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야기경(佛說耶祇經)

불설야기경(佛說耶祇經)

송(宋) 저거경성(沮渠京聲)한역 권영대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가내국(迦奈國)에 계셨다. 나라 안에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매우 부자였으며 이름은 야기(耶祇)였다. 그는 본래 96종 외도를 섬겨서 복을 구하여 왔었는데, ‘사람이 부처님을 섬기면 부귀와 장수(長壽)와 편안함을 얻으며 나고 죽음을 벗어나는 복을 얻어 세 가지 나쁜 갈래에 들지 않으며, 다시는 애써 수고롭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야기는 ‘나는 이제 외도를 버리고 마땅히 부처님을 섬기는 것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는 이내 부처님 처소에 가서 머리를 땅에 대어 부처님께 절하고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본래 못나고 어리석으며 아는 것이 없는데, 부처님의 도는 크고 넓으며 크게 자비하여 널리 건지며, 또한 부처님께서는 천상과 천하와 사람 가운데서 높으신 이로 모든 것을 편안토록 하신다기에 저는 이제 섬기던 외도를 버리고 부처님께 귀명코자 하오니 부처님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어 저에게 가르침을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말한 것은 매우 훌륭하다. 스스로 생각해서 악을 그만두고 선을 행한다면 어찌하여 안온함을 얻지 못할까를 걱정하느냐.”

야기는 아뢰었다.

“제가 섬기던 것이 참이 아니기에 부처님께 귀명하오니 저희들을 불쌍히여기시어 탁하고 더러운 행을 버리게 하고 부처님의 맑고 깨끗하신 수기를 주소서.” “네가 곧 그러할진대 매우 훌륭하도다.”

야기는 나아가서 5계를 받았는데, 첫째는 산 것을 죽이지 않음이요, 둘째는 도둑질 하지 않음이요, 셋째는 음란하지 않음이요, 넷째는 이간질ㆍ나쁜 말ㆍ망령된 말ㆍ꾸민 말을 하지 않음이요, 다섯째는 술 마시지 않음이었다. 세 번 되뇌고 일어나서 부처님을 세 바퀴 돌았으며, 7일 동안 재계하고 떠나갔다.

그런 뒤 다른 나라에 다녔는데 다른 사람이 살생하여 사냥하거나 남의 재물을 훔치는 것을 보고 야기는 곧 따라하고 싶어했으며, 예쁜 여자를 보면 마음에 탐냈고, 남의 옳고 그름을 보면 곧 변론해서 말하였으며, 남이 술 마시고 취하여 어지럽게 굴면 곧 따라하고 싶어서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였다. 야기는 후회하며 생각하였다.

‘나는 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섬기지 못하겠으니 5계를 부처님께 되돌려야겠다.’

곧 부처님 처소로 가서 머리 조아려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전에 부처님께 5계를 받았는데 금지하는 것이 많아서 제 맘대로 할 수 없습니다. 이제 생각건대 파하고 싶어 부처님을 섬길 수 없겠습니다. 부처님의 법은 높고 무거워 제가 받들어 섬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도로 5계를 돌려드릴 수 없습니까? 그렇게 될 수 있는지요?”

부처님께서는 아무 말 없이 대답하지 않으시더니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절로 어떤 귀신이 나타나서 쇠몽둥이를 들어 야기의 머리를 부수었으며, 또 어떤 귀신은 옷을 벗겼으며, 또 어떤 귀신은 쇠갈고리로 그의 혀를 빼었으며, 또 어떤 음녀귀신은 칼로 음부를 베었으며, 또 어떤 귀신은 끓는 구리물을 입속에 부었다. 앞ㆍ뒤ㆍ좌ㆍ우에서 모든 귀신들은 앞을 다투어 와서 살을 찢어갔다.

이리하여 야기의 눈에는 냄새가 풍기고 얼굴을 흙빛이더니, 저절로 불이 일어나 그의 몸을 태워서 살래야 살 수 없고 죽을래야 죽을 수 없었다.

귀신의 다툼이 이렇게 심함을 부처님께서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며 야기에게 물으셨다.

“너는 이제 어떻게 할 테냐?”

야기는 입이 붙어서 말은 할 수 없고 다만 손을 들어 제 자신을 치면서 부처님께 애걸하였다.

부처님께서 곧 광명을 놓으시니 귀신들은 모두 무서워하며 달아났으며 야기는 곧 소생할 수 있어서 다시 일어나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의 마음속에 있는 이 다섯 도적이 저를 죄악 속으로 이끌어서 그러한 나쁜 말을 하였으며 이제 그 죄를 받았으니, 제가 부처님의 말씀을 어기고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저를 어여삐 여기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마음과 입이 지은 것이니 누구를 허물하겠느냐?”

야기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늘부터는 스스로가 고치고 다시 5계를 받들어 지니며 1년에 세 번, 한 달에 여섯 번 재계하고 향 사르고 등불 켜 삼존께 공양하겠으며 몸이나 입이나 뜻으로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렇게도 참 훌륭하구나. 너의 눈이 보는 바와 몸의 행하는 바가 스스로 지어 스스로 얻나니 선을 지으면 선과를 얻고, 마음에 착하지 못함을 생각하면 좋지 못한 과를 받는다. 부처님은 법 중의 스승으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악을 버리고 선을 하여 뒤에 길이 해탈을 얻게 하시며, 하늘이나 사람 중 어리석은 이를 다 지혜롭게 하여 다시는 애써 수고롭지 않게 하시니, 이제부터는 고치어 선을 닦고 사람을 그르치는 근본을 짓는 마음과 뜻을 들어주지 말라.”

부처님께서 경을 말씀하시자 야기는 마음과 뜻이 열리고 풀리어 곧 수다원도(須陀洹道)를 얻고 기뻐하며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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