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집회정법경(佛說大集會正法經) 제5권
그때 월상경계여래께서 약왕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중생은 몸이 있기 때문에 괴롭다는 것을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생·노·병·사·근심·고뇌·슬픔·아픔·원망하고 증오하는 자와의 만남·사랑하는 자와의 이별·하고 싶은 것을 성취하지 못하는 것 등 이런 법들이 다 괴로움인데, 그것들은 중생을 핍박하여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이 고통들은 매우 두려운 것인데도 모든 중생들은 이 괴로움의 이치를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
그때 모임 가운데 처음 태어난 자들이 부처님께서 모든 괴로운 법의 이름을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즉시 다 합장하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모든 고통의 뜻을 즐겨 듣고자 하오니 부처님께서는 저희를 위해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너희들만 즐겨 듣는 것이 아니라 일체 중생도 다 즐겨 듣는다.”
처음 태어난 자들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신 죽음이란 무슨 뜻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야, 식(識)이 멸하고 몸이 무너지기 때문에 죽음이라 한다. 모든 중생은 생명이 끊어지려 할 때 멸식풍(滅識風)·동전식풍(動轉識風)·기식풍(起識風) 세 종류의 바람이 불어와 파괴된다. 이 세 가지 바람이 중생의 생명이 다하려고 할 때 식을 흩어 멸하게 하며, 움직여 구르게 하며, 뒤바꾼다.”
처음 태어난 자들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식을 멸하는 저 바람은 어떻게 중생의 식을 멸하게 하고 몸을 무너지게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식을 멸하는 저 바람에 다시 칼·침·큰칼의 세 종류가 있다. 이 세 가지로 식을 멸하며, 식이 멸하고 나면 몸이 즉시 파괴된다.”
처음 태어난 자들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몸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몸이란, 허깨비와 같고 불꽃과 같고 무거운 짐과 같으며, 침과 콧물과 썩어 문드러지는 등의 물질과 같은데 지혜가 없는 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태어나는 것은 큰 괴로움인데, 태어남을 따라서 일어나며, 연법(緣法)이 모이고 쌓여 생명[命根]이 계속 유지된다. 그러나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애착을 가질만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것들에다가 임시로 몸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처음 태어난 자들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명(命)이라 하며, 무엇을 멸(滅)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식(識)이 연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명(命)이라 한다. 업보가 시들어 물러나고 식법(識法)이 떨어져나가 흩어지면 명줄이 끊어지고 몸이 파괴된다. 그러므로 멸이라 한다.
선남자들아, 내가 지금 다시 너희를 위해 몸이 소유한 것을 말하겠다. 사람의 몸에는 갖가지 요소가 있는 줄 알아야 한다. 1구지의 근육과 맥, 8만 4천의 털구멍, 천 2백 개의 마디, 308개의 뼈, 이것들이 한데 모여서 사람의 몸을 이룬다. 거기다가 8만 4천 족속의 벌레가 있는데, 이러한 생명류들이 함께 사람 몸에 의지하여 사람 몸 속을 밤낮으로 빨아먹으며, 모든 벌레들 서로간에도 뜯어먹으므로 모든 괴로움이 따라서 일어난다.
이와 같은 8만 4천 족속의 벌레 중에 큰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7일 동안 밤낮으로 서로 싸우다가 7일째 되는 날 그 중 하나가 죽고는 다시 한 마리가 생겨 서로 다투다가 하나가 죽고 나면 한 마리가 다시 생긴다.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되다가 사람의 생명이 끊어질 때가 되면 이 모든 종류의 벌레가 모두 파괴되고 멸하여 의지할 곳이 없다.
모든 중생[異生] 종류는 이런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안과 밖으로 괴로운 법이 서로 연속하는 가운데 태어나고 멸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법을 다 두려워하지 않는다. 맞고 맞지 않은 경계가 서로 싸우는 것이 마치 몸에서 생기는 두 가지 벌레와 같은데, 고통과 번뇌를 따라 태어나지만 깨닫지 못하고, 몸이 무너지고 생명이 끝나면 아무것도 없다.
선남자들아, 어떤 중생의 생명이 다 되어 가는데, 어떤 선지식이 와서 그 사람을 편안히 위로해주면서 물었다.
‘너는 살아있는 동안에 생·노·병·사의 매서운 고통을 보거나 안 적이 있느냐?’
저 사람이 대답하였다.
‘저는 보고 안 적이 있습니다.’
선지식이 말하였다.
‘네가 이런 고통들을 이미 보고 알았다면, 어째서 그것들을 싫어하는 마음과 보다 훌륭한 마음을 일으켜 다음 생에 조금이라도 선근을 심어 모든 악법을 끊어버리고 모든 바른 행을 닦지 않았는가?
