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복력태자인연경(佛說福力太子因緣經) 제2권

불설복력태자인연경(佛說福力太子因緣經) 제2권

“또 다음으로, 복력태자가 훗날에 이르러 저 네 형(兄)과 더불어 동산에 놀러 나갔다. 길 중간[中路]에 천 개의 바늘로 된 입을 가진 무수한 아귀(餓鬼)들이 산중턱[半腹]에서 살고 있었는데, 얼굴은 파리하고 여위어 뼈를 모아 놓은 것 같았으며 온 몸에 불꽃이 치성하였고 귀신의 무리가 두루 둘러싸고 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아니하였으며 오직 복력 태자가 먼저 그 모습[狀]을 보았다.

저 아귀가 합장하고 앞에서 태자에게 아뢰었다.

‘그대는 큰 복덕[大福德]이고 큰 명칭이 있으며 어여삐 여기는 분이신데, 우리들은 주리고 목이 마르며 고통스럽게 핍박을 받고 있사옵니다. 이제 저희들에게 적은 음식을 먹여 주시기 원하옵니다. 저희들은 숙세에 인색한 원인[慳悋因]을 만든 까닭에 이번 생에 아귀들이 사는 곳[餓鬼界]에 떨어져서 무수한 천세(千歲) 동안 물도 마시지 못하였는데 하물며 다시 음식을 보았겠습니까?’

그 때에 복력 태자가 허공을 우러러 쳐다보며 곧 불쌍히 여기는 생각[悲念]을 일으켰다.

‘좋구나[快哉]. 내가 지금 만약 하늘에서 적은 음식을 내려주는 것을 얻게 되면 이 모든 아귀 무리들에게 먹여야 마땅하리라.’

이 때 갑자기 많은 음식이 하늘에서부터 내려왔다.

복력 태자가 곧 이 먹을 것들을 여러 아귀들에게 주었지만, 저 아귀 무리는숙세의 업력 때문에 모두 볼 수 없어서 함께 이런 말을 하였다.

‘태자시여, 그대는 함께 슬퍼하고 불쌍하게 여기시는 분[悲愍者]이라고 저희가 옛적에 들었는데, 무슨 까닭으로 지금은 저희들에게 음식을 먹이지 않으십니까?’

태자가 말하였다.

‘하늘에서 내려준 음식을 내가 전에 그대들에게 주었는데, 어찌 이제까지 먹을 것을 취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소?’

아귀가 아뢰었다.

‘태자이시여, 저희들은 숙세의 업력 때문에 모두 볼 수 없사옵니다.’

그 때에 복력 태자는 다시 이런 생각을 일으켰다.

‘불쌍하구나, 인색한 이들이여, 사랑할 수도 없다니.’

그리고는 이런 말을 하였다.

‘만일 복으로 갚아주는 일[福報]이 모두 큰 능력이 있다면, 내 이와 같이 진실하게 말하였으므로, 이 아귀들이 음식을 보고 일체가 따라 응하여 먹을 것을 취할 수 있게 하리라.’

이와 같이 말을 하고 나자 저 여러 아귀들이 모두 먹을 것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곧바로 각각 변하여 얼굴과 모양[面相]이 사람과 같아졌다.

복력 태자가 마음으로 기뻐하고 드디어 음식을 마음 내키는 대로 취하게 하였다. 저 아귀의 무리가 먹고 난 뒤에 단박에 배고픔과 목마름이 그쳐서 몸의 힘[身力]이 완전히 갖추어져 씩씩하고 실함이 가득 차게[充盛]되니 추하고 악한 모양이 없어졌다. 이에 복력 태자에게 각각 청정한 기쁜 뜻[淸淨歡喜之意]을 일으키고 즉시 목숨을 마치니 모두 도솔(兜率)천에 태어나 공중에서 돌면서 태자에게 말했다.

‘태자이시여, 저희들이 도솔천에 태어난 것은 모두 당신께서 위신을 세운 것에서 말미암았나이다.’

복력 태자가 이 묘하고 선한 말[妙善語]을 듣고 나서 크게 경사스럽고 기뻐서 곧바로 앞으로 나아가 동산 숲[園林]에 이르러 저 여러 형들과 함께 모여 의논을 하였다.

‘세간 사람들 무리가 무엇을 닦아야 의리(義利)를 많이 얻을까요?’

저, 색상을 구족한 이[色相具足者]가 말하였다.

