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신일경(佛說申日經)

불설신일경(佛說申日經)

서진(西晉)월지(月氏) 축법호(竺法護) 한역 권영대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의 영조정산(靈鳥頂山)에서 큰 비구 무리 1,250인과 함께 계셨다.

그때 왕사성에 전라일(旃羅日)이라는 큰 부자 장자가 있었다. 그는 재물이 한량없었고 불법을 공경히 믿었으며, 뭇 스님들에게 공양하였고 정진은 남들이 미치기 어려웠다.

그 장자에게 신일(申日)이라는 아우가 있었다. 그는 불법을 믿지 않고 모든 사술(邪術)을 신봉하여 형이 바른 법을 받드는 것을 보고 늘 화를 내고 미워하였다. 그가 모시는 스승은 불란가섭(不蘭迦葉)이었다.

불란가섭 등 5백 인이 신일에게 말하였다.

“지금 너의 형만이 우리를 모시지 아니하며 참 도를 알지 못하고 도리어 부처님을 믿는구나.”

그때에 전라일은 외도들이 함께 논의하는 것을 알고 신일에게 말하였다.

“내가 내일 그대의 스승을 청하고자 하는데, 외람되지만 내 집에 올지 모르겠구나.”

신일이 대답하였다.

“꼭 가서 전하겠습니다.”

신일은 곧 스승의 처소로 가서 꿇어앉아 아뢰었다.

“저의 형이 지금 항복하여 여러 어른[大人]들을 청하고자 하니 내일 외람되지만 그 집으로 가셔서 음식을 드십시오.”

스승이 말하였다.

“참 좋구나. 그 청을 받아들이겠다.”

그때 신일은 돌아와서 그 형에게 아뢰었다.

“이제 청을 수락하셨으니 내일 꼭 오실 것입니다.”

그때에 전라일은 많은 사람들[人客]에게 문 가운데 땅을 파서 깊이가 5척(尺)인 큰 구덩이를 만들게 하고, 푸르스름한 더러운 진흙으로 그 구덩이를 채우고는 그 위를 얇게 덮어 평지처럼 되게 하였다. 또 미리 5백 개의 펴접는 상을 만들되 하나의 발만을 만들어 천으로 가리고 5백 개의 발우에는 익은 타락을 담게 하였다. 이렇게 차리고서 외도들을 기다렸다.

이튿날 시간이 되어 그들은 청한 곳에 왔는데, 모든 니건자(尼犍子)들은 질서가 없이 마구 어깨를 비비면서 먼저 들어가고자 하였다. 마침 문 가운데 이르자 모두 제각기 달리다가 갑자기 흙구덩이에 떨어져서 옷을 더럽히고는 화를 내며 되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때에 전라일은 사람을 시켜 만류하고 그 뜻을 설명하였다.

“이것은 오래된 흙구덩이입니다. 도인들께서 모르고 이 구덩이에 떨어졌습니다. 일부러 만든 것이 아니니 화를 내시지 마십시오. 들어가셔서 음식을 드십시오.”

의복을 갈아입히고는 다 청하여 들어가게 하였다. 문안에 들어가자 먼저 타락 그릇[酪器]을 주어서 다들 손에 쥐고 앉게 하였다. 걸상에 앉자 걸상이 모두 넘어졌다.

5백 도인은 모두 땅에 넘어졌으며 발우의 타락이 얼굴과 옷에 쏟아졌다.

그때 모든 도인들은 더욱 화가 나서 신일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우리들에게 귀의했는데, 너의 형과 공모하여 우리들을 욕되게 함이 적지 않다.”

이때에 신일도 매우 언짢았고 도인들도 화가 나서 모두 떠나려고 했다.

그때에 전라일은 다시 만류하고는 방편으로 비유해서 말하였다.

“그대들이 진흙 속에 빠졌을 때 몸뚱이가 검고 매우 추악하던 것은 그대들의 도와 같고, 이제 타락이 희어서 그 빛깔이 곱고 깨끗한 것은 불도(佛道)와 같소. 그대들이 받드는 술(術)을 버리고 우리 도(道)로 오는 게 좋지 않겠소?”

모든 외도들은 다시 말하지 않고 화가 나서 가버렸다.

이튿날 신일은 스승의 처소에 나아가서 꿇어앉아 스스로 진술하였다.

“저의 형이 무례하여 법을 그르쳤습니다. 저는 참으로 몰랐습니다. 스승은 불쌍히 여기시어 허물하지 마옵소서. 그러나 이제 기어코 스승을 위하여 어제의 원수를 갚겠습니다. 저의 형은 진흙 구덩이와 타락으로 스승을 욕보였지만 제가 이제 갚는 것은 반드시 그것보다 더하겠습니다. 저의 형이 모시는 스승을 청하되 문안을 파서 다섯 길[丈] 깊이로 하고 그 속에 불을 넣고 그 위를 얇게 덮으며 여럿의 밥을 준비하되 다 그 속에 독약을 넣겠습니다. 그리하면 부처가 와서 만약 불구덩이 속에 안 떨어지면 반드시 독밥을 주어서 그것으로 죽이겠습니다. 스승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때에 스승이 대답하였다.

