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십지경(佛說十地經) 제2권
01. 보살극희지(菩薩極喜地) ②
“또 보살이 이와 같이 이미 모든 큰 서원을 내어 감당해 내는 마음과 부드러운 마음과 조화로운 마음을 얻어서 깨끗한 믿음을 성취하여 모든 부처 정등각이 본래 들어간 행(行)으로 바라밀을 닦아 증득하고 모든 훌륭한 자리를 닦아 증득하며, 모든 힘을 성취하고 무소외를 원만히 하며, 불공불법으로도 불가사의한 부처님의 법성을 빼앗을 수 없으며, 중간도 없고 극단도 없는 매우 깊은 여래의 경계를 끌어내며, 무량한 여래가 행한 신과(信果)의 성취에 따라 들어감을 믿을 수 있습니다. 요약해 말하면 일체 보살의 바른 행과 나아가 불지(佛地) 해석에 대한 가지(加持)를 믿을 수 있습니다.
또 보살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모든 불법은 이와 같이 매우 깊고 이와 같이 적정(寂靜)하며 이와 같이 적멸(寂滅)하고 이와 같이 성품이 공하였으며 이와 같이 상(相)이 없고 이와 같이 원이 없으며 이와 같이 끝이 없고 이와 같이 광대하며 이와 같이 한량이 없고 이와 같이 증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저 어리석은 범부들은 사견(邪見)을 가진 마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무명의 어둠이 의식을 계박해 둘러싸기 때문에, 교만의 깃대가 높이 세워져 계탁하기 때문에, 갈애(渴愛)의 그물로 인하여 희구하다는 생각을 내기 때문에, 아첨과 속임이 빽빽한 의요(意樂)를 쫓기 때문에, 인색함과 질투가 태어난 곳에 상응하여 가행(加行)하기 때문에, 탐(貪)·진(瞋)·치(癡) 3독이 쌓은 업 때문에 분노와 원망으로 마음의 불꽃을 활활 태우기 때문에, 전도(顚倒)와 상응해서 업의 작용을 끌어내기 때문에, 욕유(欲有)와 무명루(無明漏)에 얽매인 심·의·식(心意識) 때문에 이 삼계 안에서 후유(後有)의 싹을 내니, 이른바 명색(名色)이 함께 나서 서로 떠나지 않는 것이니, 명색이 자라나 6처(處)의 부락을 이루고 6처가 이루어진 뒤에는 서로 접촉하는 인연으로 수(受)가 있게 되며, 전전하여(展轉)하여 수(受)에 기쁨과 즐거움이 있게 되면 거기서 애취(愛取)가 증장하게 되고 애취가 증장한 뒤에는 유(有)를 성취하나니, 이러므로 생로병사와 우비고뇌(憂悲苦惱)가 있는 것입니다.
유정들의 고온(苦蘊)은 이리하여 생겨 나는 것이지만 나와 내 것을 떠나면 그것들은 진실이 아닌 허위이며 공하여 아무런 작용이 없고 움직임도 없으며 우둔한 것입니다. 비유하면 초목들이 제각기 그림자를 드리우면 저 유정들은 그것을 지각하지도 분별해 알지도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보살은 모든 유정들이 그 큰 고온(苦蘊)에서 해탈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 고통에서 구제하기 위하여 대비(大悲)를 내는 것이고 필경에는 안락한 열반에 머무르게 하는 까닭에 대자(大慈)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또한 불자들이여, 이렇듯 보살은 이것으로 대자대비(大慈大悲)에 수순하여 즐거운 마음을 증장시켜, 초지(初地)에 머무는 것입니다. 그러한 때에는 모든 것을 돌아보거나 아까워하지 않고 지혜로써 부처님의 묘지(妙智)를 간절히 희구(希求)하여 큰 보시를 닦아 행하니 무릇 모든 것을 다 보시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재물과 곡식 그리고 창고 등을 보시하거나, 금·은·마니·진주·유리·가패·벽옥·산호·자거·마노·돈·물건 등을 보시하거나, 보배로 장식한 장엄구와 영락(瓔珞)을 보시하거나, 훌륭한 코끼리·말·수레·가마 등을 보시하거나, 혹은 마음에 드는 사찰·집·정원·숲·누각·흐르는 샘·목욕하는 못 등을 보시하거나, 혹은 종·하인 등을 보시하거나, 국토·마을·성읍·왕도 등을 보시하거나, 처첩과 아들 딸 등을 보시하거나, 사랑하는 모든 것을 보시하거나, 머리·눈·손·발 등 모든 몸의 부분부분도 보시합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보시하는 와중에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 것은 지혜로써 모든 부처님의 묘지(妙智)를 희구(希求)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보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보살은 초지(初地)에 머물면서 큰 보시를 이룹니다.
또 보살이 이미 이와 같은 대자대비와 대사(大捨)를 기꺼워하는 마음을 얻었다면 이미 모든 유정(有情)들을 구제하고자 다시 세간과 출세간의 모든 이로운 일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찾아 나선 때에 마음에 권태가 없고 곧 이와 같이 권태가 없는 성품을 얻는데 권태가 없는 자는 일체의 논(論)에 있어서 나약하지 않기 때문에 이 보살은 모든 논에 대하여 지혜를 다 성취합니다. 그는 이와 같은 모든 논에 상응(相應)하여 마땅히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잘 헤아리므로 그 지혜는 하열(下劣)한 가운데서 뛰어납니다.
그리하여 모든 유정의 상응함과 적합함에 따라 바른 행을 닦기 때문에 이 세간 지혜를 성취하고 세간의 지혜를 얻은 후에 때에 맞추고 분수에 맞추고 역량에 맞추어 행하고 부끄러움으로 장엄한 마음이 이어짐으로서 부지런히 자리이타(自利利他)를 닦아 가행(加行)하며 이로써 보살은 부끄러움을 성취하여 바로 이와 같은 바른 가행 가운데서 모두 출리(出離)할 수 있어 물러나지 않고 변혁되지 않는 힘을 유지하는 성품을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보살에게는 견고한 힘이 지속되는 성품이 생겨 나고 보살은 이 견고한 힘이 지속되는 성품을 얻어 모든 부처님을 정성껏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또 교법 중에서 바르게 수행합니다. 보살은 이와 같이 10가지의 깨끗한 지법(地法)을 성취하나니, 이른바 깨끗한 믿음과 자비와 지혜와 보시와 버림 그리고 권태 없음과 모든 논(論)을 잘 앎과 세간을 잘 이해함과 부끄러움의 장엄과 견고한 힘이 지속되는 성품과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들입니다.
