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집회정법경(佛說大集會正法經) 제3권

불설대집회정법경(佛說大集會正法經) 제3권

이때 세존께서 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자세히 듣거라. 내가 과거 한량없고 셀 수 없는 아승기겁 전을 생각해 보니 12구지 여래·응공·정등정각을 만났는데, 그 분들의 이름은 똑같이 보상(寶上)이었다. 내가 그때 용맹한 보시행(布施行)을 닦아 즉시 음식, 의복, 특별하고 묘하게 장식한 진기한 보배와 영락, 그리고 온갖 꽃타래와 바르는 향 등을 낱낱이 저 모든 부처님들께 공양하였다. 그러자 모든 여래께서 다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셨다.

보용아, 내가 다시 생각해 보니 18구지 여래·응공·정등정각을 만났는데, 그 분들의 이름은 똑같이 보광(寶光)이었다. 내가 그때 용맹한 보시행을 닦아 역시 위와 같은 갖가지 공양물을 낱낱이 저 부처님들께 공양하였다. 그러자 그 부처님들 역시 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셨다.

보용아, 내가 다시 생각해 보니 과거 겁 중에 20구지 여래·응공·정등정각을 만났는데, 그 분들의 이름은 똑같이 정생(頂生)이었다. 내가 그때도 용맹한 보시행을 닦아 역시 위와 같은 갖가지 공양물을 낱낱이 저 부처님들께 공양하였다. 그러자 그 부처님들 역시 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셨다.

보용아, 내가 다시 생각해 보니 과거 겁 중에 20구지 여래·응공·정등정각을 만났는데, 그 분들의 이름은 똑같이 음광(飮光)이었다. 내가 그때도 용맹한 보시행을 닦아 역시 위와 같은 갖가지 공양물을 낱낱이 저 부처님들께 공양하였다. 그러자 그 부처님들 역시 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셨다.

보용아, 내가 다시 생각해 보니 과거 겁 중에 16구지 여래·응공·정등정각을 만났는데, 그 분들의 이름은 똑같이 무구광(無垢光)이었다. 내가 그때도 용맹한 보시행을 닦았는데 마침 큰 부자가 되어 재물이 많고 풍족했으므로 역시 위와 같은 갖가지 공양물을 낱낱이 저 부처님들께 공양하였다. 그러자 그 부처님들 역시 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셨다.

보용아, 내가 다시 생각해 보니 과거 겁 중에 95구지 여래·응공·정등정각을 만났는데, 그 분들의 이름은 똑같이 능적(能寂)이었다. 내가 그때도 용맹한 보시행을 닦았는데, 마침 큰 나라의 왕이 되어 바른 법으로 일체를 다스렸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즐거움을 누렸으며 세간에 재물이 한량이 없었으므로 또한 위와 같은 모든 공양물을 낱낱이 저 부처님들께 공양하였다. 그러자 모든 여래께서도 역시 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셨다.

보용아, 내가 다시 생각해 보니, 과거 겁 중에 90구지 여래·응공·정등정각을 만났는데, 그 분들의 이름은 똑같이 작장업(作莊嚴)이었다. 내가 그때도 용맹한 보시행을 닦았는데, 마침 바라문으로 있었다. 큰 보배덩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가지고 있던 것을 한순간에 다 버리고 위와 같은 갖가지 묘한 공양물을 갖추어 낱낱이 저 부처님들께 공양하였다. 그러자 모든 여래께서도 역시 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셨다.

보용아, 내가 다시 생각해 보니 과거 겁 중에 18구지 여래·응공·정등정각을 만났는데, 그 분들의 이름은 똑같이 금선인(金仙人)이었다. 내가 그때도 용맹한 보시행을 닦아 역시 위와 같은 모든 공양물을 낱낱이 저 부처님들께 공양하였다. 그러자 모든 여래께서도 다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셨다.

보용아, 내가 다시 생각해 보니 과거 겁 중에 13구지 여래·응공·정등정각을 만났는데, 그 분들의 이름은 똑같이 길상광(吉祥光)이었다. 내가 그때도 용맹한 보시행을 닦아 역시 위와 같은 모든 공양물을 낱낱이 저 모든 부처님들께 공양하였다. 그러자 모든 여래께서도 다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셨다.

