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사자소타사왕단육경(佛說師子素駄裟王斷肉經)
송(宋)천축(天竺) 사문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 사위성(舍衛城)의 급고독원(給孤獨園 :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은 갖가지 색체의 깃털로 장식된 수레를 타고 여러 신하가 옹위하는 가운데 사위성을 나왔다. 곧 동산으로 들어가 세존 계신 곳에 이르러 세존의 발에 머리를 대어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 설법을 듣고자 하였다.
때에 세존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출현합니다. 무엇이 넷인가, 혹은 먼저는 추하고 뒤에는 묘(妙)한 사람이 있고, 혹은 먼저 묘하고 뒤에 추한 사람도 있으며, 혹은 먼저 추하고 뒤에 추한 사람이 있고, 혹은 먼저 묘하고 뒤에 묘한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먼저 추하고 뒤에는 묘하다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이 낮고 천한 집안 즉, 전타라(旃陀羅) 집안, 괴회(魁膾) 집안, 장인의 집안, 수염과 털을 깎는 집안, 빈궁한 집안 등에 태어났습니다. 양식이 없는 곳이라 먹는 것은 배를 채우지 못하고 또 비록 음식을 얻는다 하더라도 냄새 나고 더럽고 썩고 나쁜 음식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집안에 태어나 얼굴빛이 추하고 더러웠기에 사람들은 보기를 싫어하고 또 사람들에게 경멸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몸으로 선을 행하고 입으로 선을 행하고 뜻으로 선을 행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이렇게 몸으로 선행을 닦고 입으로 선행을 닦고 뜻으로 선행을 닦고 나서는 만일 사문(沙門)과 바라문(婆羅門)을 보면 곧 겸손히 낮추는 마음을 일으키고, 공경으로 받들어 섬김에 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만일 공양하는 사람을 보면 보자마자 곧 기뻐서 뛰었습니다.
이런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는 좋은 곳, 천상(天上)에 태어납니다.
비유하면 사람이 땅으로부터 작은 상(床)에 이르고 작은 상으로부터 큰 상에 이르고 큰 상으로부터 말에 이르고 말로부터 코끼리에 이르고, 코끼리로부터 큰 강당(講堂)에 이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이 사람은 먼저는 추하고 뒤에는 묘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람은 먼저는 추하고 뒤에는 묘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을 먼저 묘하고 뒤에 추하다고 하는가? 어떤 사람이 부유하고 존귀한 집안, 즉 찰리(刹利) 대성(大姓)의 집안이나 바라문(婆羅門) 대성의 집안이나 장자(長者) 대성의 집안, 혹은 왕의 집안이나 태자의 집안이나 대신의 집안 등 여러 대가에 출생하여 얼굴이 단정하기가 견줄 데 없고 얼굴빛이 복숭아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문득 몸으로 악을 행하며 입으로 악을 행하며 뜻으로 악을 행하였습니다. 사문·바라문의 여러 장로(長老) 숙덕(宿德)을 보아도 공경하는 마음이 없고 예로 섬기지도 않으며 또한 더불어 얘기를 나누지도 않았습니다. 또 만일 공양하는 사람을 보면 문득 질투하는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삿된 소견[邪見]과 유예견(猶豫見)에 사로잡혔습니다. 이 사람은 곧 사견(邪見)으로 보시(布施)도 없고 복도 없고 또 받을 사람도 없으며, 선악행(善惡行)도 없고 지금의 세상과 뒤의 세상도 없고 아비도 없고 어미도 없고, 세상에는 묘행(妙行)을 닦아서 빨리 증통(證通)을 얻어 그 속에서 즐기는 자인 아라한 등도 없다고 여겼습니다.
이런 사람은 이렇게 이루어진 악사견(惡邪見)이 있기 때문에 목숨을 마치고는 삼악취(三惡趣) 옥중(獄中)에 나게 됩니다. 마치 사람이 강당에서 쫓겨나 코끼리 목으로 내려 가고 코끼리로부터 쫓겨나 말에 이르고 말로부터쫓겨나 큰 상(床)에 이르고 큰 상으로부터 쫓겨나 작은 상에 이르고 작은 상으로부터 쫓겨나 머리와 발이 땅에 떨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저 사람은 먼저는 묘하고 뒤에는 추하다 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은 먼저는 묘하고 뒤에는 추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을 먼저 추하고 뒤에 추하다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이 낮고 천한 집안 즉 전타라의 집안, 혹은 괴회의 집안, 혹은 공장이의 집안, 수염과 털을 깎는 집안과 그 밖에 빈천한 집안에 태어나 먹을 것도 없고, 또 음식을 얻는다 하더라도 냄새 나고 더러워서 먹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집안에 태어난 그는 몸으로 악을 행하고 입으로 악을 행하고 뜻으로 악을 행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몸으로 악을 행하고 입으로 악을 행하고 뜻으로 악을 행하고 나서는 사문·바라문의 여러 높은 어른을 보아도 공경하지 않고 예로 섬기지 않으며 또 같이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사견과 유예견에 서로 응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곧 이런 견해로 보시도 없고 복도 없고 또 받는 사람도 없으며, 선악행의 응보(應報)도 없고 금세(今世)와 후세(後世)도 없고 부모도 없고, 세상에 사문·바라문 등의 업을 행하는 자도 없고 금세와 후세에 빨리 증통(證通)을 얻어 그 속에서 즐기는 자인 아라한도 없다고 여겼습니다.
