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보살투신이아호기탑인연경(佛說菩薩投身飴餓虎起塔因緣經)

불설보살투신이아호기탑인연경(佛說菩薩投身飴餓虎起塔因緣經)

북량(北涼)고창국(高昌國) 사문 법성(法盛) 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건타월국(乾陀越國) 비사문바라(毘沙門波羅) 큰 성에 머물러 계셨다.

성의 북쪽 산 바위 그늘 밑에서 국왕과 신민과 천룡팔부(天龍八部)의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 등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어 사람을 교화하고 제도함을 수없이 하시었다.

교화의 설법을 마치시고 부처님께서 빙긋이 웃으시니 입에서 향기로운 광명이 나왔는데, 광명이 아홉 가지 색이 있어서 두루 모든 나라를 비추었으며 향기로운 훈기도 또한 그러하였다.

이 때 모든 대중이 광명을 보고 향기를 맡고는 모두 크게 기뻐하였다.

그러자 광명이 돌아와 부처님을 일곱 겹으로 두르고 다시 입으로 들어갔다.

아난이 의복을 정제하고 꿇어앉아 손을 모으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이제 세존께서 기특한 상서 모양을 나타내시는 데는 반드시 인연이 있으시어 이로운 바가 많고 중생이 복을 입는 것입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천존(天尊)께서는 그 인연을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말한 바와 같이 모든 부처님의 비밀한 입[密口]에서 나타나는 상서에는 큰 인연(因緣)이 있나니 네가 듣고자 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정녕 그러하옵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9겁 때 세상에는 부처님이 없었다. 한 큰 나라가 있었으니 이름은 건타마제(乾陀摩提)였으며, 왕의 이름은 건타시리(乾陀尸利)였고 부인의 이름은 차마목가(差摩目佉)였으며 태자의 이름은 전단마제(栴檀摩提)였다.

그 나라는 넓고 풍요하며 안락하여 사람을 요족케 하였으며 사람의 수명은 1천5백 세였다.

태자의 복과 덕으로 천하가 태평하여 도적질하고 겁탈하는 도적이 없었으며, 백성이 화순(和順)하여 서로 이기려고 싸우지 아니하였다.

태자는 자비하고 총명(聰明)하며 지혜로워서 모든 서적(書籍)과 아흔여섯 가지 도술(道術)과 위신을 뚫어지게 연마하여 통달하지 아니한 것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몸과 목숨과 재물을 남기고 아끼는 바가 없고 중생을 어여삐 여기기를 갓난아이보다 더하였으며, 큰 자비가 널리 덮여 평등하기가 둘이 없었으며 부모를 효도로 봉양하여 예의를 모두 갖추었다.

이 때 부왕이 태자를 위하여 성에서 멀지 않는 데다가 동산을 지었는데, 그 동산의 길이와 너비가 8유순이었고 꽃과 과실을 줄지어 심었으며 기이하고 별스런 새가 청정하고 장엄하며 좋았다.

곳곳마다 흐르는 샘물과 목욕하는 못이 있는데 못 가운데에는 항상 우발라(優癖)꽃과 발두마(伐摩)꽃과 구물두(拘物頭)꽃과 분타리(分陀利)꽃과 다른 여러 가지 붉고 흰 연꽃이 있어서 공작(孔雀)과 기러기와 푸른 백로와 원앙이 그 가운데 노닐어 희롱하였으며, 맑고 서늘하고 향기롭고 깨끗하여 미묘하기 제일이었다.

이 때 태자는 모든 신하와 백관과 후비(后妃)와 채녀가 앞뒤로 따르는 가운데 동산에 나아가 노닐고 희롱하다가 7일을 지내고서 수레를 돌려 궁으로 돌아왔다.

이 때 나라의 경계 지방에 가난하고 궁하고 고독(孤獨)하고 늙고 온갖 병든 이들이 태자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와서 길 가에 있으면서 손을 펴 태자에게로 향하였다.

태자는 이것을 보고서 곧 몸의 영락과 옷과 금전(金錢)과 은전과 수레와 코끼리와 말을 모두 보시해 버리고, 성문에 이르러서는 더이상 남은 물건이 없는데도 가난한 이는 오히려 많으므로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을 한하였다.

태자는 궁으로 돌아와서 모든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며 근심되어 제대로 먹지를 못하였다.

왕은 태자에게 물었다.

‘무슨 걱정되는 것이 있느냐?’

태자가 대답하였다.

‘근래에 나가서 노닐며 구경하다가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가까이 길 가에 있으면서 구걸하는 것을 보고 곧 몸에 지닌 것들로 보시하였지만 오히려 두루 만족하지 못한 까닭에 스스로 수심하옵나니, 이제 대왕께 곳간 속의 재물을 빌어 두루 천하에 지급하고자 하는데 대왕께서 원하는 바를 주실는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왕은 말하였다.

‘국가의 창고에 저장한 것은 위급한 때를 방비(防備)하려는 것이므로 마땅히 사사로이 쓰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태자는 원하던 바를 하지 못하여 수심이 전보다 갑절 더하였다.

태자를 가까이 모시는 신하의 이름은 사야(闍耶)인데 태자가 먹지 아니하고 슬피 느껴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꿇어앉아 손을 모으고 태자에게 말하였다.