보용아, 내가 다시 생각해 보니 과거 겁 중에 25구지 여래·응공·정등정각을 만났는데, 그 분들의 이름은 똑같이 묘화(妙華)였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신심을 내서 출가를 하였다. 도를 닦고 항상 정진하며 그 모든 여래의 처소에 낱낱이 공경하여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기를 저 아난(阿難)과 다름이 없이 하였다. 그때 모든 여래께서도 다 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셨다.

보용아, 내가 다시 생각해 보니 과거 겁 중에 12구지 여래·응공·정등정각을 만났는데, 그 분들의 이름은 똑같이 승관(勝款)이었다. 내가 그때도 저 부처님들께 출가했는데, 그때 염부제에 사는 모든 중생은 큰 부자들이었다. 7보(寶)가 구족하고 즐거움을 누리는 데 걸림이 없었으며, 부족해서 괴로운 중생은 하나도 없었다. 또 저 모든 부처님들이 이미 세상에 출현하여 널리 중생을 위하여 『대집회정법』을 설하고 계셨다.

내가 그때 저 모든 여래의 처소에서 그 분들을 공경히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받고자 하였는데, 그때 모든 부처님들이 나에게 수기를 주시지 않으므로 내가 즉시 아뢰었다.

‘모든 부처님 세존이시여, 저는 어느 때나 수기를 받게 되겠습니까?’

저 모든 부처님들이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아승기겁을 지나 연등(燃燈)이라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것이고, 그 부처님 세존께서 너에게 수기를 주실 것이다.’

내가 그때 이 모든 부처님 말씀을 듣고 나서 더욱 정진하여 보살행을 닦았더니 역시 아승기겁이 지나자 연등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나는 그때 거기서 마나박가(摩拏嚩迦)19)가 되어 이름을 승운(勝雲)이라 하였다. 모든범행(梵行)을 닦아 저 부처님을 뵙고는 매우 기뻐서 공경히 존중하고 희유하다는 마음을 냈다. 그리고는 즉시 우발라화(優癖華) 일곱 가지를 가져다 저 부처님께 공양하고는 ‘저의 이 선근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발원하였다. 그러자 연등여래께서 대중 가운데서 나에게 이렇게 수기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앞으로 아승기겁을 지나서 성불하게 될 것인데, 이름은 석가모니며, 열 가지 이름을 갖출 것이다.’

수기를 받고 나서 저 부처님 앞에서 내 몸은 12다라수(多羅樹)만큼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다시 지상으로 돌아왔고, 일심으로 기뻐하며 즉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보용아, 내가 이와 같이 셀 수 없는 겁 동안 모든 범행을 닦고, 모든 선근을 심고, 모든 부처님께 공양한 것은 다 모든 바라밀을 완전하게 성취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바라밀을 완전하게 성취하고 나서 다시 셀 수 없는 1만 구지 나유타 중생에게 다 이와 같은 모든 바라밀 법을 완전하게 성취하도록 하였다.

나는 오늘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였고, 널리 중생을 위해 매우 깊고 미묘한 최상의 법문을 광대하게 설한다. 부처님 뵙기를 좋아하는 중생이 있다면 즉시 부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보살 보기를 좋아하는 중생이 있다면 즉시 보살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한다. 연각 보기를 좋아하는 중생이 있다면 즉시 연각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성문 보기를 좋아하는 중생이 있다면 즉시 성문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한다.

또 하늘 세계에서는 하늘 몸을 나타내 법을 설하며, 인간 세계에서는 사람 몸을 나타내 법을 설한다. 용의 세계에서는 용의 몸을 나타내 법을 설하며, 야차 세계에서는 야차의 몸을 나타내 법을 설하며, 귀신 세계에서는 귀신의몸을 나타내 법을 설한다. 이렇게 모든 세계에 사는 일체 중생의 모습[色相]을 따라서 몸을 나타내 훌륭한 방편으로 묘한 법을 설하여 그들이 두려움 없이 깊이 믿고 이해하게 한다.

