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십지경(佛說十地經) 제1권

불설십지경(佛說十地經)

대당국(大唐國) 승(僧)법계(法界)가 중인도에서 범본(梵本)을 들여와 우전삼장(于三藏) 사문 시라달마(尸羅達摩)를 청하여 북정(北庭) 용흥사(龍興寺)에서 한역

불설십지경(佛說十地經) 제1권

01. 보살극희지(菩薩極喜地) ①

불설십지경(佛說十地經) 제2권

01. 보살극희지(菩薩極喜地) ②

02. 보살이구지(菩薩離垢地)

불설십지경(佛說十地經) 제3권

03. 보살발광지(菩薩發光地)

04. 보살염혜지(菩薩焰慧地)

불설십지경(佛說十地經) 제4권

05. 보살난승지(菩薩難勝地)

06. 보살현전지(菩薩現前地) ①

06. 보살현전지(菩薩現前地) ②

불설십지경(佛說十地經) 제5권

07. 보살원행지(菩薩遠行地)

불설십지경(佛說十地經) 제6권

08. 보살부동지(菩薩不動地)

불설십지경(佛說十地經) 제7권

09. 보살선혜지(菩薩善慧地)

불설십지경(佛說十地經) 제8권

10. 보살법운지(菩薩法雲地) ①

불설십지경(佛說十地經) 제9권

10. 보살법운지(菩薩法雲地) ②


불설십지경(佛說十地經) 제1권

01. 보살극희지(菩薩極喜地)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박가범(薄加梵)께서는 성도(成道)하신 지 오래지 않은 14일째 되던 날에,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가운데 자재천왕궁(自在天王宮)의 마니보장전(摩尼寶藏殿)에서 큰 보살의 셀 수 없이 많은 대중과 함께 계셨다. 그 보살들은 모두 다른 불찰(佛刹)에서 와서 모였는데, 모두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에서 불퇴전심(不退轉心)을 얻어서 한 생만 계박되어 보내면 다음생엔 정각(正覺)을 이루게 되는 분들이다. 이른바 일체 보살 지혜로 행하는 경계에 편히 머무를 수 있고, 일체 여래 지혜가 행하는 곳에 잘 들어가되 쉼이 없고, 갖가지 신통으로 짓는 모든 일을 잘 나타내 보이되 때를 맞추어 지체함이 없으며, 일체 유정(有情)을 조복(調伏)하여 성숙시키고 남을 이롭고 즐겁게 하는 모든 일을 허망하게 버리지 않으며 일체 보살의 원을 일으키어 겁(劫)과 세상과 국토와 같은 양의 수행을 하되 잠시도 쉬지 않았다.

일체 보살의 복과 지혜의 양식을 다함이 없이 잘 갖추어 모든 세간으로 하여금 다 함께 수용하게 하였고, 일체 보살의 지혜와 방편의 저 언덕에 이미 이르렀으며, 생사와 열반의 문에 들어갔지만 보살의 수행을 멈추지 않았으며, 잘 유희하고 깨달아 일체 보살의 선정과 해탈과 등지(等持)와 등지(等至), 그리고 신통의 밝은 지혜에 들었다.

그리하여 행한 일체의 모든 일에 다 훌륭한 방편을 얻고, 일체 보살의 신통 과 위력의 자재함을 얻음으로써 공용(功用:기능) 없이도 마음먹은 대로 찰나 사이에 일체 여래 도량의 대중 모임에 모두 이르러 그 모임의 으뜸이 되어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며, 일체 여래의 법륜을 받아 지니고, 모든 부처님을 멀리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일체 보살이 행한 사업을 항상 잘 닦아 익히고, 그 몸을 일체 세간에 두루 나타내어 말과 소리에 걸림이 없으며, 법계를 맑게 꿰뚫어서 마음과 지혜에 막힘이 없이 삼세의 일체 경계를 두루 보았다. 그리고 일체 보살의 비밀히 간직한 공덕과 바른 행을 모두 원만히 갖추어 비록 말할 수 없는 겁(劫) 동안에 그 공덕을 찬탄하여도 다할 수 없다. 그들의 이름은 금강장(金剛藏)보살·보장(寶藏)보살·연화장(蓮華藏)보살·덕장(德藏)보살·연화덕장(蓮華德藏)보살·일장(日藏)보살·요장(曜藏)보살·지장(地藏)보살·무구월장(無垢月藏)보살·시일체장엄광명장(示一切莊嚴光明藏)보살·지혜보조명장(智慧普照明藏)보살·전단덕장(旃檀德藏)보살·묘길상장(妙吉祥藏)보살·화덕장(花德藏)보살·구소마덕장(拘蘇摩德藏)보살·우발라덕장(優癖德藏)보살·천덕장(天德藏)보살·복덕장(福德藏)보살·무애정지장(無礙淨智藏)보살·공덕승장(功德勝藏)보살·나라연덕장 (那羅延德藏)보살·무구장(無垢藏)보살·이구장(離垢藏)보살·종종변재장엄장(種種辯才莊嚴藏)보살·대광명망조장(大光明網照藏)보살·이구위덕광명왕장(離垢威德光明王藏)보살·무애묘음미향장(無礙妙音美響藏)보살·총지공덕능도일체유정원장(總持功德能度一切有情願藏)보살·대해장엄장(大海莊嚴藏)보살·소미로덕장(蘇迷盧德藏)보살·시현일체공덕청정장(示現一切功德淸淨藏)보살·여래덕장(如來德藏)보살·불덕장(佛德藏)보살·순금미묘대위덕왕광명장(淳金微妙大威德王光明藏)보살·일체상장엄정장(一切相莊嚴淨藏)보살·금강염흉만자상장엄(金剛焰胸萬字相莊嚴)보살·성수왕광조장(星宿王光照藏)보살·허공고무애지장(虛空庫無礙智藏)보살·해탈월(解脫月)보살등이었다. 이런 보살마하살이 한량없고 셀 수 없고 생각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고 일컬을 수 없으며 끝이 없고 즈음[際]이 없으며 한정이 없고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다. 그들은 다 다른 불찰에서 와서 모였는데 금강장보살을 상수로 하였다.

