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의 싸움

보살의 싸움

다이기라와 나라라고 하는 두 보살이 있었다. 이 양 보살은 세속(世俗)의 더러움에서 멀리 떨어져 깊은 산에 들어가 석실(石室)을 파서 집을 삼고, 베옷을 입고 풀자리를 깔고 나무 열매를 먹고 물을 마시며 모든 물욕(物慾)을 버리고, 마음 조용히 단지 수행(修行)에만 힘썼으므로 속계(俗界)의 유혹을 넘어 색계(色界)에 일어나는 사종(四種)의 선정(禪定)인 사선(四禪)의 깨달음을 열어 오신통(五神通)의 힘을 얻어, 어떻게만 하면 것일지라도 볼 수가 있고 어떠한 작은 소리라도 듣고 어떤 곳에라도 날아가서 자유로 출입할 수 있고 십만의 사람들의 심중(心中)에 생각하는 것을 알고 먼 과거세(過去世)로부터 이제까지 다시 태어나고, 다시 죽어간 상태에도 도달할 수 있었다.

제천(諸天)과 신선(神仙)의 존경을 받으면서, 이 심산에 머물기를 육십여년, 항상 많은 사람들이 물정(物情)에 사로잡혀 괴로워하고 욕심을 버리고 부처님의 도를 밀어 복보(福報)를 받을 것을 모르는 것을 가엾게 생각했다.

한번은 다이기라가 한밤중에 일어나 경(經)을 읽고 있었는데 피로가 와서 자리에 누웠다. 그 때에 나라도 또 일어나 경을 읽었다.

좁은 석실 안이라서 먼저 자고 있는 다이기라의 머리를 밟았다.

『누구냐! 내 머리를 밟은 놈은. 나는 맹세코 말한다. 내일 아침 해가 뜨기 전에 네 머리는 일곱 개로 갈라질 터이니 그런 줄 알아라.』

『너무 심한 화구나, 살아 있지 않은 그릇들도 서로 부딪힐 때가 있다. 하물며 손발을 움직이는 인간이 좁은 곳에 같이 있고 보면 오랜 세월 동안에는 이 정도의 일은 있을 법하다.

그러나 다이기라, 이제까지 네 맹세는 틀려본 적이 없다. 내일 아침 해가 뜨면 내 머리는 일곱 개로 깨어질 것이다. 나는 내 힘으로 해를 눌러 동쪽 하늘에서 한 발자국도 뜨지 못하게 할 수밖에 없다.』

해는 아침이 되어도 동쪽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닷새 동안 온 세상은 온통 암흑으로 뒤덮여 사람들은 횃불이다 등불이다라고 소동을 벌려 인심(人心)은 극도로 불안에 떨고 있었다.

국왕은 군신을 소집하여 대회의(大會義)를 열었다. 물론 학자와 도사(道士)들도 모두 소집을 받았다.

『닷새 동안 해가 모습을 안 나타내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나라에 죄과가 있어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니겠는가.』

국왕은 숙연(肅然)히 일동을 살펴보았다.

많은 사람 가운데서 앞으로 나선 한 사람은 덕이 높은 도사였다.

『국민의 존경의 대상이 된 저 산중의 두 도사가 사소한 언쟁을 한 결과 해를 붙들고 내놓지 않습니다. 임금님은 군신과 만민을 데리시고 저 산에 올라가시어 사정을 말씀드려 화해하도록 부탁을 하시면, 원래가 자비심이 깊은 보살들이시니 당장에 들어주심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국왕은 주시로 포령(布令)을 내어, 여러 사람들과 더불어 두 보살의 석실을 찾아 정중히 예를 마치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풍성함도 만민의 안녕(安寧)도, 하나같이 당신들 보살님들의 덕분이옵니다. 이제 두 분께서 언쟁을 벌리셔 가지고는 저희 국민이 평안할 곳이 없습니다. 만일에 죄과가 있다면 저의 죄과입니다. 만민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제발 마음들을 푸셔 가지고 저희 나라를 위하여 용서해 주시옵기를 빌겠습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이기라만 마음을 풀면 해는 지금이라도 뜨게 하지요.』

라고 말하는 나라의 말을 듣고 왕은 다이기라한테 가서 나라의 뜻을 전하고 말했다.

『진흙으로 나라의 머리를 만들게 해가지고 해를 뜨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리하여 태양은 동쪽 하늘에서 붉게 빛을 내었다. 진흙으로 만든 나라의 머리는 일곱 개로 깨어졌다.

두 사람 사이의 싸움은 풀리고 왕도 만민도 기뻐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서 두 보살은 왕을 위해 나라를 다스리어, 널리 자비의 흥화를 베풀었으므로, 이 나라 는 더욱 더 태평하게 되었다.

이 두 보살의 싸움은 부처님을 모르는 왕이나 만민에게 그 가르침을 모르는 왕이나 만민에게 그 가르침을 알리려는 방편(方便)이어서 이 일이 있은 후에는 이 나라는 깊이 부처님의 도를 믿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나라는 석존, 다이기라는 미륵보살의 전신이었다.

<六度集經 第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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