보용아,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모든 방편을 써서 갖가지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는가? 모든 중생이 이 법을 듣고 나서 승의제(勝義諦)에서 큰 총지(總持)를 얻고, 모든 세간을 관찰하여 덧없다는 생각을 일으켜 항상 모든 착한 법 수행할 것을 생각하며, 끝내는 모든 잡됨과 물들음을 떠나 진실한 선근이 훼손되거나 줄어들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긴 세월 동안 방편을 써서 일체 중생에게 이익을 주고 안락을 주는 것이다.

보용아, 내가 위에 말했듯이 이 『대집회정법』에 이러한 공덕이 있는데도 이 모임에는 의심을 내는 자들이 있어 저희들끼리 이렇게 말한다.

‘『정법』의 과보는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얻어지는 것일까, 얻지 못하는 것일까? 일체 중생은 제도될 수 있을까, 제도될 수 없을까?’

이런 말을 하는 자도 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모든 법은 실제로 있어서 인(因)이 과(果)를 내며 과가 반드시 인을 따른다면, 착한 인을 심은 자가 어째서 착한 법을 잃는 것일까?’

이렇게 말하는 자도 있다.

‘모든 법은 있는 것이 아니므로 과보도 없다. 인 자체가 본래 비었는데 어찌 과가 있을 수 있겠는가? 인과 과가 이미 없다면 과보에 따라 돌아갈 세계가 있다는 것은 허망한 말이다.’

보용아, 모든 중생은 저마다 마음의 움직임에 차이가 있어서 밝음과 어둠이 서로 다르고 인과 과가 자연히 다르다.

바르게 설한 자는 진실한 견해를 일으키므로 이를 두고 ‘정법을 건립한다’고 한다. 이 사람이 받을 복된 과보를 너는 이제 듣거라. 이 사람은 20겁 동안 북구로주(北俱盧洲)에 태어나지 않으며, 25겁 동안 다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난다. 저 하늘의 과보가 다하면 10만 부처님 세계에 태어나 저 모든 부처님을 뵙고 『정법』을 들어 다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삿되게 설하는 자는 단멸한다는 견해를 일으키므로 이를 두고 ‘정법을 파괴한다’고 한다.

이 사람이 받을 죄의 과보를 너는 이제 다시 듣거라. 이 사람은 이 생명이 끝나자마자 큰 지옥에 태어나 1겁 동안 괴로움을 받는다. 이렇게 1겁을 지나고, 이렇게 다시 1겁을 지나며 8겁 동안 꼬박 낱낱의 큰 지옥에 태어난다. 이 여덟 큰 지옥에서 큰 괴로움을 받고 나서도 다시 9,028겁 동안 세 갈래 나쁜 세상[三惡趣]을 돌면서 더욱더 큰 고뇌를 받는다.

이 겁이 지나 비록 사람의 몸으로 태어난다 할지라도 1만 6천 겁 동안은 어머니의 태 속에서 죽으며, 1만 2천 겁 동안은 혀가 없이 태어난다. 1만 2천 겁 동안은 망사빈나(莽娑賓拏)가 되며, 1만 1천 겁 동안은 태어나자마자 눈이 없게 된다.

보용아, 일체 중생이 끝없이 이 세계나 저 세계에 태어나는 인연이나 죽는 인연, 옳은 처소나 그른 처소, 뜻대로 되는 것이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오직 마음으로 지어 업을 따라 발현할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떤 중생은 모든 착한 법을 닦아 하늘 세계에 태어나며, 어떤 중생은 보리를 얻기 위해 모든 행원(行願)을 닦으며, 어떤 중생은 점점 닦아 궁극적인 최상의 적멸을 얻는다. 이런 인연 때문에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이미 발심을 해서 나아가거나 아직 그렇지 못한 하늘·인간·용·신 등 셀 수 없는 1만 구지 나유타 중생을 위해 잠깐도 쉬지 않고 설법하여 그들을 교화하고 제도하신다.”