그 때 금강장보살은 부처님의 신통력을 받들어 대승광명(大乘光明)이라는보살의 묘한 삼매에 들었다. 이 삼매에 들자 이내 시방으로 각각 10구지(俱) 불찰 티끌 수 같은 세계 밖에 각각 10구지 불찰 티끌 수 부처님이 계시니, 그 이름은 한결같이 금강장이라 하는데, 모두 그 얼굴을 나타내어 이렇게 함께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다. 불자여, 그대는 지금 정녕 이 대승광명이라는 보살의 삼매에 들 수 있었으니 그렇다면 선남자여, 지금 저 시방의 각각 10구지 불찰의 티끌 수 같은 모든 부처님이 그대를 가지(加持)하신다. 이것은 이 부처님들이 비로자나불의 본원과 위신력(威神力)의 가지를 받기 때문이니, 일체 보살을 재빨리 들게 하기 위하여 불가사의한 불법의 광명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지혜의 자리에 일체 선근을 섭취하기 위함이요, 일체 불법의 선교(善巧)를 가리기 위함이며 법을 널리 알기 위함이며 바르게 연설하여 법을 잘 성립시키기 위함이요, 분별 없는 지혜로 청정을 얻기 위함이며, 일체 악마의 법에 물들지 않기 위함이요, 출세법(出世法)의 선근을 청정케 하기 위함이며, 불가사의한 지혜가 행하는 경계를 깨닫기 위함이요, 나아가 부처님 지혜의 경계를 증득하기 위함이다.

또 일체 보살의 10지(地)로 나아가 단박에 얻기 위함이요, 모든 보살의 자리를 여실히 설명하는 선교(善巧)를 만족하게 건립하기 위함이며, 모든 부처님의 미묘한 법을 바르게 인연하여 사유하기 위함이요, 무루법(無漏法)의 차별됨을 닦기 위함이요, 큰 지혜 광명의 선교를 잘 선택하고 결정하기 위함이요, 결정된 지혜의 문에 들기 위함이며, 응하는 곳을 그대로 나타내 보이는 두려움이 없는 변설을 얻기 위함이며, 광대하고 걸림이 없는 앎의 자리를 증득하기 위함이요, 보리심의 생각을 잃지 않기 위함이며, 모든 유정의 세계를 잘 성숙시키기 위함이요, 일체의 곳을 통달하여 결정코 변재를 선택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선남자여, 그대는 이 법의 차별과 훌륭한 방편 법문을 설명해야 하나니, 이른바 모든 부처님의 위신의 힘을 받들었기 때문이요, 이미 모든 여래의 지혜 광명의 가피를 받았기 때문이며, 이미 자신의 선근을 원만하고 깨끗하게 잘 하였기 때문이요, 이미 참된 법계를 훌륭하게 꾸몄기 때문이며, 이미 모든 유정(有情)을 두루 포섭하여 이롭게 하였기 때문이요, 이미 법신의 지혜가 의지하는 것을 증득하였기 때문이며, 이미 모든 부처님으로부터 관정(灌頂)을 받았기 때문이요, 이미 일체 세간을 초월하는 가장 큰 몸을 나투었기 때문이며, 이미 일체 세간의 세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이요, 이미 출세간의 바른 법의 세계를 깨끗이 하였기 때문이며, 이미 일체지(一切智)의 지혜를 원만히 하였기 때문이다.”

그 때 시방의 저 모든 여래께서 금강장(金剛藏)보리살타에게 압도할 수 없는 몸을 주고, 걸림없이 연설하는 변재를 주고, 미묘하고 청정한 지혜의 변재에 들게하고, 생각을 망실(忘失)하지 않도록 가지를 하고, 잘 결정하는 지혜의 훌륭한 방편을 주고 버리지 않고 두루 행하는 지혜를 주고, 아무도 꺾을 수 없는 정등각의 힘을 주고, 여래의 무소외(無所畏)를 주어 비겁하거나 나약하지 않게 하고, 일체지지(一切智智)에 포섭되는 걸림이 없는 큰 변재법과 이치를 결정코 알맞게 세울 수 있게 하고, 일체 여래의 몸과 입과 뜻의 장엄을 잘 분별함을 자아내는 힘을 주셨다.

왜냐 하면 이 보살은 저 대승광명(大乘光明)이라는 삼매를 얻어 저절로 그렇게 되기 때문이요, 본래의 서원이 이를 일으켰기 때문이며, 증상(增上)된 미묘한 의요(意樂)를 잘 정화하였기 때문이요, 이미 청정한 지혜의 바퀴를 빛나게 잘 꾸몄기 때문이며, 이미 모든 자량(資糧)을 잘 축적하였기 때문이요, 해야 할 일을 잘 단련했기 때문이며, 무량한 생각으로 그릇을 삼았기 때문이요, 밝디밝은 훌륭한 앎이 청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며, 잡됨이 없는 총지의 문을 잘 통달했기 때문이요, 법계 지혜의 인(印)에 깊이 새겨졌기 때문이다.

그 때 시방의 저 모든 부처님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신통의 힘으로 각각 오른손을 내밀어 금강장 큰보살의 정수리를 어루만졌다. 그러자 금강장 보리살타는 저 시방 부처님의 정수리 어루만짐을 받고 곧 선정에서 일어나 일체 보살 대중들에게 두루 말하였다.

