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비마숙경(佛說裨摩肅經)

불설비마숙경(佛說裨摩肅經)

송(宋)천축삼장(天竺三藏)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한역
김석군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 사위성(舍衛城)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이 때에 외도 비마숙( 摩肅)[성(姓)이다]이 점심 때가 지난 후에 방황하다가 세존의 처소에까지 왔다.

그는 도착하자, 곧 세존께 아뢰었다.

“구담(瞿曇)이시여, 형색(形色)이 아주 더없이 미묘하십니다.” “가전연(迦旃延)이여, 어떤 것을 색(色)이 미묘하다고 말하는가?” “구담이시여, 색(色)이 미묘하다고 함은 아주 미묘하여 다시 그보다 더 미묘하거나 아주 수승한 이가 없는 것입니다.그러니 가장 미묘하고 가장 아름다워서 그 색(色)이 가장 미묘하고 그 색이 가장 뛰어나고 가장 아름다운 것입니다.” “가전연이여,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과 같다.

‘사람 중에서 미묘한 이가 있으면 나는 곧 간음하고 싶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가 미묘하다고 하는 이의 이름은 무엇인가, 성(姓)은 무엇인가, 모양은 혹은 키가 큰가 작은가 중간인가, 단정한가 단정하지 않은가, 피부가 흰가 검은가, 혹은 찰리(刹利)의 딸인가 바라문의 딸인가 거사(居士)의 딸인가 장인[工師]의 딸인가? 동쪽 남쪽 서쪽 북쪽 어디에 있는가?’

이렇게 묻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대는 미묘하다고 하는 이가 …… 북방에 있는가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서 간음하고 싶다고 하는가.’

가전연이여, 그대가 말하기를, ‘그 색이 가장 미묘하고 그 색이 가장 뛰어나고 그 색을 넘어서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색에 대해 물으면 알지 못한다.” “구담이시여, 그것은 마치 염부단금(閻浮檀金)과 같아 교묘한 솜씨를 가진 장인이 아주 잘 갈고 다듬어서 흰 그릇 안에 두면 그 모양과 빛깔이 아주 미묘하므로 빛깔이 비추게 되나니, 그러므로 구담이시여, 제가 ‘색이 가장 미묘하고 색이 가장 수승하다. 그 색이 가장 수승하며 그 색을 넘어서는 것이 없으며 그 색이 최상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가전연이여, 나는 도로 그대에게 묻겠으니 그대의 생각에 따라 대답하라.

가전연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교묘한 솜씨를 가진 장인이 염부단금을 아주 잘 갈고 다듬어서 흰 그릇 안에 두었을 때 모양과 빛깔이 비추는 바가 있고 또한 반딧불이 어두울 때 색(色)이 미묘하여 빛으로 비추는 바가 있다고 한다면, 어떤 광채가 더 수승하며 가장 뛰어나고 미묘하며 아름답겠는가?” “구담이시여, 곧 반딧불이 염부단금보다 그 광명이 더 수승하고 극히 뛰어나며 아름답고 미묘하다고 하겠습니다.” “가전연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즉, 반딧불이 어두울 때에 그 광명으로 비추는 바가 있는데, 기름 등불도 어두울 때에 그 광명으로 비추는 바가 있다고 한다면, 그 중의 어떤 광명이 가장 수승하고 미묘하며, 훌륭하고 좋겠는가?” “구담이시여, 기름 등불의 광명이 반딧불의 광명보다 극히 수승하고 뛰어나며, 미묘하고 좋습니다.” “가전연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름 등불의 광명이 어두운 밤에 비추는 바가 있다고 하고, 이 큰 불더미도 어두운 밤에 그 광명으로 비추는 바가 있다고 한다면, 그 중의 어떤 광명이 가장 수승하고 뛰어나며, 미묘하고 좋겠는가?” “구담이시여, 불더미의 광명이 기름 등불의 광명보다 극히 수승하고 뛰어나며, 미묘하고 좋습니다.” “가전연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불더미가 어두울 때에 광명으로 비추는 바가 있다고 하고, 별도 한밤중에 구름 한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 광명으로 비추는 바가 있다고 한다면, 그 중의 어떤 광명이 가장 수승하고 뛰어나고 미묘하고 좋겠는가?” “구담이시여, 별의 광명이 불더미의 광명보다 극히 수승하고 미묘하고 좋습니다.” “가전연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별이 한밤중에 구름 한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 광명으로 비추는 바가 있다고 하고, 달도 밤중이 되려고 할 무렵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광명으로 비추는 바가 있다고 한다면, 그 중의 어떤 광명이 가장 수승하고 뛰어나며 미묘하고 좋겠는가?” “구담이시여, 달의 광명이 별의 광명보다 극히 수승하고 뛰어나며 미묘하고 좋습니다.” “가전연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밤중이 되려고 할 무렵 구름 한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 달이 광명으로 비추는 바가 있다고 하고, 태양도 여름철 한낮에 광명으로 비추는 바가 있다고 한다면, 그 중의 어떤 광명이 가장 수승하고 뛰어나며 미묘하고 좋겠는가?” “구담이시여, 태양의 광명이 달의 광명보다 가장 수승하고 뛰어나며 미묘하고 좋습니다.” “가전연이여, 저 많은 하늘 사람들이 있는데, 해와 달이 이와 같은 위신력이 있고 아주 능한 바가 있지만 광명은 하늘 사람들에 미치지 못한다. 나는 본래 그 속에 앉아 있었고 본래 그 속에서 말한 바가 있으나, 나는 ‘광명이 가장 수승하고 광명이 가장 뛰어나고 광명이 가장 미묘하다’고 말하지 아니하였다.