‘지금 세간의 색상(色相) 행업(行業)을 만일 사람이 닦으면 의리를 많이 얻을 것입니다.

어떻게 아느냐 하면, 만일 사람이 있어서 다른 이들이 옛적에 보지 못한 것을 자기가 보면 곧 기뻐하고, 옛적에 믿음이 중(重)하지 않았었지만 보고 난 뒤에는 믿음이 중하게 되는 것을 일컫습니다. 내가 지난 옛적에 선인을 스승으로 모셨는데 그분 또한 이 말을 하셨던 것과 같습니다.

〈만일 묘한 색상을 구족한 이가 있으면 다른 사람들을 기뻐하게 하고 묘한 모습[妙色]이 볼만하며 뵈옵고 받들며 애락(愛樂)함이 마치 지혜 있는 사람이 최상의 법[最上法]을 즐기며 온갖 공양을 베풀 듯이 할 것이오.〉’

또 다음에는 정진을 구족한 이[精進具足者]가 말하였다.

‘색상을 닦아서 의리를 많이 얻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사람이 정진의 행업을 닦으면 의리를 많이 얻는다는 것을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비록 색상을 닦을지라도 정진이 없으면 어떻게 현세나 다른 세(世)에 뜻에 맞는 결과[可意果]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혹 색상으로 의리(義利)를 많이 얻는다고 일컫는 이는 어리석은 사람(愚人)이라 어리석은 견해[癡見]에 뒤덮여있는 것입니다.

내가 말한 대로 정진 행업하면 현세 중에 뜻에 맞는 결과를 이룰 수 있는 이는 마치 농부가 종자를 심는 것이나 상인이 이익을 얻는 것, 벼슬한 이가 녹(祿)을 받는 것, 배우는 사람이 교(敎)에 통하는 것[通敎]1), 선정(禪定)을 닦는 이가 경쾌하고 평온한 마음 상태의 결과[輕安果]를 얻는 것과 같아서 모두 현세에 정진하면 뜻에 맞는 결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정진은 다른 세(世)에서도 뜻에 맞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니, 선취(善趣)2)에 태어나고 하늘의 경계에 태어나며 큰 부자로 자재(自在)하는 것을 일컬으니, 현세에 해탈을 증득한 이는 모두 다른 세에도 정진하여 뜻에 맞는 온갖 결과를 이룰 수 있게 됩니다.

이로 말미암아 일체 공덕이 모두 정진에 의지(依止)3)하며 또한 이 정진은 겁약(怯弱)한 것을 다스릴 수 있으니, 만일 정진을 운용하면 적은 법이라도 이루기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또 다음으로, 공교(工巧)를 구족한 이가 말하였다.

‘그대들, 여러 어지신 분들[仁者]이 비록 여러 가지로 말하지만 실로 내 마음에 맞는다 할 수가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정진이 있어도 만일 공교가 없으면 끝내 현세에 이루는 바가 없지만, 만약 다시 정진을 공교와 함께 지으면 마침내 여실(如實)하게 하는 일을 현세에 이룰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만일 사람이 공교 행업을 닦으면 의리(義利)를 많이 얻게 됨을 아셔야 마땅합니다.

또 다시, 공교를 갖춘 이는 왕이든 신하든 사문이든 바라문이든 여러 장자 (長者)들이든, 나아가 하급 종족[下族]·보통 사람[中人] 및 모든 공교한 이에 이르기까지 모두 와서 공양을 올리게 됩니다.’

또 다음으로, 지혜를 구족한 이가 말하였다.

