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지차에 천지현격
부처님 종제 「난다」는 출가 후에도 항상 잡된 것만을 생각하고 마음이 물듦에서 떠나지 못하여 공부에 진전이 없었다.
하루는 여러 스님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길가에 젖은 새끼 한 묶음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부처님 이 말했다.
「저것을 집어 보아라.」
난다는 그것을 들어 코에 대어보고 코를 찡그리며 버렸다.
「무슨 냄새가 나느냐? 」
「비린 냄새가 납니다. 아마 생선을 묶었던 새끼인가 봅니다.」
「그래, 처음부터 그 새끼에 그런 냄새가 있었을까?」
「아닙니다. 새끼 그 자체에는 아무 냄새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생선을 묶었으므로 그런 냄새가 나게 된 것입니다.」
또 부처님은 얼마쯤 가시다가 길가에 종이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그 종이를 주워 보아라.」
난다는 얼른 종이를 집어 코에 대어 보았다.
「향내가 납니다. 아마 향료를 쌌던 종이인가 봅니다.」
「그래, 그것도 본래부터 그런 냄새가 그 속에 들어 있었을까?」
「아닙니다. 그것도 본래는 아무런 냄새를 갖지 아니 했으나, 향료를 쌓았으므로 그런 냄새를 낳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행자여. 사람도 마찬가지다. 악한 사람을 친하면 악한 사람이 되어 사람들이 그를 대하면 얼굴을 찡그리고 대하고, 착한 사람을 친하면 착한 사람이 되어 뭇사람들의 아끼고 사랑하는바 된다.
산에 오르는 사람, 산을 내리는 사람, 그들이 어느 한 지점에 만났을 때 그들은 촌보의 차이도 없다. 그러나 끝과 끝에선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