가전연이여, 그대는 반딧불의 광명이 가장 낮고 가장 못한데도, ‘가장 수승하고 가장 뛰어나고 가장 미묘하다’고 말하고서, 그 광명에 대해 물으면 알지도 못한다.”

이에 외도 비마숙은 세존께 책망을 당하고 침묵하고 서서 아무 말이 없었고 몸과 얼굴에 땀이 흘러 얼굴을 돌리고 말없이 잠자코 서 있었다.

이에 세존께서는 비마숙을 직접 꾸짖으시고서 다시 말을 하도록 하시려고 외도 비마숙에게 말씀하셨다.

“또 가전연이여, 다섯 가지의 욕망이 있어 사랑하고 생각하며 색을 사랑하여 음란함을 가까이하여 물들고 집착함이 있나니, 눈으로는 색(色)을 보며 귀로는 소리[聲]를 들으며 코로는 냄새[香]를 맡으며 혀로는 맛[味]을 보며 몸으로는 매끄러움[細滑: 觸]을 느끼느니라.

가전연이여, 어떤 사람은 색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색을 좋아하지 않는데, 말하자면 어떤 사람은 색에 대하여 기쁨이 갖추어지고 기쁜 뜻에서 생각하는 바도 또한 만족되어 저 색과 또는 딴 색에 대하여 욕심내지 않고 생각하지 아니하며 얻고자 하지 아니하며 구하기를 원하지 아니하나니, 이것이 저 색에 대하여 가장 미묘하고 가장 뛰어남이다.

가전연이여, 어떤 사람은 이처럼 소리 냄새 맛 매끄러움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매끄러움을 좋아하지 아니하여 혹 어떤 매끄러움[細滑]에 기쁨이 갖추어지고 기쁜 뜻에서 생각하는 바가 또한 만족되어서 매끄러움과 또는 딴 매끄러움에 대하여 욕심내지 않고 생각하지 아니하며 얻고자 하지 아니하며 구하기를 원하지 아니하니, 이것이 저 매끄러움에 대하여 가장 뛰어나고 가장 미묘함이니라.”

이에 외도 비마숙은 세존을 향하여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매우 기이하나이다. 구담이시여, 사문 구담께서는 한량없는 방편으로 우리를 위하여 음욕의 즐거움과 음욕의 즐거움을 구하는 것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구담이시여, 마치 풀과 나무가 불로 인하여 타고 불도 풀과 나무로 인하여 타는 것처럼, 우리 사문 구담께서도 한량없는 방편으로 음욕을 말씀하시며 음욕의 즐거움과 음욕의 즐거움을 구하는 것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그만두라. 가전연이여, 그대는 오랜 밤 동안 착하지 못하여 다른 견해와 다른 인식과 다른 욕망과 다른 욕구만을 짓는구나. 내가 말한 평등한 이치는 평등한 이치를 아는 이만이 그 뜻을 아느니라.

가전연이여, 나의 제자 여러 비구들은 새벽에 일어나서 저녁에까지 항상 자지 아니하고 항상 도를 강론하며 반드시 평등한 도를 이루며 분별을 갖추어 태어나는 것이 다하게 되고 맑은 행이 이미 이룩되고 할 일을 끝내고 명색(名色)이 있다 해도 진리를 아나니, 내가 말한 그 말은 평등한 이치를 아는 이만이 그 뜻을 아느니라.”