‘신에게 금전 천 근이 있는데 대천(大天)께 받들어 올리겠사오니 뜻대로 쓰십시오. 원하옵건대 가난한 이를 근심치 마시고 자시기를 먼저와 같이 하옵소서. 돈이 만일 만족하지 못하다면 마땅히 몸을 팔아서라도 대천께 공양하겠나이다.’

그리고 또다시 사야는 곧 금전 십천 근을 태자에게 받들어 올렸다.

태자는 사람을 시켜 돈을 가져다 성에 내어 놓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라고 하였는데, 십천의 수량이 다하였지만 아직도 두루하지 못하여 돌아와서 태자에게 말하였다.

‘금전(金錢)은 이미 다하였는데 가난한 이는 여전히 많나이다.’

이에 태자는 곧 가까운 신하를 시켜 사장(私藏)을 뒤져 다시 금전 십천을 얻어 모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였으나 여전히 만족치 못하였다.

태자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대체 사람의 괴로움은 모두 가난하고 궁하며 구하여도 얻지 못함으로 말미암은 괴로움이니 이제 마땅히 스스로 애지중지하는 몸을 팔아서 저 사람들의 괴로움을 구제하여 그들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리라.’

이렇게 생각한 뒤에 보배로운 옷을 벗고 보통 입던 옷을 입고 묵묵히 궁성을 나가서 배제사(裴提舍)라고 하는 나라로 들어갔다.

자신의 몸을 한 바라문에게 팔아 금전 천을 얻어서 이 금전으로 모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였다.

이 때 바라문은 태자를 종으로 부리어 수레를 끌고 산에 들어가서 나무를 해다가 시장에 팔라고 하였다.

많은 때를 지낸 뒤에 또한 나무를 취하다가 산 속에서 우두전단(牛頭栴檀)을 얻었는데 한 조각의 무게가 1백 근이었다.

이 때 그 나라 왕이 본래 나병(癩病)이 있는데 의약의 방문과 주문의 술법으로 능히 낫지 못하였다.

왕은 곧 성내어 말하였다.

‘의사가 무엇하는 것이냐. 대개 사람의 백 가지 병이 모두 다스리는 약이 있는데 나의 이 병은 어찌 유독 치료할 것이 없느냐?’

그리고는 모든 의사를 잡아다가 저자거리에서 베어버리라고 명령하였다.

이 때 한 의사가 머리를 조아려 왕께 사뢰었다.

‘이제 왕의 이 병에 다스리는 약이 세간에서는 구하기 어려우니 비록 그 이름은 있지만 일찍이 보지는 못하였나이다.’

왕은 말하였다.

‘약의 이름이 무엇이냐?’

대답하였다.

‘우두전단이라 합니다.’

왕은 말하였다.

‘대체 사람의 죄와 복의 업행(業行)이 한가지로 같지 아니하니 스스로 복이 있는 사람이면 행여 이 약이 있을 듯하다.’

그리고 곧 천하에 영을 내리기를 ‘누구든지 이 약이 있으면 마땅히 나라를 반으로 나누어 그것을 사겠노라’고 하였다.

이 때 바라문은 종을 불러 말하였다.

‘네가 종래 땔감을 팔아서 비록 적은 값을 얻었지만 이제 부하고 귀한 이익만 같지 못할 것이다. 국왕이 병이 있는데 이제 나라의 반으로 우두전단을 사겠다고 하니, 네가 이제 이 전단을 싸가지고 가서 대왕께 받들면 반드시 뜻과 같이 얻을 것이다. 나도 마땅히 너와 이 즐거움을 한가지로 하자.’

이 때 종은 곧 우두전단을 가지고 국왕께 받들어 올렸다. 왕은 얻은 뒤에 갈아서 몸에 발랐더니 나병(癩病)이 곧 나았다.

왕은 크게 기뻐하여 온 나라 신민(臣民)으로 이 경사로움을 누리게 하여 여러 신하를 불러 크게 시회(施會)를 베풀고 감옥에 갇힌 이를 놓아 주고 가난하고 궁핍한 이에게 보시하여 위 아래가 화락(和樂)하였다.

왕은 대신으로 하여금 궁전을 반으로 쪼개고 거느린 국민과 금과 은과 보배와 돈과 재물과 곡식과 비단과 종과 수레와 코끼리와 말과 소와 염소를 모두 반으로 나누어 보배 수레와 말 천 필(匹)을 장엄하고 기생과 기악과 향과 꽃과 휘장과 깃발과 백 가지 맛난 음식을 지어 종을 맞아 나라로 돌아오라고 하였다.

왕은 곧 청하여 함께 보배 평상에 앉아 기생과 기악과 음식을 지어 즐기면서 종에게 물었다.

‘그대의 복덕과 위의의 모양을 보니 세상에서 수승한데 무슨 인연으로 천한 데에 처하였는가? 그 사연을 듣기 원하노라.’

종은 말하였다.

‘매우 좋습니다. 왕께서 듣고자 하신다면 이제 마땅히 말하겠습니다. 왕께서 의심한 바와 같이 저는 본래 종이 아닙니다. 왕께서는 일찍이 건타마제 국왕에게 태자가 있으니 이름은 전단마제인데 보시를 좋아한다는 것을 들었습니까?’