“여러 불자들이여, 이 보살의 원은 결정코 섞임이 없으며 다 비출 수 없는 광대한 법계와 모든 허공의 성품이어서 미래의 세상이 다하도록 일체 유정(有情)들을 구제할 수 있습니다. 여러 불자들이여, 보살은 이 원에 안주해야 비로소 과거 모든 부처님의 지지(智地)에 들어갈 수 있고, 또한 미래의 모든 부처님 지지(智地)에 들어갈 수 있으며, 현재의 모든 부처님 지지에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 불자들이여, 보살에게는 10가지 지지(智地)가 있으니, 이것은 과거·미래·현재의 모든 부처님이 이미 말씀하셨고 장차 말씀하실 것이며 현재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 비밀한 뜻에 의해 나도 지금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10지(地)라 하는가? 첫째는 극희지(極喜地)요, 둘째는 이구지(離垢地)며, 셋째는 발광지(發光地)요, 넷째는 염혜지(焰慧地)며, 다섯째는 난승지(難勝地)요, 여섯째는 현전지(現前地)며, 일곱째는 원행지(遠行地)요, 여덟째는 부동지(不動地)며, 아홉째는 선혜지(善慧地)요, 열째는 법운지(法雲地)니, 불자들이여, 이것들을 일체 보살의 10지라 합니다.

이것은 과거·미래·현재의 모든 부처님이 이미 말씀하셨고 장차 말씀하실 것이며 현재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불자들이여, 모든 불찰에 계시는 여래께서 이 보살의 10지를 찬탄하시지 않는 분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왜냐 하면 이것은 모든 보살의 증상(增上)된 수승한 묘법이어서 일체 보살도 법문의 광명을 잘 정화할 수 있는 것으로 이른바 10지에 안립하고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불자들이여, 이것은 불가사의한 것이니 이른바 모든 지에 알맞게 세운 법(法) 가운데에서 스스로 증득하는 지혜임을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은 이 10지의 이름을 다 말하고 난 뒤 묵묵히 앉아서 더 이상 분별하여 해석하지 않았다. 이 때 모든 보살 대중은 보살 10지의 명칭을 듣고 나서 그 설명을 듣지 못하자 모두 간절히 바라며 이런 생각을 하였다.

‘무슨 까닭으로 금강장보리살타께서 오직 10지의 명칭만을 말하고 묵묵히 앉아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일까?’

그때 이 보살 대중 가운데 있던 해탈월이라는 보살이 대중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곧 게송으로 금강장보살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바로 깨달은 이는 
생각과 지혜의 공덕 갖추고서 
더할 나위 없이 묘한 모든 지만 말하고 
스스로 그것을 해석하지 않는가.



모든 것이 이미 다 결정되어 
보살이란 큰 명칭을 얻었는데 
무엇 때문에 지의 이름만 말하고 
그 뜻은 자세히 말하지 않는가.



일체의 모든 불자들은 다 
두려움 없이 듣기를 바라나니 
원컨대 바르게 분별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모든 지의 이치를 해설하시라.



대중 모임은 다 청정하여 
게으름을 버리고 엄숙하며 
정결하고 견실하며 
공덕과 지혜를 구족하였다.



서로 보면서 함께 공경하고 
일체가 다 오로지 우러러 
다만 법의 감로만 바라나니 
벌이 깨끗한 꿀을 생각하듯 한다.



큰 지혜로 두려움이 없는 
금강장보살은 이 말을 듣고 
대중을 기쁘게 하기 위하여 
게송으로 불자들에게 화답하였다.



비록 가장 훌륭하고 매우 희유한 일 짓더라도 
이것은 보살의 행을 드러내 보이는 것 
지(地)의 설명은 가장 미묘함을 짓나니 
이로 말미암아 불지(佛地)에 닦음과 증득함이 있다.



미세하여 보기가 어렵고 분별을 여의었으며 
마음의 자리를 멀리 떠나 증득하기 어렵네.


지혜로운 사람의 경계는 순수한 무루(無漏)이므로 
그것을 듣는 세간 사람은 모두 미혹하리라.



마음을 편안히 하여 움직이지 않음은 금강과 같고 
부처님의 지혜를 믿고 깨닫는 것이 가장 수승하다.


나[我]가 없고 오직 마음 자리뿐임을 깨달아 안다면 
이 사람은 이 미세한 지혜를 들을 수 있으리.



온갖 채색으로 허공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고 
바람이 새가 나는 길을 의지해 가는 것처럼 
무루(無漏)인 부처님의 지혜도 그와 같아서 
비록 분별하여 보려 해도 보기 어려워라.



그러므로 지금 나는 이러한 지혜를 일으켰지만 
이 세상에 이것을 아는 사람이 없고 
또 가장 수승한 이 법을 믿을 이가 없으니 
그런 까닭에 할 수 없이 자세히 설명치 않는다네.

그 때 해탈월보살이 이 말을 듣고 금강장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시여, 지금 이 대중 모임은 모든 것이 다 청정합니다. 이 모든 보살은 그 마음을 잘 정화하였고 생각을 깨끗이 하였으며 모든 행을 잘 닦았습니다.그리하여 무량한 백천 구지 부처님을 잘 받들어 섬기면서 자량(資糧)을 잘 쌓아서 무량한 갖가지 공덕을 성취하였습니다. 또한 의혹을 멀리 떨치고 아무 번뇌도 없으며, 증상된 의요(意樂)와 수승한 앎에 잘 머물러 불법 안에서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않습니다. 훌륭합니다. 불자께서 그 뜻을 연설해 주시면 이 모든 보살들은 이러한 보살지(菩薩地)에서 증득을 나누고 안주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해탈월보살은 이 뜻을 다시금 전하기 위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원컨대 가장 안온한 
보살의 무상행(無上行)을 설명하여 
모든 자리(地)를 분별하면 
지혜가 깨끗해져 정각 이루리.



