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아유월치차경(佛說阿惟越致遮經) 06. 하권-2
15. 사자녀품(師子女品)
그때 사휴동녀(私休童女)와 오백 동녀가 함께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여인이 만약 이 경전을 배우면 어떤 공덕을 획득할 수 있으며 가령 외우거나 독송하면 어떤 복을 받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여인이 만약 무상정진(無上正眞)의 도를 구하고자 하면 이 경전을 배워서 다른 여인에게 보여주어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만약 이 경전을 배워서 오로지 정진하고 혼란을 일으키지 않으며, 다른 여인이 번뇌를 탐하고 집착하는 것을 본받지 않으면 이런 인연 때문에 여인의 몸을 해탈하리라.”
사휴(私休)가 다시 여쭈었다.
“어떤 것을 여인의 번뇌[塵勞]라고 말하며, 어떤 욕애의 미혹으로 여인의 몸을 받았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만약 어떤 여인이 다른 여인의 단정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좋은 보배나 영락으로 장엄한 것을 보게 되더라도 즐거워하거나 기원하지 않아야 하고 스스로 자신의 몸을 관찰하되 마치 더러운 변소와 같이 여겨서 즐거워하거나 희망하지 않아야 하며, 더러운 길을 만드는 것을 보면 이를 청정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하는데도, 만약 이를 탐하거나 즐겁게 생각하면 곧 여인의 몸을 받느니라.
또 헤아려 보면 여인은 대부분 질투심을 가지고 마음과 말이 각각 달라서 서로 가깝지도 않고 앞뒤가 맞지도 않으며, 비록 비구들을 보아도 다만 명예와 소문만을 구하고 경전의 이치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성내는 마음을 많이 품고 사람들만 많이 모으며, 일찍이 이익이 있는 이와 같은 경전은 구하려 하지도 않느니라.
또한 경전을 읽더라도 마음속엔 늘 집착하여 구하는 게 있어서 그 뜻이 시끄럽고 혼란하여 진애(塵埃)에 빠져 있으니, 이러한 까닭에 여인의 몸으로 태어나서 죄를 제거할 수 없느니라.
이러한 여인들이 가령 애욕(愛欲)을 제거하고 삿된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이 경을 받아 지녀서 외워 읽거나 독송해야 하나니, 왜냐 하면 이 심오하고 존귀한 경전은 여인의 몸을 받지 않게 하기 때문이니라.”
또 여쭈었다.
“가령 여인이 그 여인의 몸을 원하지 않을 때에 이 경전의 법을 받아 지녀서 외우거나 읽고 독송하면 무슨 인연으로 여인의 형상이 바뀌어집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인의 몸을 바꾸려고 하면 이 경전을 받아 지녀서 외워 읽거나 독송하되 여인의 몸을 원하지 말고 늘 두려워하고 더럽게 여겨야 하느니라.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큰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스스로 그 불 속에 뛰어들면서 말하기를 ‘불에 타지 않게 해주소서. 그리하여 화상을 입지 않게 해 주소서’라고 한다면 동녀야, 네 생각엔 어떠하냐? 그 사람의 말대로 정녕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렇게 될 수 없습니다, 천중천이시여. 왜냐 하면 생각건대 불의 요소란 주요 성분이 모든 물질을 태우는 것이라서 살점이 헤어져 떨어지게 되나니,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이 경전도 그러하여 진애(塵埃)와 애욕을 남김없이 다 태우나니, 설령 정욕의 자태에 탐착(貪着)하여 여러 세상을 스스로 위태롭게 지내왔다 하더라도 이러한 여인의 몸을 변신시키고자 하거나 하루 속히 구경의 경지에 이르러 성현의 도를 성취해 무앙수의 여러 불ㆍ세존을 뵙고 한량 없는 말재주를 갖추고자 하면 마땅히 이 경전을 받아 지녀서 외워 읽고 독송해야만 하느니라.”