대답하였다.

‘자주 들었으나 보지는 못하였노라.’

말하였다.

‘제가 곧 그입니다.’

그 왕은 들은 뒤에 갑절 더 공경하고 중히 여기면서 말하였다.

‘무슨 인연으로 이에 이르렀는가?’

태자는 말하였다.

‘제가 보시를 좋아하여 나라의 재물을 다하였어도 두루 만족히 쓰지 못하고 궁한 이가 오히려 많아 본원(本願)을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나라를 버리고 스스로 몸을 팔았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사람은 숙세의 행으로 업을 따라 보(報)를 받나니 선을 닦으면 즐겁고 악을 행하면 괴로운 것이지만 그대 할 바도 아니요, 부모가 준 것도 아닌데 어찌 나라의 큰 희망을 이그러뜨리어 험한 데 처하고 어려움을 건넜는가. 이와 같은 일은 천하에 드문 일이며 반드시 기이하게 보일 것이다. 원하건대 그 뜻을 말하시오.’

태자는 대답하였다.

‘저는 본래 뜻을 발하여 중생을 제도하고 모든 바라밀을 행하여 뜻으로 보리를 구함을 서원하였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훌륭하오. 너무도 커서 따라 기뻐할 만하오.’

태자는 왕에게 말하였다.

‘이제 나라를 왕께 돌려드리겠으며, 다만 한 가지 청이 있는데 혹시 거절하지는 않으실는지요?’

대답하였다.

‘원하는 바가 무엇이오?’

태자는 말하였다.

‘창고 속의 돈과 재물을 얻어서 온 천하의 가난하고 궁하고 외롭고 늙고 파리하고 여위고 온갖 병든 이에게 주되, 뜻대로 보시하기를 꼭 50일만 하고자 하는데, 그 가운데 공덕은 왕과 같이 하겠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매우 좋소. 돈과 재물과 물건은 그대를 따라 베풀어 쓰겠지만 상으로 준 반절의 나라는 그대의 공의 분수니, 내가 감히 받지 못하겠구려.’

태자는 말하였다.

‘좋습니다. 왕께서는 재물로 나에게 보시하고 나는 나라로 왕께 받들어 돌리겠습니다. 나는 보시를 좋아하고 왕께서는 나라를 좋아하니 사람의 수승한 성질은 뜻이 같지 아니한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이 행은 크고 깊어서 나의 미칠 바 아니니 그대가 도를 얻을 때, 원하건대 제도해 주길 바랍니다.’

태자는 곧 사신을 보내어 모든 나라에 선전하여 고하기를, ‘만일 가난하고 궁하고 외롭고 파리하고 여윈 이가 있거든 모두 와서 모이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태자는 사람을 시켜 모든 창고를 열고 재물을 평탄(平坦)한 땅에 운반하여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기를 50일 동안 하니 가난한 이가 부(富)를 얻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한편 태자가 나라를 버리고 떠난 뒤에 모든 신하가 놀라고 두려워서 울부짖으며 왕에게 고하였다.

‘지난 밤에 갑자기 태자가 없어졌는데 있는 바를 알지 못하나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평상에서 떨어져서 정신이 흐리어 사람을 알지 못하였으며, 부인과 궁중의 후비와 채녀와 신하와 관리와 백성이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지 아니하는 이가 없어 슬픔이 북받치고 근심되고 괴로워서 소리를 내어 부르짖으며 달려나가서 사방으로 태자를 찾았다.

왕의 부인은 태자를 잃을까 두려워서 조급하게 발을 구르며 미친 이같이 곧 후비와 더불어 치마를 걷고 머리를 풀어 헤치고 달려서 성을 나가 동과 서로 달리면서 태자를 찾았다.

왕은 부인이 아들을 생각하여 근심하고 괴로워하여 혹 능히 목숨을 버릴까 두려워 곧 여러 신하와 수레를 엄식(嚴飾)하고 성을 나가 부인과 아울러 태자의 소식을 찾다가 나라에서 십 리쯤 떨어진 빈 못의 수풀 가운데에서 부인이 궁녀 몇 명을 데리고 가슴을 치며 울부짖어 머리는 어지럽고 눈은 부어가지고 온갖 풀더미를 헤치며 태자를 찾는 것을 보았다.

왕은 그것을 본 뒤에 다시 더욱 슬픔이 맺혀 앞으로 나아가 부인의 손을 붙잡고 울부짖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부인에게 간하였다.

‘우리 아들이 복덕이 있고 인자하며 효성스럽고 보시하여 물건을 주고도 원망함이 없어서 온 재물로 천하를 보시하고도 오히려 만족치 못하여 항상 보시할 물건 없음을 한(恨)하더니, 아들이 이제 아무도 모르게 떠난 것은 반드시 다른 나라에 가서 재물을 구하여 보시하거나 혹은 스스로 몸을 팔아 가난하고 궁핍한 이를 구제하려는 것이니 우선 함께 궁으로 돌아가고 크게 근심하고 수심치 마시오. 내가 이제 마땅히 사신을 시켜 모든 나라 가운데 이르러 소식을 방문(訪問)하면 반드시 아들이 돌아올 것이오.’

부인은 꾸짖어 말하였다.