보살은 이 극희지에 머무르면서 광대한 견해와 원력으로 말미암아 나타난많은 부처님·백 부처님·천 부처님·백천 부처님·백천나유타(那庾多) 부처님·구지(俱) 부처님·백구지 부처님·천구지 부처님·백천구지 부처님·백천구지 나유타 부처님을 봅니다. 보살은 이 여래·응공·등정각을 뵈옵고는 모두 다 광대하고 증상된 의요(意樂)로 공경하고 존중하며 받들어 섬기어 의복·음식·침구·병에 맞는 의약과 모든 생활 도구를 공양해 바칩니다. 또 보살은 모든 오묘한 악기로 승가 대중을 공경하니 이 선근으로 모든 최상의 보리에 회향합니다.
이 모든 부처님께 공양함으로써 유정(有情)을 성취시키는 방편이 생겨나는데, 보시(布施)와 애어(愛語)로 유정을 성취시켜도 뒤의 2섭법(攝法)은 아직 완전히 통달되지는 못하니 오직 승해(勝解)의 힘만으로 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10가지 바라밀다 가운데 대체로 보시바라밀이 증상(增上)되고 나머지 다른 바라밀다는 힘을 따르고 분수를 따르지마는 수행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이 보살은 여여(如如)하게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유정들을 성취시키는 가행(加行)을 닦으며 모든 깨끗한 지법(地法)을 수지(受持)하여 수행해 나갑니다.
이러한 모든 선근을 일체지에 회향하는 자는 더욱 밝고 깨끗하게 되어서 비밀한 뜻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솜씨 좋은 연금사(鍊金師)가 금을 불에 넣어 여여히 단련하면 그것이 더욱 밝고 깨끗해져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불자여, 보살도 그와 같아서 모든 부처님께 여여히 공양하고 수습(修習)하여 유정들을 성취시키며 가행(加行)과 깨끗한 모든 지법(地法)을 수지(受持)하는 등 이러한 모든 선근을 일체지에 회향하는 자는 더욱 밝고 깨끗해져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음을 아십시오.
또 불자들이여, 보살은 이 극희지에 머물면서 모든 부처님과 보살과 선지식을 찾아가서 초지(初地)의 행상(行相)을 묻고 등류(等流)를 얻음에 싫증을 내거나 만족함이 없이 이 지지(地支)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2지부터 내지 10지(地) 중의 행상(行相)과 등류(等流)를 얻음도 그와 같습니다.
또 이 보살은 모든 지(地)에 있어서 다스려지는 것이든 다스리는 것이든 방편을 잘 닦아야 하고, 지(地)가 이루어지고 무너짐에 있어서도 방편을 닦아야 하며, 지를 얻어 닦음에 있어서도 방편을 닦아야 하고, 지지(地支)의 청정함에 있어서도 방편을 닦아야 하며, 지(地)에서 지(地)를 운행함에 있어서도 방편을 닦아야 하고, 지지(地地)마다 편안히 거처함에 있어서도 방편을 닦아야 하며, 지지(地地)의 수승함에 있어서도 방편을 닦아야 하고, 지(地)에서 지(地)로 다시금 퇴전(退轉)하지 않음에 있어서도 방편을 닦아야 하며, 모든 보살지가 청정해진 뒤에 여래의 지지(智地)로 옮겨 들어감에 있어서도 방편을 닦아야 합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이와 같이 모든 지의 행상(行相)과 방편을 끌어내어 보살의 초지에서부터 쉼없이 승진하여 10지지(智地)에까지 옮겨 들어가게 되면 쉼이 없는 행지(行地)의 지혜 광명으로 부처님의 지혜 광명을 증득하게 됩니다. 불자들이여, 비유하면 지혜롭고 수완이 좋은 상주(商主)가 많은 상인들을 거느리고 큰 성으로 가려 할 때, 출발하기 전에 그 길이 평탄해서 이익을 얻게 될 것인지 아니면 그 길에서 물러나 손해를 볼 것인지, 그리고 도중에 성공해 얻는 이익과 실패해 보는 손해의 차이를 묻고 거기에 대비해 여비와 양식을 장만하는 등 처음 출발하는 곳에서 비록 걸음을 떼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을 다 잘 알아야만이 큰 성에 도착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 큰 상주(商主)는 이와 같은 지혜로 헤아리고 계획하여 여비를 장만해 많은 상인들과 함께 험한 광야를 지나 자신과 상인들 모두 우환을 면하고 나아가 안전하게 큰 성에 도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의 큰 지혜 방편의 상주도 이와 같습니다. 저 초지(初地)에 머물면서 모든 지(地)에 있어서 다스려지든 다스리든 방편을 얻고 모든 지의 행상(行相)과 등류(等流)에도 방편을 얻으며, 모든 지를 닦아 얻음에도 방편을 얻고, 모든 지지(地支)를 청정케 함에도 방편을 얻으며 모든 지지(地地)마다 운행함에도 방편을 얻습니다. 또 모든 지지(地地)에 편안히 거처함에도 방편을 얻고 모든 지지(地地)를 수승히 함에도 방편을 얻으며, 모든 지지(地地)에서 퇴전하지 않음에도 방편을 얻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보살지(菩薩地)가 청정해진 뒤에 여래의 지지(地智)로 들어가는 방편을 얻습니다.