만일 이와 같이 이 과보를 버리고 나서 저 훌륭한 곳에 태어나면 모든 공포와 두려움을 여의고 그 선법에 의지하게 될텐데, 더구나 세간에서 겪는 모든 괴로운 법을 하나 하나 분명히 다 관찰하는 일이겠느냐?
너는 듣지 못했느냐? 대지가 부딪치면 큰 소리가 나듯, 선법을 일으키면 뛰어난 힘이 생긴다는 것을. 그러므로 모든 여래의 청정한 세계 속에 모든 착한 법을 심는 것이니, 이른바 꽃타래·바르는 향·음식·의복·침구·의약을 여래와 모든 필추·필추니·우바새·우바이의 청정한 사부대중에게 공양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공양을 하면 부처님 세계 속에 모든 착한 종자를 심어 일체 선한 과보를 출생할 수 있게 된다. 네가 지금 여기에서 큰 법왕(法王)이 세간에 출현하심을 만나긴 했으나 모든 선근을 심지 않는다면 아무 이득이 없다.’
그때 선지식이 그 중생을 위해 게송을 설하였다.
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사
광대한 법고를 치시고
미묘한 법 여시어
모두 그리로 들어가게 하신다.
널리 모든 중생 제도하시어
열반의 적멸로 돌아가게 하거늘
너는 지금 이 일을 보고도
어찌 정진을 일으키지 않느냐?
그때 그 사람도 게송으로 선지식에게 답하였다.
어리석고 지혜 없는 데다
악한 벗까지 만나
탐심이나 욕심 등
더러운 법의 씨만 심었습니다.
나[我]라는 생각만 거듭 일으켜
화합 승가를 파괴하고
탑과 절을 허물며
3보(寶)를 깊이 믿지 않았습니다.
많은 악업(惡業)만 지었을 뿐
착한 인연 짓지 않았으며
시도 때도 없이 항상
모든 허물만 지었습니다.
부모를 괴롭히고
공경과 효심을 내지 않았으며
법답지 못한 말 뱉어내
경솔히 착한 사람 헐뜯었습니다.
이런 나쁜 씨를 심었기 때문에
반드시 지옥 속에 떨어져
스스로 고통 받는 몸
구호할 자 없습니다.
두려운 것은 중합(衆合)지옥과
염열(炎熱)지옥 및 아비지옥
이 같은 모든 지옥을 돌면서
끝없이 모든 괴로움 받는 것입니다.
이 큰 지옥에서 나오면
다시 작은 지옥 속에 들어가는데
도병(刀兵)지옥과 연화(蓮華)지옥에서
끊임없는 괴로움을 받습니다.
이 같이 크고 작은 지옥에
셀 수 없는 중생 있어
자신이 지은 업의 인연 따라
가볍고 무거운 과보를 받습니다.
백겁 혹은 천겁을
혹은 더 긴 시간 동안
악업에 계속 얽혀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가로 세로 백 유순이나 되는
저 도병지옥에
지옥문은 보이지 않고
오직 고통 받는 자들만 있습니다.
백천 구지나 되는
검수(劍樹)지옥과 도산(刀山)지옥에
저 죄인들 몰아 오르게 하면
몸이 잘려지고 무너집니다.
잠시 죽어 없어졌다가
다시 업의 바람을 쏘이면
즉시 다시 살아나
모든 고통을 받습니다.
지옥도 끝이 없고
중생도 다함 없으니
악업의 인연 때문에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저는 많은 악업을 지어
결정코 저 세계에 떨어지리니
선지식이여, 이제부터
제가 지은 업을 들어보소서.
저는 일찍이 탐심 일으켜
넓게 집을 지었습니다.
채색과 그림에 조각까지 하고
금과 보배로 장식하였습니다.
모든 정원과 숲을 꾸미고
창고를 짓고 산업을 하였으며,
소와 말의 생류(生類)를 길러
살림살이를 삼았습니다.
부모와 권속이 안팎으로
매우 많았으며
노비와 기인(妓人)도
한없이 많았습니다.
항상 밤낮으로
갖가지 노래를 시켜
내 멋대로 즐겼을 뿐
남의 괴로움은 생각지 않았습니다.
부귀만을 믿고서
갖가지 장엄을 하였으며
사용하는 물건은 모두
금과 은, 진기한 보배였습니다.
향기로운 물로 씻고 목욕하고는
용뇌향(龍腦香)과 전단향(旃檀香)
그리고 사향(麝香) 등
모든 묘한 향을 발랐습니다.
향기로운 물로 목욕하고 나서
차례로 몸을 장식하였는데
팔에는 팔찌, 손가락에는 반지
다 진기한 보배로 만든 것들이었습니다.