이 대중은 아무 흠 없고 
뜻과 이해가 다 밝고 정결하여 
무량한 부처를 섬기었으니 
이 자리의 이치를 알수있으리라.

그 때 금강장보살이 불자에게 말하였다.

“비록 이 대중 모임이 모두 다 청정하고 모든 보살이 그 의요를 깨끗이 하였으며 생각을 잘 정결히 하고 모든 행을 잘 닦았으며, 무량 백천 구지(無量百千俱) 부처님을 잘 받들어 섬기고 자량을 잘 모았으며, 무량한 갖가지 공덕을 성취하였으며 의혹을 멀리 여의어 아무런 번뇌도 없으며 증상된 마음의 즐거움과 앎에 잘 머물러 불법 안에서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이외의 열등한 알음알이를 내는 유정(有情)들이 있어서 이 깊고깊어 심히 헤아리기 어려운 세계에 관해 듣고 갑자기 의혹을 내게 되면 저 긴 밤 동안에 아무 의미도 없고 이로움도 없는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나는 이들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잠자코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금강장보살은 이 뜻을 다시금 전하기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록 이 대중들은 청정하고 지혜 넓으며 
매우 영리하여 잘 결택을 할 수 있으며 

그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는 저 태산과 같고 
뒤엎을 수 없기는 큰 바다와 같다 해도 

행을 닦은 지 오래지 않아 앎을 아직 얻지 못하여, 
알음알이를 따라 행하고 지혜를 따르지 않는 이가 있어서 
이 이치를 듣고 의혹을 내어서 악도(惡道)에 떨어지나니 
나는 이 사람들을 가엾이 여기므로 말하지 않네.

그 때 해탈월보살은 다시 금강장보살에게 말하였다.

“훌륭합니다. 의심하지 말고 말씀하십시오. 부처님의 신통력과 부처님의 호지(護持)로 말미암아 그들은 이와 같이 불가사의한 세계를 다 믿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왜냐 하면 불자께서 이 10지를 말하고 해석할 때에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니 이른바 일체 부처님이 모두 호념하시고 일체 보살이 이 지지(智地)를 호위하기 위하여 한결같이 용기를 내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그렇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바른 행이며, 또한 일체 불법을 닦아 증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모든 글자의 수는 그 자모(字母)로 시작하고 자모로 끝내는 것이어서 조금이라도 자모를 떠나서 글자의 수를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불자여, 불법도 또한 이와 같아서 지(地)를 시발로 하여 수행하고 지를 종착으로 하여 부처 지혜를 증득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자께서 그것을 해설하시면 모든 부처·응공(應供)·정변등각(正徧等覺)께서 가지(加持)하시고 호념(護念)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해탈월보살은 이 뜻을 다시금 설명하기 위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훌륭합니다. 불자여, 보리로 나아가는 
모든 지(地)의 행(行)을 설명해 주오.


시방의 일체 자재하신 부처님 
이 지혜의 근본을 호념하지 않는 분 없어라.



이것은 바른 행의 시작이요 지혜의 끝이니 
일체의 불법이 모두 이것으로부터 일어난다.


마치 모든 글자 등이 다 자모에 포섭되는 것처럼 
불법이 지(地)를 의지함도 그와 같아라.

그러자 모든 큰 보살 대중들도 이 뜻을 위해 한꺼번에 같은 소리로 금강장보살에게 게송으로 청하였다.

최상의 무구지(無垢智)와 
훌륭히 설할 수 있는 무변변(無邊辯)으로 
수승한 뜻과 상응하는 이치를 
미묘한 언사로 설명해 주오.



청정한 지혜를 생각생각에 지니고 
열 가지 힘과 의요(意樂)를 위하여 
걸림없는 알음알이로 결택하니 
뛰어나고 훌륭한 10지를 설명해 주오.



이 대중은 교만과 
견해와 의심과 잡염(雜染)을 여의었고 
계율과 선정의 기쁨을 아나니 
오직 훌륭한 설명을 듣기 원하네.



목마른 사람 시원한 물을 찾듯 
굶주린 사람 맛난 음식 생각하듯 
병난 사람이 좋은 약 구하듯 
벌들이 꿀을 즐기는 것처럼 
이 대중도 그와 같아서 
감로의 법을 듣기 원하네.


장하십니다. 청정한 지혜로 
번뇌 없는 그 자리 설명하시라.


10력(力)과 상응하는 걸림이 없는 
선서(善逝)의 도를 나타내 보여라.

그 때 세존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백호상(白豪相)으로부터 무수한 광명을 권속(眷屬)으로 하는 조보살력(照菩薩力)이라 이름하는 무수한 빛을 발하셨는데, 그 빛은 시방세계를 널리 비추어 두루하지 않은 데가 없었다. 모든 악취(惡趣)의 고뇌를 비추어 다 쉬게 하고 일체 악마의 궁전을 비추어 가렸으며 무량한 부처님의 대중 모임을 모두 비추어 모든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경계의 행상(行相)과 위력과 유희를 나타내 보이고, 시방 일체 세계 가운데 모든 부처님의 대중 모임에 부처님 신통력의 가피를 입고 설법하는 보살의 몸을 비추고는 공중으로 올라가 큰 광명 구름의 돈대를 만들어 머물렀다.