이 때에 보살은 광대하고 수승한 복덕과 성도(聖道)의 자량(資糧) 그리고 훌륭한 결택(決擇)을 위한 지혜 자량을 잘 받아서 한량없이 많은 유정이라 하는 상인들을 이끌고 일체지지(一切智智)의 큰 성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출발하기 전에 모든 부처님과 보살 그리고 선지식에게 가서 모든 보살지의 성도 공덕과 이 길에서 퇴전하는 과실, 그리고 길중에서의 성공과 길중에서의 실패와의 차이를 묻고는 그것에 대비한 광대한 복덕과 성도의 자량을 마련하는 등 출발지에서 나아가기 전부터 잘 압니다. 그래야만이 일체지지의 큰 성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는 이와 같은 지혜로 계획하고 헤아려 큰 복과 지혜의 성도(聖道) 자량을 갖추고서 한량없는 유정이라는 큰 상인들을 성취하여 저 생사 광야의 험한 길을 지나니 자신과 유정이라는 상인들이 모두 우환을 면하고 내지는 일체지지의 큰 성에 편히 도착하게 됩니다. 불자들이여, 그런 까닭에 보살은 모든 지(地)를 수행함에 있어 권태를 내지 않고 모든 차별을 장식해야 할 것입니다. 불자들이여, 이것이 보리살타가 초지(初地)인 극희지(極喜地)에 들어가는 문을 대강 설명한 것입니다.
여기에 머무르는 자는 그가 태어나는 곳에서 대체로 염부주의 왕이 되어 큰 자재를 얻어 항상 정법을 수호하고 큰 보시로 유정을 거두어들이며 좋은 방편으로 저 남은 유정들로 하여금 인색함을 멀리 여의게 합니다. 항상 큰 보시를 행함에 다함이 없고, 모든 하는 일, 보시(布施)든 애어(愛語)든 이행(利行)든 동사(同事)이든 모든 것이 다 부처님의 생각, 법의 생각, 승가(僧伽)의 생각, 보살의 생각, 보살행의 생각, 피안에 이르는 생각, 모든 지(地)의 생각, 무소외(無所畏)의 생각, 불공불법(不共佛法)의 생각에서 떠나지 않으며, 더 나아가서 일체 행상(行相)은 일체지지에 상응하는 승묘(勝妙)의 생각을 여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원합니다.
‘나는 모든 유정들 중에서 으뜸이 되고 훌륭함이 되며 특별한 훌륭함이 되고 묘함이 되며 미묘함이 되고 위가 되며 최상이 되고 길잡이가 되며 장군이 되고 장수가 되리라. 그리고 더 나아가 일체지지가 의지하는 곳에서 즐거이 이러한 정진을 일으키어 모든 가족과 재물 그리고 지위를 다 버리고 부처님의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하여 깨끗한 믿음으로 출가하고, 출가해서는 한순간 보살의 백 가지 삼매를 얻어 백 분의 여래를 친견하고는 그 부처님의 가지(加持)를 입어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백 세계를 진동시킬 수 있으며 백 국토에 이를 수 있고 백 세계를 비출 수 있으며 백 유정을 성취할 수 있으며 백 겁을 살고 앞뒤로 각각 백 겁에 들어가고 백 법문을 바르게 사유해 결택할 수 있고 백 몸을 나타내 보이매 몸마다 다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백 보살이 나투기를 기원합니다.’
이로부터는 원력 있는 모든 보살의 수승한 원(願)에서 비롯되는 모든 유희로서 혹은 몸, 혹은 광명, 혹은 신통, 혹은 눈, 혹은 경계, 혹은 음성, 혹은 행, 혹은 장엄, 혹은 승해(勝解), 혹은 가지(加持), 혹은 소작(所作) 등 이런 것들은 백천구지 나유타 겁이 되도록 세어도 다 셀 수 없습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은 이 뜻을 거듭 밝히기 위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어떤 이가 온갖 선을 모으고
깨끗한 법을 갖추어 닦고
천상과 인간에서 가장 존귀한 분께 공양하고
마음의 큰 뜻을 깨끗이 하고
오묘한 승해(勝解)를 성취하고
대비(大悲)의 도를 따라 행하는 것은
부처님 지혜 구하기 위해
이런 무상(無上)의 마음을 내는 것이네.
부처님의 열 가지 힘을 얻기 위하여
무소외(無所畏)를 얻기 위하여
부처님의 불공법(不共法)을 성취키 위하여
모든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큰 자비를 얻기 위하여
불찰을 장엄하기 위하여
큰 법륜을 굴리기 위하여
이러한 가장 수승한 마음을 내는 것이네.
한생각에 삼세를 알되
분별함이 없고
갖가지 때가 같지 않으나
이로써 세간에 나투어 보인다.
대강 말하노니
부처의 모든 훌륭한 공덕
그것을 구하기 위하여,
광대한 마음을 내나니
그 양은 허공계와 같음일세.
대비(大悲)는 우선이요, 지혜는 주인일세.
방편의 지혜로 거두어 주고
깨끗한 의요(意樂)가 지니는 바
여래의 힘은 한량이 없다네.
걸림이 없는 지혜가 앞에 나타나고
자연의 지혜에 수순하니
부처님 교훈을 모두 받으려
이러한 가장 수승한 마음을 내는 것이네.
불자가 처음으로 이와 같은
묘한 보배로운 마음을 내면
곧 범부의 자리를 뛰어넘어
보살의 바른 성품에 든다네.
여래의 집에 태어나니
그 종족에 결점이 없도다.
부처님의 거룩한 종자를 이어
결정코 최상의 깨달음 이루리.
이런 마음을 내자마자
바로 초지에 드니
뜻하는 생각엔 움직임이 없어서
바른 가행(加行)을 부지런히 닦네.
기쁨 많고 즐거움 많고
깨끗한 믿음 또한 많으며
지극히 큰 용맹심
그리고 뛸 듯한 기쁜 마음도 많도다.
다툼과 번뇌
그리고 성냄을 멀리하고
부끄러움과 공경 그리고 순박함으로
모든 감각기관을 잘 보호한다.
세상을 구할 최상의 이는
온갖 덕과 지혜를 갖추었나니
이런 것들을 나는 얻으리
이것을 생각하면 지극히 기쁘도다.