세존께서 법을 설하실 때 다시 8만 4천 바라문 대중과 9만 구지의 니건타 외도대중이 있어 서로 이렇게 의논하였다.

“지금 사문인 구담이 왕사성 취봉산,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무엇을 설하는가 알아보자. 우리 이제 함께 저기에 가서 그들과 토론해 보자.”

바라문과 외도들은 서로 의논하고 나서 셀 수 없는 권속과 함께 부처님 처소로 갔다.

이때 세존께서는 대중 가운데서 매우 희유하고 청정하고 묘한 광명을 놓아 널리 대중을 비추셨다. 그때 자씨(慈氏;미륵)보살마하살이 즉시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는 합장 공경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아무 이유도 없이 광명을 놓지 않으십니다. 지금 여기 모인 대중들이 다 듣고 알고자 하오니 부처님께서는 자비로 저희들을 위해 말씀해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이곳에 한량없는 대중이 찾아와 모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씨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대중들입니까? 하늘 대중입니까, 인간 대중입니까, 용이나 신이나 야차 등의 대중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씨야, 네가 말한 모든 대중이 와서 모였고, 게다가 모든 바라문·니건타 외도 등의 대중도 모임에 들어와 나와 함께 토론을 하였다. 그들을 이미 누르고 나서 내가 즉시 그들을 응대하여 법을 설하였더니 저 8만 4천 바라문과 9만 구지 니건타 외도들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냈다.

자씨야, 뿐만 아니라 1만 8천 구지 용왕 대중이 모임에 들어와 나의 설법을 듣고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냈다. 다시 6만 구지 정광천자(淨光天子)의 무리와, 3만 2천 구지 모든 천마(天魔) 대중과, 1만 2천 구지 아수라 대중이 모두 모임에 들어 와서 『정법』을 듣고 마음에 새겼다. 또 환희왕(歡喜王)·묘희왕(妙喜王)·최상희왕(最上喜王)·인선왕(人仙王)·정군왕(淨軍王)·범음왕(梵音王)·선현왕(善現王)·애군왕(愛軍王)·희군왕(喜軍王)·묘색왕(妙色王)·승군왕(勝軍王)·증장왕(增長王) 등5백 명의 큰 국왕들이 각각 천 구지 권속과 함께 모임에 들어와 『정법』을 듣고 마음에 새겨 낱낱이 견고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안주하였다. 자씨야, 이 인연 때문에 이 광명을 놓았다.”

자씨 보살이 부처님의 설법을 들을 때, 이 집회에 있던 하늘·사람·사람 아닌 존재 등 가운데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낸 자도 있었고, 『정법』을 듣고는 믿고 마음에 새긴 자도 있었다. 그들은 법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나서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즉시 대중 가운데서 몸을 숨기더니 사라졌다.

그때 모든 바라문·외도 니건타·좌라가(左囉迦)·파리몰라야가(波哩沒囉惹迦)·하늘·용 나아가 5백 명의 큰 국왕 등이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각각 나름대로 공경을 표한 뒤 한 쪽에 앉았다.

그때 동쪽에 3만 구지 큰 보살 대중이 있었으며, 동남쪽에도 그만큼 있었다. 남쪽에 5만 구지 큰 보살 대중이 있었으며, 서남쪽에도 그만큼 있었다. 서쪽에 6만 구지 큰 보살 대중이 있었으며, 서북쪽에도 그만큼 있었다. 북쪽에 8만 구지 큰 보살 대중이 있었으며, 동북쪽에도 그만큼 있었다. 위쪽에 10만 구지 큰 보살 대중이 있었으며, 아래쪽에도 9만 구지 큰 보살 대중이 있었다. 이렇게 시방의 모든 큰 보살 대중은 하나 하나가 다 10지(地)를 원만히 성취하였으며, 각 방향에서 와서 부처님 모임에 들어갔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고 나서 각각 머리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이때 세존께서 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용아, 너는 지금 다시 시방 세계에 가서 모든 보살대중에게 ‘여래께서 오늘 중생을 위하여 『대집회정법』을 설하신다’고 알려, 저 시방의 일체 보살들이 합장하고 정례하며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내게 하여라.”