저 모든 세존들도 그와 같이 백호상으로부터 무수한 광명을 권속으로 하는 무수한 빛을 발하셨다. 그리고 그 빛 역시 시방세계를 널리 비추어 두루하지 않은 데가 없고 모든 악취의 고뇌를 다 쉬게 하였으며, 일체 악마의 궁전을 비추어 가렸으며 무량한 모든 부처님 대중의 모임을 모두 비추어 모든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경계의 행상과 위력과 유희를 나타내 보이고, 시방의 모든 세계와 모든 부처님 대중의 모임에서 부처님의 신통력을 입고 설법하는 보살의 몸을 비추어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유희를 나타내었고 또 세존 석가모니 부처님 회상의 대중과 금강장보살의 몸을 비추고는 공중에서 다시 또 큰 광명 구름의 돈대를 만들어 거기 머물렀다.

이로써 세존 석가모니의 백호상(白毫相)에서 발하신 광명으로, 저 세계들, 저 부처님 대중들의 모임과 또 저 보살의 몸과 그 법좌(法座)들이 모두 분명하게 드러나 여기서도 볼 수 있었으며, 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불찰의 모든 부처님의 백호상에서 발한 광명으로 말미암아, 이 삼천대천세계와 이 세존 석가모니 회상의 대중들과 또 금강장보살의 몸과 그 법좌가 분명하게 드러나 거기서도 볼 수 있었다.

그 때 이 광명 구름의 돈대에서 이런 게송이 나왔다.

부처님이 무등등(無等等)하여 허공과 같아서 
열 가지 힘이 자재한 수많은 대중을 
부처의 오묘한 법 가운데서 
하늘과 인간에서 최상이신 분이 지금 그대를 가지(加持)하신다.



불자는 마땅히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받들어 
이 법왕(法王)의 오묘한 법의 창고를 열어서 
미묘하고 광대한 행을 드러내 보이고 
모든 지혜의 자리를 분별하여 건립하라.



만일 누가 훌륭한 이 법문을 듣고 
또한 부처님의 가호를 입으면 
시방의 모든 보살들이 
다 섭지(攝持)하고 호념(護念)하리라.



모든 바른 행을 닦아 모아서 
차례로 더러움이 없는 자리[地]를 원만히 이룰 수 있을 때 
열 가지 힘 등 공덕을 증득할 수 있어서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을 계오(契悟)하리라.



비록 바닷물이나 겁화(劫火) 속에 머물더라도 
의심이 없으면 이 법문을 들을 수 있지만 
만일 그 누군가 의혹하여 믿지 않으면 
영원히 이와 같은 이치를 듣지 못하리.



가장 수승한 지지(地智)의 길과 
안주(安住)와 승진(昇進) 그리고 증득해 들어감을 말하라.


닦아 행하는 경계를 차례로 설명하는 것은 
일체의 유정(有情)들을 이롭고 즐겁게 하기 때문이네.

그 때 금강장보살은 시방을 관찰하고 대중의 깨끗한 믿음을 증진시키기 위해 게송을 말하였다.

미세하여 알기 어려운 대선(大仙)의 도(道)는 
분별해서 안 되는 것이어서 분별을 여의었고 
증득하기 어렵고 또 혼탁함 없는 지혜를 가진 이의 경계이므로 
성품이 항상 고요하여 나고 멸함이 없다네.



성품이 공(空)하고 고요해 둘이 다함 없으며 
갈래[趣]를 떠나 평등하여 열반에 이르며 
극단[邊]과 중간의 인연이 없고 증득할 것도 없으니 
삼세를 뛰어넘어 허공과 같다네.



적정(寂靜)과 적멸은 부처님이 증득하신 것이어서 
모든 말로써 설명하기 어렵나니 
이 지(地)와 행 또한 이와 같아서 
설명조차 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듣는 것이랴.



생각[思惟]과 마음의 길을 멀리하니 
이 지혜가 일으킨 건 모니(牟尼)의 경계네.


온(蘊)과 계(界)와 처(處)로 나타낼 것 아니요 
마음으로 측량하거나 뜻으로 생각할 것도 아니네.



비유하면 허공 중 뭇 새의 발자국처럼 
지혜로운 이도 설명하거나 보이기 어렵나니 
모든 불자들의 그 자리도 이와 같아서 
설명하기도 지극히 어려운데 하물며 듣는 것이랴.



지금 설명한 이 한 부분은 
큰 자비(慈悲)와 원력(願力)에 의한 것이라 
그 차례는 마음의 경계가 아니니 
지혜만이 의요(意樂)를 원만히 할 수 있다네.



이와 같이 이 경계는 지극히 보기 어려워 
설명하지 않고 오직 스스로 의요(意樂)에 머물 뿐이네.


그러나 부처님의 힘을 받들어 내 지금 설명하리니 
그대들은 한 마음으로 공경히 들으라.



이와 같은 지혜의 문과 바른 행은 
억겁 동안 설명하여도 여전히 다하기 어렵지만 
내 지금 간략히 설명하리니 그대들은 들으라.


진실한 법의 뜻은 모두 이치와 같으니라.



그대들은 온 마음을 다 기울여 공경히 기다려라.


내 부처님의 힘을 받들어 잘 설명하리니 
미묘한 바른 법을 드날리는 음성은 
비유와 협륜자(協倫字)에 서로 상응한다네.



이것은 언사로써 드러내기는 어렵지만 
한량이 없는 부처님의 신통력에 힘입어 
광명과 형상이 모두 모여 내 몸으로 들어오나니 
이로 말미암아 나는 지금 설명할 수 있네.