초지(初地)에 들자마자
이내 다섯 가지 두려움을
살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악명이 나는 두려움
죽는 두려움 악취에 나는 두려움 그리고
대중에 처해 나약해지는 두려움을 초월케 되네.
나와 내 소유에
탐착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까닭으로 모든 불자들은
모든 두려움을 멀리 떠난다.
항상 믿음과 공경 있고
항상 큰 자비를 행하며
부끄러워하는 공덕 갖추어
밤낮으로 선한 법을 늘린다.
정법의 동산에서 즐거이 노닐고
많이 듣기에 싫증 내는 법 없으며
들은 법을 사유하며
집착하는 짓을 멀리 여읜다.
이로운 공양을 탐하지 않고
오로지 평등한 마음을 내며
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지혜와
연려(緣慮)와 10력(力) 등을 구한다.
바라밀을 수행하고
아첨과 거짓을 멀리 떠나며
말한 그대로 닦아 행하여
항상 진실된 말을 지킨다.
여래의 집을 더럽히지 않고
보살의 배움을 버리지 않아서
일체지지(一切智智)의 마음은
태산과 같이 움직임이 없네.
세간 일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출세간(出世間)의 도에 들어가고
싫증을 내거나 만족하는 마음 없이
각분(覺分)의 자량을 마련한다.
항상 다른 생각 없이
오히려 더욱 훌륭한 도를 구하나니
이와 같이 법에 상응하면
초지에 잘 머무른다 한다.
큰 서원과 큰 용단과
단단한 큰 행을 일으키어
모든 세존께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기를 원한다.
모든 불법을 보호해 지니고
부처님의 도를 섭취(攝取)하며
항상 모든 부처님을 친견하여
가장 수승한 행을 닦아 행하리.
모든 중생을 성취하고
모든 세계에 두루 이르러
부처의 국토를 장엄하고
지혜로운 이로 충만케 하리라.
모든 보살 대중과 함께
일심으로 평등하게 수행하여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
짓는 바가 헛되지 않게 하리라.
모든 축생도 속에서도
일시에 정각을 이루리니
이러한 큰 서원은
한량없고 끝이 없도다.
만일 유정의 세계가 다하고
세계와 허공계
법계와 열반계
세간과 불흥계(佛興界)
모든 여래의 지혜 세계
그리고 마음이 반연하는 세계
여래의 지혜로 드는 세계
세법의 지전계(智轉界)
그 모든 것이 만약 다한다면
내 서원 또한 다하리요마는
그것들이 다할 때가 없다면
내 서원 또한 다할 때 없으리라.
이와 같이 큰 서원을 내어
마음이 유연하고 조순(調順)해지면
부처님의 공덕을 믿게 되고
모든 유정을 관찰할 수 있으리.
인연을 따라 일어남을 아나니
큰 자비심을 일으켜
이와 같이 고뇌하는 유정들을
내가 지금 구제해야 하네.
이 유정들을 구제하려고
갖가지 보시를 행하나니
왕의 자리와 진귀한 보물들
그리고 코끼리와 말과 수레를 보시하네.
머리와 눈 또 손과 발
내지는 몸의 피와 살
모든 것을 다 보시할 수 있지만
마음에는 근심도 후회도 없네.
갖가지의 논(論)을 구함에
그 마음에 권태로움이 없고
글자와 이치를 잘 알므로
세간의 행을 따를 수 있네.
부끄러움으로 스스로를 장엄하고
수행이 갈수록 견고해지며
한량이 없는 부처님을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네.
이렇게 항상 닦아 익힘에
밤낮으로 게으름이 없고
선근은 전전하여 밝고 깨끗해져
마치 금을 여러 번 달구는 것과 같네.
보살은 이 자리에 머무르면서
모든 자리를 다듬어
하는 일마다 아무 장애가 없고
두루 갖추어 끊이지 않네.
비유하면 큰 상주(商主)가
모든 상인의 동행 영도하기 위해
길의 험하고 평탄함 물어 알아
편안히 큰 성에 도착하는 것과 같다.
이 자리에 머무르는 보살도
이와 같음을 알아야 하나니
용맹스러워 장애 없어야
비로소 제10지에 이를 수 있네.
이 초지에 머무르면
큰 공덕의 왕이 되어
법으로 유정들을 교화할 때에
자비스런 마음에는 손해가 없네.
염부제를 통치함에
교화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어
모두를 큰 보시에 머무르게 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이루게 하네.
가장 수승한 도를 구하기 위해
국왕의 자리를 버리고
부처님의 가르침 안에서 출가하여
용맹하게 부지런히 수행하네.
그리하여 백의 삼매를 얻고
백의 부처님을 친견하며
백의 세계를 진동시키니
교화를 위한 비춤 역시 그러하네.
백의 유정을 성취시키고
백 겁의 일을 다 알며
백의 법문에 들어가고
백의 화신(化身)을 나타내 보이네.
그리고 백의 보살을 나투어
그들의 권속이 되니
그 원력의 자재한 힘은
이 수보다 많아서 무량하리.
나는 지(地)의 이치에 대해
대충 간단히 설명했지만
만일 자세히 분별하려면
억겁에도 다하지 못하리.
보살의 가장 훌륭한 도는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니
이와 같이 초지의 법을
나는 이제 다 설명했다.
02. 보살이구지(菩薩離垢地)
모든 보살들이
가장 수승한 미묘법을 듣고
그 마음이 청정해져서
모두 다 기뻐하였네.
그리하여 모두들 그 자리에서 일어나
허공 중에 솟아 올라서
최상의 오묘한 꽃들을 널리 흩으며
동시에 함께 칭찬하였네.
장하여라, 금강장보살
큰 지혜에 두려움이 없는 이여
이 자리의 보살들이 행하는
그 법을 잘 설명하였네.
해탈월보살은 대중의
마음이 다 청정해져서
제2의 갖가지 행상(行相)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았네.
이에 금강장보살에게 청하길 .
큰 지혜를 가진 이여, 설명하시길 바라나니
불자들은 제2지의 머무름에 대해
즐거이 들을 것이네.
그 때 금강장보살은 보살 대중에게 말하였다.