사휴(私休)동녀와 오백 명의 사람이 다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살펴 기억해보니 과거 정광(定光)불ㆍ여래ㆍ지진ㆍ등정각 때에도 이 경을 받아 지녀 외워 읽고 독송하였으며 한량없는 억백천의 중생들을 위하여 연설하였습니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사휴의 몸뚱이는 비록 여인의 형태이긴 하나 이는 여자가 아니옵니다. 왜냐 하면 제가 지금 마지막으로 이를 살펴보았는데 사휴동녀는 변화로 곧 이러한 여인의 몸을 나타내 보인 것입니다. 그것은 모든 여인들을 불쌍하게 생각한 나머지 그들을 해탈시키기 위한 것이니, 만약 남자의 몸으로 태어나서 여러 남자에 포함된다면 여인의 사는 처소엔 갈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여인의 몸으로 나타나 뭇 여인들을 감동시켜 변화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사휴는 남자도 아니요 여자도 아니니, 본래 여자니 남자니 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니라. 왜냐 하면 모든 법의 근본을 관찰해 보면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어서 모든 법은 다 얻을 수 없으며 평등하여 차이도 없느니라. 왜냐 하면 이와 같이 헤아려 볼 때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기 때문이니, 사휴동녀는 이 경을 분별해 알아서 걸릴 게 없고 법의 광명을 체득하였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만약 어떤 여인이 남자의 몸을 구하고자 하면 마땅히 사휴가 수행하는 법을 따르고 이 경전을 받아 지녀서 외워 읽고 독송해야만 하느니라.”
그때 오백 비구니가 부처님 앞에서 아뢰었다.
“저희들은 지금에야 비로소 이 경을 받아 지녀서 외워 읽고 독송하게 되었사오니 지금부터는 여인의 몸을 즐거워하지 않고 이 몸을 더럽게 여겨 싫어하겠습니다. 오늘부터 이후로는 다시는 자리에 누워 자지 않고 이 경을 독송하여 이익을 얻고 곧 안정하겠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이 경을 외워 독송하겠다는 네 말이 참으로 훌륭하구나. 큰덕의 갑옷을 입고 정진하여 통달하여 여인의 형상을 흠모하지 않겠다고 하는구나. 어진 이들이여, 그런 까닭에 더더욱 부지런히 닦고 이 경전을 받아 자녀서 외워 읽고 독송하겠다고 말하는구나.”
그때 비구니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곧 입었던 옷을 벗어 부처님의 위를 덮고 찬탄하며 게송을 설하였다.
저희들이 오늘 즐거움을 얻어
남자의 몸 받아 나기를 바라나이다.
정각(正覺:如來)께서 다른 말씀 없으시니
반드시 세상의 존귀함을 얻을 것입니다.
그때 오백 장자의 아내들은 비구니가 이러한 덕의 갑옷을 입었다는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오직 천중천(天中天:佛)이시여, 저희는 지금에야 비로소 이 경전을 받아 지녀서 외워 읽고 독송하게 되었사오니, 바라옵건대 저희들로 하여금 자재(自在)함을 얻도록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남에게 얽매이지 않고 다른 이의 얼굴을 살피지 않게 하고 마군의 부림을 받지 않으며 어렵고 견고한 근심을 여의게 해 주십시오.
왜냐 하면 설사 여인의 몸으로 왕가(王家)에 태어난다 하더라도 소속된 곳이 있어서 자재로움을 얻지 못하고, 이 목숨이 마칠 때까지 남편의 일을 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저희들은 오늘부터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이 경전에서 한 구절의 뜻을 설법한다 하더라도 감히 비방을 듣지 않고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남자를 가까이하지 않겠사오니, 저희들로 하여금 이 경전을 읽고 이해하도록 해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장자 아내의 말을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이 여인들이 지금 부처님 앞에서 큰 사자의 목소리로 ‘그 말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무극(無極)의 갑옷을 입은 것과 같습니다’라고 하니 그대들이 뜻한 바와 같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살피지 않고 무거운짐을 지지 않으며 열 달 동안 아기를 갖는 일도 없을 것이요, 또한 남자를 만나 잉태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또 청정한 부처님의 국토 중에서도 여인이 살지 않는 곳에 태어나서 조금의 하자도 없을 것이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모든 여인들이 태어나게 될 세계는 그 이름이 무엇이길래 하자가 없으리라고 말씀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세계의 이름은 보련화장(寶蓮華藏)이니, 틀림없이 저 국토에 태어날 것이니라.”
또다시 부처님께서 여쭈었다.