‘왕께서 인색하고 탐하여 돈과 재물만 아끼고 아들을 애념치 아니함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이제 어떻게 가히 돈과 재물로 아들을 찾겠나이까?’

왕은 말하였다.

‘나의 실수가 먼저 있었으니 이제 후회한들 어떻게 미치겠는가. 우선 함께 궁으로 돌아가면 아들을 잃지 않도록 보장하여 이제 반드시 몸소 사방으로 찾아서 아들을 데리고 돌아오겠노라.’

부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이제 나의 아들을 잃었으니 살아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차라리 여기서 죽더라도 빈손으로 돌아가지 아니하겠습니다. 제가 아들의 몸만 본다면 주리고 목마름도 알지 못하겠으며 비록 병들고 괴로움을 만나더라도 근심되지 아니하겠사오니, 이제 돌아가 빈 곳을 지켜 무엇을 의지하겠습니까?’

이에 태자의 후비도 머리를 풀어 헤쳐 어지러운 머리로 하늘을 보며 부르짖고 땅을 두드리며 사방을 바라보나 태자는 보이지 아니하니 하늘에 부르짖고 머리를 조아리며 눈물을 마시면서 말하였다.

‘하늘과 땅과 해와 달과 부모와 신령이시여, 만일 저에게 죄가 있거든 이제 모두 참회하오니, 원하옵건대 저의 남편과 빨리 만날 수 있게 하소서.’

이에 국왕이 억지로 부인과 태자의 후비를 이끌어 수레에 싣고 궁으로 돌아왔다.

태자는 이 때 멀리 다른 나라에 있었는데 두 눈과 손과 발이 세 번 돌이켜 꿈쩍거리고 움직이므로 마음 속으로 근심되고 두려워 망실(忘失)한 것이 있는 것 같아서 곧 저 왕을 하직하고 본국으로 돌아왔다.

왕은 옆에 선 신하에게 명령하여 보배 수레 백 대와 말 천 필에 금전 십천 냥과 은전 십만 냥을 장엄하였으며, 왕에게 5백 대신이 있는데 금전 십천 냥과 은전 십만 냥을 주어 태자를 보내었다.

왕은 모든 신하 십천만 사람과 더불어 태자를 전송하는데 나라 경계의 끝에 이르러 큰 모임을 베풀고 기뻐하여 서로 인사하였다.

이에 이별하는데 태자는 생각하였다.

‘어려서부터 자라매 발을 망령되게 움직이지 아니하였으며 눈을 망령되게 흘겨보지 아니하였는데, 내가 먼저 나라를 나오면서 부모께 하직을 아니하였으니 반드시 이 부모와 나라의 신하와 백성들이 나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까닭에 근심하고 고뇌할 것이다. 이제 마땅히 속히 가서 소식을 알게 하리라.’

또한 다시 생각하였다.

‘길이 멀어서 가히 빨리 이르지 못하겠으니 우리 부모가 애념하고 정이 중하여 혹시나 몸과 목숨을 상할까 두려우니 마땅히 무슨 방법을 써야 소식을 빨리 전달할 것인가.’

이 때 능히 사람의 말을 잘하는 까마귀가 있어서 태자에게 말하였다.

‘태자님의 덕이 지극히 중하시고 은혜의 혜택이 널리 미치시온데 무엇을 변통하지 못할까 근심하시나이까? 무엇을 하고자 하십니까? 제가 마땅히 도와드리겠습니다.’

태자는 대답하였다.

‘한 가지 일을 부탁하고자 하는데, 원하건대 어기지 말아라.’

까마귀는 말하였다.

‘명령대로 받들겠나이다.’

태자는 말하였다.

‘네 편에 글을 보내어 부왕께 드리려 하노라.’

까마귀는 말하였다.

‘마땅히 급히 하소서.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태자는 글을 써서 까마귀에게 주었다. 까마귀는 입으로 글을 물고 날아서 본국에 이르러 왕의 앞에 글을 놓았다.

왕은 글을 펴 읽고 태자의 소식을 알아 크게 기뻐하여 바로 일어나 궁(宮)으로 들어가서 부인에게 말하였다.

‘내가 부인에게 말함과 같이 아들을 잃지 않았음을 알았으니 몇 날이 지나지 아니하여 반드시 아들을 볼 것이오.’

부인은 듣고서 마치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 것처럼 손뼉을 치며 찬탄하여 말하였다.

‘일체 천하로 하여금 안은하고 쾌락하고 원하는 바를 모두 얻으며 수명이 한량없게 하소서.’

이 때 나라 안의 모든 신하와 호족(豪族)의 남자와 여자의 크고 작은 이가 태자가 돌아온다는 것을 듣고 모두 만세(萬歲)를 불렀다.

왕은 곧 모든 신하 수천만 사람과 더불어 수레를 엄식하고 도종(導從)과 나가서 태자를 맞는데 길에서 서로 만났다.

태자는 아버지를 보고 곧 보배 수레에서 내려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발에 대어 예배하고 부왕께 사뢰었다.

‘자식의 도리에 효도치 못하고 높으신 위신을 굽혀 굴하시게 하였으며 나라 안을 놀라게 하였사오니 부디 용서하소서.’