“여러 불자들이여, 만일 보살이 초지를 잘 빛낸 뒤에 다시 제2의 보살지지(菩薩智地)를 구하려 한다면 마땅히 10가지 생각을 일으켜야 합니다. 어떤 것이 그 10가지인가? 이른바 정직한 생각, 부드러운 생각, 감당해 내는 생각·조복(調伏)하는 생각·고요한 생각·지혜롭고 선한 생각·잡되지 않은 생각·연연하거나 아까워하지 않는 생각·훌륭하고 오묘한 생각·광대한 생각이니, 이 열 가지 생각을 낸 뒤에야 바로 보살의 제2지인 이구지(離垢地)에 머무를 수 있을 것입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이구지에 머무를 때는 제 성품으로 10가지 선업의 도를 성취하여 살생을 멀리 여의고 칼과 몽둥이를 버립니다. 또 성냄과 원망을 품지 않으며 부끄러워할 줄 알고 너그러움과 용서를 두루 갖추어 목숨이 있는 유정에 대해 항상 자비를 갖고 이롭게 해 주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보살은 항상 생명이 있는 것들을 헤아려서 괴롭히거나 해치는 일을 하지 않는데, 하물며 다른 유정에 대해 일어나는 유정이라는 생각을 바른 뜻이라 여기어 거친 신업[麤身業]으로 살해를 행하겠습니까.
또 주지 않는 것은 취하지 않고, 자신의 재물과 지위에 항상 만족할 줄 알고 자비가 있어서 다른 세상의 재물과 지위를 파괴하지 않으며 만일 남에게 속한 물건이 있으면 남의 물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종 이것에 대해 도둑질할 마음을 내지 않으며, 더 나아가 풀잎도 주지 않으면 취하지 않거늘 하물며 그 이외의 생활 도구이겠습니까.
또 사음(邪淫)을 행하고자 하는 마음을 여의어 제 아내에게 항상 만족할 줄 알고, 남의 아내, 남에게 속한 여자, 남의 처·첩·친족, 그리고 혼인법에 의해 보호 받는 여자에 대해서 전혀 탐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데, 하물며 음양이 한몸인 부류와 인간이 아닌 부류와의 음행이겠습니까.
또 망령된 거짓말을 여의어 항상 실다운 말, 참된 말, 때에 맞는 말을 합니다. 심지어 꿈속에서라도 남의 마음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하는 것을 숨기거나 기꺼이 비춤을 참을 수 없는데 하물며 일부러 범하는 것이겠습니까. 이간하는 말을 멀리 여의어 항상 모든 유정을 파괴하거나 해치려 하지 않는 까닭에 바른 행을 닦고 이 말로써 그를 파괴하지 않으려 하므로 이 말을 그에게 말해 주고, 그 말로써 이를 파괴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그 말을 이에게 전해 줍니다. 그리하여 파괴하지 않은 것은 파괴되지 않게 하고 이미 파괴된 것은 더 파괴되지 않게 합니다. 그러므로 이간을 기뻐하지 않고 이간을 즐기지 않으며 이간하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또 진실이든 진실이 아니든 추악한 말을 떠나는 것입니다. 이른바 쏘아서 쓰리고 거칠어 찔리는 말을 하여 남으로 하여금 성내어 등지게 하거나 슬프게 하며 천박하고 비열하여 듣기가 좋지 않는 말을 하여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하여 화를 내게 해 마치 불이 마음을 태우는 것 같아서 원한을 맺게 하고 마음에 이글거리는 번뇌를 일으켜 즐거워할 수 없게 합니다. 그리되면, 나와 남의 마음을 모두 파괴하여 마음마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게 하나니 이런 말을 멀리 떠나 항상 윤택하고 부드럽고 마음을 즐겁게 하는 말을 한다면, 이런 말을 듣는 것을 매우 기꺼워하므로 듣는 사람들은 다 기쁨을 내어 마음이 고상하고 바르게 되니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많은 사람이 유쾌하여서 마음을 기쁘고 즐겁게 하므로 나와 남의 마음이 끊임없이 이어짐을 청정케 할 수 있습니다.
또, 잡스러운 말을 여의고 분명한 말, 때에 맞는 말, 진실한 말, 뜻이 있는 말, 법다운 말, 이치에 맞는 말, 잘 조복된 말, 나눔이 있는 말, 항상 연하여 일어나는 것을 헤아리는 말 등을 잘 생각하고 나아가 농담을 함에도 항상 생각을 분명하게 하는데 하물며 일부러 산란된 말을 하겠습니까.
또 그 마음에 탐욕이 없어서 남의 쾌락과 남의 재물 그리고 지위와 남의 생활 도구에 탐착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그것을 구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아 탐심을 내지 않습니다.
또 그 마음에 분노가 없어서 항상 모든 유정들에게 인자한 마음과 이롭게 하려는 마음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과 안락하게 하려는 마음과 윤택하게 하려는 마음과 모든 세간을 섭수(攝受)해 이롭게 하려는 마음 등을 일으킵니다. 그리하여 영원히 원한과 질투와 분노를 떠나 항상 온순한 행과 인자함과 이롭게 하려는 성품을 생각합니다.
또 바른 견해를 얻어 바른 길을 수순하여 갖가지 점술과 길흉과 삿된 계율 지키는 견해를 버린다면 그 견해가 바르고 참되며 아첨과 속임이 없어서 불·법·승에 대해 바른 마음을 일으킵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이와 같이 끊임없고 흔들림 없이 10선업도(善業道)를 호지(護持)할 때 이러한 마음을 냅니다.
‘유정들에게 시설(施設)되는 모든 험하고 더러운 악취의 깊은 구덩이는 모두 10불선 업도를 행했으므로 받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스스로 바른 행에 머물고 또한 남에게도 바른 행에 머물도록 권하리라. 왜냐 하면 만일 스스로도 바른 행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남으로 하여금 그것을 수행하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10불선업도(不善業道)를 받는 것으로는 지옥·축생·아귀의 세계가 있고 또 10선업도를 받는 것으로는 인간계 내지는 유정천(有頂天)에서 생을 받는 등 차별이 있다. 이 이상부터는 지혜의 행상(行相)으로 닦는 것이니 이는 이 10선업도에 마음이 협열(狹劣)하기 때문이고 삼계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며 큰 자비심이 없기 때문이고 남에게 들어서 깨닫기 때문이며 듣는 것을 따라 행하기 때문에 성문승(聲聞乘)이 되는 것이다.
