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삼마갈경(佛說三摩竭經)

불설삼마갈경(佛說三摩竭經)

오(吳) 천축(天竺) 사문축율염(竺律炎) 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1천2백50비구와 5백 보살과 함께 계셨다. 또 제왕과 백성과 여러 천룡 귀신들은 다 헤아릴 수 없었다.

그때에 분피단(分陂檀)이라는 난국(難國)의 왕이 있었다. 그는 불법은 믿지 않고 외도만 좋아하여 날마다 궁중에서 니건(尼揵)들 만여 명을 밥먹이었다. 난국왕은 항상 교만함을 좋아하고 자칭 지혜가 제일이라 하였다. 그래서 쇠로 그 배에 편철을 씌우고는 지혜가 배에서 터져 나가지는 않을까 하고 항상 두려워하였다. 왕이 태자를 위해 며느리를 얻으려 하여 좌우 군신에게 물었다.

“천하에 어찌 나처럼 지혜로운 사람이 있겠는가? 만일 있다면 내 아들의 아내로 맞이하리라.”

대신들은 왕의 가르침을 받고 곧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찾아보았지만 왕과 같은 사람은 없었다. 왕도 또한 나라 안에는 없는 것을 알고 곧 다시 사자를 보내어 다른 나라에 가서 지혜 있는 사람의 딸을 찾아보게 하였다.

이 때 사자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사위국에 이르렀고, 사자는 곧 나라 안의 백성들에게 물었다.

“이 나라에 도를 좋아하는 어진 사람이 있습니까?”

사람들이 말하였다.

“있습니다.”

사자는 말하였다.

“성씨가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이름이 부처님입니다.”

사자는 물었다.

“부처님에게는 딸이 없습니까?”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부처님은 도인이라 딸이 없습니다.”

사자는 말하였다.

“그 다음으로는 누가 있습니까?”

사람들은 대답하였다.

“다른 사람으로는 아난빈저(阿難邠抵)라는 이가 있습니다. 그는 대단히 어질고 착하며 도를 좋아하고 어여쁜 딸이 있는데, 이 나라 안에서 제일입니다.”

사자는 말하였다.

“무엇이 제일이란 말입니까?”

사람들은 말하였다.

“일찍이 기타[祇] 태자와 함께 청하여 원전(園田) 80경(頃)을 사서 부처님께 바치고, 또 코끼리로 황금 수천만억 냥을 운반하여 원전에 고용을 두게 하였습니다. 그는 귀중한 보화는 탐내지 않고 착한 일 하는 것만 생각합니다.”

사자는 그 나라 사람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스스로가 기쁜 소식을 얻은 것을 알고 본국으로 돌아와 왕에게 아뢰었다.

“사위국에 어질고 착하고 대단히 도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름은 아난빈저입니다.”

국왕은 이 사자의 말을 듣고 곧 편지를 써서 태자와 군신 백관을 보내고 수레를 단속하여 진귀한 보화를 싣고 뒤를 따르게 하여 사위국에 이르렀다. 태자는 성 밖에 머물면서 사람을 시켜 성에 들어가 아난빈저의 집에 이르게 하였다. 때에 문지기가 들어가 아난빈저에게 아뢰었다.

“밖에 사자가 왔습니다.”

아난빈저는 곧 몸소 문에 나와 맞이하였는데, 사자를 보니 검고 추한 것이 귀신과 같았다. 아난빈저는 깜짝 놀라 말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난국왕의 사자입니다.”

아난빈저는 말했다.

“당신은 무슨 일로 왔습니까?”

사자는 말했다.

“저는 교명(敎命)을 전하러 왔습니다. 난국왕께서는 비록 서로 만나지는 못하셨으나 멀리서나마 친애하며 존경하고 계십니다. 사람들은 왕래할 때마다 당신의 공덕이 한량이 없다고 노래하고 찬탄합니다. 당신께서 어질고 착하며 도를 매우 좋아하시고 또 따님이 있단 말을 듣고 일부러 와서 태자를 위하여 당신의 따님에게 구혼하려는 것입니다. 왕께서도 친히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아난빈저는 즉석에서 그를 꾸짖어 내치려다 말고 곧 앞으로 불러서 같이 앉아 안부를 물으며 얘기를 나누었다.