“그 국토의 성호(聖號)는 무슨 여래ㆍ지진ㆍ등정각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국토의 부처님 이름은 일체제보묘진지광(一切諸寶妙珍之光)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신데 지금 현재 설법하고 계시니, 이 장자(長者)의 아내가 이 경전을 배움으로 해서 그 여래를 보게 되었느니라.”
그때 장자의 아내가 기뻐 날뛰면서 착한 마음이 생겨났다. 그리하여 목에 걸고 있던 백천 가지 보배와 칠보(七寶)의 구슬과 영락을 풀어 부처님 위에 뿌리고 똑같은 음성으로 게송을 설하였다.
오늘 큰 바람[望]얻어
마땅히 여인의 몸 버렸나이다.
등각의 말씀 특이함 없이
지극히 진실한 말씀 하셨습니다.
마땅히 이 어리석은 몸뚱이 버리고
여인의 재앙과 죄로 뭉쳐진 몸 버렸나이다.
범부는 어리석고 아둔한 뜻에 탐착(貪着)하여
모든 법은 본래 공하여 없음을 모른답니다.
다시는 포태(胞胎)에 들지 않으며
이미 받은 몸까지 버렸나이다.
위없는 이치를 체득하여
일찍이 머무르지 않겠습니다.
그때 장자의 아내는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존안(尊顔)을 우러러보며 눈조차 깜빡이지 않았다.
16. 탄법사품(歎法師品)
그때 천제석(天帝釋)이 하늘에서 꽃을 가져다가 부처님 위에 뿌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이 미묘한 경전을 받들어 가지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구익(拘翼:帝釋)이여, 이 경전의 은혜를 입었으므로 아수륜(阿須倫)이 하늘에서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니라.”
그때 문수사리가 무수히 많은 백천 사람의 대중들을 인도하고 교화하여 그들로 하여금 덕의 근본을 세우게 하려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는 본래 도의 뜻을 내셔서 이 큰 법이 담긴 책을 외우고 독송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진이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백억 나술(那術:那由陀) 보살이 가장 존귀한 광명과 지혜로 시방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두루 비추니, 마치 일궁전(日宮殿)의 해가 비추지 않는 곳이 없는 것과 같느니라.”
이 말씀을 하실 때에 이 국토가 여섯 가지로 반복하여 진동하였으며, 모든 하늘이 꽃 비를 내렸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슨 까닭에 땅이 진동하고 하늘에서 꽃 비가 내립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무수히 많은 억(億) 하늘이 문수사리가 찬탄하여 읊은 말을 듣고 마음이 뛸 듯이 기뻐 이 하늘 꽃을 뿌리면서 소원하기를 ‘저희들도 마땅히 이 경전을 받아 도혜(道慧)를 체득하여 문수사리가 말한 것과 같이 되어지이다’라고 하였으므로 온갖 죄악이 소멸되고 이 경전을 가까이 할 수 있었으니, 그런 까닭에 기뻐하면서 부처님 발에 머리 대어 전하고 또다시 문수사리에게도 예를 올렸나니, 그러므로 이 땅이 진동하였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경전의 덕이 넓고도 크며 끝이 없어서 이 경전을 듣게 되면 그 얻는 것이 적지 않고 허망함도 만나게 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아난아. 족성자와 족성녀가 전후로 무앙수의 많은 부처님을 공양하였기 때문에 곧바로 이 경전의 법을 들었으니, 만약 이 경을 듣고 믿고 즐거워하며 받아 지녀서 외우고 독송하면 천상 천하에 가장 신성한 사람이 되리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이 경이 유포된 곳이면 곧 허망(虛妄)함도 없으리니, 부처님과 비슷하게 되리라.
만약 이 경을 받아 지녀서 외우고 독송하여 배우는 자가 있으면 의심의 그물을 무너뜨리고 숱한 마군을 항복받을 것이며 법의 진수를 체득하고 법을 밝게 연설하여 많은 어둠을 밝혀 지극한 도량을 이룰 것이니라.