‘그대들이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사람이 닦아서 의리를 많이 얻는 것은 색상이 아니고 또한 정진도 아니요 또한 공교도 아닙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색상을 보는데 만일 지혜가 없으면 비록 또한 서로 같지만 정묘(淨妙)하지 못하고, 정진을 일으키는데 만일 지혜가 없으면 비록 의리를 얻더라도 이루는 것이 없으며. 공교를 짓는데 만일 지혜가 없으면 비록 또한 경영하여 닦을지라도[營修] 끌어 잡아 지닐[攝持] 수 없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지혜가 일체 사업(事業)을 이룰 수 있고, 만일 사람이 닦으면 의리를 많이 얻으며, 또한 이 지혜로 색상을 얻을 수 있고 공교를 이룰 수 있으며 정진을 발할 수 있고 사람 가운데에서 일체 묘한 즐거움[妙樂]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이 때 복력 태자가 기뻐하며 지혜가 구족한 이를 쳐다보고 그에게 일컬어 말하였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그대의 말이 진실합니다. 색상·공교와 정진이 있을지라도 만일 지혜가 없으면 의리를 많이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혜가 모든 여실한 과[諸如實果]를 널리 끌어 잡아 지닐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어지신 분이시여, 그렇지만 이 지혜도 만일 복력(福力)이 없으면 하는 일모두가 또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까닭에 만일 사람이 복을 닦으면 의리를 많이 얻는다는 것을 진실하게 아십시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복은 순일한 과[純一果]이며 복은 빛나는 과[光澤果]가 되며 복은 뜻에 맞는 과[可意果]가 되고 복은 이 알맞게 즐거운 과[適悅果]이니, 이와 같이 복의 과는 내가 그 공덕을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이제 그대들을 깨닫게 하기 위하여 복문(福門) 가운데 한 소분(少分)을 말하겠으니 그대들은 잘 들으십시오.

복이 있으므로 말미암아 색상을 얻을 수 있고 복은 정진을 갖추었으며 복은 길상(吉祥)을 얻고, 또한 큰 부를 얻으며 복은 지혜를 갖추고 복은 바른 법[正法]의 공덕을 노래하고 읊을 수 있으며 복은 총명함과 날카로움[(聰利]을 갖추었고 복은 바른 도[正道]에 노닐며 복은 상족(上族)에 태어나고 복은 숙세의 염원[宿念]을 얻으며, 복은 명칭을 갖추고 복은 계행이 원만하며 복은 보시를 할 수 있고 복의 힘[福力]은 항상 모든 근본[諸根]이 무너지지 않게 하고 복은 항상 쾌락하며 복이 있으면 항상 지혜 있는 이가 공양드리는 것을 받고 복은 모든 힘[諸力]을 갖추었으며 복은 항상 선지식[善友知識]을 만나고 복의 힘[福力]은 일체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밭을 갈고 심는 것, 혹은 장사하여 이익을 구하는데 그 공을 적게 베풀어도 쌓고 모임[積集]을 많이 얻는 것, 부하고 성함이 자재함을 일컫는 것입니다.

복이 있으면 곧 생각하는 순간 허공에서 저절로 그 의복·음식·진귀한 보배를 비로 내려주어 일체를 구족하니 받는 대로 쾌락하며 복은 뜻에 맞는[可意] 묘하고 좋은 집을 얻고 복은 현세나 다른 생에 항상 예쁘고 아름다운 아내·딸[妻女]·권속·재물과 곡식 등을 얻으며 복이 있는 이가 다니는 땅은 그 가시덤불·모래와 조약돌이 저절로 없어져서 평온한 데에 머물러 서게 되고[住立] 복 있는 이는 또한 넓고 큰 몸 모양[廣大身相]을 얻습니다.

만일 아픈 사람이 있거든 복 있는 이가 손을 대면 즉시 병이 가볍게 나으며, 또한 다시 복 있는 이가 사람들에게 닿는 대로 따라서 곧바로 저 음식·의복·진귀한 보배·재물·곡식이 나와서 급용(給用)이 떨어지는 일이 없습니다. 복 있는 이는 항상 하늘·용·야차(夜叉)·나찰(羅刹)과 귀신 등이 곳에 따라 호위하니 그것은 마치 비 올 때에 모종과 벼 이삭[苗稼]을 호위하는 신과 같아서 수호하기를 또한 그렇게 합니다.

복 있는 이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존중하고 애락하며 복은 좋은 명예가 있고 복은 사람들이 칭찬하게 되며 복은 항상 모든 선한 법의 분[諸善法分]을 갖출 수 있고 복 있는 이가 하는 말은 사람들이 믿고 따르며 복 있는 이는 항상 사랑할만한 광택(光澤)을 얻고 복 있는 이는 입에서 항상 미묘한 부처님의 가르침[梵音]을 내며 복 있는 이는 몸과 지체가 저절로 유연해지고 복 있는 이는 항상 묘하고 선한 말[妙善語言]을 내며 복 있는 이는 항상 어진 벗과 지혜 있는 사람을 만나 권속을 무너뜨리지 않고 복 있는 이는 병이 없으며 복 있는 이는 사람들이 사랑하게 되고 복은 재물과 이익[財利]을 얻으며 복 있는 이는 용맹하고, 또한 큰 복이 있는 이는 사람들의 왕이 되어 구족치 않은 것이 없고 모든 질병(疾病)을 여읩니다.

