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다

옛날 어떤 사람들이 부처님

「법문을 듣고 한 사람이 불법은 이런 것이다.」

하니 다른 사람이

「아니다. 불법은 이런 것이다.」

하여 각기 자기주장을 내세웠다.

그 때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설화를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왕이 천생의 장님들을 모아놓고 코끼리를 만져보게 한 뒤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느냐? 물었다. 코끼리의 코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는 굽은 멍에와 같다.」

하고, 코끼리의 이빨을 만진 사람은

「코끼리는 절구공이와 같다.」

하고 귀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는 키와 같다. 」

하였다.

또 머리를 만진 사람은,

「솥과 같다.」

하고, 등을 만진 사람은,

「언덕과 같다.」

하고, 배를 만진 사람은,

「솥」

다리를 만진 사람은,

「나무」

장단지를 만진 사람은,

「기둥」

발자국을 만진 사람은,

「호박 」

꼬리를 만진 사람은,

「밧줄과 같다.」

하였다.

그러나 코끼리는 멍에와 같은 것만도 아니고 절구공이와 같은 것만도 아니다.

하물며 키, 솥, 나무, 기둥. 호박, 밧줄이겠는가?

그 모든 것이 코끼리 아닌 것같이 너희들의 말도 불법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온전한 대답을 다했다 할 수 없다.』 하였다. <世紀經龍鳥品>

이 얼마나 간결하고 멋있는 비유인가.

오늘날 불교를 하는 여러 사람들이 각기 자기가 아는 범주 내에서 불교를 소개하고 불법을 의논하면서 「이것이 불교다.」

하고 내세우는 게 없지 않으나 그는 진짜 불교를 아는 사람이 아니다.

왜냐하면 불교는 무유정법(無有定法)이고 불법은 정법이기 매문이다.

마음에 사(邪)가 없고 행에 미(迷)가 없으면 한 법도 불법 아닌 것이 없겠거니와 생각이 어둡고 미련하여 내 아는 바 법만을 꼬집어 고집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벌써 불교와는 인연이 멀어져 가는 것이다.

하물며 무슨 종, 무슨 종을 세워 이것은 진짜고 저것은 가짜라 함이 있겠는가? 오직 바른 법을 행할지언정, 불법 안에서 아시타비(我是他非)는 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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