“불자들이여, 만일 어떤 유정(有情)이 선근(善根)을 잘 쌓고 자량(資糧)을 잘 취적(聚積)하며 모든 행을 잘 닦고 모든 부처님을 잘 섬기며, 청정법을 잘 모으고 선우(善友)를 가까이하며 의요(意樂)를 잘 깨끗이 해서 광대한 증상(增上)의 의요를 수순하며 오묘한 승해심(勝解心)을 갖추고, 현전(現前)해 있는 것을 가엾이 여긴다면 이는 부처의 지혜를 구하기 위함이요, 10력의 힘을 증득하기 위함이며, 여래의 큰 무소외(無所畏)를 얻기 위함이요, 평등한 부처님의 불공법(不共法)을 얻기 위함이며, 일체 세간을 구제하기 위함이요, 대비(大悲)의 연민(憐愍)을 깨끗이 하기 위함이며, 시방의 남김없는 지혜를 깨치기 위함이요, 무애(無礙)로써 모든 불찰(佛刹)을 정화하기 위함이며, 한 찰나에 삼세를 알 수 있기 위함이요, 아무런 두려움 없이 큰 법륜을 굴리기 위하여 이러한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보살의 발심은 대비(大悲)를 길잡이로 하여 증상된 지혜와 훌륭한 방편에 섭수되고 부처님의 힘은 한량 없어서 하고자 하는 생각을 얻고 또 항상 증상된 의요(意樂)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굳게 가지는 힘과 지혜의 힘으로 잘 가려 결정하고, 걸림없는 지혜가 눈 앞에 드러나니 스승 없는 자연의 묘한 지혜를 수순하여 모든 불법 지혜의 가르침을 받아서 법계가 다하고 허공의 성품이 다하며 미래 세상이 다하도록 이 마음을 처음으로 내면, 이 보살은 곧 범부의 그 자리를 뛰어넘어 보살의 바른 성품을 증득해 세간의 삶을 떠나 여래의 종족으로 태어나 존귀하여 흠잡을 수 없게 된다. 이미 세간(世間)을 떠나 출세간에 들어가 보살 본래의 법성에 머무르니 보살의 자리에 잘 안주하여서 삼세의 평등한 법에 수순하고 여래의 종자를 이어받아 결정코 정등보리로 향할 것입니다.

여러 불자들이여, 보살이 이런 법에 머무르면 극희지(極喜地)에 잘 머무른다 하나니, 이는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극희지에 머무를 때는 기쁨이 극히 많고 깨끗한 믿음이 많으며 즐거움이 많고 희열이 많으며 기쁨이 많고 활기가 많고 용맹스러움이 많고 투쟁 없음이 많으며 번뇌 없음이 많고 화냄 없음이 많습니다.

불자여, 보살이 극희지에 머무르면서 모든 부처님을 생각할 때엔 지극한 기쁨을 냅니다. 또 불법을 생각할 때와 보살을 생각할 때와 보살행을 생각할 때와 청정한 피안(彼岸)을 생각할 때와 모든 보살지(菩薩地)의 수승함을 생각할 때와 다른 보살이 그 빛을 가리지 못할 것을 생각할 때와 부처님의 가르침과 훈계를 생각할 때와 유정들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할 것을 생각할 때와 장차 일체 여래의 지혜와 가행(加行)을 생각할 때에도 다 기쁨을 냅니다.

또한 이 보살은 자신이 지금 일체 세간의 경계를 떠나 모든 부처님을 친근하며 이생지(異生地)를 멀리하고 지지지(至智地)를 가까이하며 모든 험악한 악취(惡趣)에 떨어지는 것을 영원히 끊어서 일체 유정(有情)들의 의지처가 되어 주며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서 보고 부처님 경계에 머무르며 모든보살의 평등한 성품에 들어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모든 두려움을 여의었기 때문에 기쁨을 낸다는 것을 잘 압니다. 어째서 그런가? 불자들이여, 보살은 극희지를 증득하자마자 모든 두려움, 이른바 오래 살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과 악명이 나는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악취에 떨어지는 두려움과 무리속에 처하여 나약해지는 두려움 등을 다 멀리 떠납니다. 왜냐 하면 이 보살은 나라는 생각을 떠났기 때문이니 나에 대한 애착도 없거늘 하물며 생활도구에 대한 애착이 생기겠습니까?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오래 살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 없는 것입니다. 남의 소유에 대해 바람이 없기 때문에 오직 자신이 일체 유정들의 생활도구를 다 공급해 주기를 바랄 뿐이니,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악명이 나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나라는 견해가 떠남으로 말미암아 나에 대해서 없어지고 허물어진다는 생각이 없어집니다. 때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입니다. 죽은 뒤에 오는 세상에서는 반드시 모든 부처님과 보살을 떠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스스로 아나니, 이 인연으로 악취에 떨어진다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의요(意樂)로 말미암아 일체 세간에서 나와 비등할 자가 하나도 없다고 보거늘 하물며 뛰어남이겠습니까? 그러므로 무리 속에 처하여 나약해지는 두려움이 없는 것입니다.

