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견고바라문연기경(佛說大堅固婆羅門緣起經) 02. 하권

불설대견고바라문연기경(佛說大堅固婆羅門緣起經) 02. 하권

“그 때에 재상 대견고 바라문이 이 말을 듣고 바로 여노왕에게 나아가 공손히 예배를 하고 나서 한쪽에 물러가 앉으니, 왕은 매우 기뻐하여 재상을 쳐다보며 위안을 하니, 재상도 공손히 답례를 했습니다. 왕께서는 말하였습니다.

‘대견고여, 경이 지금 나를 위하여 이 나라 경계를 재어 일곱 몫으로 갈라 보라. 내가 여섯 동자에게 각기 나누어주어 같이 다스리겠노라.’

재상은 왕의 명령을 받고 땅을 재어 경계를 갈라놓았는데, 정북쪽은 경계가 넓고, 정남쪽은 경계가 좁아서 마치 수레 모양 같았으며, 중앙 지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여노왕이 맡아 다스리게 되었으니, 그 일곱 나라는 가릉아국(迦陵國)의 내다포라성(奈多布囉城), 마습마가국(摩濕摩迦國)의 포달나성(褒怛那城), 만제나국(晩帝那國)의 마희사마성(摩呬沙摩城), 소미라국(蘇尾囉國)의 노로가성(勞嚕迦城), 미체라국(彌體羅國)의 미제희성(尾提呬城), 마가타국(摩伽陀國)의 첨파대성(瞻波大城), 바라나국(波羅柰國)의 가시대성(迦尸大城)이니, 이와 같은 일곱 나라를 왕과 여섯 동자가 각기 나누어 가졌습니다.

그 때 여섯 동자는 저마다 왕의 관정식을 받고 각각 왕이 되어 한 나라씩 맡아 다스렸습니다. 이렇게 되어 이 뒤로 일곱 왕이 있게 되었으니, 여노왕·파원왕(破寃王)·범수왕(梵授王)·승존왕(勝尊王)·명애왕(明愛王)·지국왕(持國王)·대지국왕(大持國王) 등 이와 같은 일곱 왕이 각각 나누어 통치했습니다. 그 뒤에 여섯 왕이 모여 의논하고 나서 함께 재상 대견고 바라문에게 나아가 말하였습니다.

‘대견고여, 그대가 지닌 지모와 재략으로 여노대왕을 도와준 것처럼 우리 여섯 왕도 그와 똑같이 도와주기 바라오.’

재상 바라문이 이 말을 듣고 일곱 왕을 똑같이 도와서 온갖 일에 같이 참의(參議)하였습니다.

그 때에 재상 바라문이 이 후로 다시 7천 바라문들에게 교수하여 저 경전을 외우게 하였고, 또 7천 바라문들을 교수하여 저 경전을 읽게 하였습니다. 이 때에 모든 장자·바라문·사족·서민들이 모두 재상 바라문의 이와 같이 뛰어난 재주와 지혜 지닌 것을 알고 서로 논의하였습니다.

‘이 대견고는 바로 진실한 큰 바라문이로다. 모든 바라문들에게 위타(圍陀 : 베다) 경전을 교수하여 읽고 외우게 하는구나.’

이 때 재상 바라문이 이러한 여러 논의를 듣고 자기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모든 바라문·장자·사족·서민들이 곳곳마다 모여서 입을 모아 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내 재주와 지혜를 말하고, 또 나더러 진실한 큰 바라문이라 하니, 이런 것들이 나에게 마땅하지 못하다. 내 스스로 살펴보니 실로 진실한 큰 바라문이 아니다. 나는 이제부터는 다시 바라문들에게 위타 경전을 교수하지 않으리라. 이름을 널리 드날리는 것이 나에게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또 이 세간에 내 몸은 그리 오래갈 것도 아니다. 내가 일찍이 어떤 지혜 있는 노숙한 선덕(先德) 큰 바라문에게 들으니, (바라문 법 가운데 여름 넉 달 동안 고요히 한 곳에 있으면서 자비선관(慈悲禪觀)을 닦을지니, 만일 그 관법이 이루어지면 대범천왕이 와서 몸을 나타내어 뜻하는 바를 성취하여 주리라) 하였으니, 이런 일이라면 내가 좋아할 것이다. 나는 꼭 지혜 있는 노숙한 선덕에게 들은 대로 선관을 닦으리라.’