“만일 불세존이 지혜가 많고 영특하여 과거와 미래의 일을 알아서 다른 사람이 의논하는 일을 번번이 미리 안다면, 그대가 비록 그렇게 하고자 하지만 잘 될 수 있을까?”

신일이 다시 말하였다.

“우선 청합시다. 만약 받아들인다면 아는 것이 없는 것이요, 정녕코 밝다면 저의 청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스승이 대답하였다.

“매우 좋다.”

이때 신일은 왕사성을 나와서 영조산으로 갔다.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부처님과 제자들을 청하고자 하니, 빛나는 몸을 굽히셔서 집에 오시어 변변치 않는 음식이나마 드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 좋구나.”

이에 신일은 좋아하고 물러가서 스승에게 말했다.

“부처가 이미 청함을 받아들였으니 아는 것이 없습니다. 구덩이를 파고 독밥을 준비할 따름입니다.”

그때에 모든 외도들은 다들 좋아하여 번갈아 지껄이며 큰 경사로 여겼다.

신일에게 전라법(旃羅法)[한나라 말은 월광 동자이다.]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는 전 세상에서 불경을 배워 신령하고 용맹스런 뜻이 있었고 뜻을 대승에 두었다.

그는 아버지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큰 성인인지라 신통을 이미 통달하여 앞으로 무궁(無窮)을 알고 뒤로 무극(無極)을 보시므로 꿈틀거리는 벌레들의 마음과 뜻과 생각하는 바도 다 미리 아십니다. 삿되고 어두운 나쁜 사람들의 말을 들어서 무거운 죄를 받지 않도록 하십시오.”

그때에 전라법이 다시 아버지께 아뢰었다.

“가령 겁이 다하도록 불을 가득히 하여 삼천세계에 두루 퍼지고 또한 모든 독을 모아 수미산만하더라도 오히려 부처님의 한 터럭을 움직이지 못할 것인데, 하물며 이 작은 구덩이로 해치고자 합니까? 이제 아버지가 하시는 일은 비유하자면 반딧불이 자기의 조그만 빛으로 해와 달을 가리고자 하는 것과 같고, 비유하자면 작은 새가 그 몸뚱이로 철위산을 부딪쳐 무너뜨리려다가 도리어 제 몸만 부술 뿐 아무런 얻음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모든 외도들의 하는 짓이 이와 같으니 부처님을 청하지 마십시오.”

그의 아버지는 믿지 않았기 때문에 앞의 계획대로 하였다.

이튿날 때가 되자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공양이 이미 준비되었으니 오시기 바랍니다.”

이에 여래께서 곧 일어나시어 출발하시면서 큰 광명을 놓으시니 일체에 사무치었다.

이때 시방에는 열 명의 보살이 있었는데 모두 불퇴전[阿惟顔] 보살이었다. 그들 낱낱 보살은 각각 억백의 나유타 무수한 보살들과 함께 날아와 모이는데, 각각 보배 꽃ㆍ이름난 전단향과 여러 풍악으로써 세존께 공양하고 왕사성에 나아가 여래께서 어떻게 하시는가를 보고자 하였다.

그때에 신일의 집에는 금빛 광채가 있어서 밝기가 해와 같았다.

전라법이 아뢰었다.

“이제 부처님께서 집에 금빛 광명을 나타내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출발하시자 이러한 감응이 있으니 가서 만류해서 나오시지 말게 하십시오.”

아버지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

이때 신일의 첫째 부인의 이름은 월우(月羽)이며 전라법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이 징조를 보고 뛸 듯이 기뻐하였으며 곧 위없는 보리를 일으켰다.

이에 전라법이 어머니에게 아뢰었다.

“이제 5백 부인에게 명령하여 장엄하고 나와서 여래를 뵙도록 하십시오. 왜냐하면 세존은 만나기 어렵습니다. 억백천 겁이라야 부처님께서 나오십니다.”

5백 부인은 다 명을 받들어 기뻐하며 부처님을 모시려 하였다.

부처님께서 성에 드시면서 발로 문턱을 밟으시니 삼천 국토가 다 크게 진동하였다. 모든 병든 이는 다 나았고 장님은 보고 귀머거리는 들으며 벙어리는 말하고 절름발이는 다녔으며 모든 독이 든 이는 그 독이 작용하지 못하였다. 모든 악기는 치지 않고도 저절로 울렸고 금ㆍ는 등 7보는 소리를 내었으며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은 서로 화답하여 우짖었다.

그때에 시방의 신과 모든 천인들은 각기 셀 수 없는 높은 신들과 함께 모두 따라서 신일의 집으로 왔다.

부처님께서 불구덩이를 밟으시니 변하여 목욕 못으로 되었으며, 가운데 연꽃이 났는데 크기는 수레바퀴와 같았고 꽃은 천 잎이고 줄기는 7보로 되었으며 빛깔은 매우 고왔는데 부처님께서 그 위를 밟으셨다.