보용보살은 부처님의 성스러운 뜻을 받들어 즉시 머리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를 돌고는 홀연히 모임에서 몸을 숨기더니 사라졌다. 그리고는 시방 세계로 빠짐없이 가서 각 세계마다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지금 사바세계 석가모니여래께서 중생을 위하여 『대집회정법』을 설하신다.”

이렇게 세 번을 반복해서 소리쳤다.

“지금 사바세계 석가모니여래께서 중생을 위하여 『대집회정법』을 설하신다.”

이때 시방 모든 부처님과 모든 보살들은 모두 이 말을 듣고 각각 찬탄하였다.

“훌륭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 석가모니여래시여, 중생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시는군요.”

그리고 시방 세계에서 부처님 일을 선양하는 보용보살에게도 찬탄을 보냈다.

보용보살은 시방 세계를 두루 다니면서 모든 큰 보살에게 이 일을 선포하고는 손가락 한번 퉁기는 사이에 다시 이 국토로 돌아와 부처님 앞에서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그때 사방에 바람을 관장하는 네 명의 왕이 모임에 들어와 왕사성의 경계는 물론, 왕사성 바깥 백 유순까지 전혀 티끌이나 더러움이 없도록 청소하였다. 제석천주(帝釋天主)가 금강저(金剛杵)를 가지고 모임에 들어오니 모든 마구니와 외도가 두려워하였다.

그리고 시방 세계를 바라보니 허공에 매우 향기로운 구름이 퍼져 매우 향기로운 비를 내렸는데 술에 담근 전단으로도 비유가 되지 않았다. 또 우발라화(優癖華)·구모나화(俱母那華)·분나리가화(奔拏利迦華) 등 하늘나라의 묘한 꽃이 비처럼 내리다가 공중에 머물러 일산으로 변했다. 또 부처님 위에 8만 4천 채의 누각이 변화로 지어졌는데 낱낱이 다 일곱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으며, 여러 가지 색을 섞어 채색하여 아주 아름답고 장엄하였다. 또 공중에서 큰 보배 좌석을 무수히 나타내었는데 낱낱의 좌석마다 다 부처님께서 계시어 현재 중생을 위하여 묘한 법을 연설하셨다. 그러자 저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종류로 진동하였다.

그때 보용보살이 합장하고 공경히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허공 가운데 매우 희유하게도 이 상서로운 모양이 나타나 저 대지가 갑자기 진동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부디 자비로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지금 이 모임에 시방의 모든 큰 보살과 하늘, 사람, 용, 신 등이 다 와서 모였는데 내가 그들을 위해 이제 『정법』을 말해주려 한다. 또 모든 외도들이 저 삿된 마음을 부수고 올바른 견해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이런 인연 때문에 이 상서를 나타낸 것이다.

보용아, 알아야 한다. 모든 종류의 범부들이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을 만났다해도 부처님의 뛰어나고 묘한 색상에 존중심을 일으켜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내지 않는다면, 설사 부처님께서 설하신 『정법』을 듣는다 해도 법을 의지해 수행하지 못한다. 거기다가 고정관념을 가지고 아만심(我慢心)을 일으켜 잠깐 들은 것을 가지고 많이 이해했다는 생각을 함부로 하게 된다. 그리고는 얻기 쉽다는 생각과 함께 의혹과 불신을 갖고 이렇게 말한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계경(契經)이나 기야(祇夜)같은 것은 내가 옛날에 듣지는 않았으나 무슨 말씀인지 안다. 내가 지금 듣고 마음에 새기고 기억하지 않아도 나는 모든 법을 다 스스로 끝까지 안다.’