왕은 ‘매우 좋다’ 하고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보게 되니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 수레를 돌려 궁으로 돌아왔다.

온 나라 백성이 기뻐하지 아니한 이가 없었으며, 먼 데 모든 나라의 가난하고 궁한 이와 거지가 태자와 돌아왔으니 많은 돈과 재물을 얻으리리란 것을 듣고 모두 먼 곳으로부터 와서 태자에게 나아가 빌었다.

태자는 사람들을 시켜 돈과 재물을 큰길 머리 평탄한 빈 땅에 져다가 모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여 1년 동안을 날마다 끊어지지 아니하니 사방에서 온 이들이 모두 뜻대로 얻었다.

이 때 부왕은 모든 대신(大臣)과 더불어 태자에게 말하였다.

‘지금부터는 나라 곳간 집의 보배를 소용할 바를 따라 쓰되 스스로 의심하거나 어렵게 여기지 말라. 보시의 덕은 먼 곳이나 가까운 곳이나 중히 여기는 바이므로 원수와 적과 악한 사람이 태자의 공덕을 듣는다면 저절로 선을 닦을 것이다.’

이 때 5통 신선(神仙) 도사(道士)가 있으니 이름은 용맹(勇猛)인데, 5백 제자와 더불어 이 산의 큰 바위굴 속에 있으면서 선(禪)을 닦고 도를 행하여 보리를 구하며 모든 괴로움을 제도하여 천하를 교화하고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선을 닦게 하고자 하였다.

이 때 태자 전단마제는 가지가지 백 가지 맛 좋은 음식을 싸가지고 산에 올라가서 모든 신선과 도인을 공양하였다.

이 때 선사(仙師)는 태자를 주원(呪願)하고 법을 말하였다.

태자는 마음이 기쁘고 뜻으로 함없음을 즐기어 나라로 돌아오고자 아니하고 돌이켜 생각하였다.

‘궁실(宮室)에는 지옥이란 생각을 내고 처자와 권속에는 매여 묶였다는 생각을 내고 5욕락(欲樂)을 보기를 지옥이 된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를 생각한 뒤에 곧 영락과 몸을 장엄한 의복을 벗어버리고 수레와 말과 사람들을 모두 옆에 신하에게 맡겨 나라로 돌려 보냈다.

이에 태자는 사슴가죽 옷을 입고 산 속에 머물러 스승을 따라 도를 배우며 도술(道術)을 뚫고 찾았다.

이 때 태자의 옆에 신하는 나라에 돌아가서 왕에게 고하였다.

‘태자께서 산에 올라가서 선인을 공양하고 거기에 머물러 도를 배우며 궁으로 돌아오지 아니하고서 경서(經書)와 주술(呪術)을 모두 통달(通達)하려고 스스로 돌아오지 않나이다.’

왕은 말하였다.

‘한결같이 어찌 괴롭게만 하느냐. 세상 사람이 아들을 얻어 기뻐하는 것은 늙은 때를 의지하며 나라를 이롭게 하고 환난을 제하는 데 있거늘 나는 이 아들을 얻고서는 항상 근심되고 괴로움만 품게 하니 이것이 무슨 까닭인가. 부하고 귀하려고도 아니하고 권속을 친하려고도 아니하니 이런 한스런 자식이 무슨 도가 있을 것이냐?’

그러고는 바로 모든 신하를 불러 함께 이 일을 의논하였다.

모든 신하들은 말하였다.

‘태자께서 도를 좋아하여 세상의 영화를 탐하지 아니하고 함없음을 즐기어 이미 나라로 돌아오지 아니하였으니 가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왕께서는 마땅히 사신을 보내어 그의 뜻을 정한 것을 살피시어 꼭 돌아오지 아니할진댄 그 마땅한 대로 하라고 하소서.’

왕은 곧 사신을 보내어 태자에게 가서 물었다.

‘내가 이제 아들을 기다리기를 목마른 이가 물 마시기를 생각하듯이 하는데 산 속에 머물러 돌아오지 않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제 어머니와 후비가 눈물을 뿌리며 마냥 길을 쳐다보며 슬피 부르짖어 근심하고 고뇌하여 어떻게 할 줄 모르니 대저 아들의 도리로 어버이를 편안케 할 것이요, 마땅히 괴롭게 하고 거스르지 못할 것이니, 사신을 따라 반드시 돌아오라.’

사신은 명령을 받들어 이와 같이 말하였다.

태자는 대답하였다.

‘만물이 덧없어서 형체를 오래 보존치 못하는 것이니, 집의 기쁘고 즐거움은 이별하면 괴로운 것이다. 성정과 목숨은 하늘에 말미암은 것이므로 자재(自在)를 얻지 못하는 것이니 덧없는 대상이 이르면 비록 아버지와 아들이 있을지라도 능히 서로 구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함없음을 구하여 모든 괴로움을 제도코자 하니 도를 얻는 날에는 부모님을 제도할 것이며, 이제 이곳에서 멀지 아니하니, 또한 방금이라도 가서 받들어 뵈옴이 손쉬운 일이다. 이 뜻을 이미 정하였으니 왕께서는 마땅히 계획을 고쳐 나라의 대를 이을 이를 세우시라고 하여라.’

돌아온 사신은 왕께 앞의 일을 갖추어 말하였다.