사자가 편지를 내어 주었다. 아난빈저는 편지를 다 읽고 나서 사자에게 대답했다.

“저에게는 어른이 있으니 가서 말씀을 드려야 합니다. 제 말을 들어 주시면 돌아와서 그대에게 소식을 말하겠습니다.”

사자를 잠시 머물러 앉혀두고, 아난빈저는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가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예를 하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난국왕이 사자를 보내어 저희 집에 왔는데, 그 사람의 모습은 시커먼 것이 귀신 같습니다. 그 사람의 말은 왕의 태자를 위하여 제 딸 삼마갈(三摩竭)에게 구혼하러 왔다 합니다. 무어라고 대답을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허락하시오.”

아나빈저는 말했다.

“사자가 귀신처럼 검으니, 왕 태자도 그럴 것이 아닙니까? 또 저는 일찍이 부처님으로부터 난국왕이 나체로 옷도 입지 않는 니건(尼揵)들만 섬긴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모양까지 추하고 검으니 제 딸이 놀라고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닙니다, 허락하시오. 이 인연을 알아야 하니 삼마갈은 분명 나체의 나라에서 8만 인을 제도할 것입니다.”

아난빈저는 감히 다시 묻지 못하고 마음으로 불평을 품고는 곧 돌아와 사자에게 말했다.

“그대가 왕의 교명을 받들고 일부러 멀리 와서 내 딸을 구하니 고마운 일입니다. 허락하겠소.”

사자는 아난빈저의 말을 듣고 곧 성 밖으로 나가 태자 있는 곳에 이르러 태자와 더불어 함께 아난빈저의 집에 이르렀다. 곧 수레에 실었던 금ㆍ은과 예물을 내려 아난빈저에게 주었다. 그리고 손님을 청하여 먹고 마시며 7일 동안을 함께 즐겼다. 아난빈저는 삼마갈을 보내면서 수없이 많은 노비(奴婢)와 진귀한 보배를 딸려 보냈다. 태자는 삼마갈을 데리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 때 난국왕은 아들과 며느리가 오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여 곧 그의 스승, 니건약타불과 1만 2천 제자를 청하여 모두 궁중에 들이어 식사를 대접하였다. 그리고 난국왕의 부인과 태자는 모두에게 밥먹는 도구를 내리었다.

이 때 삼마갈을 불러 나와서 반찬을 나누고, 함께 여러 스승에게 예를 올리게 하려 하였다. 삼마갈이 마침 세 번째 문에 이르러 열었을 때에 니건들이 모두 나체로 옷도 없이 늘어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깜짝 놀라서 생각하였다.

‘이들은 개 짐승이나 다름이 없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멀리 침을 뱉으며 곧 방으로 들어가 다시는 나오려 하지 않았다. 여러 니건들이 모두 삼마갈의 소행에 노하고 분하여 곧 왕에게 고했다.

“어디서 이런 괴이하고 길하지 못한 사람을 얻어다가 왕궁에 두었는가?
빨리 쫓아내시오. 만일 쫓아내지 않는다면 왕의 나라는 파괴될 것이오.”

여러 니건들은 밥도 먹지 않고 곧 일어나 떠나려 하였다. 왕은 여러 스승들에게 사과하였다.

“내가 대사들을 위하여 돌려보내어 내일부터는 다시 궁중에 나타나지 않게 하겠습니다.”

여러 니건들은 밥을 먹고 곧 돌아갔다. 그 날 태자는 삼마갈의 처소로 찾아갔지만 삼마갈은 크게 화를 내며 여종을 시켜 문을 잠갔다. 이렇게 하기를 4ㆍ5일을 하니, 태자가 감히 다시는 찾지 못하였다.

왕의 부인이 태자에게 물었다.

“왜 찾아가 보지 않느냐?”

태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부인이 짐작하고 자기가 곧 삼마갈의 처소에 가서 물었다.

