만약에, 이 화살마저 쏘아 버리면 나와 당신의 목숨은 도적들에게 끊기고마는 위기일발(危機一髮)의 일순간이요.』

남편의 이 대답을 듣고 아내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산적의 우두머리쪽을 향하여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그 참으로 교묘하였다. 산적 우두머리는 새삼스럽게 애인의 춤 솜씨에 눈이 팔려 마음이 흔들렸다. 그 틈을 타서 남편은 『이때다』하고 최후의 화살을 쏘았더니 보기좋게 명중(命中)하여 산적의 우두머리는 땅 위에 쓰러졌다.

땅 위에 쓰러진 산적의 우두머리는 그 숨이 넘어가려고 할 때, 괴로운 숨을 헐떡이면서,

『내 힘 약하지 않고, 그의 활도 굳세지 못한 채, 춤 솜씨에 마음이 끌려, 스스로 사랑에 목숨 버렸네.』

하고 스스로 노래하였다.

다섯 가지 무예에 통달하여 사위가 된 청년은 지금의 사리불(舍利佛)이며, 그의 아내는 목갈라나(目連)이다.

<毘奈耶破僧事第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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