또 이 이상부터는 청정한 10선업도를 닦나니, 남이 이끌어 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기 때문에, 대비의 방편이 없기 때문에, 매우 깊은 연기의 성품을 깨닫기 때문에 독각승을 이루는 것이다.
또 이 이상부터는 청정한 10선업도를 닦나니, 마음이 광대하여 한량이 없기 때문에, 자비를 갖추었기 때문에, 방편의 훌륭한 기술에 섭입되었기 때문에, 큰 원을 내기 때문에, 모든 유정들을 버리지 않기 때문에, 현재에서 여래의 무량한 지혜를 보기 때문에 보살의 모든 지(地)를 이룰 수 있고 바라밀을 청정하게 하고 광대한 바른 행을 깨끗이 하는 것이다.
또 이 최상의 10선업도는 일체의 종(種)을 청정케 하기 때문이고 나아가 부처님의 10력(力)과 다른 일체 불법을 닦아 깨닫게 하기 때문에 그러므로 나는 지금 출리(出離)와 함께 일체 행상(行相)을 두루하여 청정한 출리에서 가행(加行)을 해야 한다.’
여러 불자들이여, 보살은 또 이렇게 배워야 합니다.
’10가지 불선업도의 위의 단계를 많이 쌓음으로써 나락가(捺洛迦)의 인(因)이 되고 중간 단계로 하여 축생의 인이 되며 하위 단계로는 귀신 세계의 인이 된다. 살아 있는 것을 죽임으로 하여 나락가로 끌려가고, 축생계로 끌려가며, 귀신 세계로 끌려가는데 만약 인간의 몸을 받는다면 두 가지 과보를 자아내니, 첫째는 목숨이 짧고 둘째는 병이 많은 것이다.
주지 않음을 취함으로 나락가로 끌려가고, 축생계로 끌려가며 귀신의 세계로 끌려가는데 만일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두 가지 과보를 끌고 오나니, 첫째는 재물이 적은 것이고 둘째는 재물을 나누어 갖는 것이다.
음욕을 행하는 것으로 나락가로 끌려가고 축생계로 끌려가며 귀신의 세계로 끌려가는데 만약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두 가지 과보를 끌고 오나니, 첫째는 아내가 정숙하지 못한 것이고 둘째는 권속을 믿거나 의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거짓말로 인해 나락가로 끌려가고 축생계로 끌려가며 귀신의 세계로 끌려가는데 만일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두 가지 과보를 끌고 오나니, 첫째는 남의 비방을 많이 받는 것이고 둘째는 남의 속임을 받는 것이다.
이간하는 말로 인해 나락가로 끌려가고 축생계로 끌려가며 귀신의 세계로끌려가는데 만일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두 가지 과보를 끌고 오나니, 첫째는 권속이 배반하는 것이고 둘째는 비판을 많이 받는 것이다.
추악한 말로 인해 나락가로 끌려가고 축생계로 끌려 가며 귀신의 세계로 끌려가는데 만일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두 가지 과보를 끌고 오나니, 첫째는 말을 들어서 언짢은 것이고 둘째는 다툼과 송사가 많은 것이다.
잡스러운 말로 인하여 나락가로 끌려가고 축생계로 끌려가며 귀신의 세계 로 끌려가는데 만일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두 가지 과보를 끌어 오나니, 첫째는 말을 하되 받아 들이는 사람이 없는 것이고 둘째는 그 말이 분명치 않는 것이다.
탐욕으로 인해 나락가로 끌려 가고 축생계로 끌려 가며 귀신의 세계로 끌려가는데 만일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두 가지 과보를 끌어 오나니, 첫째는 마음이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고 둘째는 욕심이 많아서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다.
분노로 인하여 나락가로 끌려가고 축생계로 끌려가며 귀신의 세계로 끌려가는데 만일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두 가지 과보를 끌고 오나니, 첫째는 항상 남에게 결점이 잡히는 것이고 둘째는 항상 남의 해침을 받는 것이다.
사견(邪見)으로 인해 나락가로 끌려가고 축생계로 끌려가며 귀신의 세계로 끌려가는데 만일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두 가지 과보를 끌고 오나니, 첫째는 사견에 떨어지는 것이고 둘째는 마음에 간사함이 많은 것이다.
이와 같이 이 10가지 불선업도(不善業道)는 이러한 무량무변한 큰 고통 의 몸집을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이 10가지의 불선업도를 길이 떠나 안으로 법의 동산에서 법의 즐거움을 감상하리라’ 하나니, 이것은 곧 이 보살이 스스로 10가지 선업도에 편히 머물면서 또한 남에게도 머물도록 권하는 것입니다.
또 보살은 유정들이 전변하는 것에 대해 더욱더 이롭게 하려는 마음과 안락하게 하려는 마음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과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거두어 들이려는 마음과 보호하려는 마음과 자기와 같다고 보는 마음과 규범이 되려는 마음과 스승이라는 마음을 내어 이렇게 생각합니다.
‘괴롭구나. 유정들이 삿된 견해에 떨어지고 삿된 생각을 따르며 삿된 마음에 순종하여 편협한 길과 빽빽한 숲 사이를 헤매는구나. 나는 저들을 바른 나아감과 바른 견해의 길로 돌아가게 하고 여실한 법 안에 편히 머무르게 하리라.
이 유정들은 서로 어기고 떠나고 배반하고 다투고 속이고 괴롭히고 능멸하여 끊임없이 항상 분노와 원한의 불길에 싸여 있다. 나는 저들로 하여금 무상(無上)의 큰 자비 속에 머무르게 하리라.
이 유정들은 만족하는 마음이 없이 남의 재물을 갈구하고 삿된 직업으로 살아간다. 나는 저들로 하여금 청정한 몸과 말과 뜻의 업의 바른 생활법 안에 머무르게 하리라.
