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색가(好色家) 묘우꼬우왕(王) 슛꼬우왕의 밀회

호색가(好色家) 묘우꼬우왕(王) 세이꼬우와 슛꼬우왕의 밀회

묘우꼬우왕의 이 기상천외한 여관해방의 소문이 멀리 타국에까지 떠들썩하게 울려 퍼졌다.

이때 교우센비국(國)의 슛꼬우왕도 이 기괴한 소문을 들었다. 원래 이 왕도 역시 여색을 좋아하는데는 누구보다도 강자였다. 거기에다 호기심도 도한 첨가되어 이 사실을 경험해 보고자 생각했다.

왕은 대신인 유켄나를 불렀다.

『그대도 들었을 터인바, 저 묘우꼬우 왕은 자기 궁중의 여관들을 밤중에 모두 풀어놓아 마음대로 남자와 정을 즐기게 한다니 나도 한 번 그 사정을 시찰하려고 하는데 그대 생각은 어떤가?』

하고 의논했다.

『대왕마마, 그것은 단념하시는 것이 좋을까 합니다. 묘우꼬우왕은 본래부터 대왕전하에게 원한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만약 저편에 발각이라도 되는 날이면 대왕전하의 옥체에 위험이 가해집니다. 따라 서 군자는 위태로운 곳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이 중지하시는 것이 가할까 하옵니다.』

『흠, 대장부인 이 몸이 한 번 마음먹은 일이면 결과의 선악 따위에 우물쭈물할 수 없다. 나는 위험을 무릎 쓰고라도 감행할 터인 즉, 너는 여기 머물러 있으라.』

『대왕전하께서 그토록 하시고 싶다면 신이 감히 어찌 말리오리까? 그 대신 아무쪼록 부디 옥체를 유념하시와 무사히 다녀 오시옵소서.』

호색한 슛꼬우왕은 대신의 간언도 물리치고 오직 단신이 밤중에 묘우꼬우의 성내로 들어갔다. 슛꼬우왕이 풀숲에 숨어 엿보고 있자, 달빛을 받아 한결 아름다운 세이꼬우의 모습이 나타났다.

『음, 과연 아름답구나! 저 여자가 일세에 미모를 자랑하는 그 세이꼬우로구나. 하룻밤 환락의 상대로 는 최상품이군.』

하고 그는 혼자서 흐뭇하게 웃었다.

슛꼬우왕은 세이꼬우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섰다.

『저와 하룻밤을 즐기시지 않으렵니까?』

하고 왕은 세이꼬우 앞에서 은근한 목소리로 청해 보았다. 세이꼬우는 마치꽃잎이 활짝 피는 듯 고운 웃음을 머금고 사람을 매혹하는 눈길로 그를 바라보며,

『그럼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저기에 자리를 펴 주세요.』

라고 했다.

이렇게 세이꼬우가 말하자 슛꼬우왕은 울컥 마음이 상했다.

「적어도 나는 일국의 대왕이다. 네까짓 아녀자를 하나 얻으려고 자리를 손수 깔다니…….」

대왕은 이렇게 자존심이 상하여 거칠게 세이꼬우에게 말했다.

『자리는 여자인 그대가 펴시오.』

하고 고집을 부렸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 자존심 때문에 자리를 펴는 것으로 왈가왈부하는 동안에 벌써 하늘은 새벽을 알리며 희뿌여니 새고 있었다. 이윽고 귀성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이꼬우는 단념하고 돌아가려고 했다.

『그럼, 내가 펼 테니 조그만 기다리시오?』

마침내 왕이 자아를 굽혀 만류하려 했다. 그러나 세이꼬우는,

『아닙니다. 벌써 귀성할 시간인 걸요. 지각하면 제 목숨에 관계된답니다.』

『자아 그러지말구…….』

왕은 그녀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그럼, 다음 만날 때의 신표로 당신의 반지를 제게 주세요.』

『섭섭하지만 그렇다면 도리 없군요. 자아, 훗날의 신표로 이 반지를 받으시오.』

하고 왕은 자기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두 남녀는 서로 이별을 섭섭해 하면서 좌우로 헤어졌다. 궁중으로 돌아온 세이꼬우의 모습을 본 왕이 물었다.

『세이꼬우, 지난 밤은 마음껏 즐겼는가?』

『그저께 밤과 마찬가지로 사나이와 만나기는 했사오나 정을 나눌 겨를이 없었습니다. 다만 후일 다시 만날 약속의 신표로 이와 같은 반지를 받았을 뿐입니다.』

하면서 세이꼬우는 그 반지를 대왕 앞에 내 놓았다. 왕은 그 반지를 손에 들고 각인(刻印)을 읽고 있다가 갑자기 안색을 변하며 죠우요우에게 말했다.