진주와 영락으로
목을 장식하고
가장 좋은 순금으로
귀고리 등을 만들었습니다.
몸치장이 끝나면
소마나첨파(蘇摩那瞻波)와
진귀한 향기를 뿜는 꽃 등
모든 묘한 꽃을 머리에 얹었습니다.
곱고 희고 깨끗한
가장 미세한 모직을
다 묘한 향기에 쏘여서
아주 좋은 옷을 입었습니다.
달고 향기로운
최상의 음식만 먹고 마셨으니
필요한 것을 시자가 갖다바쳐
잠시도 주리거나 목마르지 않았습니다.
바닥엔 좋은 깔개를 펴고
밟고 다니며 노닐었으며
좌우에는 모시는 사람 있어
자유롭고 존귀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갖가지로 꾸며
몸을 사랑하고 즐겁게 했으며
항상 보호하고 아끼면서
파괴된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미 풍요와 쾌락이 구족하여
나머지는 더 생각할 것도 없었으므로
욕심에 물든 마음 멋대로 하여
착하지 못한 허물 지었습니다.
눈으로는 색의 경계 탐하였으며
모든 6근(根)도 그러하였습니다.
그것이 잘못의 씨였는데도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곳에
모든 번뇌 따라서 생겼으며
맞고 맞지 않은 경계마다
탐·진·치 법을 일으켰습니다.
부드러움 등의 모든 감촉이
몸에 닿으면 사랑하는 마음 일으켰으며
사랑하는 생각이 일어난 뒤에는
모든 죄업을 다 지었습니다.
제가 일찍이 한 때
이유도 없이 중생[有情]을 해쳤으니
화살로 사슴의 몸을 쏘아
생명을 단절케 하였습니다.
그 고기를 잡아먹을 뿐
저 뒷세상은 생각지 않았으니
과보는 스스로 받아야 하는 것
누가 대신하겠습니까?
저는 어리석고 지혜 없어
제 몸만 자양(資養)하다가
하루아침에 죽음의 고통 찾아와
식(識)이 멸하고 몸이 파괴되었습니다.
오직 모든 고통만 모여들어
하나도 사랑할 마음 없었으며
부모나 어떤 친척도
보고도 구해줄 수 없었습니다.
훌륭한 의사, 묘한 약들도
황당히 효능만 늘어놓아
슬픔과 번뇌만 더할 뿐
구제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의 생명 끊어지고 나면
시다림(尸多林)에 버려져
새나 짐승, 모든 벌레에게
뜯어 먹히는 데 충족될 것입니다.
있다고 할 수 없는 모든 것
빈 허깨비 같은 법 앞에 나타나
모든 경계 다 공하지만
과보만은 어김없습니다.
이때엔 의탁할 곳 없고
선법만이 의지가 될 뿐인데
저는 지은 악의 씨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널리 쌓은 죄업의 무더기
훗날의 고통이 따라 생겨서
저 3세(世) 속에
선법 종자를 파괴하였습니다.
수(受)·상(想)·행(行) 세 가지 법
모든 접촉[觸]으로 씨를 삼으니
접촉 때문에 모든 애욕 일어나
근심과 고뇌의 결박을 이룹니다.
선법은 좋은 약과 같아서
탐하고 아끼는 마음을 다스리니
탐심 등이 이미 나지 않으면
모든 악도 일어나지 못합니다.
저는 사실 복과 지혜가 없이
헛되이 사람 몸만 받았기에
부처님께서 펴신 보시와 지계 등
방편의 문을
스스로 실천하지 못하고
따라 기뻐하지도 보고 듣지도 못했습니다.
바른 법을 듣지 못해
어리석음 날로 늘어나
무명 등 번뇌가
더욱 끝이 없었습니다.
선법의 인연이 막혔으니
무슨 수로 벗어나리까?
미혹한 마음 산란하여
잠시도 고요할 때가 없었습니다.
번뇌의 불에 타서
갖가지로 얽매이게 되므로
몸에는 조금도 즐거움 없고
즐거운 법 잠시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생명이 다 되려할 때
모든 것이 다 파괴되면
오직 모든 부처님 훌륭한 법만이
괴로운 중생 구제하시니
진실한 계법(戒法)의 문에 오른 자만이
크나큰 즐거움을 얻습니다.
제가 지은 업
깊이 스스로 후회를 하다가
지금 선지식을 만났으므로
사실대로 말씀드립니다.
이때 월상경계여래께서 약왕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모든 중생은 생명을 마칠 때가 되면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며 마음이 고통에 시달리는데 구해주거나 보호해줄 것이 없다. 오직 선법만이 의지할 바가 되니, 선법은 수승한 과보를 잃는 일이 없다.”
