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인간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說法)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깊은 산속에 역량이라는 한 마리의 원숭이가 살고 있었다.
동년배 보다 뛰어나고, 지혜롭고, 자비심이 깊었다. 항상 나무에 올라가 열매를 따서 연명하고 있었다. 하루는 언제나와 같이 높은 나무에 올라가 있으니까, 멀리 떨어져 있는 저쪽 깊은 골짜기에서 사람 살려달라는 소리가 끊기었다가 다시 이어지며 끊임없이 들려왔다.
『내가 부처님이 되고 싶어하는 것도 괴로워하는 자를 구하고 싶기 때문이다. 저 소리의 사람도 잘못하여 깊은 골짜기에 떨어진 것이겠지만, 지금 구해내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것이다. 어떤 고난을 겪더라도 저 벼랑을 내려가 구해내지 않으면 안되겠다.』
이렇게 결심한 원숭이는 목소리를 따라 몸의 위험도 생각하지 않고, 나무에 기어 올라가서는 바위를 더듬어, 골짜기에 내려갔다.
거기에는 몇 백 길로 되는 벼랑 밑으로 떨어진 한 사람이 있었다. 온 몸에 상처를 입고 수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숨이 곧 끊어질 듯 싶었다.
원숭이는 그 사람을 등에 엎고, 풀뿌리와 바위 모서리를 더듬어 가며 간신히 산위의 평지에 기어 올라왔다.
『이 길을 따라가면 마을로 갑니다. 이제부터는 절대로 위험한 일이나 나쁜 짓은 하지 말도록 하십시오. 그러면 여기서 작별합니다.』
라고 말하고는 지쳐빠진 몸을 나무 그늘로 누워 깊은 잠에 떨어졌다.
구출을 맡은 사람은 피로와 굶주림으로 걸어갈 용기도 나지 않았다.
(골짜기에서 굶고, 이제 이렇게 나와서도 먹을 수가 없다. 같은 괴로움이다)
라고 생각하는 마음속에, 나쁜 마음이 굼실굼실 일어났다.
(그렇다. 저 원숭이의 살을 먹고 목숨을 잇자. 그래 , 그것이 좋다.)
라고 혼자 끄덕거리며, 돌을 주어 아무 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는 원숭이의 머리를 쳤다.
원숭이는 피가 흘러 눈이 흐려지고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려고 하였으나 그것도 할 수 없어 간신히 나무로 기어 올라가 그 몸을 가눴다.
그러나 원숭이는 은혜를 잊은 사람을 미워할 마음도 그 악인(惡人)을 나무랄 마음도 없이 나쁜 마음을 품는 인간을 가엾게 여기고 슬퍼할 뿐이었다.
『나의 지금의 힘으로는 이러한 악인을 구해낼 수 없다. 부디 미래의 세상에는 모든 부처님의 자비심으로 그 가르치심을 믿고 수행(修行)을 하여 깨달음을 얻어 오래 오래 이런 악심을 품는 자가 없도록 해야겠다.』
라고 기원하고 그는 고요히 눈을 감았다.
<六度集經 第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