그리고 나서 앞으로 여름 넉 달 동안 조용히 한 곳에 있으면서 자비선관을 닦으려고 여노왕에게 나아가서 말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신이 이제 여름 넉 달 동안 조용히 한 곳에 머물러 자비선관을 닦으려 하오니, 원컨대 대왕께서는 허락하여 주옵소서.’

이 때 여노왕은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대견고여, 경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지금이 바로 알맞은 때로다.’

이 때 재상 바라문은 왕의 허락을 받고 조용한 곳에 가서 차분한 생각으로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여름 넉 달 동안 애써 자비선관을 닦았다. 여름 넉 달을 지내고 나서 필추(苾芻 : 비구)들이 포살(布薩)1)하는 첫 보름을 맞이하여 그곳에 가서 바라문 법에 의하여 새 구마이(瞿摩夷)2)로 먼저 그 땅에 발라서 사방에 화단(火壇)을 만들고, 그 단 한복판에 다시 화로를 만들어 놓고, 재상 바라문은 깨끗이 목욕한 뒤 새로 지은 깨끗한 옷을 갈아입고 북쪽에서부터 올라와 단 남쪽에 이르러 길상초(吉祥草)를 던져 단을 두루 덮고 북쪽을 향하고 앉아서 재로박(宰嚕嚩)을 잡고 불 섬기는 일을 하여 범천에 제사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재상 바라문이 이렇게 한 지 얼마 안 되어 문득 북쪽에서 커다란 빛이 나타났습니다. 재상 바라문은 이 빛을 보고 희유한 마음을 내어 너무도 기뻐 온몸의 터럭이 일어서는 듯하였습니다. 재상 바라문은 더욱 엄숙하고 공경스런 태도로 마음을 한 곳에 모았습니다. 그 빛은 더욱 빛났고, 예전에 한 번도 보지 못하던 것이었습니다.

그 때에 대범천왕이 빛을 나타낸 지 얼마 안 되어 북쪽으로부터 와 허공에 머무르매 재상 바라문이 한마음으로 기뻐하며 허공을 우러러보고, 대범천왕이 공중에 있는 것을 보고 합장 정례하고 가타를 읊었습니다.

위신과 색상(色相) 광명 구족하였으니
이 어떤 성자가 화현(化現)하셨나.


제가 지금 보기는 해도 알 수 없나니
원컨대 저를 위해 말해 주소서.

그 때 대범천왕은 곧 가타로 재상 바라문에게 말했습니다.

저 모든 깨끗한 행자들은 다 알아 두라.


나는 저 범천계에 머물러 있어
저 모든 하늘들도 내 이름 아니
바라문 너도 마땅히 살필지어다.

재상 바라문은 또 가타로 말하였습니다.

베푸는 바 맑은 물과 이 좌석
소밀(蘇蜜)과 유미죽[乳粥] 제일이라오.


최초로 저의 마음 바치옵나니
원컨대 범천왕은 받아 주소서.

대범천왕은 다시 가타로 말했습니다.

베푼 바 맑은 물과 또 이 좌석
소밀과 유미죽의 제일미로써
바라문 네가 처음 바치는 것을
내 이제 너를 위해 마땅히 받으리.

재상 바라문은 다시 가타를 읊었습니다.

5욕(欲)에 물든 곳은 이 세계[此界]라 하고
범천에 태어나면 저 세계[他界]라 하니
이 뜻을 좋아하여 묻사오니
원컨대 범천왕은 허락하소서.

대범천왕은 또 가타로 말하였습니다.

이 세계, 저 세계 두 뜻 중에서
듣고자 하는 뜻을 맘껏 물어라.


내 이제 의심 없게 말해 주리니
네 물음 무엇인지 어서 말하라.

그 때 재상 바라문은 곧 생각하였습니다.

‘내가 이제 의혹(疑惑)을 풀고자 하면 먼저 어떤 뜻으로 저 범왕에게 물을 까? 이 세계[此界]의 뜻을 묻는다면 어떤 뜻부터 물어야 하며, 저 세계[他界]의 뜻을 묻는다면 어떤 뜻부터 물을 것인가?’

이렇게 망설이다가 재상 바라문은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세계라는 뜻은 5욕으로 말미암아 발기(發起) 된 것이니 물어볼 만한 것이 아니다. 내가 이제 마땅히 저 세계에 태어난다는 뜻으로 물으리라.’

그리고는 저 범왕에게 물었습니다.

‘용맹스럽고 깨끗한 분 대범천왕이시여, 제가 이제 당신에게 묻사오니, 원하옵건대 의혹을 풀어 주소서. 바라문[大梵人] 가운데 만일 적정(寂靜)한 범천계에 나기를 원하는 이가 있으면, 마땅히 어떤 행을 닦아야, 가서 태어나게 되나이까?’