복 있는 이는 항상 부하고 성함[富盛]이 무너지지 않으며 복 있는 이는 전륜(轉輪)의 복장(伏藏)4)을 얻어 7보를 구족하고 복 있는 이는 허공중에서 다닐 수 있으며 복 있는 이는 위엄스런 광명[威光]이 해·달과 더불어 평등하고 복 있는 이는 월천(月天)을 이루며 복 있는 이는 일천(日天)을 이루고 복 있는 이는 법왕을 이루고 복 있는 이는 제석을 이루며 복 있는 이는 천궁(天宮)의 누각에서 다니기를 저 천자와 같이 할 수 있습니다.

복 있는 이는 아수라왕(阿修羅王)처럼 큰 세력(勢力)이 있으며 복 있는 이는 항상 좋은 곳[善趣]에 태어나고 복 있는 이는 나쁜 곳[惡趣]을 여의며 복 있는 이는 가장 얻기 어렵고 뜻을 기쁘게 하는 묘한 꽃[悅意妙華]을 항상 얻고 복 있는 이는 하는 일이 성취되며 복 있는 이는 세간을 위하여 환하게 비출 수 있고 복 있는 이는 하늘 사람[天人]과 아수라 등의 바른 믿음과 공양을 얻습니다.’

태자가 이 모든 복의 일[福事]을 말하였지만 네 형은 견해가 달라 닦음이 똑같지 않았다. 이에 태자가 또 다시 말하였다.

‘제가 이제 여러 형들과 더불어 가만히 다른 나라에 가서 머무르게 되는 곳에 따라, 마땅히 색상을 갖춘 사람이 많이 닦았는가 아니면 정진·공교·지혜로운 이와 복력 있는 사람이 많이 닦았는가를 증험(證驗)하고 싶습니다.’

이 때 네 형이 그 말을 듣고서 모두 그가 행하는 대로 따랐다. 부왕께 아뢰지도 않고 곧 다른 나라들로 가서 어느 나라에 들어간 뒤에 그 꾸밈새를 바꾸고 각각 살 곳을 구하였다.

그 때에 색상을 구족한 이는 묘한 모습[妙色]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쳐다보고 모두 기쁜 뜻을 내었으므로 그에 따라 부를 얻어 번성하고 자양(資養)을 즐기고 음미하였다.

정진을 구족한 이는 용맹의 힘이 있기 때문에 취하는 것마다 가질 수 있었다. 갑자기 넘쳐흐르는 큰 강을 보니 깊고 넓어서 두려워할 만 하였고, 그 가운데 몹시 큰 전단향(栴檀香) 나무가 있었는데 저 정진한 이가 그 나무를 취하여 팔아서 이익을 얻어서 부를 얻어 번성하고 자양을 즐기고 음미하였다.

공교를 구족한 이는 공교한 힘[工巧力]으로 모든 일을 하는 대로 부를 이루어 번성하고 자양을 즐기고 음미하였다.

지혜를 구족한 이는 뛰어난 지혜[巧智慧]가 있기 때문에 원한을 풀고 이길 수 있었으며, 또한 재력(財力)이 있는 이와 친부(親附)할 수 있고 그 뜻을 기쁘게 하여 기쁨을 내게 할 수 있었고, 따라서 의복·음식·재물·보배 등을 얻어서 즐기는 대로 자양을 즐기고 음미하였다.

이 때 복력 태자는 자신의 수승한 복과 큰 위덕의 힘대로 두루 행하여 이롭고 유익한 복의 일[利益福事]을 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가난한 사람의 집을 지나가다가 마침내 그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태자의 복의 위력 때문에 이 집에 갑자기 넓고 큰 길상의 수승한 모양[勝相]이 나타나서 금·보물·재물과 곡식이 두루 찼다.

그 때에 저 가난한 사람이 보고나서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고 기뻐하여 이와 같은 일을 생각하였다.

‘옛적에 있지 않았던 일인데 무엇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어느 곳에서부터 왔을까? 이 사람이 우리 집에 온 것은, 어찌 그 위력이 이끌어온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는 또 생각하였다.