왕은 곧 모든 신하를 불러 모아서 다시 태자를 세웠다.

이 때 왕의 부인과 태자의 후비와 채녀와 영종(營從)은 태자의 의복과 몸을 장엄하는 도구와 가지가지 단 과실과 음식과 향과 꽃과 기악을 싸가지고 길잡이를 앞뒤로 하여 산에 올라 태자의 처소에 이르렀다. 모든 선인의 무리를 밥 먹이고 인하여 태자를 맞아서 부인은 말하였다.

‘곡식을 심는 것은 주림을 방지하는 것이요, 샘을 파는 것은 목마름을 기다리는 것이며 성을 세우는 것은 도적을 방지하는 것이고, 아들을 기름은 늙어 봉양을 받고자 하는 것인데 네가 이제 나라로 돌아가지 아니한다면 내 목숨을 보전치 못하겠노라.’

태자는 꿇어앉아 부인에게 아뢰었다.

‘집을 버리고 산에 들어와 모습을 고치고 옷을 바꾸었으니 입에서 나온 침은 식용(食用)으로 맞지 않듯이 한가한 데 처하는 도사가 나라에 베풀 것이 없나니 의리와 분수가 이미 정하였으므로 가히 고쳐 옮기지 못하겠나이다. 원하옵건대 어머니는 돌아가시어 제가 수행에 전념할 수 있게 살펴주소서.’

이에 부인과 태자의 후비는 태자가 지극한 뜻이 견고하여 돌아갈 뜻이 없음을 보고 슬피 울며 고뇌하고 근심하면서 길을 따라 돌아갔다.

이 때 국왕은 오직 부인이 태자를 데리고 돌아오기를 원하여 모든 신하와 더불어 성을 나와 기다리다가 부인이 태자의 후비와 더불어 머리를 풀어 헤쳐 어지러운 머리로 가슴을 치고 부르짖으며 길을 따라 빈 손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왕은 더욱 실망하고 모든 신하의 무리는 울고 눈물을 흘리지 아니한 이가 없이 수레를 돌려 궁으로 돌아갔다.

이에 국왕이 부인과 태자의 후비를 위로하여 말하였다.

‘우리 아들이 도를 좋아하는 것이 세간에 있기 어려워서 자비로 기르고 널리 제도하여 은혜를 입지 아니한 것이 없으니 이 나라의 보배요, 보통 근기가 아니다. 이제 산에 살면서 그 뜻을 닦기를 즐겨하니 다만 안은케 하면 때로 또한 서로 볼 것이며, 이제 또한 아들과의 거리가 멀지 아니하니 음식을 보내고 소식을 왕래(往來)하면 가히 스스로 위안될 것이다.’

이때 부인이 왕의 간함을 받은 뒤에 근심하는 정이 조금 쉬어서 때때로 사람을 보내어 음식과 단 과실과 가지가지 맛난 반찬을 싸가지고 가서 산 속에 이르러 태자를 공양하였다.

이와 같이 많은 향을 보시하였으며 태자도 또한 때때로 내려와서 부모께 문안드리고 인하여 다시 산으로 돌아가서 도를 닦았다.

그 산 아래 낭떠러지인 언덕의 깊은 골짜기 밑에 어미 범 한 마리가 있었는데 새끼 일곱 마리를 낳았다.

이 때 하늘에서 큰 눈이 내리어 어미 범은 새끼를 안고 이미 많은 날을지내도록 먹을 것을 얻지 못하였다.

새끼가 얼어 죽을까 두려워서 지키느라고 주리면서도 새끼를 수호하였는데 눈은 쉬지 않고 내려 어미와 새끼가 주리고 곤하여 곧 죽게 되었다.

어미 범은 이미 굶주림의 불길에 핍박되어 도리어 새끼를 먹고자 하였다.

이 때 산 위의 모든 신선 도사는 이 일을 본 뒤에 번갈아 서로 권하였다.

‘누가 능히 몸을 여의어 중생을 구제하려느냐. 이제 정히 이때이다.’

태자는 들은 뒤에 외쳤다.

‘좋다. 원하건대 내가 그렇게 하겠노라.’

그리고는 가서 낭떠러지의 끝에 이르러 아래를 바라보았다. 어미 범이 새끼를 안고 눈에 덮여 있음을 보고 크게 자비한 마음을 내어 산꼭대기에 서서 머물러 적연(寂然)히 정에 드니 곧 청정무생법인(淸淨無生法忍)을 얻어 과거 수없는 겁의 일과 미래도 또한 그러한 것을 보고 바로 와 스승과 5백의 함께 배우는 이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몸을 버리겠으니, 원하건대 각각 따라 기뻐하소서.’

스승은 말하였다.

‘도를 배운 날이 얼마 되지 않아서 알고 본 것이 넓지 못한데 어찌 갑자기 스스로 죽어 사랑스런 몸을 버리려 하는가.’

태자는 대답하였다.

‘제가 지난 세상에 서원하기를 (1천 몸을 버리겠다)고 하였는데, 먼저 이미 9백99번의 몸을 버리었으니 오늘 여기서 버리면 꼭 1천 번의 몸을 채우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버리겠사오니, 원하옵건대 스승께서는 따라서 기뻐하소서.’