그 때 대범천왕은 가타로 재상 바라문에게 대답하였습니다.

무아법(無我法) 닦음이 정행(淨行)일세.

한 곳에 머무른 맘 비해탈(悲解脫)이네.

5욕을 여의고 번뇌 끊으면
이런 이는 범천에 가서 나리라.

그 때 재상 바라문은 대범천왕에게 말했습니다.

‘대범천왕께서 말씀하신 가타 가운데 무아법을 닦는 것이 곧 깨끗한 행[淨行]이라 하셨으니, 그 뜻은 제가 벌써 알았나이다. 그 뜻을 말하자면 어떤 한 종류의 사람들이 올바른 신심을 일으켜 출가법(出家法)을 닦아서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온갖 부귀와 행락을 버려 많거나 적거나 지혜가 차차 밝아지며 높고 귀한 종족이거나 천한 종족이든 간에 그 마음이 평등하여 모든 집착을 버리고 다만 3의와 발우 하나를 지닐 뿐 나머지는 가지지 아니하며, 온갖 배울 것을 다 배워서 몸과 입과 뜻으로 하는 짓이 다 깨끗함을 구족하고 깨끗한 생활로 스스로 지탱하며 온갖 허물과 잘못을 여의었으니, 이와 같은 것을 이름하여 무아(無我)를 닦는 자들이라고 합니다.

또 대범천왕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마음을 한 곳에 머무른다’ 하심은 제가 그 말씀을 들었고, 또한 그 뜻도 또 짐작하나이다. 그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어떤 선정(禪定)을 닦는 행자들이 마음이 깨끗하여 한 경계에 집중하여 관찰하고 사색하는 것이 없이 선정(禪定)으로 기쁨을 내어[定生喜樂] 2선정(禪定)을 증득하여 관행을 구족했나니, 이와 같은 것을 이름하여 마음을 한 경계에 머무름이라고 합니다.

또 대범천왕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비해탈이라는 것도 제가 그 말을 듣고 그 뜻을 짐작합니다.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어떤 비선관(悲禪觀)을 닦는 이들이 비(悲)와 함께 할 때에 생기는 마음으로 먼저 동방에 두루 비심(悲心)을 운전하면 그 마음이 광대하며 관행을 구족하여 평등해 둘이 없으며, 또 한량이 없고 원한의 마음이나 남을 괴롭히거나 해롭게 할 마음이 없어지나니, 이처럼 동방에다 이 관하는 마음으로 가득 채우고 나서 다음에 남방·서방·북방·동남방·서남방·서북방·동북방·상방·하방의 모든 세계에 널리 이 비심을 운전하여 관행이 구족함도 또한 이와 같이 하나니, 이것을 이름하여 비해탈이라고 합니다.

또 대범천왕께서 말씀하신 대로 욕심을 여의고 번뇌를 없앤다 하심은 제가 그 말씀을 들었으나 그 뜻은 알 수 없나이다. 대범천왕이시여, 무엇을 번뇌라 하며, 어떤 사람이라야 번뇌를 깨끗하게 하오리까? 온갖 번뇌 바다가 가득하여 늘 흘러서 그 가운데 모이나니, 어떻게 해야 행자가 적정한 저 범천에 태어나게 되오리까?’

그 때 대범천왕이 가타로 재상 바라문에게 대답하였습니다.

탐내고 성내며 어리석고 거만함과
의심하고 분한 마음 허물 덮는 마음
번민하고 해치며 가장하며 남 속임과
그밖에 간탐하며 질투하는 것
이러한 염법(染法) 내고 남 비방하니
이런 것을 이름하여 온갖 번뇌라 하네.



이와 같은 온갖 번뇌 멀리 여의면
사람 중에 청정함을 얻어 가지고
온갖 번뇌 넓은 바다 근원 막으면
이런 이는 적정한 곳 범천에 나리.

그 때 바라문은 대범천왕에게 아뢰었습니다.

‘대범천왕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온갖 번뇌법을 제가 이제 그 말씀을 듣고 그 뜻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만일 세속 집에 있으면 언제나 번뇌의 속박을 받을 것이요, 만일 집에서 나오면 언제나 허물을 여읠 것이오니, 마땅히 깨끗하고 올바른 범행을 닦으리이다. 무엇 때문에 난 것은 다 없어지며, 사람의 목숨은 짧아집니까? 만일 깨닫지 못하면 죽어서 악취(惡趣)에 떨어지리니, 이러므로 제가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아서 잘 가다듬어 올바른 범행을 닦아 다시는 세간에서 온갖 나쁜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대범천왕이시여, 제가 이제 집을 버리고 출가하기를 바라오니, 대범천왕께서는 이 뜻을 알아주소서.’