‘내가 옛적에 가난한 괴로움을 몹시 받았는데 이제 수승한 이익을 받아서 일체가 풍부하게 찬 것은 반드시 이 사람이 여기에 온 데서 말미암아 우리 집에 길상의 모양이 나타나게 한 것이다. 이 사람은 큰 복[大福]이며 큰 명칭이 있으니 저 사람을 존중하고 공양해야 마땅하리라.’

이렇게 해서 높이 받드는 것이 서로 이어져서 멈추는 일이 없었다.

태자가 그 가난한 사람의 집에 온갖 부가 이르러 번성하고 쾌락하게 하자, 마침내 후시에 이르러 명성과 칭예(稱譽)가 두루 번져 나가기를 〈아무개의 집이 옛적에는 몹시 가난하였는데 어떤 기이한 사람이 와서 그 집으로 들어왔고, 저 사람의 위력으로 이 집에 갑자기 길상의 모양[吉祥相]이 나타났다〉고 하였다.

여러 사람들이 듣고 나서 복력 태자에게 모두 믿음을 중(重)하게 내고 모두 함께 찬탄하여 말하였다.

‘뛰어나도다. 수승한 복이여, 큰 능력이 있도다.’

또한 태자가 지닌 복의 위력 때문에 저곳에 꽃나무와 과일나무가 열어 열매를 맺는데 때가 어긋나지 않았으며, 두루 단 비를 뿌려서 종자를 생성(生成)하여 무성하게 되었다.

그 때에 여러 사람들 무리가 복력 태자에게 깊이 애락(愛樂)을 내어 모두 와서 우러러 보았다.

이 때 태자는 오는 이들 모두를 위하여 그 마음을 널리 섭수하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내가 이 집에서 일체의 진귀한 보배·갖가지 악기와 온갖 묘하고 공교하며 뜻을 기쁘게 하는 등의 물건을 얻어서 오는 이에게 공급하여 구족하게 할 수 있으니, 좋구나.’

이 마음을 발할 때에 생각에 응하여 곧바로 온갖 진귀한 보배 등이 나타나서 모두 다 가득하게 찼다.

그 때에 여러 사람들 무리가 놀라고 기이하게 여기어 찬탄해 말하였다.

‘뛰어나도다[奇哉]. 큰 복이여, 달고 아름다운 과일[甘美果]이 되도다.’

이에 태자에게 모두 존중하는 마음을 내었다.

이 때 태자는 곧바로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그들이 응한 바와 같이 4섭법(攝法)으로 평등하게 섭지(攝持)하여 모두 화합하게 하였나니, 4섭법은 이른바 보시·부드럽고 온화하게 말함[愛語]·남을 이롭게 하는 행동[利行]과 서로 협력하고 고락을 같이 하는 것[同事]을 동일하게 하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이름이 일체 군읍[國邑]과 취락(聚落)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마침내 후시에 이르러서 태자는 점차 나아가 어떤 나라에 이르렀다. 그 나라 왕이 어떤 의업(醫業)을 잘하는 사람에게 벌을 주는데, 옥관(獄官)에게 명령하여 그 몸과 팔다리를 쪼개고 손과 발을 끊어서 흐르는 피가 이미 많은데다 매 맞은 독[楚毒]으로 고통당하는 것을 보았다.

이 때 저 벌을 당하던 사람이 태자를 보고서 크게 괴로운 소리를 내어 울부짖으며 말하였다.

‘어지신 분이시여, 저를 구해 주세요. 어지신 분이시여, 저를 구해 주세요.’

태자는 즉시 이 일을 괴로워하고 슬퍼하여 이에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어떠한 방편을 써야 이 사람의 괴로움을 구할까?’

이 생각을 하는 사이에 갑자기 지혜[智解]가 생겨났다.

‘내가 가진 복력을 베풀어 세간에 나타내리라.’

이 생각을 하고 나자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悲心]이 안으로 흘러들어[內激] 곧 자기의 몸을 부수어 많은 피를 내어 그에게 주어 마시게 하여 고통을 사라지게 하였다.

태자는 또 그의 손과 발이 이미 끊어져서 몹시 크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곧 날카로운 칼을 취하여 자신의 손과 발을 잘라 그 사람의 손과 발이 끊어진 곳에 붙여주었다.

이 때 태자가 허공을 관찰(觀察)하여 일체 유정 중생에게 널리 자비로운 마음[慈心]을 일으켜 곧 넓고 큰 진실한 서원을 일으켜 말하였다.