그때 그 부처님께서 즉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중생이 악업을 지으면
결정코 지옥에 떨어져
배고프면 뜨거운 쇠구슬을 삼키고
목마르면 끓는 구리물을 마신다.
몸에서 맹렬한 불꽃이 일어나
악업 때문에 스스로를 태우며
몸체가 다 파괴되어
경악과 공포와 큰 고통을 느낀다.
그는 즐거운 경계 보지 못하고
정법이라는 이름조차 듣지 못하며
오직 괴로움만 몸과 마음 핍박하여
애착을 느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어라.
중생이 선법을 지으면
반드시 좋은 세계 태어나고
선지식을 만나서
선법 닦기를 권유받으면
바른 믿음과 이해가 생겨
계와 지혜와 지식이 갖추어져
모든 번뇌 멸해 없애고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 이룬다.
정진을 실천함이 으뜸이니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
모든 선근 틔우라고 격려하시어
물러설 마음 내지 않게 하셨다.
자비의 참된 범행(梵行)으로
일체 중생 거두어주시고
자리(自利)와 이타(利他)로
모두가 해탈 얻게 하셨다.
선남자야, 자세히 듣거라.
부처님께선 진실을 말씀하시고
미묘한 법음(法音) 내시어
일체를 조복케 하신다.
대비의 마음 아버지 삼고
보리의 마음 어머니 삼고
선법을 선지식 삼아
중생을 구호하신다.
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사
가장 훌륭한 법문 설하시며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사
적멸한 곳에 안주케 하신다.
부처님은 매우 자비로운 분이며
세간에서 가장 존귀하신 분이라
널리 모든 유정(有情) 살펴서
똑같이 부처의 자식으로 삼아
평등하고 둘 없음에
일체를 귀의케 하신다.
그 부처님께서 이 법을 설하실 때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종류로 진동하였다.
그때 약왕군보살이 합장하고 공경을 표하고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인연 때문에 대지가 진동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부디 자비로 저희들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사방을 관찰해 보아라. 무엇이 보이느냐?”
약왕군보살이 부처님의 성스러운 뜻을 받들어 즉시 사방을 관찰해보니, 이 대지가 진동하고 잠깐 사이에 다시 갈라지면서 65구지의 사람이 땅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보였다.
이 때 65구지의 처음 태어난 자가 즉시 합장하고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어디서 태어났습니까?”
부처님께서 모임 가운데서 먼저 처음 태어난 자를 가리키며 땅으로부터 나온 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야, 너희들은 이 모든 대중을 보느냐?”
대답하였다.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들이 태어난 것처럼 너희들도 그렇게 태어났다.”
땅에서 태어난 자가 또 말하였다.
“이 모든 사람들은 멸하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저들은 다 멸한다. 선남자들아, 이 대중만 멸할 뿐 아니라 일체 유정이 다 결국은 멸하게 된다.”
그때 먼저 부처님 회상에 있던, 처음 태어난 자들이 각각 일어나 합장하고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태어나고 죽는 두 법을 저희들은 싫어하고 근심하여 사랑하거나 즐기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이미 나고 죽는 것을 싫어하고 근심한다면 어찌하여 정진을 일으키지 않느냐?”
처음 태어난 자들이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여래 앞에서 바른 법을 듣고 마음에 새기며, 이 보살·성문 대중에게 신통과 위덕이 구족한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은 저희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저희들도 그리로 향해 나아가 닦고 익혀 나고 죽음을 멀리 여의고자 합니다.”
이때 약왕군보살이 땅에서 나온 자들이 즉시 5백의 큰 보살과 함께 각각 자신의 신통력으로 그 모임 속에서 2만 유순 높이만큼 다시 몸을 허공에 솟구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공중에서 거니는 모양을 나타내거나 가부좌를 튼 모양을 나타내거나 사자 왕이 걷는 모양을 나타내었다.
혹은 코끼리 왕이 걷는 모양을 나타내거나 모든 기이한 짐승 등이 걷는 모양을 나타내었다. 이런 모양들을 나타내고 나서 다시 공중에서 온갖 신통 변화를 지었다. 이 보살들의 몸에서는 각각 광명이 나와 허공에서 1만 구지의 햇빛과 달빛이 비추듯 하였다. 이때 땅으로부터 나온 자들이 함께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 때문에 이 광대한 빛이 나며, 공중에서 온갖 신통 변화의 희유한 일들이 일어났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너희들은 모든 보살이 공중에 머무는 것을 보았느냐?”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큰 광명은 모든 보살 각각의 몸에서 나온 광명이며, 이 모든 보살 낱낱이 모두 신통변화 등의 일을 나타낸 것이다.”
