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유우
부처님께서 신해품에서 네 제자들이 빈궁한 아들을 비유하여 말함을 들으시고, 그들이 비록 비유품의 뜻은 알았으나 부처님의 말씀하신 법은 차별이 없는데, 듣는 이가 제각기 다르게 이해하는 것을 운우약초(雲雨藥草)로써 다음과 같이 비유하여 말씀하셨다.
「큰 구름이 세간에 일어나서 일체를 두루 덮으니 혜운(慧雲)은 윤택을 품고 번개같이 밝게 비치며 우뢰 소리는 멀리 진동하고, 햇빛이 가려져서 지상은 서늘해지며 뭉게구름이 두 손에 잡힐 듯이 내리 덮힘이라, 그 비는 널리 평등하여 사방에 함께 내리며 한량없이 흘러서 모든 국토가 흡족하였다.
산과 내와 험한 골짜기나 깊은 곳에 나서 자라는 초목과 숲과 여러 약초와 큰 나무와 작은 나무며 온갖 백곡의 싹이며 감자와 포도가 모두 비에 젖은 바 되어 풍성하게 자라고, 가물던 땅이 고루 젖어 약초와 나무들이 함께 무성하리니, 저 구름으로부터 내리는 한결 같은 비를 맞아 풀과 수풀들은 분수에 따라 윤택을 받으며, 일체 모든 나무의 상·중·하가 다 평등하게 그 크고 작음에 따라 각각 성장하고 뿌리, 줄기, 가지와 잎새며 꽃과 열매의 빛과 모양이 한결같은 비의 혜택으로 싱싱하고 윤택하여 제대로의 체질과 크고 작은 성품대로 혜택을 받지마는, 그 무성한 모양은 다르다.」
이 비유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이, 큰 구름이 널리 일체를 덮음과 같으며, 바싹 마른 중생들에게 충분히 감로수를 축여주어 모두 괴로움을 여의고 안락한 즐거움을 얻게 하나니, 온 세간을 만족하게 비로 고루 적시듯이, 귀하거나 천하거나 높거나 낮거나 계(戒)를 가졌거나 계(戒)를 깨뜨렸거나 위의가 구족하거나 구족하지 못하거나 정견(正見)이거나 사견(邪見)이거나 근기가 날카롭거나 둔하거나 평등하게 법비를 내려 일체 중생이 법문을 듣는 자는 힘에 따라 나름대로 여러 지위에 머무르되, 혹은 사람 되고 하늘 사람 되며 전륜성왕이나 제석천왕 범천왕 등이 되어 태어나는 것을 작은 약초라 하며, 무루(無漏)의 법을 알아서 능히 열반을 얻고 6신통을 얻어 연각을 증득하면 이는 중품의 약초이고, 부지런히 선정 정진을 행하면 이는 상품(上品)의 약초이며, 또 모든 불자가 마음을 불도에만 두어 항상 자비를 행하며 스스로 성불할 것을 알고 결정하여 의심이 없으면 이는 작은 나무이고, 신통에 편안히 머물러서 불퇴의 법문을 설하며 한량없는 억만 중생을 제도하는 이와 같은 보살은 큰 나무라 하신 것이다.
생각건대, 만약에 부처께서 이 세간에 출현하시어 법을 설하시지 않았더라면 이 중생계에 인간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을 것이니, 오랫동안 가물고 비가 오지 않는다면 모든 초목이 다 비틀어져 타죽는 경우와 같다 할 것이다.
우매한 중생은 큰 은혜 가운데 살면서도 그것을 모르는 것이 마치 일체 초목이 큰 구름에서 내리는 단비를 맞고 생동하여 자라건만 초목이 그것을 모르는 채 크는 것과 같으니, 이를 아는 자는 현세에서는 편안하고 후생에는 좋은 곳에 태어난다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의 설하는 법은 한 모양, 한 맛이니 이것을 해탈하는 모습과 여의는 모습을 멸하는 모습이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우(法雨)의 혜택으로 필경에는 일체종지(佛의 知見)에 이르게 된다고 말씀하시었다.
중생들이 여래의 법을 듣고 그대로 지니거나 읽거나 외우거나 설한 대로 수행 하면 그 얻은 공덕은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해도 여래는 중생의 종류와 형상과 바탕과 성품을 알아 사유하고 닦으면 구경에는 어떤 법을 얻는가를 동체대비로써 베풀어도 중생들은 미혹에 가리어 모르고 있나니, 마치 풀과 나무와 숲과 약초들이 스스로 상·중·하의 성품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