불자여, 보살은 이와 같이 이미 지독한 두려움과 교만을 떠나서 대비(大悲)로 길잡이를 삼아 미워하거나 거스름이 없는 까닭에 제멋대로 하는 속된 의요가 없는 것입니다. 모든 선근을 닦아 증득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가행(加行)을 하며, 믿음을 증진시키고 청정을 많이 증득하며 깨끗한 승해(勝解)와 많은 신해(信解), 그리고 대비(大悲)를 유발하고 대자(大慈)를 구족합니다. 권태가 없는 마음과 부끄러움으로 장엄하고 항상 참고 견디어 온화함과 상응하며 여래의 거룩한 가르침을 깊이 공경하고 믿으며 존중하고 귀히 여깁니다. 또한 싫증을 내거나 만족함 없이 밤낮으로 모든 선근을 쌓아 올리고 좋은 벗들과 교제하며 법(法)의 뜰을 즐깁니다. 싫증을 내거나 만족함 없이 학식 많은 자들을 찾아다니고 들은 법을 이치대로 관찰하며 집착 없는 마음엔 명리(名利)와 공경을 탐하지 않고 또 생활 도구를 귀히 여기어 애착하는 법이 없습니다. 싫증을 내거나 만족함 없이 평등심을 내는 것을 마치 귀한 구슬 보듯이 하고 오로지 일체지(一切智)를 희구(希求)하고 여래의 10력(力)과 무소외(無所畏) 그리고 불공불법(不共佛法)을 반연합니다. 집착 없는 바라밀을 구하고 아첨과 속임을 떠나 말한 것과 같이 실행하며 항상 진실된 말을 호지(護持)합니다. 부처의 집을 더럽히지 않고 남에게 권하며 모든 보살의 공부를 버리지 않고 또 살바야심(薩波若心)을 대산왕(大山王)처럼 흔들리지 않게 합니다. 모든 세간사(世間事)를 버리지 않으면서 출세간 도(道)를 성취하고 싫증냄이 없이 각분(覺分)의 자량(資糧)을 닦으며 후후(後後)의 수승한 법을 항상 희구(希求)합니다. 불자들이여, 이와 같은 모든 깨끗한 지법(地法)과 상응하는 것을 보살이 극희지(極喜地)에 안주하는 것이라 합니다.

또 보살이 극희지에 머무를 때에는 이와 같은 일체의 큰 서원과 모든 큰 용단과 모든 출리(出離)를 일으키니, 남김없는 공양구(供養具)와 받들어 올리는 물품의 종류를 다 구비하여서 널리 일체 여래와 일체 행상(行相)과 그리고 수승하고 오묘한 성취를 공양하여 최상의 승해(勝解)를 청정히 하기 위하여 광대한 법계와 허공의 성품이 다하고 미래의 세상이 다하여 모든 겁수(劫數)와 부처님이 출세(出世)하는 수(數)가 다하도록 멈춤이 없습니다. 이는 큰 공양 불사를 위해서 내는 첫 번째 큰 서원입니다.

또 일체 여래께서 설하신 법안(法眼)을 수지(受持)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보리를 섭수(攝受)하기 위하여, 일체 정등각(正等覺)의 가르침을 호지(護持)하기 위하여 광대한 법계와 허공의 성품이 다하고 미래의 세상이 다하며 일체의 겁 수가 다하도록 멈춤이 없습니다. 이는 오묘한 법(法)을 섭수하기 위하여 내는 두 번째 큰 서원입니다.

또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여 남김없는 일체의 모든 세계 가운데 도사다(覩史多) 천궁을 으뜸으로 하여 머물고, 모태 속에 내려와 모태속에 머물며, 성장해서 출가하고 성도한 뒤엔 범왕(梵王)의 간청으로 큰 법륜을 굴리시다 큰 열반을 보이심을 위하여, 모두들 달려가 뵙고 공양하고 법을 받아 가행(加行)함을 우선하기 위하여, 모든 곳에서 동시에 법륜을 굴리심을 위하여, 광대한 법계와 허공의 성품이 다하고 미래의 세상이 다하며 일체의 겁 수가 다하도록 멈춤이 없습니다. 이는 모두들 달려가 뵙기 위해 내는 세 번째 서원입니다.

또 광대하고 한량없는 모든 보살행을 일으키고 또한 분별 없는 바라밀다(波羅蜜多)에 섭수되어 모든 보살지(菩薩地)의 총상(摠相)·별상(別相)·동상(同相)·이상(異相)·성상(成相)·괴상(壞相)을 청정히 다스리며, 모든 보살행을 여실히 하여 전도됨 없이 보살지지(菩薩智地)의 도리를 드러내어 영롱히 장식할 수 있으며, 모두들 피안에 이르러 가르침을 주고 받아 지니는 것을 훈계하며 발심을 돕기 위하여 광대한 법계와 허공의 성품이 다하고 미래의 세상이 다하며 일체의 겁 수 및 정행수(正行數)가 다하도록 멈춤이 없습니다. 이는 발심을 일으키기 위해 내는 네 번째 서원입니다.

또유색(有色)·무색(無色)·유상(有想)·무상(無想)·비유상(非有想)·비무상(非無想), 그리고 난생(卵生)·태생(胎生)·습생(濕生)·화생(化生)과 삼계에 계박(繫縛)되고 6취(趣)에 떨어지며, 모든 생을 받는 곳에 구속되고 명색(名色)에 포섭되는 남김없는 일체의 모든 유정계(有情界)를 성취하기 위하여, 불법 가운데 들게 하기 위하여, 모든 지지(智智)에 편안히 머물게 하기 위하여 광대한 법계와 허공의 성품이 다하고 미래 세계가 다하며 일체 겁 수와 유정계수(有情界數)가 다하도록 멈춤이 없습니다. 이는 모든 유정계를 성숙케 하기 위해 내는 다섯 번째 큰 서원입니다.

또 남김없는 광대무량한 일체 세계의 성금[麤]과 미세[細], 난주(亂住)와 복주(覆住) 그리고 앙주(仰住), 제망(帝網)이 차별되니 시방의 갖가지 이상(異相)에 들어서 모든 것이 행(行)을 따라 눈앞에 나타나는 그러한 지견(知見)을 위하여 광대한 법계와 허공의 성품이 다하고 미래의 세계가 다하며 일체 겁 수와 세계 수가 다하도록 멈춤이 없습니다. 이는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내는 여섯 번째 서원입니다.