이때 약왕군 등 모든 보살들이 공중에서 미묘한 소리로 함께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자비로 모든 중생을 위해 법의 요점을 말씀하시어 법을 듣는 하늘이나 인간들이 다 최상의 이익과 안락을 얻게 하소서. 저희들은 지금다 여래의 대비하신 방편과 정진, 원력으로 건립한 바이기 때문입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지금 법의 광명을 나타내시어 세간을 두루 비춰 주십시오.”
이 말을 하고 나서 함께 허공에서 내려와 부처님 앞에 안주하였다.
그 부처님께서 약왕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이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종류로 진동하는 것을 보았느냐”
약왕군보살이 말하였다.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나 지금 저희들은 무슨 인연 때문에 이런 일이 있는지 확실히는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저희들에게 조그만 의혹이 있어 세존께 질문하고자 하오니 부디 의심을 해결해 주십시오.”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희들은 지금 의심이 나면 마음껏 질문하라. 과거·미래·현재 3세 등의 일을 내가 너희들을 위해 낱낱이 여실히 분별해주리라.”
약왕군보살이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모임에 무엇 때문에 8만 4천의 천자 무리와 8만 4천 구지의 대보살 무리와 1만 2천 구지의 용왕 무리와 1만 8천 구지의 부다(部多) 무리와 2만 5천 구지의 필사좌(必舍左) 무리가 있습니까? 무슨 이유로 이렇게 많은 무리들이 있습니까?”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알아야 한다. 이 모든 대중이 함께 집회에 와서 다 여기에서 설법을 듣고 즉시 이 날에 큰 이익과 즐거움 얻어 길이 윤회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그 가운데는 10지법(地法)을 얻어 안주하는 자도 있으며, 열반의 세계에 안주하는 자도 있으며,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에서 해탈해 안락한 법에 안주하는 자도 있으며, 번뇌의 결박에서 해탈한 자도 있으며, 부처님의 바른 법에 깊이 들어간 자도 있다.”
약왕군보살이 다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일체 중생을 위하여 모든 훌륭하고 교묘한 방편과 사업을 지어 그들에 뜻에 따라 거두어주십니다. 어찌해야 이 가운데서 게으름과 권태가 없겠습니까?”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자세히 듣거라. 여래는 대비의 마음을 일으켜 모든 방편을 시설하여 널리 유정을 거두어 다 해탈케 하고 게으름과 권태가 없게 한다. 다만 모든 중생이 착한 법에 어리석어 비록 여래를 만난다 해도 가까이하지 않고, 듣고 마음에 새기거나 닦아 익히지 않으며 해탈을 구하지 않을 뿐이다.
선남자야, 여래는 오늘 대중들 가운데서 법의 큰 소라를 불고, 법의 큰 북을 울려 큰 법의 소리를 내어 큰 법의 뜻을 연설하였다. 하늘과 용, 내지는 팔부사중(八部四衆) 및 처음 태어난 자들, 이런 일체 대중이 모두 오늘 대총지(大總持)를 얻고 착한 법을 원만히 성취하여 10지에 안주하여 널리 이익과 즐거움을 얻었다. 일체가 다 여래의 신통한 방편으로 지은 것이라,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정진지(精進地)에 안주하여 부처님 세존과 똑같은 법을 얻게 하였다.”
이때 65구지 중에 5천의 처음 태어난 자가 함께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가진 몸은 무거운 짐이라 너무도 두렵습니다. 무슨 수로 해탈하겠습니까? 또한 일체 중생은 윤회 속에 처하여 잠시도 고요할 때가 없습니다. 욕심 때문에 마음에 장애가 생겨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어두운 땅에 머물며 명료하게 알지 못합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저희들과 모든 중생을 섭수하사 두려움 없음을 보시하여 안락을 얻게 하소서.
세존께 묘한 법 베푸시기를 권청(勸請)하오니, 지혜가 적은 중생으로 하여금 바른 지혜를 늘어나게 하고, 고통받는 중생이 다 해탈을 얻어 세세 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게 하소서.”
이때 약왕군보살이 저 처음 태어난 자들을 향하여 이 게송을 말하였다.
너희들이 즐겨 바른 법 듣고자 하거든
먼저 음식을 구해 신명(身命)을 도운 뒤
두려움 없는 광대한 마음 일으켜야
최상의 묘한 법 깊이 맛보리.
저 처음 태어난 자도 게송으로 약왕군보살에게 대답하였다.
매우 지혜로운 그대 존자여
모든 근(根)을 잘 다스려 고요하니
광대한 명성이 있어
모두가 사랑하고 공경하네.
선법을 이미 원만히 성취하여
모르는 것 하나도 없는데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가
음식으로 신명을 도우라고.
