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바사닉왕태후붕진토분신경(佛說波斯匿王太后崩塵土坌身經)
서진(西晉) 사문법거(法炬) 한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 때 구사라국(拘娑羅國) 바사닉왕(波斯匿王)의 태후가 붕어(崩御)하였다. 태후는 나이가 백세나 된 노인으로 아무런 힘도 없었지만, 정진하여 훌륭한 법[善法]을 닦았다.
바사닉왕은 어머니의 장사를 지내고 한낮이 되었을 무렵에 돌아와, 몸이 먼지 범벅이 된 채로 걸어서 부처님이 계신 동산에까지 왔다. 그리고는 세존의 처소에 나아가 머리를 부처님 발에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지금 왕께서는 무슨 일로 몸이 먼지 범벅이 된 채로, 걸어서 나의 처소에 오셨습니까?”
그러자 바사닉왕은 이루 다 감당하지도 못할 정도로 눈물을 흘리시면서, 세존께 말씀드렸다.
“태후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세존이시여. 태후께서는 무상하시옵니다, 여래시여. 태후께서는 백살을 잡수시어 아무런 힘도 없으셨는데도, 훌륭한 법[善法]을 쌓고 닦으셨습니다. 저는 그것이 몹시 마음에걸립니다.
만일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효도로 봉양하고 한 번도 뜻을 어기지 않는 것으로 어머니의 목숨을 속바칠[贖] 수 있다면, 이 세상에서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만일 코끼리와 말과 수레로 그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모두 다 가지고 속바치겠습니다. 만일 백성들로 그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또한 당연히 그것을 가지고 속바쳐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게 하겠습니다.
만일 금·은으로 그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또한 당연히 그것을 가지고 속바치겠으며, 만일 값진 보물로 그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또한 당연히 그것을 가지고 속바치겠으며, 만일 금·은·값진 보물로 그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또한 당연히 금·은·값진 보물을 가지고 그 목숨을 속바치겠습니다.
만일 남자 종으로 그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또한 당연히 남자 종을 가지고 그 목숨을 속바치겠으며, 만일 여자 종으로 그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또한 당연히 여자 종을 가지고 그 목숨을 속바치겠으며, 만일 남자 종·여자 종으로 그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또한 당연히 남자 종·여자 종을 가지고 그 목숨을 속바치겠습니다.
만일 촌락으로 그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또한 당연히 촌락을 가지고 그 목숨을 속바치겠으며, 만일 성곽으로 그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또한 당연히 성곽을 가지고 그 목숨을 속바치겠으며, 만일 촌락과 성곽으로 그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또한 당연히 촌락과 성곽을 가지고 그 목숨을 속바치겠습니다.
만일 한 지방의 땅으로 그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또한 당연히 한 지방의 땅을 가지고 그 목숨을 속바치겠으며, 만일 한 지방에 사는 백성들로 그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또한 당연히 한 지방에 사는 백성들을 가지고 그 목숨을 속바치겠으며, 만일 한 지방의 땅과 그곳에 사는 백성으로 그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또한 당연히 한 지방의 땅과 그곳에 사는 백성을 가지고 그 목숨을 속바쳐서,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왕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아서, 만일 흰 코끼리로 어머니의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곧 코끼리를 가지고 어머니의 목숨을 속바칠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말·수레·백성·값진 보물·금·은·남자 종·여자 종·촌락·성곽이며, 한 지방의 땅과 그곳에 사는 백성 등으로 어머니의 목숨을 속바칠 수 있다면, 당연히 한 지방의 땅과 그 곳에 사는 백성 등으로 어머니의 목숨을 속바쳐서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반드시 무상하다는 생각을 해야 하며, 반드시 무상하다는 생각을 널리 펴야 하며, 반드시 무상하여 죽는다는 생각도 널리 펴야 합니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모든 사람 죽음으로 돌아가니
죽지 않는 이 없네.
행동에 따라 죄와 복을 심나니
스스로 선과 악의 과보 얻네.
나쁜 행동은 지옥으로 가고
착한 이는 반드시 하늘에 나리.
