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왕의 설법

기러기왕의 설법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취산에 계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바라나시국에 五백의 기러기가 무리를 이루어 공동 생활을 하고 있었다. 기러기의 왕을 라이다라 하며, 그 신하에 소마라는 이가 있었다.

어느 때, 기러기의 왕인 라이다가 사냥꾼에게 잡히는 것을 보고, 오백의 기러기들은 모두 자기들의 왕을 버리고 도망쳐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소마만은 라이다를 따르고 달아나지 아니하였다. 그리고 사냥꾼에게 청하였다.

『우리 왕을 놓아 주십시오. 왕 대신 나를 잡아 가시오.』

사냥꾼은 소마의 청을 들어 주지 아니하였다. 기러기 왕 라이다는 사냥꾼의 손으로 국왕에게 바치어졌다.

국왕은 아리다를 향하여,

『너는 편안하냐.』

『대왕의 은덕으로 대왕의 샘물을 마시고, 또 먹고 싶은 물을 마음대로 얻어 아무런 부자유 없이 생활하고 있으므로 참으로 편안합니다.

원컨대, 대왕이여, 모든 기러기를 높고 넓은 공중에 놓아 주어, 아무런 두려움 없이 편안한 생활을 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기러기 왕의 부하인 소마의 기러기는 그들의 왕이 잡혀 있는 왕궁 위에 날아와서 기러기 왕의 구명을 청하였다.

국왕은 궁전 지붕 위의 때 아닌 광경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기러기 왕에게 물었다.

『저들은 나의 일족입니다.』

국왕은 기러기들의 그 주인을 따르는 진정을 칭찬하고 곧 기러기 사냥금지령을 온 나라에 선포하였다. 기러기왕은 국왕의 넓고도 크신 자비심에 감동하여,

『대왕께서는 바른 법으로써 나라 다스리는 방편으로 하고 계십니다. 대저, 세상은 덧없습니다.

예컨대 동서남북에 솟아 있는 사방의 큰 산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면, 땅위에 있는 모든 것―모든 인류도 그밖의 생물도 모두 산산 조각으로 부서지고, 피하여 도망할 수도 없으며, 또한 그들은 구해 낼 아무 것도 없음과 마찬가지입니다.

대왕이시여, 모든 부귀는 소멸에 의하여 깨어져 없어질 것이며, 모든 강장(强壯)은 병에 의하여 파멸에 부딪치며, 모든 장년은 병리산(病羸山)에 의하여 파괴되고, 모든 생물은 대사산(大死山)에 의하여 목숨을 빼앗기니 그 무엇이든 죽음을 면할 길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자비심을 가지고 바른법을 닦고, 덕정(德政)으로써 정치의 요체로 삼는다면, 죽음에 임해서도 마음에 후회가 없고, 따라서 저승에서는 좋은 곳에 태어나 어진이를 만나 생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기러기왕의 웅변은 국왕의 귀를 기울이게 하고, 국왕의 폐부를 찔렀다. 기러기의 동족인 소마는 자기 왕 옆에서 잠자코 열심히 듣고 있었을 뿐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아니하였다.

국왕은 기러기왕의 웅변에 매혹되는 동시에 그 옆에 있는 소마의 진실한 태도를 유심히 보았다.

『소마야, 너는 왜 잠자코 있느냐?』

『대왕이여, 지금 우리들의 왕과 사람의 왕과 두 왕은 흉금을 털어놓고 나라 다스리는 비결을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저 같은 것이 말 참견을 한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며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공경하고 삼가는 마음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하고 잠자코 있었습니다.

『네 태도는 세상에서 드문 훌륭한 것이로다. 몸은 천한 기러기이면서도 이와 같이 충신의 예절을 다한다는 것은 분수를 지키어 말 참견을 하지 아니하였다하니 참으로 세상에 드문 임금과 신하의 아름다운 모습이로다.』

국왕은 이렇게 칭찬하고 감탄하면서 황금 목걸이를 소마에게 주고 흰 명주로서 기러기왕의 목을 장식해 주고, 설법에 대하여 깊이 감사하면, 그들을 넓은 들에 놓아 주었다.

이 기러기왕이란 현재의 석가모니이시며, 소마는 아난(阿難), 사람의 왕은 정반왕(淨飯王), 사냥꾼은 데바닷다(提婆達多)이다.

<雜寶藏經第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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