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원한

영원한 원한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데바닷다는 늘 해를 가하려는 마음을 품고 석가모니를 비방하였다.

『네가 부처를 헐뜯는 것은 손을 들어 하늘의 해와 달을 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 일, 한낱 작은 머리를 가지고 수미산을 넘으려는 것, 한 가닥의 터럭으로 하늘을 건너려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이다.』

대중과 모든 하늘이 일제히 말리는 말도 그의 귀에는 들어가지 아니하였다. 그리하여 석가모니를 비방하는 데바닷타의 험구는 계속되었던 것이다.

이 일은 여러 제자들에게 불쾌한 생각을 일으켰으므로 일동은 석존께 여쭈었다.

『데바닷다는 무슨 까닭으로 저렇게 세존께 원한을 품고 있습니까.』

『데바닷다의 원한은 전세로부터의 인연이다. 이제 그 까닭은 설명하여 들려주마.』

이윽고, 석존께서는 조용히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하시었다.

과거세에 대장자(大長者)가 있었다. 장자의 외딸은 용모가 뛰어나서 견줄 이가 없는 미인이었다. 장자는 五백명의 바라문 수행자를 모아 석달 동안 공양하고 나서 하는 말이,

『여러분 중에서 학문이 뛰어나고, 변론에 이긴 분에게 내 딸을 드리겠소.』

五백명 바라문의 수행자는 이 장자의 말을 듣고 서로 변론을 겨루었다. 그 중 한사람의 바라문은 지혜가 가장 뛰어나고, 변론에 능하고, 무엇이든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 때문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를 추천하여 상좌(上座)로 삼았다.

그러나 그 바라문은 매우 나이가 많고 얼굴이 못생기어, 눈빛은 퍼렇고, 거의 사람 같은 얼굴이 아니었다. 처녀의 부모는 딸을 위하여 이것을 걱정하고, 처녀는 또한 마음속에 이렇게 못생긴 사나이를 남편으로 삼느냐고 크게 고민하고 있었다.

마침 그 때, 먼 데서 한 사람의 바라문의 수행자가 찾아왔다. 나이는 젊고, 얼굴은 아름답고 지혜는 총명하여 삼경오전(三經五典)에 정통하고, 천문지리,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알며, 인사물리, 동식물 등의 학문에도 능하고 그 위에 자비심도 많았다.

이 젊은 바라문이 이 자리에 열석하여 五백명의 바라문들과 토론을 했는데, 한 사람도 상대가 되지 않고 모두 꼼짝 못하고 말았다. 이 젊은 바라문은 상좌에 추천되어 앉았다.

이것을 본 부모와 처녀는 매우 기뻐했으나, 기뻐하지 않은 것은 늙은 바라문이었다.

『나는 나이가 많다. 오랫동안 아내를 구하다가 이제 이 처녀를 얻었으니, 이 처녀는 나에게 넘겨 달라, 그 대신 그밖의 모든 것은 당신에게 줄 터이니, 어른의 체면을 세워 나에게 양보해 줄 수 없겠는가.』

하고 젊은 바라문에게 부탁하였다.

『약속은 약속이니, 인정으로 당신에게 양보할 수는 없소, 처녀는 나의 아내로 받겠습니다.』

하고 젊은 바라문은 딱 잘라서 말하였다.

이 소리를 듣고 처녀의 부모는 매우 기뻐하여 딸을 젊은 바라문에게 주었다. 늙은 바라문은 노여운 마음을 품고 말하였다.

『너는 나를 욕보이고, 그리고 나의 아내를 빼앗았다. 다시 죽고, 다시 태어나서 나는 너를 원망하고, 위해와 창피를 가하고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이리하여 그는 미래 영겁에 젊은 바라문의 수행자를 원수로 삼게 된 것이다.

그 때의 늙은 바라문은 데바닷다이며, 젊은 바라문의 수행자는 석가모니, 처녀는 야쇼다라(耶輸陀羅)의 전신(前身)이다.

<生經第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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