이 사람은 이 미혹한 마음 때문에 자기의 어리석음을 멋대로 부려 부처님 법을 어기고 죄업의 씨앗을 만든다. 자신이 경서를 짓고 이치를 찬집(撰集)하여 세간에다가 ‘바른 말[正說]’이라 하면서 ‘나의 책[集]은 훌륭한 지혜로 지은 것이다’하며 다른 사람에게까지 닦고 익히도록 권한다. 이렇게 자기가 지은 경서를 다른 사람에게 닦고 익히게 권하며 갖가지 방편을 시설하나 마침내는 한 보특가라(補特伽羅)에게도 이익과 안락을 주지 못한다. 많은 생 가운데 스스로 자기 몸을 파괴하고, 업의 인연 때문에 생명이 마칠 때 가서는 큰 고뇌를 받는다.

보용아, 이 모든 외도가 미혹한 마음을 일으켜 바르지 못한 견해를 내어해탈하지 못하는 것이 마치 저 처음 태어난 새와도 같다. 깃도 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날겠는가? 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이 외도 무리가 마음을 돌이켜 부처님의 『정법』에 돌아가지 않는다면 끝내 어떻게 위없는 청정한 열반을 얻겠느냐? 항상 자신이 열반이라고 하는 자 역시 거짓말을 하는 자이다. 왜냐하면 이 외도 무리는 바르지 못한 씨앗을 심어 계금취견(戒禁取見)을 일으켜 자신을 파괴하고 『정법』을 끊어 내가 있다는 생각에 굳게 집착하여 벗어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설사 사람 몸을 얻는다 할지라도 훌륭한 과보가 아닌데 어떻게 실제로 청정한 열반을 얻겠는가? 본래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게 되는지 자신도 알지 못하면서 생사문제를 그냥 무시하므로 모든 고뇌를 받으며 쉴새없이 악한 세계만 늘려간다. 내 이런 무리들을 보면 매우 불쌍한 마음이 든다.”

세존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나서 모든 외도 니건타 등에게 말씀하셨다.

“염부제에 매우 크고 진기한 보배가 있는데 지키는 자가 없으므로 마음대로 갖다 써도 된다는 것을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내가 설하는 이 큰 법의 무더기도 구하는 자가 있다면 아끼지 않으리라. 너희들이 의심나는 것과 알고싶은 것이 있다면 마음대로 질문하거라. 여래께서 크게 불쌍히 여겨 낱낱이 너희들을 위해 분별해 열어 보이겠다.”

그러자 외도 니건타 등이 각각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께 이렇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긴 세월 동안 모든 중생을 제도하시어 윤회를 벗어나게 하십니다. 어찌하여 중생들은 끊임없이 계속 태어나고 죽습니까? 저희들은 이 일을 확실히 알지 못하겠사오니 부처님께서 말씀해주소서.”

이때 세존께서 모임 가운데 있던 약왕군(藥王軍)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모임의 외도 무리들은 내가 큰 법의 광명을 위엄스럽게 비추자 점점 깨닫고 이해하여 정진의 갑옷을 입고 의혹하는 마음을 쉬어 이 뜻을 부처님 세존께 질문하는구나. 약왕군아, 태어나는 모든 자에는 간략히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오래도록 태어난 자[久生]이고, 둘째는 처음 태어난 자[初生]이다.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어떤 부귀하고 자유로운 사람이 홀연히 언젠가 물에다 머리를 감고, 거기다 아름답고 깨끗하고 높고 묘한 의복으로 장엄하게 수식하고 외출을 하였다. 그때 어떤 가난한 사람이 보고는 좋아서 즉시 자기도 집으로 돌아가 머리를 감고, 헌 옷을 깨끗하게 빨았다. 그러나 그 사람은 물을 많이 길어 그 헌 옷을 빨았지만 수고롭기만 할 뿐, 끝내 옷을 새 것처럼 좋게 하지는 못하였다.

태어나는 모든 자 가운데 오래도록 태어난 자는 저 가난한 사람이 헌 옷을 빨아도 결국 깨끗해지지 못하는 것과 같고, 저 처음 태어난 자는 저 부자가 좋은 새 옷을 입어 아직 때가 생기지 않은 것과 같다.”