우리들의 생각으로는
음식은 허물의 씨라
먹고 나면 뱃속에서
갖가지 더러움 이룬다.
몸의 힘은 늘어나나
악법이 따라서 생기므로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
크게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모든 중생의 죄업이
다 음식으로부터 생기며
모든 탐착과 애욕도
음식 따라 일어난다.
세간의 어리석은 자
갖가지 탐심을 내어
광대한 전원을 경영하고
집과 누각 등과
진주와 영락 등
묘한 보배와 7보(寶)로
가장 좋게 장식한
묘하고 좋은 모든 복식과
코끼리와 말과 수레
노비의 수 매우 많지만
부귀는 잠시라
마침내 무상법(無常法)에 돌아간다.
만일 수명이 다하면
모든 세계 속에 떠돌며
바른 법 듣지 못하므로
선지식을 멀리 여읜다.
설사 4대주를 가지는
저 전륜왕이 되어
7보(寶)를 다 구족하고
천 명의 자식을 두며
부귀하고 매우 자재하며
용맹하고 위엄스러워
모두가 그에게 귀의하고
모두가 공경히 칭찬해도
한 생의 좋은 과보 다하면
이들 또한 무상하다.
저 정해진 수명이 다하면
선악의 업 따라서 받으며
부유하고 진기한 보배와
용맹과 큰 위덕이 있다해도
수명이 다할 때
제 힘으로 구제 못한다.
존자께서 나에게 말한대로
아무데도 의지할 곳 없고
오직 모든 부처님 여래만이
참으로 돌아가 의지할 곳이다.
아버지 같이, 어머니 같이
낳아주고 길러주며
모두를 자식같이 생각하여
똑같이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신다.
해와 달의 광명이
모든 어둠 널리 비추듯
윤회하며 받는 모든 고통을
끊어서 나지 않게 하신다.
저 번뇌의 뿌리를 뽑아
모든 두려움 여의게 하며
널리 유정류(有情類)로 하여금
최상의 깨달음 얻게 하시고
바른 법문 베풀어서
불퇴전지(不退轉地)에 머물게 하신다.
세간의 음식 등은
이익은 없고 허물만 내어
모든 하늘에 태어나지 못하게 하니
좋아할 만한 과보가 아니다.
세간에서는 즐거움 없고
극히 괴로운 과보만 초래하며
수명을 줄이고
착하지 못한 업의 씨를 뿌린다.
살아서는 부를 즐기고 탐애하면서
무상한 줄 알지 못해
가장 훌륭한 업 짓지 않으므로
묘한 법을 알지 못한다.
잘못을 여읠 것 생각지 않고
고요한 마음에 머물지 않으므로
수명이 다하고 나면
태어나는 세상마다 모든 괴로움 받는다.
무상의 몽둥이에 매를 맞고
5욕의 밧줄에 얽매여
고통이 갈수록 늘어갈 뿐
업보는 벗어나지 못한다.
과거의 업이 비추면
구제받을 수도, 의지할 곳도 없어
식법(識法)이 멸할 때
한갓 슬픔·번뇌·공포만 더하리.
나는 차라리 금과 은과 파려 등
진귀한 보배들을
널리 모든 이에게 보시할지언정
결코 아까워하지 않으리.
나는 차라리 내 몸의 힘으로
다른 사람 종이 되어
오랜 시간 지낼지라도
결코 지치지 않으리.
탐심과 애욕을 일으켜
모든 진기한 재물과
최상의 음식을 쌓아둔다면
나는 곧 두려워하리다.
존자여, 자세히 들으소서.
저희들이 말한 바와 같이
설사 저 모든 하늘에서
훌륭하고 묘하고 즐거운 과보 받으며
온갖 묘한 보배 그릇에
먹는 자의 입에 맞는
달고도 향기로운
맛있는 음식을 담아 먹고
하늘 몸에
색력(色力)과 위력을 더한다 해도
그가 받은 과보 다하면
모두가 헛것이 되리라.
그러므로 저희들은
음식을 좋아하지 않고
바른 법문만 좋아해
모든 고통 벗어나고자 합니다.
탐애의 결박을 멀리 여의고
걸림 없는 자유를 얻어
부처님 세존과
대선(大仙)이신 참 성자께 귀의합니다.
매우 지혜로운 그대 존자여
저희들이 공경히 정례하오니
광대한 자비 갖추시어
중생들이 즐겁게 보게 하소서.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지
존자여, 저희에게 말해주소서.
보고 듣고 따라서 기뻐한다면
모든 근(根)이 청정해지리다.
그때 약왕군보살이 다시 게송으로 저 처음 태어난 자에게 대답하였다.