이 유정들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인연을 따라 전전하여 항상 번뇌의 불꽃에 타면서도 벗어날 방편을 구하지 않는다. 나는 저들로 하여금 활활 타는 일체 번뇌의 불을 끄고 재난과 환란이 없는 청정한 열반에 머무르게 하리라. 이 유정들은 어리석음으로 눈이 가리워지고 무명의 어둠에 뒤덮이어 광대한 어둠의 우거진 숲에 들어가 지혜 광명을 멀리하여 크게 어두운 곳에 떨어지고 견취(見取)의 험난한 길로 달려간다. 나는 저들로 하여금 장애 없는 청정한 지혜의 눈을 얻어 일체 법의 여실한 성품을 잘 알아서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않게 하리라.
이 유정들은 생사라는 광야의 험준한 길을 치달리어 지옥·축생·아귀 등 악취의 깊은 구덩이 속으로 떨어진다. 또한 망령되고 사악한 견해의 그물에 걸리고 어리석음이라는 가시덤불에 싸이며 삿되고 편협한 길을 가면서 지혜의 눈도 잃고 길을 인도하는 큰 스승도 없어서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을 내지 못한다. 파순의 경계에 노닐고 도적에게 사로잡히며 대자대비의 훌륭한 안내자를 멀리하고 모든 마군의 마음이라는 빽빽한 숲으로 치달리어 부처님의 마음을 멀리함이 지극히 깊다. 이러한 모든 유정들을 나는 저러한 생사라는 광야의 험난함에서 구제하여 일제지지(一切智智)의 두려움 없는 큰 성에 안주(安住)케 하리라.
이 유정들은 큰 폭포의 흐름에 빠져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욕망[欲]·존배[有]·견해[見]·무명(無明)의 폭포로 들어가 생사를 따라 애착의 강에 치닫는다. 쉬임없이 거센 여울에 빨려들어 관찰할 틈이 없고 탐욕과 성냄을 따라 해치고자 하는 생각이 가득하고 신견(身見)이라 불리는 나찰에게 잡히고 탐욕의 습기에 휩쓸려 돌며 그 와중에서도 환락이라는 진흙탕에 가라앉고 아만(我慢)이라는 여울에 던져져 의지할 데가 없으며 6처(處)라는 마을에서 벗어나지 못해 좋은 방편으로 제도할 사람을 멀리한다. 나는 큰 자비의 선근의 힘으로 저들을 구제하여 환란이 없고 대상을 여의어 고요하고 아무 두려움이 없는 일체지(一切智)의 섬에 머무르게 하리라.
이 유정들은 저 많은 고뇌에 갇히어 사랑이 아닌 것, 사랑하는 것, 미워하는 것의 속박을 따라 항상 근심과 탄식에 상응하고 갈애(渴愛)를 따라 전전하여 형틀에 묶이고 무명 어둠의 빽빽한 숲에 감추어진 삼계(三界)라는 감옥에 갇혀 있다. 나는 저들로 하여금 삼계를 멀리 떠나 장애가 없는 구경의 열반에 머무르게 하리라.
이 유정들은 나에 집착하고 온(蘊)에 집착하여 나아가지 못하고 4가지 전도(顚倒)에 따라 행하고 6처의 쓸쓸한 마을을 의지하며 4대(大)라는 독사에 쫓기고 5온이라는 도적에게 해침을 입는 등 무량한 고통을 받는다. 나는 저들로 하여금 가장 최승의 의착(依着) 없는 곳, 이른바 장애를 떠난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머무르게 하리라.
이 유정들은 승해(勝解)가 하열하여 겁이 많고 도량이 좁아 위없는 일체지(一切智)에 대해 마음을 일으킨다는 말을 듣고 해탈을 구하지마는 오직 성문이나 독각승의 뜻을 낼 뿐이어서 나는 저들로 하여금 미묘한 불법을 관찰하고 광대한 무상의 도심(道心)에 머무르게 하리라.’
불자들이여, 보살은 이와 같이 깨끗한 계율의 힘이 머무는 방편에 수순하여 해야 할 모든 일을 일으킵니다.
보살의 이구지에 머무를 때는 광대한 견해와 원력으로 말미암아 많은 부처님·많은 백 부처님·많은 백천 부처님·많은 백천나유타 부처님과 많은 구지 부처님·많은 백구지 부처님·많은 천구지 부처님·많은 백천구지 나유타 부처님을 나투어 뵈옵니다.
보살은 이런 여래(如來)·응공(應供)·정등각(正等覺)을 뵙고는 모두 광대하게 증상된 기꺼운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여 의복·음식·침구·의약 등 모든 생활 도구를 바칩니다. 또한 보살의 모든 오묘한 즐거움의 도구를 승가(僧伽) 대중에게 바치어 공경을 표합니다. 이런 선근으로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를 모든 여래·정등각의 처소에 회향합니다. 그리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 10가지 선업도(善業道)를 묻고 그 얻는 바 내지는 보리에 이르기까지 따라서 행하고 끝내 잊지 않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보살은 무량 겁·무량 백겁·무량 천겁·무량 백천겁·무량 구지겁·무량 백구지겁·무량 천구지겁·무량 백천구지겁·무량 백천구지 나유타 겁 동안 인색함과 계율을 범하는 허물을 멀리하기 때문에 보시와 계율의 청정함을 원만히 이룹니다.
불자들이여, 비유하면 진금을 반석(磐石) 속에 놓고 법답게 담금질하면 일체의 티끌과 때를 여의어 더욱 밝고 깨끗해지는 것처럼, 보살이 이 이구지(離垢地)에 머무르는 것도 그와 같아서 무량 백천구지 나유타 겁 동안에, 인색함과 계율을 범하는 허물을 멀리하기 때문에 그 보시의 청정함과 계율을 청정함을 원만히 이루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보살이 4섭법 가운데서 애어(愛語)가 유난히 많고 10바라밀 중에서는 계바라밀이 증상되며 다른 바라밀은 그 힘과 분수에 따라 닦되, 전혀 닦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불자들이여, 이상은 보살지의 둘째인 이구지를 간단히 설명한 것입니다.