스승은 말하였다.

‘그대의 뜻과 원이 높고 묘하여 능히 미칠 이가 없어서 반드시 먼저 도를 얻을 것이니 다시 잃지 말라.’

태자는 스승과 하직하고 돌아섰다.

이에 대사는 5백의 신선 도사와 더불어 눈에 눈물이 가득하여 태자를 전송하러 산 언덕 끝에 이르렀다.

이 때 부란(富蘭)이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남녀 5백 사람을 데리고 음식을싸가지고 산에 올라가서 공양하려다가 태자가 몸을 버리려는 것을 보고 슬피 느껴 울부짖으면서 또한 태자를 따라 산 언덕 끝에 이르렀다.

이에 태자는 모든 사람의 앞에서 큰 서원을 발하였다.

‘내가 이제 몸을 버리어 중생의 목숨을 구제하오니 이 공덕으로 빨리 보리를 이루고 금강의 몸인 상(常)·낙(樂)·아(我)·정(淨)의 함없는 법신(法身)을 얻어서 제도치 못한 이를 제도하며 해탈치 못한 이를 해탈케 하며 편안치 못한 이를 편안케 하소서.

나의 이제 이 몸은 덧없는 것이며 번뇌의 모든 독이 모인 것이며, 이 몸은 청정하지 못하여 아홉 구멍이 차서 흐르고 4대(大)의 독뱀이 쏘는 바며, 다섯의 칼 뺀 도적이 쫓아서 상해(傷害)하는 것이니, 이와 같은 몸은 돌이킴이 없도다. 맛나고 감미로운 음식과 5욕락(欲樂)으로 이 몸을 공양할지라도 목숨을 마친 뒤에는 선한 은혜를 갚음이 없고 도리어 지옥에 떨어져서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의 몸이라는 것은 오직 괴롭게 하는 것이요, 즐거움을 주지 않는 것이다.’

태자는 가지가지로 그 몸의 허물을 꾸짖은 뒤에 또한 서원을 발하였다.

‘이제 내가 살과 피로 저 주린 범을 구제하오니 남은 사리(舍利)와 뼈로 우리 부모가 후일에 꼭 탑을 세워서 일체 중생의 몸에 모든 병으로 인한 괴로움이 숙세 죄의 인연으로 생겨 탕약(湯藥)과 침구(鍼灸)로는 낫지 못하는 이로 하여금 내 탑에 이르러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하면 병의 가볍고 중함에 따라 백 일이 지나지 아니하여 반드시 낫게 하소서. 만일 진실하고 허망하지 아니할진댄 모든 하늘은 향기로운 꽃을 비내리소서.’

모든 하늘은 소리에 응하여 만타라(曼陀羅)꽃을 비처럼 내리고 땅은 모두 진동하였다.

태자는 곧 사슴 가죽 옷을 벗어서 머리와 눈 위에 묶고 손을 모으고는 몸을 범의 앞으로 던졌다.

이에 어미 범은 보살의 살을 먹어서 어미와 새끼가 다 살아나게 되었다.

이 때 언덕 머리의 모든 사람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태자가 범의 먹이가 되어 뼈와 살이 이리저리 흩어졌음을 보고 슬피 부르짖어 크게 외치는 소리가 산 속에 진동하였다.

어떤 이는 가슴을 치며 스스로 뒹굴어 땅에 엎드리는 이도 있으며, 어떤 이는 고요히 생각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이는 머리를 조아리며 태자에게 참회하는 이도 있었다.

이 때 수타회(首陀會)의 모든 하늘과 천제석(天帝釋)과 4천왕(天王)들과 해와 달과 모든 하늘의 천만 대중이 모두 위없는 보리(菩提)의 마음을 발하여 노래와 기예와 기악을 울리고 향을 태우며 꽃을 뿌리는데 만타라꽃으로 태자를 공양하면서 이 말을 외쳤다.

‘훌륭합니다. 마하살타(摩訶薩埵)여, 이로부터 오래지 않아 마땅히 도량에 앉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세 번을 외치고는 각각 천궁(天宮)으로 돌아갔다.

5백 선인은 위없는 정진도(正眞道)의 뜻을 발하였으며 신선의 큰 스승은 무생인(無生忍)을 얻었다.

왕과 부인은 이튿날 심부름꾼을 보내어 음식을 싸가지고 산에 올라가서 태자를 먹이려고 하였는데, 항상 머무는 돌 집에 이르니 오직 침구와 사슴가죽 옷과 일산과 발우와 석장(錫杖)과 물병과 세면기만 집 가운데 있고 태자는 보이지 아니하였다. 두루 사람에게 물었지만 대답하는 이가 없고 오직 선인들이 열씩 다섯씩 서로 보면서 눈물을 훔칠 뿐이었다.

큰 스승의 처소에 이르니 오직 선사가 손으로 뺨을 감싸고 눈물이 눈에 가득하여 신음(呻吟)하며 앉아 있는 것만 보이었다.

두루 캐어 물었지만 대답하는 이가 없으므로 심부름꾼은 두려워서 곧 음식을 모든 선사에게 보시하고 달려 돌아와 부인에게 위의 일을 갖추어 말하였다.

부인은 말하였다.