만약 나로부터 이 경전을 듣고서 기뻐하며 받아 지녀서 외우고 독송하여 배우면 불자(佛子)가 되리니, 법신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니라.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 불수(佛樹:菩堤樹) 아래 앉으며 마치 내가 앉아 있던 때와 같으며, 경전의 법을 강설하면 마치 부처님께서 연설하는 것과 같으리니, 마땅히 이 경전을 받아 지녀서 외우고 독송해야 하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미래 세계에 이 경을 설하면 뒷세상에 어떤 이가 이 경전의 법을 받아 지녀서 독송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현재세에 부처님 앞에서 믿음을 내면 그 사람은 후세에도 믿게 되어 이 경을 받아 지녀서 외우고 독송하리라.
그러나 내가 관찰하기로는 천상과 천하 인간들과 모든 마군ㆍ범천(梵天)ㆍ사문(沙門)ㆍ범지(梵志)와 여러 하늘의 백성들과 아수륜(阿須倫:阿須羅)이 경전을 듣지 않았다가 후세에 듣고서 믿고 즐거워한 이는 아직까지 없었느니라. 그러니 지금 이 경전을 들어야만 후세에도 믿게 될 것이니, 비유하면 마치 장자(長者)와 장자의 아들이 무수히 많은 재물을 혼자만 아는 곳에 간직해 두고 다른 나라를 돌아다닌다면 아난아, 네 생각은 어떠하냐? 그 사람은 간직해 둔 보물을 얻을 수 없겠느냐?”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 숨겨둔 곳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찾으면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지금 이 경전을 들으면 후세에 돌아가는 것이 마치 간직해 두었던 보물을 취하는 것과 같으리라.
부처인 내가 도안(道眼)으로 관찰해 보니 지금 현세에 이 경전의 법을 듣고 기뻐하면서 믿고 받아 지녀서 외우고 독송하는 이는 후세에도 반드시 얻게 됨이 이와 같으리라. 그러니 아난아, 너는 부처님 앞에 앉아서 이 심오한 경전을 듣도록 하라.”
17. 기방품(譏謗品)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이 경전을 듣고도 믿고 즐거워하지 않으며 도리어 헐뜯고 비방하면 무슨 죄를 얻으며 어느 곳으로 나아가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잠자코 있어라. 또한 그런 질문은 하지 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부디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만약 믿지 않는 이가 있을 경우 비방하다가 얻게 될 죄를 듣게 하면 혹 스스로 고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5역죄(逆罪)를 지었거나 또는 삼천대천세계의 사람들에게 해를 가한다면 그 죄가 어떻겠느냐?”
아난이 말하였다.
“매우 많고도 많을 것입니다, 천중천이시여. 흉악한 죄앙이 한량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법을 비방하는 이가 있으면 그 죄는 여기에 이르리라. 만약 또 어떤 사람이 항하강가의 모래알처럼 많고 많은 부처님의 탑사(塔寺)를 파괴하거나 훼손하고 부처님이 니원(泥洹:涅槃)에 든 뒤에 사찰을 불태운다면 죄는 어떠하겠느냐? 많겠느냐, 그렇지 않겠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매우 많고도 많을 것입니다, 천중천이시여. 이들이 받을 과보는 마땅히 보고 들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마땅히 그런 사람들을 위하여 이 죄를 설하여 나타내리라. 만약 어떤 사람이 과거ㆍ미래ㆍ현재에 부처님의 법을 헐뜯고 혼란하게 하여 소멸해 없애면 그 죄가 어떻겠느냐?”
아난이 말하였다.
“그 죄가 매우 많아 이루 다 헤아릴 수도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경을 비방한 사람도 그 재앙이 이와 같으리라. 만약 다른 이를 만류하여 이 경을 배우지 못하게 한 이의 죄는 또한 어떠하겠느냐?”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가령 삼천대천세계의 중생이 열 가지 선행(善行)을 닦고 또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의 뜻을 내었는데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의 눈을 뽑아버린다면 그 죄가 어떻겠느냐?”
아난이 말하였다.
“그 죄는 매우 많고도 많을 것입니다, 천중천이시여. 무앙수 겁 동안 항상 태어날 때마다 봉사가 될 것이요 또한 니리(泥犁:地獄)에서 불에 타는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말하여 은근히 부촉하노니, 가령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비방하여 한 사람이라도 금지하게 하고 이 법을 얻지 못하게 한다면 그 죄는 저것보다 더 클 것이니라.”