너희가 지금 내 이름을 듣고자하나
저 모든 이름은 부처님만 아실 뿐.
만 구지 무리의 처음 태어난 자들
그 이름도 낱낱이 부처님만 아신다.
저 처음 태어난 자가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처음 태어난 자, 오래도록 태어난 자의 이름을
제가 일찍이 부처님께 직접 들었사오나
오직 가장 깊은 그대의 이름만은
부처님께 듣지 못했으니 말씀해주소서.
약왕군보살이 다시 게송으로 저 처음 태어난 자에게 대답하였다.
마땅히 알라 내 이름은
약왕군이라는 것을.
묘한 약으로 중생을 구제하므로
그런 이름을 얻은 것이다.
모든 종류의 중생들이
갖가지 병에 걸리면
내가 방편문으로
순조롭게 구제한다.
탐하는 병이 가장 크니
세간을 뇌란시키고 해치며,
이 병이 씨가 되어
모든 잘못이 생겨난다.
성내는 병은 큰 불과 같이
고요한 마음 태우니
오직 감로법의 약만이
모든 고뇌 제거한다.
어리석은 병 매우 두려우니
지혜를 덮고 없애므로
죽어서는 악한 세계에 떨어져
바른 법을 듣지 못한다.
이 세 병을 따라서
더 더욱 모든 병이 생겨나
어리석음과 어두움 더하면
내가 다 법약(法藥)을 베풀어
널리 허물을 여의게 하여
일체 업의 씨를 멸한다.
고뇌를 쉬어 나지 않게 하고
영원히 모든 두려움 끊어서
이미 모든 병을 벗어나면
속히 정각 세존을 뵙고
나의 묘한 의왕(醫王;부처) 따르면
병에 따라 약을 주리라.
모든 종류의 중생은
항상 불에 타
쉬지 않고 활활 타며
점점 더 고뇌만 생긴다.
탐욕은 무거운 짐
벗어날 기약 없으며
성냄과 어리석음도 그러하여
더더욱 잘못만 늘여간다.
항상 무거운 짐 지고도
벗어날 방법 구하지 않고
무상을 생각지도 않으며
열반의 길도 생각지 않는다.
번뇌 업이 쫓아와도
고뇌를 알지 못하며
뭇 병이 몸을 핍박해도
묘한 약 구하지 않는다.
무명(無明)의 씨 때문에
모든 행(行)이 따라서 생겨나며
행 등의 법이 일어나고 나면
탐욕과 애착이 잘못을 일으킨다.
모든 행은 궁극적인 것이 아니며
일체 법은 다 공한 것인데
지혜 없어 알지 못하므로
바른 생각을 낼 수 없다.
고요한 행을 닦지 않으므로
식이 멸하면 고뇌가 더하니
셀 수 없는 겁이 지나도
해탈하지 못한다.
부처님 세간에 출현하사
저 천상과 인간의 스승 되시니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
정각의 길 열어 보이셨다.
다시 큰 법보의 비를 내려
모든 군생 널리 제도하시고
바른 법을 섭수하지 못하는
저 삿된 지혜 가진 자들 제거하셨다.
깨달음 얻겠다는 마음을 낸 자
바른 법문에 들어가
일체 행이 공함을 알았으며
공하다는 것에도 걸림이 없다.
공(空)과 무아(無我)를 확실히 알면
아무데도 의지할 바 없으며
모든 번뇌도 공함을 알아서
모든 잘못을 멀리 떠난다.
이때 처음 태어난 자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매우 자비로운 보살이시여,
널리 모든 중생 구제하시며
정진하는 대의왕(大醫王)
오래도록 게으름과 권태 없습니다.
저들이 윤회하는 고통 생각하고
공덕으로 거두어 지니시니
제가 진실로 믿고 귀의하여
용맹하게 정진할 맘 일으킵니다.
약왕군보살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제 알거라.
부처님은 가장 존귀하시어
세간과 출세간의
부과 지혜를 다 구족하셨다.
32상(相)을 갖추고
여러 모습으로 장엄하셨으며
최상의 대비로
모든 군품 널리 제도하신다.
부처님의 높은 위용
수미산같이 드러나시며
끝없는 그 지혜
저 큰 바다 같으시다.
모든 방편 훌륭히 열어
중생을 따라 교화하시니
우러러 예를 올리고 귀의하면
모두 안락한 과보 얻으리라.
그때 월상경계여래께서 가릉빈가와 같이 맑고 묘한 음성을 내시자 시방 세계에 두루 들렸다. 그리고 얼굴에서는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흰색, 분홍색, 자주색, 푸른색, 녹색 등 8만 4천 가지 온갖 색광을 내었는데, 이 광명은 매우 넓고 밝아서 삼천대천세계를 빠짐없이 비추었다. 빛이 비추자 32곳의 큰 지옥이 다 무너졌으며, 모든 하늘 궁전 중에 광명이 비추는 곳은 매우 밝게 빛났다.