보살이 이 지(地)에 머무르면서 생을 받는다면 대체로 전륜성왕이 되어, 법의 자재함을 얻고 칠보를 구족하며 자재한 힘이 있어 유정들이 계를 범하는 허물을 없애줄 수 있고 훌륭한 편으로 저 유정들로 하여금 10가지 선업도에 안주케 하며 행하는 모든 일, 보시(布施)든 애어(愛語)든 이행(利行)이든 동사(同事)든 이런 일체가 모두 부처님 생각을 떠나지 않고 법의 생각과 승의 생각과 보살의 생각을 떠나지 않으며 보살행의 생각과 바라밀의 생각과 모든 지(地)의 생각과 무외의 생각과 불공법의 생각을 떠나지 않습니다. 나아가 일체 행상(行相)과 승묘(勝妙)를 떠나지 않아서 일체지지(一切智智)의 생각과 상응합니다.
다시 원하여 말하기를 ‘나는 모든 유정들 중에서 가장 으뜸이 되고, 가장 훌륭함이 되고, 가장 수승함이 되고, 묘함이 되고, 위가 되고, 무상(無上)이 되고, 길잡이가 되고, 장군이 되고, 스승이 되리라. 나아가 일체지지(一切智智)가 의지하는 곳을 얻기 원하노라’ 합니다.
그리고 만일 즐거이 이런 정진을 내어서 일체의 가족과 재물과 지위 등을 버리고 부처님의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하여 깨끗한 믿음으로 출가하며, 출가한 뒤에는 한 찰나 한 순간에 보살의 천 삼마지(三摩地)를 증득하고 천 부처님을 뵈오며 그 부처님의 가지(加持)를 다 잘 알며 천 세계를 진동시키고 천 국토에 이르며 천 세계를 비추고 천 유정을 성취시키며 천 겁을 살고 전생 후생에 천 겁에 들어가며 천 법문을 바르게 사유해 결택하며 천 몸을 모두나투어 나툰 몸마다 다시 천 보살이 그 권속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을 나타내 보일 수 있습니다.
이후부터 원력이 있는 이 보살은 그 훌륭한 원으로 말미암는 모든 유희로서 혹은 몸, 혹은 광명, 혹은 신통, 혹은 눈, 혹은 경계, 혹은 음성, 혹은 행, 혹은 장엄, 혹은 훌륭한 이해, 혹은 지음 등 이런 것들은 백천구지 나유타 겁에도 다 셀 수 없습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은 이 뜻을 거듭 밝히기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정직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조복시킴과 적멸 그리고 어질고 선함
잡되지 않음과 연연해 하지 않음 그리고 훌륭함과 광대함
이러한 열 가지 마음으로 제2지에 들어간다.
여기 머물러 계율의 공덕을 성취하고
살생을 멀리 떠나서 괴롭히거나 해침 없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함과 음욕의 삿된 행과
거짓말과 악한 말 그리고 이간질 말과 더러운 말을 떠난다.
재물과 지위를 탐하지 않고 항상 자비로 가엾이 여기고
바른 소견과 곧은 마음에 아첨과 거짓 없고
험난과 사치와 교만을 떠나 지극히 부드럽고
가르침에 의해 행하여 방일하지 않는다.
지옥과 축생으로 온갖 고통을 받으며
아귀는 굶주림의 불에 타면서 맹렬한 불꽃 낸다.
이 모두는 다 죄로 말미암은 것이거니
나는 마땅히 저런 것을 여의어 법의 동산에 살리.
인간 가운데서 뜻을 따라 생을 얻고
나아가서는 유정천의 모든 기쁨과 즐거움
성문승과 독각승과 불승(佛乘)의 도
그 모든 것은 10선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하고는 방일하지 않고
스스로 깨끗한 계율 지키고 남도 지키게 하고
다시 저 중생들이 온갖 고통 받는 것 보고는
다시 더욱더 자비로운 마음을 증대시킨다.
우치한 범부들은 삿된 지혜로 바로 알지 못하고
항상 분노와 원한을 품어 다툼이 잦으며
경계를 탐하고 구하매 만족할 때 없나니
나는 저들로 하여금 삼독을 없애게 하리.
어리석음의 큰 어둠에 얽히고 덮이어
대단히 험난한 길과 삿된 견해의 그물에 빠지고
생사의 광야에서 원수에게 붙잡히나니
나는 저들로 하여금 마군을 무찌르게 하리라.
네 가지 흐름에 떠내려가면서 마음이 빠져 들고
삼계의 계박으로 온갖 고통 받으며
5온(蘊)을 집을 삼아 내가 거기 있다 생각하나니
저들을 제도하고자 부지런히 도를 닦는다.
비록 거기서 벗어나기 구하나 마음이 용렬하여
최상의 부처님 지혜를 버리나니
나는 저들을 대승에 머물게 하기 위해
부지런한 정진을 내면서 싫증을 내거나 만족할 줄 모른다.
보살은 이 지(地)에 머무르면서 공덕을 모아
한량이 없는 부처님을 뵈어 공양하고
억겁을 닦고 다스려 선근이 더욱 밝나니
마치 저 반석으로 진금을 담금질하는 것과 같다.
불자들이 여기 머무르면 전륜성왕이 되어
유정들을 두루 교화하고 10선(善)을 행하고
갖가지 선한 법을 모두 닦아 익히나니
열 가지 힘을 다 이루어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서네.
왕의 자리와 재물과 보배를 버리고자 하면
세속의 가정사를 버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여
용맹스럽게 정진하여 한 찰나에
천의 삼매를 얻고 천의 부처님을 뵈온다.
모든 갖가지 신통력을
이 지(地)의 보살은 모두 다 나타내 보이나니
원력으로 짓는 것은 이보다 더 많아
한량없이 자재하여 중생들을 제도한다.
일체 세간을 이롭게 하는 사람
그가 닦는 것은 보살의 가장 훌륭한 행이니
이와 같이 제2지의 공덕을
여러 불자들을 위해 설명하였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