아난이 또 여쭈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발심하여 큰 도를 구하되, 이 경을 의심하지만 비방하지는 않는다면 그 죄는 어떠하며 어디로 나아가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도에 대하여 발심하고 앞뒤로 의심함이 약간의 수만 되어도 언제나 모든 불ㆍ세존을 어기고 멀리하되 그 의심낸 수만큼 따르게 되고, 또 의심한 수만큼 약간 겁 동안 도의 가르침과는 어긋나게 되리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믿어 기뻐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까지 금지시켜 그들로 하여금 배우지 못하게 하면 그 사람은 어떠한 재앙으로 어떤 몸을 받으며 또한 얼마나 많은 죄를 받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아난아. 그런 질문은 하지 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부디 연설해 주셔서 이 사부 대중들 가운데 혹시라도 그런 이가 있거나, 미래 세상 변두리 지역의 국토에 있는 여러 큰 나라의 백성들 가운데 이 경의 법을 듣고 많은 의심을 내는 이가 있으면, 마땅히 그들로 하여금 믿고 알아서 다시는 비방하지 않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사람은 마땅히 일만 해(姟)나 되는 큰 몸으로 태어나서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괴로움과 독으로 인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사람의 혀는 큽니까, 작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그 사람의 혀는 너비와 길이가 각각 사만 리나 되어 얼룩소에 멍에를 메어 오백억 년 동난 혀를 갈게 되며, 각 오백억 년 동안 마땅히 구리 녹인 물을 삼키게 되어 그 불꽃이 타올라 그의 몸 위에 구릿물이 뿌려져서 태우고 굽고 지지게 되리라. 왜냐 하면 그가 말을 삼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그때 이 모임에 온 사부 대중들이 이 말을 듣고 옷자락과 털이 모두 곤두서고 눈물을 흘리며 두려워서 땅에 쓰러져 동시에 한목소리로 불쌍히 여겨주기를 간청하며 잘못을 뉘우쳤다.
“마땅히 이 선남자와 선여인을 위하여 그 죄를 구원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독으로 아프고 약간의 고뇌를 당하는 일과 그 몸이 장대(長大)하여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지 않게 해 주십시오.”
또 다른 사람이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금세(今世)와 후세에서 마음에 의심 일으킴을 스스로 살펴 알지 못하고 지금 현재에도 부처님 앞에서 시방 모든 불ㆍ세존의 경전 속에 들어있는 가르침을 어겨서 음개(陰蓋)가 덮였건만 스스로 그 허물을 보지 못하거니와 이제 모두 스스로 부처님 앞에 귀의하여 죄업이 덮어 가리지 않게 하겠사오니, 부디 부처님께서 그 원래 지은 죄를 사(赦)하여 주십시오. 비유하면 마치 어리석고 아둔하며 지혜 없는 사람이 저 바른 이치를 어긋나게 하여 스스로 죄를 지었을 때, 오직 부처님께서만이 크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그 원죄(原罪)를 사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도 훌륭하구나. 족성자와 족성녀가 이 법을 의심하여 지었던 자신의 죄를 알고 그 재앙을 뉘우치고 있으니, 밝은 태양이 어둠을 제거해주는 것과 같느니라.”
그때 아난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지금 이 모임에 있는 대중들이 마음 속에 의심을 내었기에 마땅히 이런 죄를 얻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비록 의심을 내었으나 이제 다시 그 죄를 뉘우쳤으니, 이 무리들의 죄는 오히려 경미(輕微)해졌느니라.”
아난이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그 일을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목숨이 끝날 때에 지옥에 들어가 하나하나의 털구멍마다 고통을 받고 마땅히 다시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근심이 있겠지만 그리도 그 나머지는 모두 그치게 될 것이니라. 왜냐 하면 부처님 앞에서 의심을 버리고 잘못을 뉘우쳤으므로 시방에 무수한 여러 부처님께서 불쌍히 여겨 은덕을 베푸실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런 까닭에 아난아, 선남자와 선여인은 마땅히 스스로 살펴야 하나니, 이와 같이 한량없는 고통을 당할 일을 했을지라도 이 경전을 듣고 기뻐해야 하고 마땅히 의심을 내어서는 안 되느니라.
