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의 공덕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취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당시에 선나다라는 스님이 있었다. 그는 언제나 산림의 조용한 곳에 앉아서 수행에 정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스님의 굳은 구도에 동정하여 매일 매일 음식을 보내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처음뿐이지 얼마 아니하여 사람들은 이 스님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 사람들 가운데 오직 한 여인만은 시종 변함없이 나날이 스님에게 음식을 날라다 주었다.
선나다에 대한 여인의 마음은 점점 변해 갔다. 그도 여인의 마음을 느끼고 남몰래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그러나 부처님의 계율을 생각하고 이 망녕된 생각을 물리치려고 더욱 정전하였다. 도를 닦으려는 마음과 사랑에 끌리는 마음과의 괴로운 시련이 며칠인가 계속 되었다.
여인은 매일 숲을 찾아 그를 유혹한다. 그는 마침내 여자의 유혹에 이겨내지 못하고, 육(肉)의 충동에 몸을 맡기어, 여자와 서로 끌어안고 부처님의 계율인 여자를 범하는 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부정한 짓을 한 그는 크게 놀라고 깨달아, 범한 죄를 뉘우치는 나머지 미친 사람같이 되어 버렸다.
그는 벗어 버렸던 가사만을 어깨에 걸치고 알몸으로,
『도둑이야, 도둑이야.』
하고 외치면서, 쫓기듯이 여인의 손에서 벗어나 숲을 빠져 나와 마을을 뛰어 돌아다녔다.
마을 사람들은 이 꼴에 크게 놀라,
『어떻게 된 일이냐? 도둑에게 무엇을 빼앗겼느냐?』
하고 물으니 그는 슬피 울면서,
『번뇌의 도둑에게 나는 지금까지의 수행을 몽땅 빼앗겨 버렸다.』
고 말하였다.
그는 스님으로서의 자기에게 앞서 음식을 보내어 준 사람들과 자기와 동행인 스님들에게 숨김없이 자기가 저지른 죄를 자백하였다. 사람들은 이 가엾은 스님을 동정하였다. 그리고 스님 한 사람이 말하였다.
『하사 성자는 계율에 밝은 분이다. 성자한테 가 보게, 자네가 범한 죄를 씻어 주실 것일세.』
이에, 그는 하사 성자를 찾아가 뵙고 그 죄를 자백하고, 어떻게 하면 이 죄업을 소멸시킬 수가 있겠는가 물었다. 성자는 다 듣고 나서,
『네가 참으로 죄를 씻기를 원한다면, 내가 하라는 대로 하겠는가?』
『이 죄가 소멸된다면 어떤 일이든지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이에, 성자는 큰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장작을 쌓고 불을 질렀다. 불길은 맹렬하게 구덩이 전체에 퍼져, 보기에도 무서운 불구덩이가 되어 버렸다. 성자는 그를 데리고 불구덩이 옆에 왔다.
『저지른 죄를 소멸시키고 싶거든 이 속에 뛰어들어야 한다.』
성자는 엄숙한 얼굴로 그에게 선고하였다.
다만, 성자는 넌지시 불구덩이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중들에게 미리 말해둔 것이 있다.
『이 중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곧장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려거든 붙잡으라.』
하고. 그런데, 그는 성자의 선언을 받자마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다짜고짜 불구덩이로 뛰어들려 하였다. 성자의 분부대로 다른 스님들은 불구덩이로 뛰어들려는 그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성자는 빙그레 웃으며 그에게 말하였다.
『너의 죄는 이제 말끔히 씻기었다. 너의 죄는 이미 소멸되었다. 다시 번뇌에 사로잡히지 말라. 어서 가서 수행길에 오르라.』
이리하여, 그 스님은 진심으로 성자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였다. 그리고 죄에서 해방되어 몸도 마음도 가볍게 다시 본디의 길로 돌아갔다. 그 뒤에 그는 정진에 정진을 거듭하여 수행을 쌓아 아라한의 지위를 얻었다고 한다.
<毘尼母經 第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