‘우리 아들이 보이지 아니하면 다른 여러 선인들은 보이더냐?’

대답하였다.

‘다만 선사가 열씩 다섯씩 서로 보고 우는 것만 보았나이다.’

부인은 말하였다.

‘재앙이 났다. 우리 아들이 죽었구나.’

그러면서 가슴을 치며 크게 부르짖으면서 달려서 왕에게 나아갔다.

왕은 이 소식을 듣고는 평상에서 떨어져서 정신이 흐리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모든 신하와 1만 대중이 와서 왕의 곁에 모여 머리를 조아리며 간하였다.

‘태자께서 산에 있으니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직은 알지 못하는데 어찌 애통(哀慟)해 하시나이까? 원하옵건대 왕께서는 그만 진정하시옵소서.’

이에 왕과 부인과 후비와 채녀와 신하와 백성이 옷을 걷고 맨발로 걸어서 달려 산에 올라갔다.

이 때 장자 부란이 또한 맞아서 왕께 사뢰었다.

‘태자께서는 어제 몸을 바위 아래 던져 살은 범의 먹이로 모두 먹이고 이제 오직 뼈만 남아 이리저리 흩어져 땅에 있나이다.’

장자는 곧 왕을 인도하여 태자의 시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왕과 부인과 후비와 채녀와 모든 신하와 관원과 백성이 소리를 내어 슬피 통곡하니 산골짜기가 진동하였으며, 왕과 부인은 태자의 시체에 엎드려 심장과 간장이 끊어진 듯 기절하여 사람을 알지 못하였다. 비는 앞으로 머리를 찧으며 태자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 심장과 간장이 끊어질 듯 울고 통곡하며 목메인 소리로 말하였다.

‘어찌 이다지도 운명이 박하게 살아서 나의 높은 이를 여의게 되느냐. 오늘 영원히 헤어지면 다시 뵈옵지 못할 것이니, 차라리 나의 몸으로 하여금 부서져서 티끌 가루와 같이 하고, 나의 하늘로 하여금 졸지에 이와 같지 아니하게 하소서. 태자께서 이미 죽으셨으니 내가 살 필요가 있겠느냐.’

이 때 모든 신하는 왕께 여쭈었다.

‘태자께서는 보시하면서 중생을 제도하기를 서원하였는데, 덧없는 귀신의 침범한 바 되었사오니 아직 썩지 않아서 마땅히 공양을 베풀어야 하나이다.’

그리고 곧 뼈를 거두어서 산골짜기를 나와서 평탄(平坦)한 땅에 전단향의 섶과 가지가지 향 나무를 쌓고 모든 향과 타락과 기름과 비단 일산과 휘장과 깃발로 태자를 다비[闍維]하여 사리(舍利)를 거두어 보배 그릇에 담고 곧 그 가운데 7보탑(寶塔)을 세우고 가지가지 보배로운 물건으로 장엄하였다. 그 탑 4면(面)의 길이와 너비는 10리(里)였는데, 가지가지 꽃과 과실을 벌여 놓았으며 흐르는 샘과 못이 단엄(端嚴)하고 정결하였다.

왕은 항상 4부(部) 기악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낮과 밤으로 이 탑에 공양하고 즐겁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때 태자는 나의 몸이요, 이 때 부왕은 곧 지금의 나의 아버지 열두단(閱頭檀)이요, 이 때 부인은 어머니 마야(摩耶)요, 이 때 후비는 지금의 구이(瞿夷)요, 이 때 대신 사야는 아난이요, 이 때 산 위의 신선의 큰 스승은 미륵(彌勒)이요, 배제사(裴提舍)왕은 난타(難陀)요, 이 때 바라문은 라운(羅雲)이니라.

미륵보살은 옛적부터 항상 나의 스승이었는데 내가 보시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고 중생을 구제한 까닭에 스승보다 앞서 훌쩍 9겁(劫)을 초월하였으니 지금의 부처를 얻음에 이르기까지 제도함이 끝이 없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를 말씀하실 때 하늘과 용과 사람 8만 4천이 모두 위없는 평등도(平等道)의 뜻을 발하였고, 8천 비구가 샘이 다하고[漏盡] 맺음이 풀리어[結解] 응진도(應眞道)를 얻었으며, 왕과 모든 신하와 하늘과 용과 귀신(鬼神)이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를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갔다.

[단향(丹鄕)본에는 이하의 글이 이어져 있다.]
이 때 국왕이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뒤에 곧 이곳에 큰 탑을 세웠으니, 이름은 보살투신아호탑(菩薩投身餓虎塔)이라고 하였는데, 현재 탑의 동쪽 방면 산 아래 승방(僧房)과 강당(講堂)과 정사(精舍)가 있는데 항상 5천 무리의 승려가 있으면서 4사(事)로 공양 받으며 법이 성하였다.

이 때 모든 나라 안의 사람으로 나병(癩病)과 미친 이와 귀머거리와 장님과 팔과 다리가 절룩거리는 이와 가지가지 병든 이가 있어서 모두 와서 이 탑에 나아가 향을 태우고 등불을 켜며 향으로 이겨 땅에 바르고 닦고 다스리며 쓸며 씻고 아울러 머리를 조아려 참회하면 온갖 백 병이 모두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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