“내가 자식을 위하여 너를 데려왔으니 이제 내 자식을 잘 섬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내 자식을 우습게 보고 욕을 보이느냐?”

삼마갈이 대답했다.

“어머니의 아들이 섬기는 스승과 나라 안의 백성들은 모두 개 짐승과 다름이 없습니다.”

부인은 그 말을 듣고 너무도 수치스럽고 분하여 곧 돌아와서 왕에게 말했다.

“대왕께서는 도와 지혜가 제일이라 자칭하고, 나라 안에는 왕의 뜻에 맞는 사람이 없다 하여 군신을 수고롭게 하면서 8천 리 밖에서 며느리를 구해 왔습니다. 그런 며느리가 이제 두렵고 어려워함도 없이 내 자식을 우습게 여기며 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면전에서 나에게 개 짐승과 같다고 욕하였습니다.”

왕은 부인의 말을 듣고 스스로 곧 삼마갈의 처소에 이르렀다.

이 때 삼마갈은 매우 교만한 모습으로 나와서 왕에게 예를 올리려 하지도 않았다. 왕이 멀리 서서 삼마갈에게 물었다.

“내가 8천 리를 가서 너를 데려온 것은 네가 어질고 착하기 때문이었다. 네가 요새 우리 스승을 욕보이고, 이제 다시 부인과 태자를 면대하여 꾸짖으니 무슨 잘못이라도 있느냐?”

삼마갈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대왕의 스승과 부인과 태자와 이 나라 백성들은 모두 개 짐승과 다름이 없습니다.”

왕이 곧 놀라며 말했다.

“요 작은 계집아이가 이제는 나까지도 이렇게 우습게 여기고 욕을 보이는구나. 나는 지혜가 배 속에서 터져나갈까 두려워 쇠로 배에다 편철을 두르는 사람이다. 내가 날마다 여러 도사 만여 인을 밥 먹이는데, 누가 나를 따를 사람이 있는가? 이제 네가 얼굴을 마주하고 나를 모욕하는구나.”

삼마갈이 말했다.

“대왕의 나라 사람들이 섬기는 스승은 항상 의복도 없이 벌거숭이로서 대하니, 무슨 도가 있겠습니까? 설사 도가 있다 하더라도 귀하게 여길 만하지 못한데 하물며 도가 없는 것이겠습니까? 대왕께서는 날마다 이런 무리 만여 인을 밥 먹인다고 하지만 모두 저로서는 공경하지 않는 무리며, 항상 침뱉고 천하게 여기는 자들입니다.”

이 때 난국왕은 말이 막혀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 일을 누구와 같이 의논해야 하랴.’

곧 니건약타불의 집으로 찾아가 앞으로 나가 예를 하고 말했다.

“내가 사위국에서 며느리를 맞아들였는데, 요새 심히 무례하여 이미 대사를 모욕하고 이제 또 교만하게 나와 나의 부인과 태자를 면대하여 개 짐승과 같다고 욕을 합니다. 며느리라고는 하지마는 며느리의 예로 나를 섬기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대사가 왕에게 고했다.

“다시 가셔서 ‘너의 나라 백성이 섬기는 것은 어찌 우리나라 백성이 섬기는 것과 같겠느냐,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말로 물어 보십시오. 왕께서는 가서 절대로 노하지 말고 천천히 물어 보십시오. 그러면 하는 말이 있을 것입니다.”

왕이 가르침을 받고 그의 말대로 삼마갈의 처소에 가서 물었다.

“너의 나라 백성이 섬기는 것이 우리나라 백성이 섬기는 것보다 어떻게 나은가?”

삼마갈이 말했다.

“우리나라 백성이 섬기는 것은 가장 높습니다. 남녀가 모두 의복을 입고,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길을 달리하며, 몸뚱이를 서로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에 크고 작은 유명한 부처님이 있어서 수천억만의 사람을 교화하여 모두 세상을 건너는 열반의 도를 얻게 합니다.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고 물에 들어가도 빠지지 않으며 능히 삼천대천(三千大千)세계의 일월과 1만 2천억 천지를 한 손아귀에 움겨쥡니다. 또 변화하여 틈 없는 데로 들어가고 구멍이 없는 데로 나오며, 미래와 과거와 현재의 일을 압니다. 몸에는 32상과 80종호가 있고, 도덕이 통달하여 여러 하늘과 제왕과 백성이 모두 모여 머리를 조아려 뵈옵니다.”