‘제가 이번 생[此生]에 일찍이 조금이라도 좋지 못한 업[不善之業]이 없었습니다. 만일 제가 말한 것이 진실이라면, 이 사람의 손과 발이 끊어진 곳이 지금 곧바로 팔다리의 뼈마디[支節]가 서로 합하여 병이 나아 건강이 회복되어[平復] 예전과 같아지기를 원하옵니다.’

이 말을 하고 나자 그 사람이 곧바로 팔다리의 뼈마디가 서로 합쳐져 신체가 완전히 갖추어져서 예전과 같아졌다. 태자가 자기 바람[願]이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을 보고는 곧 이 생각을 하였다.

‘제가 부지런함과 결단력[勤勇]으로 할 바를 이루었사옵니다. 제 피를 내어 이 사람의 괴로움을 구제하였고, 제 손과 발을 끊어서 그의 팔다리 뼈마디[支節]를 이었으며, 그리고 진실한 큰 서원의 힘으로 그의 몸과 목숨을 예전처럼 완전히 회복되게 하였습니다. 저의 이 최상의 선근[最上善根]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과(果)를 성취하여 마땅히 법미(法味)5)를 저 사람에게 주어서 필경에 안락한 열반에 머물게 되기를 원하옵니다.’

이 원을 발할 때에 일체 대지(大地)가 6종(種)으로 진동하였으며, 제석천궁(帝釋天宮) 또한 두렵고 무서워 떨었다. 이 때, 제석천의 군주[帝釋天主]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것이 ‘무슨 일일까?’

다시 관찰하여 마침내 복력 태자가 저 최상의 극히 행하기 어려운 일을 한 것을 보고 기뻐하여 기특하다고 찬탄하고 또 생각하였다.

‘이제 이 큰 위덕이 있는 이가 이 어려운 일을 하는데, 구하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지금 가서 그 이유를 증험[證驗]해야 마땅하리다.’

그리고는 곧바로 바라문의 모습[相]으로 변하여 하늘에서 내려와 태자 앞에 머물러 말하였다.

‘태자여, 내가 접 때 그대가 스스로 손과 발을 끊는 것을 보았는데, 무엇을 위해서였는가?’

태자가 대답하였다.

‘어지신 분이여, 남이 고통을 가지고 있으니 곧 저도 고통스럽고, 만일 남이 쾌락하면 곧 저도 쾌락합니다. 그러므로 접 때 벌을 당하는 어떤 사람이 크게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고, 그 때 진실한 힘으로 제 자신의 손과 발을 버리어 그 사람의 끊어진 곳을 매어 이어 주었는데, 원력이 진실하였으므로 그 사람이 예전과 같음이 되었습니다.’

이 때 제석천의 군주가 더욱 찬탄하고 곧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태자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이제 진실하지 않은 마음으로, 혹은 달리 구하는 것이 있어서, 혹은 퇴전(退轉)6)하는 까닭에 자기 몸을 버린 것이 어찌 아니겠소?’

태자가 아뢰었다.

‘하늘의 주인[天主]이시여, 제가 자신의 손과 발을 버린 것은 진실하지 않은 마음이 없었고, 또한 달리 구하는 것도 없었으며, 또한 퇴전한 것도 아닙니다.’

제석이 다시 말하였다.

‘그대가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나로 하여금 이 일을 증명하여 알게 하겠소?’

태자가 아뢰었다.

‘하늘의 주인이시여, 당신께서는 어찌하여 제가 한 일이 모두 진실한 힘이라고 듣지 못하셨습니까?’

태자는 곧 일체 유정에게 자애한 마음[慈心]을 일으켜 진실한 원력으로 사방을 관찰하고 게송을 설해 말하였다.

만일 내가 말한 바가 진실하여
자신을 탐애(貪愛)하여 전박(纏縛)7)이 되지 않았으며
진실로 퇴전하지 않았다면
지금 바로 제 몸이 곧 예전과 같아지기 원하옵니다.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태자의 몸과 팔다리가 곧 예전과 같아졌으며, 이로부터 공중에서 하늘 꽃[天華]을 비로 내려주고 하늘의 미묘하고 사랑스러운 음악을 연주하였고, 부드러운 바람이 서서히 일어나 온갖 상서로운 조짐[瑞相]을 나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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