『이 반지는 틀림없이 이웃나라 슛꼬우왕의 반지다. 아마 그놈이 대군을 이끌고 성내에 잠입한 모양. 누구도 알지 못하게 여관들과 환락을 즐긴 것이다. 이대로 두면 심히 위험하니 무슨 대책을 강구해야 되리라.』

왕은 매우 근심스러운 얼굴이었다.

『밤을 틈타서 몰래 잠입한 모양입니다. 미리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만약 다시 온다면 반드시 포박하 여 대왕마마의 탑전에 꿇게 하겠습니다.』

죠우요우는 당장 슛꼬우왕의 체포에 궁리를 다하고 있었다.

한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초연히 돌아간 슛꼬우왕은 묘우꼬우왕이 자기를 포박하려고 기도한다는 정보를 탐지했다. 왕은 이것을 유켄이나 대신에게 의논했다.

『대왕마마, 그것 보시옵소서. 신의 의견은 바로 적중했습니다. 실로 위험천만이었습니다. 다행히 이번 엔 이 환란을 모면했아오나 다음엔 무사히 돌아가실 수 있을는지 의문입니다. 온세이니성(城)에 행하시는 일은 절대로 중지 하시옵소서.』

유켄나 대신은 진심으로 슛꼬우왕엑 간했다.

『무엇, 그까짓 별일 없겠지!』

색욕에 눈이 어두워진 대왕은 충신의 간언도 듣지 않고 또 남몰래 세이꼬우를 만나고자 온세이니성으로 갔다. 왕의 신변을 크게 염려한 유켄나도 할 수 없이 수행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슛꼬우왕은 온세이니 성내의 어느 집에 머물면서 세이꼬우와의 밀회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일찌감치 밀정을 파견해 놓고 정보망을 치고있던 죠우요우는 슛꼬우왕이 성내에 온 것을 곧 탐지했다. 무술에 뛰어난 병사들을 많이 이끌고 그 왕이 은신해 있는 집을 개미가 기어 나갈 틈도 없이 포위했다.

『이 집안에 침입해서 남자면 누구든 무조건 포박하라. 그러나 여자는 필요 없다.』

고 시퍼렇게 엄명을 내렸다.

한편, 유켄나는 사태가 급박함을 알았다. 그러나 무슨 방법으로든가 왕을 이 위험한 포위망 속에서 탈출시켜야 했다. 겨우 생각난 것이 왕에게 하녀의 옷을 입혀 머리에 물동이를 이게 하고 그 뒤에서 한 사람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쫓아가면서,

『빨리 빨리, 물을 길어와!. 대왕이 지금 양치를 하시려고 기다리고 계시지 않니?』

하고 소리치면 수위나 적병도 하녀라고 생각하고 외출을 허용할 서이다. 그리고 못 가에 갔을 때 그 물동이를 버리고 달아나면 된다고 꾀를 생각해 냈다. 그는 왕에게 사태의 급박함을 알리고 하녀로 변장시켜 그의 묘계대로 알리고 하녀로 변장시켜 그의 묘계대로 외출하는데 성공했다. 죠우요우로부터 여자는 돌아다보지도 말라는 명령을 받은 병사들은 하녀인 까닭에 아무런 신문도 않고 내보냈다.

이런줄을 모르는 죠우요우는 집안에 들어가 적국의 왕을 샅샅이 뒤지며 찾았으나 허사였다. 거기엔 오직 유켄나만이 홀로 남아 있었다. 실망한 죠우요우는 유켄나를 체포하여 묘우꼬우왕에게로 갔다.

『이 사나이가 슛꼬우왕을 도망시켰습니다. 대왕마마.』

그러자 유켄나는 묘우꼬우왕 앞으로 나갔다.

『저는 슛꼬우왕의 은총을 입어 신명을 보존하고 있는 자입니다. 대왕의 위험을 구해드리는 것은 신하 된 자로서 마땅히 행할 의무입니다. 그런데도 귀국의 여러 신하들은 많은 녹을 나라에서 받으면서 적국의 왕을 놓쳤으니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켄나의 도리어 합당한 말을 들은 왕은 죠우요우에게 준엄히 꾸짖었다.

『이 무슨 추태인가? 적국의 왕이 사사로운 일로 온 것을 그대들은 공공연히 도망치게 했으니. 이 국가적 명예를 회복하면 다행이거니와 만약 그렇지 못하나 날엔 극형을 면치 못하리라.』

죠우요우는 완전히 적에게 허를 찔려 큰 실패를 초래했다. 참으로 통분했다. 더구나 대왕은 이 일로 해서 크게 상심하여 진노하고 있지 않는가. 그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도록 창피하고 분했다. 그리하여 다시 무슨 방법을 쓰든 적국의 왕을 포박하려고 절치부심하며 그것에 골똘히 마음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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