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석천의 보병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나라의 임금님이 백성을 위하여 음악회를 개최하였다. 그 때 성중 어느 집에 병 때문에 잘 걷지 못하는 아버지가 있었는데 집안 식구들은 그를 음악회에 데리고 가기 위하여 그를 부척해서 도중까지 왔는데 더 이상 걷지 못하겠으므로 식구들만 보내고 자기는 나무 그늘 밑에서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쉬고 있기로 했다.
그 때, 제석천왕은 한 사람의 도인(道人)으로 변신하여 그의 앞에 나타나서 말했다.
『나와 함께 가십시다. 당신의 병을 고쳐 드리겠습니다.』
매우 기뻐한 아버지는 그 도인을 따라서 제석천의 궁전으로 가고 금, 은 등 세상에서 보기 드문 여러 가지 보물을 보고 문득 욕심이 생겨서 뭐든지 하나 갖고 싶어졌다.
그런데 누군가가,
『저 병을 달라고 해라.』
하는 소리가 들렸으므로 그는 제석천왕에게
『덕분에 병도 완쾌되었읍니다. 이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만 기념으로 저 병을 주실 수 없겠습니까?』
하고 간청하였으므로, 제석천은 그의 소원대로 그 병을 내어 주며 말했다.
『이 병은 신기한 병이어서 무엇이든지 그대가 바라는 것이 나오니 소중히 하라.』
그는 보물병을 박아 가지고 황급히 집으로 돌아와서 집안 식구들을 모아 놓고 제각기 원하는 것을 말하도록 하였다.
근, 은 등 진기한 보물이 마음대로 쏟아져 나오므로 신이 나서 이번에는 친척들을 모두 모아 놓고 큰 잔치를 벌이고 기뻐하였다. 그는 너무나 기쁘고 흥겨워서 그 보물병을 손에 들고 취한 김에 미친 듯이 춤을 추면서,
『네 덕택으로 장자가 되었다. 네 덕택으로 장자가 되었다.』
하고 노래 불렀다. 그러는 동안에 아차, 실수를 하여 그만 병을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놀란 그는 한탄의 눈물을 흘리며 산산조각이 난 병 조각을 주워 모아서 잇대고 말라서 먼저 대로 하려고 애를 쓰고 정성도 들여 보았지만 일단 깨진 그 신기한 병은 다시는 그의 소원을 풀어 주지 않았다.
부처님의 경계(經戒)는 보물병이다. 처음에 듣고 정진하면 소원을 만족시켜 주지만 나중에 가서 조금이라도 게을리하면 이와 같이 모두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生經 第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