왕은 삼마갈의 말을 듣고 뛸듯이 기뻐하였다.

이 때 난국왕이 삼마갈에게 말했다.

“네가 섬기는 부처님을 한 번 뵐 수 있겠느냐?”

삼마갈이 말했다.

“제가 대왕을 위하여 곧 오시게 할 수 있습니다.”

왕이 말했다.

“참 좋다마는 거리가 8천 리나 되는데, 부처님을 어떻게 청하여야 하겠느냐?”

삼마갈이 말했다.

“대왕께서는 사람을 보내 청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지성으로 멀리 향을 피우고 청하면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람의 마음속 생각을 신통력으로 비추어 아십니다. 왕과 부인과 태자께서는 제 뒤를 따르소서.”

삼마갈이 곧 높은 대(臺)에 올라 의복을 갖추고, 사위국으로 향하여 무릎을 세워 꿇어앉아 향을 사르고 머리와 얼굴을 땅에 대고 예배하면서 말했다.

“지금 난국왕이 천하에 부처님이 계신 것을 알지 못하고 모든 백성을 부리므로 온갖 수고하는 사람을 불쌍히 여기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내일 아침에 여러 비구승과 함께 높으신 뜻을 베푸시어 난국왕의 궁에 이르러 공양을 받으시옵소서.”

말을 마치자 향 연기가 문득 부처님이 계신 곳에 도달하여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부처님 위에서 향의 일산으로 변하였다.

부처님은 그때에 마침 무수한 사람들을 위하여 설법하고 계셨다.

이 때에 아난이 앞으로 나와 무릎을 세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것이 무슨 감응이기에 이러합니까? 부처님께서 그 뜻을 해석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난국왕과 삼마갈이 내일 아침에 부처와 여러 비구승을 청하는 것이다. 삼마갈은 난국의 백성들을 모두 삿된 소견을 버리고 정도로 향하게 하려는 지극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향 연기가 이곳에 이르러 부처를 청하는 것이다.”

이 때에 곧 마하목건련을 시켜 여러 비구승에게 전하게 하셨다.

“내일 아침은 난국의 삼마갈에게 가서 공양하도록 하자.”

마하목련은 부처님의 교명을 받고, 곧 여러 비구에게 선언했다.

“내일은 청한 곳으로 나갈 것이니 다른 곳으로 가지 말라.”

이 때에 삼마갈은 왕과 부인과 태자와 여러 채녀(女)들에게 목욕 재계하고 향을 피우고 좌석을 깔고 밥먹는 기구를 모두 준비하게 하였다. 삼마갈은 부처님이 곧 오실 것을 알고 왕ㆍ부인ㆍ태자ㆍ채녀 및 여러 니건과 함께 마당으로 나가 기다렸다.

삼마갈이 왕과 부인과 태자에게 고했다.

“모두 제 뒤를 따르십시오. 이제 여러 나한이 먼저 오고 부처님은 가장 뒤에 오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부디 놀라지 마시고 제가 하는 대로 따르십시오.”

삼마갈은 다시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아 향을 사르며 말했다.

“식사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시간에 맞추어 오소서.”

부처님께서는 삼마갈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곧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난국으로 가서 공양한다. 너희들은 각각 도력으로써 변화하여 자유로이 하라.”

여러 비구는 교명을 받들었다. 그 중에는 용ㆍ호랑이ㆍ봉황ㆍ공작ㆍ소ㆍ비둘기ㆍ백조ㆍ올빼미 등 여러 짐승 모양의 교로장(交露帳)을 변화로 만드는 자가 있었다. 여러 대중들은 모두 그 속에 앉았는데 각각 그 모양이 같지 않았다.

