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의 줄다리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곳에 오백 마리의 원숭이를 거느린 한 마리의 원숭이 왕이, 아무런 부족함 없이 산림에서 놀고 지낼 때의 일이다.
어떤 해 큰 가뭄이 와서 먹을 만한 열매가 열리지 않아, 일족(一族)은 굶어죽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이 나라의 왕성(王城)은 이 산에서 가깝고, 겨우 조그만 시내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원숭이 왕은 일족을 이끌고 왕성의 안에 들어가 과일을 마구 따먹었다.
뜰의 감시인은 이 사정을 왕에게 고하고 왕은 이 보고에 의하여 살짝 원숭이들을 에워싸고 뜰에서 내보내지 말라고 명령했다. 원숭이 왕은 재빨리 이것을 알아 차리고, 새파랗게 질렸다. 자기는 많은 원숭이들의 우두머리이다. 그런데도 얕은 생각으로 과일을 탐내 목숨을 이으려고 많은 무리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다.
비록 이 몸을 버리더라도 그들을 구해내지 않으면 안되겠다라고 결심하고는,
『빨리 여기를 피해가지 않으면 안된다. 각기 흩어져 등(藤) 덩굴들을 찾아오너라.』
라고 원숭이들에게 명했다.
원숭이들은 길들여져 있었으므로 즉시로 많은 등덩굴들을 가지고 왔다. 등덩굴은 길게 이어져 한쪽 끝을 이쪽 큰 나무 가지에 동여매고 한 끝은 원숭이 왕의 허리에 매었다. 원숭이 왕은 나는 새와 같이 시내 저쪽 큰 나무에 뛰어올라 왕의 뜰에서 시내를 가로질러 원숭이가 사는 산에 한 줄의 다리가 놓아졌다. 그러나 줄이 짧았으므로 원숭이 왕은 양손으로 단단히 나뭇가지를 붙들고 겨우 지탱하고 있었다.
오백의 원숭이가 이 다리를 다 건넷을 때에는 원숭이왕의 팔은 이제는 더 지탱할 힘을 잃고 기절한채 시냇가에 떨어져 버렸다.
국왕은 다음날 아침 그 뜰에 나와 본 즉 큰 원숭이가 쓰러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원숭이왕이 기절해 있었는데 겨우 숨을 돌린 것 같았다. 이때의 큰 원숭이는 사람의 기척에 정신이 들었다.
그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으므로 왕을 향해,
『야수(野獸)인 저도, 이 세상의 삶을 탐내어 임금님의 은혜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년의 가뭄으로 산에는 먹을 열매도 남지 않아 그만 뜰을 침범(侵犯)하여 과일을 망쳐 놓아 버렸습니다. 이 죄는 모두 제게 있읍니다. 다른 것들은 제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부디 용서를 빌고 싶습니다. 저는 살은 얼마 안됩니다만 여러분의 하루 아침의 찬은 될 것입니다.』
죽음의 각오를 가지고,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사과했다. 왕은 야수의 몸이면서도 그 우두머리인 그가 몸을 죽여 많은 목숨을 구하려는 것에 감복하여,]
『나는 인간의 왕이면서도, 너희들 야수에게는 따르지 못한다.』
라고 눈물을 흘리며 그를 위로하고 등덩굴을 풀고, 편안한 침상을 주어 간호를 해주고 국내에 명하여, 자유로이 원숭이에게 먹을 것을 따먹게 하였다.
왕궁으로 돌아온 왕은 왕비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고현(古賢)의 실행도 저 원숭이 왕에는 따르지 못할 것이다. 나의 은혜 따위는 이것에 비하면 실이나 머리카락 정도 밖에 안된다. 그의 실행은 곤륜산(崑崙山=향취산(香醉山) : 가공의 산, 아진달지(阿振達池)와 같음)보다 더하여 위대하다.』
라고 칭찬했다.
왕비도 크게 기뻐하여 왕에게 원했다.
『왕이시여! 그 좋은 원숭이에게 충분히 먹을 것을 주고 또 다른 원숭이들이 먹을 것을 따먹는 것을 방해하지 않게 국내에 명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왕비, 명령은 이미 내었소, 그는 이제 충분히 먹을 것을 얻게 될 것이요.』
원숭이왕은 석존, 국왕은 아난, 오백의 원숭이는 지금의 수업승(修業僧)이다.
<六度集經 第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