그때 모든 바라문·외도 니건타 등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나서 즉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자가 처음 태어난 자이며, 어떤 자가 오래도록 태어나는 자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6취(趣) 속을 끊임없이 돌면서 괴로움을 받는 중생을 오래도록 태어난 자라 한다. 왜냐하면 이들 중생들은 6취 속에 있으면서도 싫어하여 떠날 마음을 내지 않으며, 해탈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바라문·외도 등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오래도록 태어난 중생은 윤회하는 가운데 모든 고뇌를 받으면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처음 태어난 중생을 부처님께서 나타내 보여 주소서.”

이 말 끝에 홀연히 9만 4천 구지 마나박가(摩拏嚩迦)가 모임에 들어왔는데, 세존 앞에 공경히 예를 표하지도 않고 질문도 없이 묵묵히 있었다.

그때 약왕군보살이 이 일을 보고 나서 즉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 때문에 지금 이 무리들이 부처님 모임에 왔으며, 그리고 공경히 예를 표하지도 않고 질문도 하지 않습니까? 어째서 저런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왕군아, 이 모든 마나박가는 처음 태어난 자이므로 부처님 세존에게 질문할 것이 없다.”

그때 저 모든 마나박가가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처음 태어난 자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처음 태어난 너희들은 마치 처음 솟아난 해가 일체를 빠짐없이 비추면 한량없는 중생이 함께 우러러 보는 것과 같다. 너희들은 오랫동안 부처님 도에서 마음이 이미 성숙하였으며, 모든 보살 법을 옛날에 이미 통달하였다. 비록 처음 태어난 자라 하지만 오랫동안 닦고 익혔다.”

이때 처음 태어난 자들인 9만 4천 구지 마나박가는 즉시 각각 몸을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허공에서 내려와 낱낱이 완전한 10지(地)를 얻었다. 그러자 약왕군보살이 합장하고 공경히 예를 올리고는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중생들은 매우 훌륭한 이익을 얻어 오래 전에 이미 저 윤회의 고뇌를 다하고 큰 정진을 갖추었습니다. 이들을 처음 태어난 자라 하지만 오늘 부처님을 뵙자마자 찰나간에 해탈을 얻었습니다.”

이때 모든 바라문·외도 니건타 등의 무리 가운데 눈 먼 자가 많이 있었는데, 법을 들었기 때문에 홀연히 광명을 보고 각각 수승하고 오묘한 부처님의 색상을 보게 되었다. 부처님의 모습을 보고 나서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가장 훌륭한 스승이시니 저희들은 귀의합니다.”

그리고는 즉시 일어나 합장하고 청정한 믿음을 내어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지금에야 세존을 뵙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거듭 진실한 가르침을 살피고 부처님 여래의 수승하고 훌륭한 색상을 관찰해야 한다.

너희들은 지금 모든 선근의 힘이 이미 성숙하였기 때문에 세존을 뵙게 되었으며, 『대집회법』을 듣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때 모든 눈먼 자와 외도들은 이 이익을 얻고 나서 매우 기뻐하며 각각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내었다. 모임에 있던 모든 바라문·외도 니건타 등도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는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내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였고, 다시 10지(地)를 원만히 성취하고 즉시 큰 보살 무리가 되었다. 그들은 허공 가운데서 갖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었으며, 갖가지 꽃타래, 영락, 덮개, 깃발, 7보(寶)로 된 누각 등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위에 머물며 그것들로 공양하면서 각각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우리의 이 몸은 부처님의 지혜에서 나왔으며 『정법』에서 나왔으므로 일체 여래가 우리의 진실한 귀의처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허공으로부터 내려와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이때 모임에 있던 셀 수 없는 백천의 천자가 이 일을 보고 나서 즉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우리 부처님 큰 사문이시여,
최상의 훌륭한 이익 얻으셨습니다.


일체 세간에서
가장 존귀하여 비길 자 없습니다.



삼매와 원력을
다 이미 구족하시고
일체 승의법(勝義法)에
끝까지 알지 못하는 것이 없으십니다.



일체 중생들이 겪는
시작도 없는 윤회의 괴로움을
부처님의 훌륭하고 교묘한 방편으로
널리 벗어나게 하시니

바라문·외도들도 모두
큰 이익과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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