일체의 모든 불찰토의 한 찰토(刹土)가 일체 모든 불찰토에 들어 널리 한량없는 불찰(佛刹)을 모두 청정케 하고 광명의 장엄구로 장식하며 모든 번뇌를 떠나 청정한 도량을 이루어 한량없는 지혜의 성품을 가진 유정(有情)들로 충만케 하고 널리 광대한 모든 부처님의 경계에 들게 하여 일체 유정들의 마음이 즐기는 것에 맞추어 드러내 보이므로 모두들 기뻐하게 하기 위하여 광대한 법계와 허공의 성품이 다하고 미래 세계가 다 하며 일체 겁 수 및 불찰 수(佛刹數)가 다하도록 멈춤이 없습니다. 이는 일체의 모든 불찰토를 장식하기 위해 내는 일곱 번째 큰 서원입니다.

모든 보살과 같은 의요(意樂)로 가행하기 위하여, 원수가 없고 선근을 쌓기 위하여, 연(緣)하는 것이 모든 보살과 같아서 평등한 성품을 얻게 되는 것을 위하여, 항상 모든 불보살을 만나 서로 여의지 않는 것을 위하여, 스스로의 생각에 따라 부처님의 출세(出世)가 보여짐을 위하여, 마음이 생각함에 따라 부처님의 위신력을 알기 위하여, 모든 생(生) 중에서 항상 물러서지 않는 수행신통(隨行神通)을 원만하게 얻기 위하여, 두루 일체 세계를 돌아다니기 위하여, 일체의 대중 모임에 형상을 나타내기 위하여, 생을 받는 모든 곳에 따라 같은 부류로서 함께하는 것을 위하여, 항상 불가사의한 대승의 이치를 성취하기 위하여, 보살의 바른 행을 수행하기 위하여 광대한 법계와 허공의 성품이 다하고 미래의 세계가 다하며 일체 겁 수 및 정행수(正行數)가 다하도록 멈춤이 없습니다. 이는 대지신통(大智神通)을 위해 내는 여덟 번째 큰 서원입니다.

불퇴전(不退轉)의 수레를 타고 모든 보살행을 행하기 위하여, 신(身)·어(語)·의(意)·업이 헛되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잠시 스쳐지나며 본 자라도 확고하게 정해진 모든 불법의 성품을 얻고, 잠시 스쳐들은 자라도 지혜의 증득에 따라 깨끗한 믿음이 생기고 영원히 번뇌를 끊게 되는 것을 위하여, 몸이 대약왕(大藥王)처럼 되는 것을 위하여, 몸과 마음에 여여의(如如意)의 보배를 얻기 위하여, 당장에 큰 보살행을 닦아 이행(利行)키 위하여 광대한 법계와 허공의 성품이 다하고 미래 세계가 다하며 일체 겁 수 및 정행수가 다하도록 멈춤이 없습니다. 이는 헛되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는 아홉 번째 큰 서원입니다.

일체의 모든 세계 속에서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를 증득하기 위하여, 한 모도(毛道)에만 특별히 다르게 하지 않고 일체의 모든 모도(毛道) 가운데 두루하여 나고[生] 출가하고 도량에서 수행하고 정각(正覺)을 이루고 큰 법륜을 굴리고 큰 적멸로 돌아가고 하는 것을 보이기 위하여, 부처 경계의 위신력의 지혜를 그 자리에서 증득하고 일체 유정이 원하는 마음에 따라 부처의 출세를 보이어 그들을 교화해서 찰나찰나에 적멸을 깨닫고 수행을 증득 토록 하기 위하여, 한 순간에 한 정각(正覺)으로서 일체 법의 적멸성에 두루하기 위하여, 한 소리로 법의 요체(要體)를 설명하여 모든 유정의 마음을 한결같이 기쁘게 하기 위하여, 큰 열반을 보이되 수행의 힘이 끊이지 않게 하기 위하여, 큰 지지(智地)를 보여 일체의 법을 세우기 위하여, 법지(法智)의 신통 변화로 일체 세계에 다 충만하고 두루하기 위하여, 광대한 법계와 허공의 성품이 다하고 미래 세계가 다하며 일체의 겁 수 및 정각수(正覺數)가 다하도록 멈춤이 없습니다. 이는 대승 보살로 이끌기 위해 내는 열 번째 큰 서원입니다.

여러 불자들이여, 초지(初地)의 보살은 이와 같이 모든 큰 서원과 모든 큰 용단과 모든 큰 출리(出離)를 냅니다. 보살은 이 극희지(極喜地) 가운데 머물면서 기타 모든 바른 서원을 일으키어 원만히 하는데, 이 모든 큰 서원은 10진구(盡句)로 이끌어 냅니다. 어떤 것을 10진구라 하는가? 이른바 유정계가 다하고 세계가 다하고 허공계가 다하고 법계가 다하고, 열반계가 다하고, 불흥계(佛興界)가 다하고, 여래의 지혜로 드는 세계가 다하고, 마음이 연(緣)하는 세계가 다하고, 지혜로 부처가 행하는 바에 드는 세계가 다하고 세간에 법륜을 굴리는 지전계(智轉界)가 다하는 것입니다. 만약 유정계가 끊어져 다한다면 큰 서원 또한 끊어져 없어지고 내지 지전계가 끊어져 다 한다면 이 큰 서원도 끊어져 다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정계는 끝내 끊어져 다하는 바가 없으므로 이 모든 선근의 서원이 끊어져 다하는 법이 없고, 내지 지전계가 끝내 끊어져 다하는 법이 없으므로 모든 선근 또한 끊어져 다하는 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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