이 때 부처님께서는 사자 모양 교로장에 앉아 곧 1천2백50비구와 5백의 보살과 여러 천신ㆍ귀신ㆍ용과 함께 신통력으로 허공을 날아 난국에 이르렀다.

부처님께서 문득 광명을 발하시니 천지가 크게 진동하였다.

여러 나한과 보살이 각각 변화를 부려 먼저 내려왔다. 난국 백성은 이 변화를 보고 모두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였다.

왕이 삼마갈에게 물었다.

“이 분이 부처님이신가?”

삼마갈이 대답했다.

“부처님이 아닙니다. 왕은 놀라지 마십시오. 이 분들은 여러 제자들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가장 뒤에 계십니다. 그 분의 몸에는 32상과 80종호가 갖추어져 있습니다.”

조금 있다가 부처님께서 공중으로부터 내려오시는데, 제석과 범천과 사천왕은 앞에서 인도하고 여러 천신들은 거문고를 치며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여 부처님을 즐겁게 하였다.

삼마갈은 왕과 부인과 태자와 함께 꽃과 향으로 부처님을 맞이하며 앞으로 나아가 예를 올리고 모시고 궁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도록 하였다. 여러 보살과 아라한들도 대소의 차례대로 모두 자리에 나아갔다.

삼마갈은 왕ㆍ부인ㆍ태자에게 앞으로 나가 조수(澡水)를 돌리고 곧 식사 도구들을 내려놓게 하였다.

나라 안의 많은 백성들이 와서 구경하자 왕은 대신을 시켜 궁문을 닫았다. 백성들은 왕이 궁문을 닫는 것을 보고 왕의 소행에 크게 분개하여 각각 도끼를 가지고 궁문을 부수려 하였다.

부처님께서 멀리서 아시고 말씀하셨다.

“내가 교화를 하는 것은 모두 착한 일을 행하게 하려 함입니다. 지금 난국의 백성이 모두 구경하러 왔는데 왕께서는 궁문을 닫는군요.”

부처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을 보게 하려고 곧 궁문의 장벽을 수정 빛으로 변화시켜 안팎이 서로 보이게 하셨다. 난국의 백성은 부처님과 여러 보살, 나한을 보고 모두 크게 기뻐하였다.

이 때 부처님의 제자 중에 빈두로라는 나한이 있었다.

그는 그 때에 산 위에서 좌선하다가 난국에 가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빈두로는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 마침 바늘과 실로 옷을 꿰매려다가 (갑자기 생각이 떠올라) 바늘을 땅에 꽂았다. 이 때 실은 옷과 서로 이어져 있었다.

이 때 부처님께서는 이미 난국왕의 궁중에 앉아 계셨다.

빈두로가 곧 신족으로 날아서 난국으로 가니 산도 빈두로의 뒤에 딸려왔다. 이 때 나라 안에 한 임신한 여자가 있었는데 산이 시커멓게 몰려오는 것을 보고 자기를 덮치지나 않을까 하고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여 그만 낙태가 되었다. 부처님께서 멀리서 아시고 곧 마하목련을 시켜 신통으로 날아가 맞이하고 묻게 하셨다.

“빈두로야, 네 뒤에 있는 것이 뭐냐?”

빈두로가 돌아보니 산이었다. 손으로 산을 잡아당겨 8천 리나 되는 제 자리에 던져 버렸다. 이 때 빈두로가 곧 앞에 이르러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 빈두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천하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모두 세상을 건네려 함이다. 그런데 이제 너는 시간을 잊어버리고 또 한 사람을 죽였다. 인명은 지극히 중한 것이고 또 우리 도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것이니, 너는 이제부터는 나를 따라와 공양하지도 말고 여러 사람의 모임에 참여하지도 말라. 너는 마땅히 머물러 있다가 뒤에 미륵불이 출세하시거든 그 때 열반에 들어가라.”

빈두로는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아무 말 없이 근심에 잠겼고 또 후회하고 자책하였다. 식사가 끝나자 곧 일어나 앞으로 나와 예를 올리고 여러 보살 아라한과 하직하고 산중으로 들어갔다. 이 때 난국왕의 스승 니건약타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도를 겨루어 보지 않겠습니까? 지는 사람을 우물에 던지기로 합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습니다. 여러 말할 것 없이 세 번 물어서 지는 사람을 우물 가운데 던지기로 합시다.”

