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사와 거북

이발사와 거북

석존께서 왕사성 영취산에 계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하리야다라는 강기슭을 향한 곳에 꽃 장식을 하기 위한 화초를 많이 재배하여 생활하고 있는 한 이발사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또 이 강에 옛적부터 한 마리의 큰 거북이 살고 있었다. 이 거북은 가끔 강에서 헤엄쳐 1나와 그 이발사의 큰 농장에 들어가 그 볼품없는 모습으로 먹이를 찾느라고 일껏 그가 정성들여 지어 놓은 진귀한 화초들을 짓밟아 버리기가 일쑤였다.
한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거듭되었으므로 그 이발사도 더 참을 수가 없어 한 꾀를 내어 거북을 잡아다가 상자에 넣어두고 나중에 죽여서 먹어 버리려 하였다.
상자 속에 들어가게 된 거북은 도망갈 수도 없고, 농장 주인의 식칼에 희생이 되는 날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헛되이 잡아먹혀 버리는 것도 분한 노릇이라고,
(상자 속에서 어떻게 하면 이 난을 면할 수가 있을까. 무슨 묘한 방법은 없을까. 그를 속이고 이 상자에서 도망을 쳐야지.)
하고 도망칠 방법을 생각한 결과, 어느 날, 거북은 그를 향하여 상자 속에서,
『주인님, 내 몸은 진흙 투성이가 되어 기분이 나빠 죽겠습니다. 제발 꽃 가꾸는 손을 잠깐만 쉬고 내 몸뚱이를 강물에 씻어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진흙으로 이 상자를 더럽힐 염려도 없으니 말이요.』
하고 말하였다.
거북의 청을 들은 그는 소중한 상자를 더럽혀서는 안되겠다고 거북의 말대로 상자에서 꺼내어 강으로 가지고 가서 씻어 주려고 거북을 바위 위에 놓았다. 이 때를 놓칠쎄라 거북은 얼른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것을 본 그는 내가 속았구나 어떻게 다시 또 잡아야지 하고,
『야, 거북아, 너는 나한테 죽는 줄 알고 도망한 모양인데, 나는 너를 죽일 생각은 조금도 없어. 너는 그렇게 도망쳐서 동료들한테로 가려는 모양인데 선물 하나도 안 가지고 창피해서 어떻게 간단 말이냐. 지금 나는 너에게 선물로 예쁜 꽃다발을 만들어 네 머리에 걸어 줄터이니 어서 나오너라.』
하고 거북에게 말하였다.
물속에서 이발사의 이 말을 들은 거북은,
(저 영감이, 저런 소리를 해서 나를 다시 잡으려는 것이다. 저 영감장이는 꽃장식을 만들어 그것을 거리에 가서 팔아 얼마 안되는 돈을 벌어 세 식구 겨우 살림을 이어 나가는 형편인데 어떻게 해서 꽃다발을 내게 만들어 주겠단 말인가. 역시 속여서 나를 죽이려고 그러는 것이 틀림없어.』
하고 생각했으므로,
『그것은 참으로 고맙소. 그러나 당신 집에서는 지금 친척들이 많이 모여서 산해의 진미를 차려놓고 식사를 하고 있으니 당신도 얼른 돌아가 보시오. 그리고 「잡은 거북의 고기는 지금 삶아서 기름에 튀기고 있으니 좀 기다리시오」하는 것이 좋겠지요.』
거북은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물속에서 머리도 안 내밀고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그도 어쩔 수가 없으므로 거북에게 어이없이 당하였다고 원망스러운 눈으로 언제까지나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다.
이 거북은 지금의 석가모니이며, 그 때의 이발사는 악마이다.

<佛本行集經第三十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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