이런 사람은 나쁜 소견과 서로 응하였기 때문에 목숨을 마칠 때에는 삼악취에 태어나고 지옥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비유하면 사람이 컴컴한 곳에서 컴컴한 곳에 이르고, 어둔 곳에서 어둔 곳에 이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 사람은 먼저도 추하고 뒤에도 추하다 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은 먼저도 추하고 뒤에도 추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을 먼저도 묘하고 뒤에도 묘하다 하는가? 어떤 사람이 부유하고 존귀한 집안 즉 찰리 대성의 집안, 바라문 대성의 집안, 장자 대성의 집안, 왕의 집안, 태자의 집안, 대신의 집안 등 지극히 부유하며 재물과 보화가 많은 곳에 태어났습니다. 그 사람은 비유할 수 없이 극히 단정하고 얼굴빛이 복숭아꽃 같았습니다.
그는 몸으로 선행을 닦고 입으로 선행을 닦고 뜻으로 선행을 닦았습니다. 그는 몸으로 선행을 닦고 입으로 선행을 닦고 뜻으로 선행을 닦고 나서는 사문·바라문의 여러 높은 어른을 보면 곧 공경하여 예로 섬기고 공양하고 공급하였습니다. 또 만일 공양하여 받들어 섬기고 예로 공경하는 사람을 보면 곧 환희의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그 사람은 평등한 견해와 서로 응하고 잘못된 견해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런 견해로 보시가 있고 복이 있고 또 받는 자도 있으며, 선악행이 있고 금세 후세가 있고 부모가 있고, 세상에 사문·바라문 등 범행(梵行)을 닦는 자가 있고 금세 후세에 빨리 증통을 얻어 그 속에서 즐기는 아라한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이런 사람은 이미 선견(善見)을 성취하였으므로 목숨을 마칠 때에 천상에 태어납니다. 비유하면 사람이 강당에서 다른 강당에 이르고 누각[觀]에서 다른 누각에 이르고 한 궁전(宮殿)에서 다른 궁전에 이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저 사람은 먼저도 묘하고 뒤에도 묘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람은 먼저도 묘하고 뒤에도 묘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대왕이시여, 네 종류의 사람이 세상에 출현합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은 빈천하여도
믿음을 얻어 보시(布施)하기를 좋아하고
사문(沙門)과 범지(梵志)와
여러 구걸하는 사람을 보면
받들어 섬기고 예로 공경해
모든 선업(善業)을 평등히 닦습니다.
보시하는 이를 보면 항상 기뻐하고
걸식하는 자에게도 보시하니
이러한 보시는 미묘한 업이라
다시는 더러움을 받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이러한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죽은 뒤에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나리니
먼저는 추하고 뒤에는 묘하답니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은 재물이 있으나
믿음이 없고 질투를 품고
항상 비행(非行)을 행하려 하며
사견에 얽매여 스승이 없습니다.
사문과 범지와
여러 구걸하는 사람을 보면
항상 헐뜯고 욕하고
아끼고 탐하여 재물 없는 것같이 합니다.
보시하는 것을 보면 쫒아가서 막고
걸식하는 사람에게 보시하지 않으니
그런 생활은 묘한 업이 아니라
그 사람은 더러움을 받습니다.
대왕이여, 이러한 사람은
목숨을 마칠 때에 임하여
반드시 지옥에 나리니
먼저는 묘하고 뒤에는 추하답니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은 빈천하면서
믿음 없고 아끼고 탐하는 마음으로
항상 비행만을 행하려 하고
삿된 소견에 사로잡혀 스승이 없습니다.
사문과 범지와
여러 구걸하는 사람을 보면
항상 헐뜯고 욕하며
아끼고 탐하여 재물 없다고 말합니다.
보시하는 것을 보면 못하게 막고
걸식하는 사람에게 베풀지 않으니
그런 생활은 묘한 업이 아니라
그 사람은 더러움을 받습니다.
대왕이여, 이러한 사람은
목숨을 마칠 때에 임하여
반드시 지옥에 나리니
먼저도 추하고 뒤에도 추하답니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은 재물이 풍족하면서
믿음을 좋아하고 항상 보시하며
사문과 범지와
여러 구걸하는 사람을 보면
받들어 섬기고 예로 공경해
모든 선업(善業)을 평등히 닦습니다.
보시하는 것을 보면 항상 기뻐하고
걸식하는 자에게도 은혜로 베푸니
이는 세상의 미묘한 업이라
다시 더러움을 받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이러한 사람은
목숨을 마칠 때에 임하여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나리니
먼저도 묘하고 뒤에도 묘하답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시여, 마땅히 이것을 배워야 합니다. 이처럼 대왕이시여, 먼저도 묘하고 뒤에도 묘한 이것을 배워야지 먼저도 추하고 뒤에도 추한 것을 배우지는 마십시오. 이러하니 대왕이시여, 마땅히 이것을 배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