이에 외도 비마숙은 세존에 대하여 몹시 성을 내어 원망하는 뜻을 품고 세존의 말씀을 기뻐하지 않고, 세존을 비방하고 세존을 꾸짖으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사문 구담을 그릇되다고 꾸짖어야겠다 하고 세존에게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혹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은 과거의 세상을 알지 못하며 미래 세상에 한량없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알지 못하면서도 거룩한 태어남이 이미 다하고 맑은 행이 이룩되고 할 일을 이미 끝내며 명색(名色)이 있다 해도 이미 진리를 알았다고 단정하여 말합니다. 그러므로 구담이시여, 저는 이러한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혹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과거의 세상을 알지 못하고 미래의 세상에서도 한량없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알지 못하면서, 거룩한 태어남이 이미 다하였고 맑은 행이 이룩되며 할 일을 끝내고 명색(名色)이 있다 해도 진리를 알았다고 단정하여 말할 수 있겠는가?’ ”

이에 세존께서는 이러한 생각을 하셨다.

‘이 외도 비마숙이 나에게 대하여 몹시 성을 내고 몹시 원망함을 품고 기뻐하지 아니하면서, 나를 비방하고 나를 꾸짖을려고, 이 사문 구담을 꾸짖어야겠다고 나에게 아뢰되, (혹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과거의 세상을 알지 못하면서 내지 진리를 알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는구나.’

세존은 그 사실을 아시고 곧 외도 비마숙에게 말씀하셨다.

“가전연이여, 혹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과거의 세상을 알지 못하면서 내지 진리를 알았다고 한다면 그 때에는 응당 이러한 말을 하되, ‘과거의 세상을 그만두고 미래의 세상도 그만두고 응당 한 생[一生]도 생각하지 말라’고 할 것이니라.

또 가전연이여, 나는 이러한 말을 하되, ‘과거의 세상은 그만두고 미래의 세상도 그만두고 응당 한 생도 생각하지 말라’고 하노라. 나의 제자 여러 비구들은 아첨하지 아니하고 또한 헛된 짓을 아니하며 질박하고 정직한 행동만 하나니, 나는 그들을 가르치며 나는 그들에게 설법하면, 그들은 말한 그대로 곧 잘 배우고 법을 가까이하며 선(善)이 있는 것을 아느니라.

가전연이여, 만일 어린 남자 아이를 그 부모가 혹 손과 발을 묶었는데, 나중에 그 아이가 철이 들어 부모가 그의 손과 발 묶은 것을 풀어준다면, 그 아이는 다만 풀어준 것만 기억하고 묶은 것은 기억하지 않나니, 그와 같아서 가전연이여, 나는 이러한 말을 하되, ‘과거의 세상은 그만두고 내지 선이 있는 것을 안다’고 말하노라.

가전연이여, 등불이 기름으로 인하여 심지가 타는데 혹 어떤 사람이 더 이상 기름을 붓지 않고 더 이상 심지도 바꾸지 않아서 앞의 것이 모두 다 타는데도, 뒤에 또 기름을 더 붓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속히 꺼지나니, 가전연이여 그와 같이 나는 이러한 말을 하되, ‘과거의 세상은 그만두고 내지 선이 있는 것을 안다’고 말하노라.

가전연이여, 만일 열 짐의 나무와 스무 짐 서른 짐 마흔 짐 쉰 짐 예순 짐의 나무에 불이 타면 큰 불더미가 있는 것을 알게 되는데, 혹 어떤 사람이 다시는 섶과 풀을 넣지 아니하며, 쇠똥과 등겨를 넣지 아니하고 내버려두면 오래지 않아서 모두 다 타버린다. 그래도 또한 그냥 두면, 곧 쉽게 꺼질 것이다. 그와 같이 가전연이여, 나는 이러한 말을 하되, ‘과거의 세상은 그만두고 내지 선이 있는 것을 안다’고 말하노라.”

이 말씀을 하실 적에 외도 비마숙은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떠나 법의 눈이 생겼다. 이에 외도 비마숙은 법을 보고 법을 얻으며 청정한 법을 깨닫고 삿된 의혹을 떠나 다시는 하늘을 받들지 아니하고 다시는 딴 것을 믿지 아니하며 온갖 망설이는 의심을 떠나서 과위를 얻고 세존의 세계에서 두려움 없는 법을 얻고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세존께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아 비구가 되어, 세존의 처소에서 청정한 행을 행하겠습니다.” “비구여, 청정한 행을 행하도록 하여라.”

그 비마숙은 곧 세존께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아 비구가 되었다.

존자(尊者) 비마숙은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아서 법을 알아 아라한을 성취하기에 이르렀다.

부처님께서 그와 같이 말씀하시자, 비마숙은 세존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며 좋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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