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와 공작
석존께서 사박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북쪽 지겐이라는 나라로부터 하샬리란 나라로 까마귀를 가지고 왔다. 이 나라에는 까마귀라는 것이 없었으므로 이 나라 사람들은 진기한 새라고 크게 기뻐하여 여러 가지 먹이와 나무 열매, 풀 이삭을 주면서 대단히 귀여워했다.
이렇게 되자, 다른 까마귀들도 모두 이 나라로 모여 들어서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아졌다.
그 후, 한 사람의 상인이 다른 나라에서 세 마리의 공작새를 가지고 돌아왔다.
사람들은 공작새의 아름다운 털, 의젓하고 점잖은 행동, 미묘한 모습을 보고 감탄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진기하다고 생각한 까마귀와 비교하여 천양지차가 있음에 거듭 놀랐고 더구나 그 아름다운 음성을 듣고 까마귀의 추악한 울음소리는 듣기조차 싫증이 나버렸다.
그래서 그때까지 까마귀에게 품었던 사람들의 애정은 하루 아침에 모두 공작새에게 쏠려서 이제는 누구 한 사람 까마귀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도 없어졌으므로, 그렇게 많았던 까마귀의 모습은 어느 사이엔가 이 나라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 때 제천(諸天)은 노래했다.
『햇빛이 나타나기 전에 촛불
공작새가 없는 나라의 까마귀
음식, 열매, 풀 이삭의 공양을 먹고
스스로 거만하여 존경을 잃었도다.』
현자(賢者), 아난(阿難)이 이것을 듣고 다시 노래로 답하기를,
『부처님 아직 안 오시고
도사(道師)도 아직 세상에 없을 때
외도(外道)의 중이나 바라문도
모두 백성들의 공양을 받았다.
이제 부처님의 목소리는
명확히 불법을 가르쳐 주심이니,
외도와 그 밖의 이단자(異端者)들은
지금까지의 공양을 영원히 잃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