모든 보살들이 밟은 꽃에서는 5백 잎이 나왔으며 제자들이 탄 꽃도 5백 잎이 났다.

신일은 불구덩이가 이렇게 변함을 보고 마음에 놀라 곧 매우 두려워하며 머리대어 절하였다. 부처님께서 집에 드시니 보살ㆍ제자들은 다 자리잡고 앉았다.

신일은 참회하고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크게 무례하여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제 밥 속에 모두 독이 있습니다. 다시 차리겠으니 조금 기다려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독밥을 가져 오라. 내가 먹겠노라.”

신일은 기뻐하면서 곧 분부대로 하였다. 밥을 나누고 두루 골고루 돌렸다.

주문을 외우며 받으시니 그 독밥은 온갖 맛난 것으로 변하여 향기가 시방에 풍겼다. 이 밥 냄새를 맡은 이는 저절로 배가 불렀고 몸이 안온해졌으며 다 위없는 평등한 도의 뜻을 내었다.

밥 먹기를 마치고 5백 부인과 전라법은 부처님께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

장자 신일은 조그만 걸상을 집어 부처님 앞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의 신통에는 3달지(達智)가 있습니다. 저희들이 생각했던 일을 부처님께서는 이미 아셨을 터인데 미리 저희들에게 깨우쳐 주시지 않으셨기 때문에 저희들이 법답지 못한 생각을 일으키어 이런 나쁜 일을 저지르게 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어찌 저희들이 의논한 일을 모르셨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신일에게 말씀하셨다.

“옛적 아승기겁 전에 부처님이 계셨는데 이름이 제화갈(提和竭) 여래였다. 바르고 옳게 깨달은 이가 되시어 밝음이 한량없으셨으며 모든 게으르고 피폐한 이를 건지셨다. 여러 보살과 무수한 큰 제자들과 함께 성에 드셨다.

그때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비타위(鞞陀衛)였다. 그는 때마침 성에 나갔었는데 한 바라문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곱고 깨끗하여 견줄 수 없는 이름난 꽃을 갖고 있었다. 그때에 장자의 아들은 곧 은전 5백으로 꽃파는 여자로부터 꽃 다섯 줄기를 사서 부처님 위에 흩으니 부처님께서는 곧 수기를 주시면서 ‘너는 무수한 아승기겁 뒤에 부처가 되리니 이름이 석가문(釋迦文)이리라. 네가 부처가 될 때에 신일이란 장자가 있으리니 외도들과 어울려 반역을 도모하여 불구덩이와 독밥으로 너를 시험하려 할 것이다. 이런 악을 저지르지만 너로 인하여 제도되리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신일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에 장자였던 이는 지금의 나이다. 나는 그때 여래로부터 수기를 받고 곧 밝은 결(決)의 정(定)을 얻어서 너의 이름이 있으리라는 것을 모두 미리 알았거늘, 하물며 네가 어제 모의한 일을 어찌 알지 못하였겠느냐. 모든 부처님의 훌륭한 방편ㆍ지혜는 인연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장자 신일은 부처님께서 말씀하는 것을 듣고 곧 법인을 얻었으며 다시 스스로 찬탄해 말하였다.

“여래의 지혜는 제도하지 못함이 없구나. 지금 내가 다시는 죄를 받지 않을 것을 밝게 아셨도다. 왜냐하면 과거세에 정광여래께서 미리 내 이름을 말씀하시고 마땅히 부처님께 제도된다고 하셨으니 이렇게 보면 다시 죄를 받지 않으리라.”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서 법을 설하셨다. 장자ㆍ거사 등 무앙수의 사람들과 외도들 5백 명은 다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으며 5백 부인은 곧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이르렀다.

월광동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부처님을 찬탄하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오는 세상에서 부처가 된다면 저의 국토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악한 마음이 없고 모두 질박하게 하며, 만약 악한 나라가 있어서 사람들이 사납거나 5탁천세(濁賤世)이면 제가 그 가운데서 열어 교화하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월광동자가 말한 것을 들었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예,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열반에 든 뒤 천년 뒤에 경법(經法)이 끊어지려고 할 때에, 월광동자는 진(秦)나라에 태어나서 거룩한 임금이 되어 나의 경법을 받고 도의 교화[道化]를 융성하게 하며, 진나라와 여러 변두리 나라인 선선(鄯善)ㆍ오장(烏長)ㆍ귀자(歸玆)ㆍ소륵(疎勒)ㆍ대완(大宛)ㆍ우전(于塡) 및 모든 오랑캐[羌虜夷狄]들이 모두 부처님을 받들고 법을 존중하며 많이 비구가 될 것이며, 일체의 남녀가 신일경을 듣고 전에 지었던 죄가 모두 없어질 것이다. 세존께서 응하여 건지심이 이와 같아서 이러한 죄를 지었어도 오히려 제도되는데 하물며 지극한 마음으로 불도를 배우는 사람이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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