만일 불법과 성중(聖衆), 그리고 과거ㆍ미래ㆍ현재 부처님의 거룩한 법의 가르침을 버리고자 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이 경전을 믿어 지녀서 외워 읽고 독송해야 하느니라.”
18. 촉루품(囑累品)
현자(賢者)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모든 불대성(佛大聖)께서는 다 똑같이 불퇴전법륜(不退轉法輪)을 설법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모두가 똑같아서 다름이 없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가령 모든 부처님께서 똑같이 불퇴전법륜을 설하신다면 무슨 까닭에 대성(大聖)께서는 지난번에 ‘가령 어떤 사람이 부처님의 법과 성중(聖衆)을 멀리하지 않고 부처님의 처소에서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부처님께서 가르친 진리를 나타내 일으키려고 하면 마땅히 이 경전을 멀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까?”
아난이 또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진리를 어느 곳에서 빛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퇴전법륜을 행하는 대중들이 부처님의 법을 드러내느니라. 합하고 모여 물러남이 없는 요소를 여래께서는 말씀하셨느니라.”
아난이 또 말하였다.
“물러남이 없는 여러 보살대사(菩薩大士)를 마땅히 성중(聖衆)이라 해도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청정하고 생각이 바르며 큰 도에 대하여 발심해서 그 이치를 자세히 관찰하면 이런 무리들을 모두 물러남이 없는 대중이라고 말하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일찍이 없었던 일이옵니다. 모든 불ㆍ세존께서는 훌륭한 방편으로 때에 맞게 적절한 이치로써 큰 도를 드러내십니다.”
그때 사람들로 하여금 훌륭한 방편을 받들어 경전을 연설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구익이여, 만일 이 경전을 듣고 기뻐하며 믿음을 일으키는 이러한 무리들은 마땅히 이 훌륭한 방편을 중생들에게 설법하여 인도하고 교화해서 그들로 하여금 발심하여 정진하게 하는 것이 또한 나와 같아서 다름이 없을 것이니라.”
그 때 수없이 많은 여러 하늘 대중들이 모두 하늘꽃으로 세존께 공양하고 다함께 이런 말을 하였다.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이 법을 체득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큰 자비를 베푸시어 이 경전이 후세 사람들에게까지 그 혜택이 미치도록 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와 선여인과 이 모임에 온 이는 누구나 다 후세에 틀림없이 이 경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니라. 가령 차질이 생겨 큰 바다에 있다 하여도 마땅히 이 경전을 얻게 되어 마침내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니라.
왜냐 하면 과거 모든 부처님의 신통변화로 이 경의 법을 섭수(攝收)하기 때문이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비록 과거 모든 부처님의 위신력이라 말씀하시지만 또한 현재의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건립하신 것이기도 합니다.”
이 말을 하고 있을 때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니, 때마침 부처님 앞에 있던 무앙수(無央數) 백천 송이의 꽃 사이로 갖가지 보배로 된 연꽃이 저절로 솟아오르더니 모든 모임에 널리 빛을 발하여 각각 시방의 항하강 모래알처럼 많은 국토를 비추었다. 그러자 이 모임에 모였던 이들이 두루 시방 항하강 모래알처럼 많은 국토를 돌아보니 불ㆍ세존 앞에 보배 연꽃이 있는데 그 잎은 억백천 개나 되어 미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그때 천제석이 스스로 그 모습을 변화하여 장자의 몸이 되어서 약간의 꽃을 받들어 사부 대중에게 나누어주며 이렇게 말하였다.
“부디 이 꽃을 가져다가 여래ㆍ지진ㆍ등정각에게 뿌려라. 그리고 이 심오한 경전의 이치에도 공양하도록 하라.”
사부 대중은 그 말대로 각각 꽃을 가져다가 여러 부처님 위에 뿌리니, 이 모임에 모인 대중들이 모두 흩어지는 꽃이 여러 부처님 위에서 변화하여 일산이 되는 것을 보았다. 그때에 사부 대중들이 각기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것은 무엇으로 생긴 상서로움이기에 광명이 저렇게도 찬란합니까? 또 대지(大地)는 왜 크게 진동하며 갖가지 보배꽃이 부처님 앞에 변화로 나타나는 것입니까? 왜 흩어진 모든 꽃은 여러 부처님 위에서 변하여 보배 일산이 되는 겁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것은 모두 경전의 변화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 경전을 건립하여 모든 곳에 유포(流布)하는 것이니, 이를 받은 이는 마땅히 알아서 생각해야 할지니라.”