니건약타불도 말했다.

“좋습니다.”

부처님께서 곧 물으셨다.

“경을 외울 때 어떻게 합니까?”

니건약타불이 대답했다.

“나는 경을 외울 때 기어다닙니다.” “기어다니는 것은 개다. 개라야 기어다닌다.”

니건약타불이 부처님에게 진 것이었다. 여러 제자들은 모두 화가 났다.

“다른 말로 대답해야지 어떻게 저렇게 대답하는가?”

모두들 화가 나 스승에게로 몰려가 스승을 붙들어 우물 안에 던지려 하였다. 스승은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여 두 손으로 땅에 버티고 우물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로 두라.”

이 때에 안 뜰에서는 저절로 큰 불이 일어났고 그 불꽃은 타올라 제7 범천까지 치솟았다. 그 불 가운데에서 저절로 천 잎의 연꽃이 피어나고 연꽃 위에는 5백의 범천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합장하고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면 복을 많이 받고, 어떤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면 복을 적게 받습니까?”

부처님께서 범천에게 대답하셨다.

“비유로 말하리라. 오곡의 종자를 불 속에 뿌리면 싹이 나겠는가, 안나겠는가?”

범천은 대답했다.

“나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난국왕이 전후에 여러 니건에게 밥을 먹인 것은 비유하면 오곡을 불 속에 뿌려서 다시는 싹트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오늘 부처와 여러 보살, 나한에게 음식을 대접한 것은 한량이 없는 많은 복을 받을 것이다. 이는 비유하면 사람이 좋은 땅에 좋은 종자를 심고 하늘이 또 제때에 비를 내리는 것과 같다. 어찌 싹이 트지 않을 것을 걱정하겠는가? 지금 부처는 모든 사람의 복밭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심는 것에 따라서 반드시 그 소원을 얻게 된다. 어리석은 사람은 남을 외도로 가르치기를 좋아한다. 이런 사람은 목숨을 마치면 모두 태산 지옥에 떨어져 심한 고통을 받고 끝없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앞사람이 지옥에 앉아 나오지도 않았는데 뒷사람이 다시 가르치니,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어서 다만 서로 속이기만 한다. 그러므로 참다운 도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만일 영리한 사람이라면 마땅히 바른 도를 배워야 한다. 그 도는 나지도 않고 늙지도 않고 병들지도 않고 죽지도 않나니, 이것이 열반의 대도이다. 이 세상에는 무릇 아흔여섯 가지 종류의 도가 있다. 그러나 모두 불도에는 미치지 못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온 천하의 나뭇가지와 새 털로 붓을 만들어 불경을 쓴다면 나뭇가지와 새 털은 다 없어져도 부처의 지혜는 다하지 않는다. 수미산만큼 큰 먹을 갈고 사해의 물로 붓을 적신다면 수미산만한 먹과 사해의 물은 다 없어지더라도 부처의 지혜는 끝내 다하지 않을 것이다.”

5백의 범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동시에 소리쳐 말했다.

“참 좋습니다. 꼭 부처님의 말씀과 같습니다.”

이에 5백의 범천은 홀연히 사라졌다.

이 때에 난국왕의 권속 3백 명과 1천2백 채녀와 5백의 대신은 부처님의 변화를 보고 모두 뛰고 기뻐하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다.

때에 2천 바라문은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모두 비구가 되어 즉시 나한의 도를 얻었고, 1만 2천 니건도 즉시 모두 해탈하였는데 그 중에는 수다원의 도를 얻은 자도 있고, 사다함의 도를 얻은 자도 있고, 아나함의 도를 얻은 자도 있었다. 또 나라 안의 백성 6만 4천 명이 모두 불법을 믿어 곧 5계를받아 전부 우바새가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경을 말씀하시고 나서 곧 여러 보살 아라한과 함께 신족을 나타내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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