슬기로운 이 잘 분별하여
복만을 짓고 악을 끊어 버리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네 가지 두려움이 있으니, 이 큰 두려움은 피할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칼이나 무기로도 피하지 못하고, 주술이나 약초·코끼리·말·수레·백성·값진 보물·금·은·남자 종·여자 종·촌락·성곽·한 지방의 땅과 그곳에 사는 백성들로, 아니면 값진 보물·금·은·남자 종·여자 종·촌락·성곽·한 지방의 땅과그곳에 사는 백성들을 합한 것으로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네 가지 두려움이란, 첫째는 늙는 것이 큰 두려움이니, 피부가 쭈그러집니다. 그것은 칼이나 무기로도 피할 수 없으며, 나아가 한 지방의 백성들로도 모두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둘째는 병드는 것이 큰 두려움이니, 세차고 건장한 의지가 없어집니다. 그것은 칼이나 무기로도 피할 수 없으며, 나아가 한 지방의 땅과 그곳에 사는 백성들로도 모두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셋째는 죽는 것이 큰 두려움이니, 수명이 다하여 없어집니다. 그것은 칼이나 무기로도 피할 수 없으며, 나아가 한 지방의 땅과 그곳에 사는 백성들로도 모두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넷째는 은애로운 것[恩愛]과 이별하는 것이 큰 두려움입니다. 그것은 칼이나 무기로도 피하지 못하고, 나아가 한 지방의 백성들로도 모두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것이 대왕에게 있는 네 가지 두려움이니, 칼이나 무기로도 피하지 못하고, 주술이나 약초·코끼리·말·수레·백성·값진 보물·금·은·남자 종·여자 종·촌락·성곽·한 지방의 땅과 그곳에 사는 백성으로, 아니면 값진 보물·금·은·남자 종·여자 종·촌락·성곽·한 지방의 땅과 그곳에 사는 백성들을 합한 것으로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대왕이여. 이를테면 큰 구름이 일고 우레나 천둥 번개나 벼락이 치다가도, 잠깐이면 도로 사라지고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습니다. 대왕이시여. 이와 같이 사람의 목숨도 짧은 것이어서, 백살이면 끝나고 말며 혹 이보다 더 산다고 해도 눈꼽만큼 더 살 뿐입니다.
대왕이여, 비유하자면 네 개의 큰 산에 빈틈이 없을 정도로 돌이 있다고 합시다. 이 네 개의 산을 동시에 똑같이 부딪친다면, 그 산에 있는 나무와 약초들은 모두 갈아질 것이니, 칼과 무기를 가지고 덤벼도 이를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네 가지 큰 두려움이 닥쳐온다면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네 가지 두려움이란, 첫째는 늙는 것이 큰 걱정이니, 피부가 쭈그러집니다. 그것은 칼이나 무기로도 피할 수 없으며, 약초나 주술로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둘째는 병드는 것이 큰 걱정이니, 세차고 건장한 의지가 없어집니다. 셋째는 죽는 것이 큰 걱정이니, 몸이 영원히 없어집니다. 넷째는 부자지간이나 부부지간에 이별하는 것이 큰 걱정이니, 칼이나 무기로도 피할 수 없으며, 약초나 주술로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대왕이여, 무상하다는 생각을 크게 닦아야 하며, 무상하다는 생각을 크게 펴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고 나서 무상하다는 생각을 펴게 되면, 욕애(欲愛: 욕계의 애욕)가 다 끊어지고, 색애(色愛: 색계의 애욕)가 다 끊어지며, 무색애(無色愛: 무색계의 애욕)가 다 끊어집니다. 그리하여 모든 무명이 다 끊어지면, 그 사이에 있는 애욕도 끊어지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비유하자면 풀이나 짚 또는 쌓아 놓은 섶더미의 불로 큰 숲과 누각과 집을 태울 수 있습니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만일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고 무상하다는 생각을 크게 펴면, 온갖 욕애가 끊어지고, 색애가 끊어지며, 무색애가 끊어집니다. 그리하여 모든 무명이 다 끊어지면, 그 사이에 있는 애욕도 끊어집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반드시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하셔야 하지, 바르지 못한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하여서는 안 됩니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반드시 이것을 배우셔야 합니다.”
그 때에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가르침을 무엇이라고 하며, 반드시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제우환경(除憂患經)이라고 하며, 이 가르침은 우환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우환을 제거하는 경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우환을 제거하는 경입니다. 왜냐 하면 세존이시여, 저는 이 가르침을 듣고서 그리움·사모함·근심·걱정이 모두 다 제거되어, 제 몸이 부드러워지며 기쁨에 차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 때에 세존께서는 바사닉왕에게 미묘한 법문을 갖추 연설하시고 권유하여, 기쁘게 하셨다.
그러자 바사닉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부처님의 발에 대어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떠났다.
그 때 구사라국의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