그때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세존의 성스러운 뜻의 덕도 이 경전으로 건립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이 경전으로 건립하고 보호하였으니, 현재의 부처님도 또한 이와 같이 동등하여 차이가 없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이 경전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며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경의 이름은 『불의과실제덕적상(不猗果實除德迹想)』이라 부를 것이요, 또『지신봉법도적왕래불환무착성문연각(持信奉法道迹往來不還無着聲聞緣覺)』아라고 이름하며, 또『개화폐마(開化弊磨)』라고 이름하며, 또 『준봉육도무극(遵奉六度無極)이라고 부르리니, 마땅히 그렇게 지녀야만 하리라. 왜냐 하면 이 경전을 듣고 만일 믿고 즐거워하는 이가 있으면 곧 마땅히 여섯 가지 도무극(度無極:波羅蜜)을 원만히 갖추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난이 또 여쭈었다.
“어떻게 믿고 즐거워하며 받들어 지녀야 여섯 가지 도무극을 원만히 갖출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족성자와 족성녀가 이 경전에 대하여 믿고 기뻐하여 의심하지 않고 보시하면 보시도무극이요, 계율을 헐뜯어 잃지 않으면 금무극(禁無極:持戒波羅蜜)이며 인욕행을 잘 닦으면 인무극(忍無極:忍辱波羅蜜)이며, 또한 게으르지 않고 비겁하거나 나약함을 여의면 진무극(進無極:精進波羅蜜)이요, 하는 바를 일으켜 세워서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선무극 (禪無極:禪定波羅蜜)이며, 일체를 기억하지 않고 모든 법을 평등하다고 생각하면 지무극(智無極:智慧波羅蜜)이니 이런 까닭에 아난아, 이 경의 이름을 『육도무극(六度無極)』이라고 말하였으며, 또『불퇴전륜방등법(不退轉輪方等法)』이라고 말하였느니라.”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의 이름만 들어도 크게 요익(饒益)한데 하물며 받아 지녀서 외우고 독송하는 사람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아서 이 경을 만나기 어렵느니라.”
아난이 또 여쭈었다.
“이 경의 이름을 들으면 몇 겁이나 초월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경의 이름을 듣고 물러나지 않고 환희하면서 믿는 이는 곧 마땅히 무수한 천백 겁 동안 나고 죽는 근심을 초월할 것이니라.” “가령 또 다시 들어서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믿음을 내어 도의 마음을 내면 이러한 중생은 어떻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부처님께서 모두 수결(授決:授記)을 주어 위없는 정진도의(精進道意)를 얻을 것이니라.”
그때 이 모임의 사부대중들 개개인마다 그 앞에 변화로 만들어진 연꽃의 광명이 한량없었다. 그 낱낱의 꽃은 무앙수(無央數) 백천이었고 모든 꽃에 대해 각각 기쁨을 내어 연꽃을 가져다가 세존께 공양하면서 똑같은 음성으로 찬탄하며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우리들로 하여금 세상마다 이 법을 만나 지금처럼 분별하여 설법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때 부처님께서 곧 빙그레 웃으셨다. 그러자 문득 훌륭한 음악이 저절로 울리면서 향기가 시방에 그윽하였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천(千) 하늘이 공중에서 꽃 비를 내리고 전단(栴檀)ㆍ속금(粟金)ㆍ천심화(天心華) 등을 내렸으며, 모든 하늘이 옷을 벗어 세존 위에 뿌렸다.
현자 아난이 합장하고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웃으신 것은 거짓이 없으실 것이니, 틀림없이 이 모임에 어떤 뜻이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모든 사대부중들과 하늘ㆍ용ㆍ귀신과 사람ㆍ사람 아닌 것 등이 이 경을 들으면 후세에 태어나는 곳마다 문득 이 경을 만나게 되어 그 이치를 연설하되, 오늘의 나와 같아서 조금도 다름이 없을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