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상담
석존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원정사(祇園精舍)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때 천 二백五○인의 수행자(修行者)들 중의 한 사람이, 거리에 나가서 걸식하며 돌아다녔다.
육체적 향락에 지새는 어떤 집에 들어갔을 때, 그 집에 있는 한 사람의 음녀(淫女)가 대단히 기뻐하면서 총총걸음으로 나오더니 그를 집 안으로 맞아드리고 자리에 앉히더니 발아래 절을 하고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수행자가 가지고 있는 그릇(鉢)에 가득히 공양했다.
수행자는 그 감미로운 음식을 배가 부르도록 먹고는 마음 속으로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그런 일이 있은 후로 몇 번이고 그 여자의 집에 걸식을 했다.
「이 수행자는 아직 수행이 부족하다. 계율을 지키는 일도 충분한 것 같지 않다.」
이렇게 마음속에 생각한 음녀는 모르는 척 일부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공양했다. 그래서 몇 번이고 그가 올 때마다 그러한 공양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학문도 아직 분명치 못하고 수행도 이루지 못한 그 수행자(修行者)는 범부(凡夫)의 욕정으로부터 자기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 음녀의 요염한 자태를 볼 때마다 욕정이 점점 일어나서 그 여자를 잊을 수가 없었다.
수행자는 그 여자를 보면 될 수 있는 대로 오랫동안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그래서 매일처럼 그 집을 찾아 갔다.
만나면 만날수록 여자의 자태나 음성이 그를 자극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망각하고 자제하는 마음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눈에 미녀를 보면 애욕의 정념이 일어난다. 수행자들이여, 만일 여자를 볼 때는, 장자는 어머니라고 생각하고, 중자는 누님이라고 생각하고, 소자는 동생이나 자식이라고 생각할 것이며, 땅, 물, 불, 바람이 四대의 인연의 힘으로 임시로 합쳐 놓은 것으로 외모가 꽃병과 같이 아름답게 보여도 그 속에는 부정한 것이 하나 가득차 있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사랑할 만한 아름다움이 없는 것이다. 본래가 무(無)인 것이다. 하등 집착할 일이 못되는 것이다.』
부처님은 이렇게 설법했다.
그러나 수행자는 하늘의 진리에 달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단지 아름다운 용색만이 눈에 아롱거려서 음욕의 정(精)에 고뇌했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천하에 당할 자가 없다. 나는 당신과 같은 사람하고 함께 살고 싶다.』
음녀는 수행자의 이 같은 말을 듣고―나는 원래부터 음욕의 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맑고 깨끗한 존귀한 마음으로 이 수행자에게 공양한 것이다. 그런데 이 수행자는 추잡한 정을 일으켜 파계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나를 대하고 있다. 그렇다. 그의 말에 따르는 척 하면서 오히려 그를 훈계해 주어야 겠다―고, 마음속으로 염원하면서,
『당신이 진실로 나를 사랑한다면, 맛있는 음식, 향기가 높은 향, 아름다운 꽃, 그리고 훌륭한 의복을 가지고 오세요. 그 때는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
『저에게는 재산도 없을 뿐더러 그것을 구할 힘도 없습니다. 보다시피 걸식을 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얻은 모든 것을 전부 당신에게 바치겠습니다.』
『무기력한 사람, 구하려고 마음먹으면 무엇이든 구하게 되는 겁니다. 당신과 같은 염치없는 사람은 이 집에서 당장 나가 주기 바랍니다.』
거친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하면서 기원정사(祇園精舍)의 문전에까지 수행자를 쫓으면서 따라갔다. 수행자는 망신한 몸으로 간신히 문안으로 도망쳤다.
이러한 일이 여러 수행자의 입에서 부처님의 귀에 들어갔기 때문에 두 사람의 과거에 대해서 인연을 이야기 했다.
전세에서의 인연으로 어떤 곳에 있는 큰 호숫가에 한 마리의 거북이가 살고 있었다. 호수의 둘레에 무성하게 자란 나무 숲 안에 한 마리의 원숭이가 있었다. 거북이는 가끔 물에서 나와서는 나무 위에 있는 원숭이 하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 일이 매일 반복되어 점점 친하게 됨에 따라 거북이는 음란한 마음을 일으켰다. 거북이 드디어 그런 마음을 고백했을 때, 원숭이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나무 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나와 함께 있고 싶으면 물에서 나와 나무 사이에서 살면서 나에게 여러 가지 먹을 것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런 말을 하지만 나는 물속이 아니면 살지 못합니다. 거기다 언제나 고기를 먹고 있는데 당신이 먹는 나무 열매보다는 훨씬 맛이 있습니다. 그런 어려운 일은 말하지 말고 나와 함께 살아주지 않겠습니까.』
『나무 위에 있어도 내가 먹을 만큼의 먹을 것은 찾아낼 수 있습니다. 내가 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제 앞으로는 상대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거북이와 원숭이는 상호간에 불가능한 상담으로 이윽고 헤어지고 말았다. 서로 좋아하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아 이별했던 양자는 이 세상에서 다시 서로 헤어지게 된 것이다.
즉 지금의 음녀는 원숭이, 수행자는 호숫가에 살았던 거북이다.
<生經卷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