대범천왕은 말하였다.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지금이 바로 적당한 때이니라.’

그 때에 공중에 나타났던 대범천왕이 이런 말을 하고는 숨어 버렸습니다.”

다음에 회중에서 오계건달바(五髻乾闥婆) 왕자가 부처님 앞에 나와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오늘 범천왕이 세존 앞에서 지나간 인연을 말하는 것을 듣고 문득 생각하오니, 그 때의 재상 대견고 바라문이란 분이 어찌 부처님 세존이 아니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오계건달바 왕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그 때의 재상 대견고 바라문은 곧 내 몸이 이것이니라. 내가 옛적 저 재상 대견고 바라문이 출가하던 일을 생각하나니 너는 일찍이 들어 보았느냐?”

오계건달바 왕자가 대답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옛적에 듣지 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오계야, 내가 지금 차례로 너를 위하여 말하리라. 오계야, 그 때에 재상 대견고 바라문이 불 섬기는 일을 하고, 여노왕에게 나아가서 엎드려 절하고 공손히 왕을 향하여 가타를 읊었다.

제가 이제 뜻한 바를 아뢰옵나니
여노대왕은 이 나라의 주인이시라.


제가 정승 자리 버리고 출가하려 하니
원컨대 나라 정사 스스로 맡아보소서.



그 때에 여노왕은 곧 가타로 대답하였다.



경이여, 내 대우가 부족하거든
하고자 하는 대로 다 들어주리.


누가 경을 꾀이거든 속히 말하라.


나는 곧 왕법으로 다스리리라.



경은 바로 나의 아비 나는 그 아들
어찌 서로 돕지 않고 떠나려 하오.


경은 나의 정승이자 스승이시오.


어찌하여 오늘에 그런 말 하오.



재상 바라문은 가타로 이에 답하였다.



제가 쓰고 있는 온갖 것 모자람 없고
누가 저를 꾀임도 절대 아니오.


다만 제가 진실한 말씀을 듣고
출가하려 한 것이니 고칠 수 없소.



여노왕은 다시 가타로 말하였다.



사람의 말 아니거니 어찌 참되리.


어찌하여 그런 말을 듣고 믿느뇨?
정녕 내 말 듣고 진실이라 여기어
정승 자리 버리고 출가하려 말라.



재상 바라문은 또 가타로 대답하였다.



천자여, 제가 먼저 불을 섬기어
깨끗한 한마음을 일으키어서
법대로 단(壇)을 펴고 불로 제사할 제
향기로운 길상초를 땅에 흩으니

대범천왕 대선성(大仙聖)께서
저의 소원 감응하사 몸을 나투니
저 어른 말씀하신 진실을 듣고
굳게굳게 집을 떠날 마음먹었소.


여노왕은 다시 가타로 말하였다.



경이 지금 진정으로 말한 것처럼
나도 이제 모두 다 믿어 알겠네.


경이 이미 성인 말 듣고 난 뒤니
출가할 그 마음 어찌 변하리.



경의 마음 허공처럼 깨끗하여라.


말쑥하고 미묘한 유리쪽같이
경이 장차 닦는 바를 나도 따라서
경으로 인연하여 깨닫고 싶네.

그 때 여노왕은 가타를 마치고 또 말을 이었다.

“대견고여, 경의 마음이 깨끗하여 선행(善行) 닦기를 즐거워하니, 그대가 하고자 하는 바를 나도 역시 따르고, 또 경이 돌아가는 곳에도 역시 함께 돌아가리라.”

그 때 재상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 또 가타로 말하였다.

대왕이여, 마땅히 온갖 욕심 버리시오.


만일에 집착하면 어리석은 지아비,
굳이 집착을 끊을 마음 내어서
삼마희다(三摩呬多) 참는 힘을 갖추사이다.


이것을 깨달으면 깨끗한 도(道)라,
깨끗한 이 길만이 항상 그런 길[常住道]
이와 같이 말을 하는 바른 법문
이로써 범천계에 태어나오리.