이 광명은 삼천대천세계를 비추고 나서 다시 광명 속에서 일체 중생이 즐기는 놀이기구를 허공에 나타내었다. 이런 조화를 부리고 나서 그 광명은 다시 부처님을 일곱 바퀴 돌았고, 다시 그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약왕군보살이 다시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공경히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 때문에 이같이 거듭 큰 광명을 놓아서 세계를 두루 비추십니까?”
그 부처님께서 약왕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내가 오늘 큰 불사를 지어, 지금 이 모임에 있는 모든 중생이큰 이익과 즐거움을 얻게 하려 한다. 이런 이유로 거듭해서 광명을 놓은 것이다.”
약왕군보살이 다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에게 의심이 있어 질문코자 하오니 세존께서는 저를 위하여 의심을 풀어주소서.”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의심나는 대로 마음껏 묻거라.”
약왕군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엇 때문에 이 모임에서 처음 태어난 자들에게는 세존께서 갖가지 희유한 일들을 나타내 보이고 미묘한 법문을 설하시면서, 오래도록 태어난 자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으십니까? 그들이 혹시 부처님의 바른 법을 알 수 없어서 그러십니까?”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무엇 때문에 여래 앞에서 그런 질문을 하느냐? 그것은 이치에 맞는 말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여래는 모든 중생을 평등이 제도하고 그들을 따르는 방편으로 설법하여, 듣는 자가 다 이익을 얻고 구족하게 모든 총지문(總持門)에 들어가 일체 공덕을 다 성취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때 허공 속에서 다시 광대하고 특수하고 오묘한 7보(寶) 누각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부처님 위에 나타났다. 그러자 그 부처님께서 약왕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특수하고 오묘한 이 누각을 보느냐?”
약왕군보살이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들이 다 처음 태어난 자가 함께 일으킨 변화로 나타났다는 것을 너는 이제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 모든 처음 태어난 자가 다 오늘 일체 착한 법을 원만히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또 내가 오늘 큰 법고를 치니 셀 수 없는 하늘과 인간이 법을 구족하게 되었으며, 무수한 지옥 중생이 고뇌를 벗어났다. 그리고 무수한 중생이 잠시 바른 생각을 내어 부처님의 지혜에 귀의하여 다 해탈을 얻었다.”
그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하셨을 때 모임 속에 있던 9만 9천 구지의 오래도록 태어난 중생이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증득하여 법을 구족하였으며, 업장을 끊어 없애고 뭇 괴로움을 벗어났다. 이런 일들이 다 여래의 바른 법에서 나왔다.
이때 동쪽에서 5천 구지 긍가사(殑伽沙)만큼의 보살 대중이 그 모임에 들어왔으며, 남쪽에서 60구지 긍가사만큼의 보살 대중이 그 모임에 들어왔으며, 서쪽에서 70구지 긍가사만큼의 보살 대중이 그 모임에 들어왔으며, 북쪽에서 80구지 긍가사만큼의 보살 대중이 그 모임에 들어왔으며, 아래쪽에서 90구지 긍가사만큼의 보살 대중이 그 모임에 들어왔으며, 위쪽에서 100구지 긍가사만큼의 보살 대중이 그 모임에 들어왔다.
이때 약왕군보살이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주변의 허공이 다 붉고 검은 색이 되었습니까?”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이런 인연을 모르겠느냐?”
약왕군보살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여래만이 스스로 알고 살피신다. 선남자야, 모든 방향의 세계에서 각각 여러 구지 긍가사만큼의 보살 대중이 부처님 회상에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이제 너는 알아야 한다.”
각 방향에서 모든 보살 대중이 오고 나서는 허공으로부터 내려와 부처님 앞에 서서 그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각각 한쪽에 자리하였다.
이때 약왕군보살이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 때문에 다시 이런 큰 보살 대중이 와서 모였습니까?”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모든 보살 대중의 집회는 다 처음 태어난 자가 인연이 되어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모임 가운데 처음 태어난 자들이 모두 즉시에 모든 법을 구족하여 10지(地)에 안주하였다. 또 그 부처님 모임에서 보살행을 닦는 무수한 자들이 다 모든 보살법에 안주하여 큰 신통을 얻었으며, 보고 듣고 따라서 기뻐하는 일체 중생도 다 이익과 즐거움을 얻었다. 이미 보살의 지위에 머문 모든 자들도 다시는 물러나지 않고 더욱 훌륭히 보살행법(菩薩行法)을 견고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