“오계(五髻)야, 나라를 나누어 다스리던 여섯 임금은 재상 바라문이 재상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하려고 한다는 소문을 듣고 곧 여섯 임금이 모여들었다. 재상 바라문이 스스로 여섯 임금 처소에 나아가 엎드려 절하고 나서 왕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왕은 아시오. 제가 이제 재상의 지위를 버리려고 하오니, 바라건대 여러분께서는 각기 정사를 도울 사람을 구하시오. 또 배움을 받고자 하더라도 다른 사범(師範)에게 의지하시오. 저는 이제 집을 떠나 도를 닦으려 합니다. 왜냐 하면 제가 대범천왕에게 진실한 말씀을 들으니, 번뇌법은 마땅히 내버려야 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집에 있으면 늘 번뇌에 얽매이게 되지만 만일 집을 떠나면 항상 허물을 여의게 될 것이니 깨끗하고 바른 범행을 닦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난 것은 반드시 없어지며, 사람의 목숨은 짧기 때문에 만일 깨닫지 못하면 죽어서 악취(惡趣)에 떨어질 것이므로 제가 이제 스스로 깨닫고 올바른 범행을 닦아서 다시는 세간에서 온갖 나쁜 짓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여섯 임금은 ‘이 재상 바라문이 왜 부귀를 버리고 집을 떠나려 하는 것일까? 바라문 가운데는 부귀를 좋아하는 이가 있기도 하니, 우리들은 마땅히 부귀를 가지고 저 사람을 권고하여 집을 떠나지 않게 하리라’고 의논하고 나서 여섯 임금이 다 같이 재상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우리들 여섯 왕은 부귀를 누릴 수 있는 온갖 것으로써 당신에게 권고하노라. 그러나 우리들이 소유한 부귀는 모두 법에 의하여 얻은 것이로다.’

그리고는 많은 재물과 보배 그리고 온갖 향락의 도구를 내어 재상 바라문에게 주었다.

재상 바라문은 여섯 왕에게 말했다.

‘대왕들이시여, 이 재물과 보배 그리고 여러 가지 부와 향락의 도구는 제가 이미 갖고 있어 모두가 넉넉합니다. 그러나 제가 가진 것도 또한 법에 의해서 얻은 것이며, 제 자신의 소유건만 오히려 다 버리려 하는데, 다시 왕들께서 주시는 것을 받자오리까? 저는 지금 어떠한 일이 있어도 출가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제가 대범천왕에게 진실한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은 (번뇌의 법은 마땅히 내버릴 것이로다) 한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먼저 말한 것처럼 자세히 말하였다.

오계야, 그 때에 여섯 왕은 다시 의논하기를 ‘바라문 가운데도 어여쁘고 미묘한 아가씨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가 있으니 우리들이 저분에게 그런 아가씨를 얻어 주어 받도록 하리라’ 하고 곧 어여쁘고 미묘한 아가씨를 재상 바라문에게 주고 말하였다.

‘이 여인은 얼굴 모습이 매우 곱고 몸집이 충실하며 행동이 볼 만한 데다 아는 것이 많으니, 당신은 마땅히 받아들이어 집 떠날 생각을 하지 말라.’

바라문은 여섯 왕에게 대답하였다.

‘대왕들이시여, 제 집에도 마흔 명이나 되는 아내들이 곱고 몸집이 튼튼하며 행동이 볼 만하고 단정하기가 똑같습니다. 이것도 비록 제 소유이건만 오히려 버리려고 하는데, 하물며 왕들이 주시는 것을 받자오리까? 저는 이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집을 떠나려고 합니다. 왜냐 하면 제가 대범천왕에게 진실한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은 (번뇌의 법은 마땅히 내버릴 것이로다) 한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먼젓번처럼 자세히 말했다.

오계야, 그 때에 여섯 왕은 다 재상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이제 굳이 집을 떠나려 하거든 잠깐만 기다리시오. 7년만 지난 뒤면 우리들 여러 왕의 자손이나 아우가 각기 자라날 터이니, 우리들도 마땅히 당신을 따라 집을 떠나리다. 당신 대견고가 돌아가는 곳을 우리들 여러 왕도 함께 돌아갈 것이오.’

재상 바라문은 여섯 왕에게 말하였다.

‘만일 7년을 기다리라면 그것은 너무 깁니다. 저는 이제 속히 집을 떠나려고 합니다. 왜냐 하면 제가 대범천왕에게 진실한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은, (번뇌의 법은 마땅히 내버릴 것이니라)고 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먼젓번처럼 자세히 말하였다.

여섯 왕은 또 말하였다.

‘당신 대견고여,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겠거든 6년이나 혹은 5년, 나아가1년만이라도 기다려달라.’

재상은 대답하였다.

‘1년만 기다리라 하신 대도 너무 깁니다. 저는 지금 빨리 집을 떠나고 싶습니다.’

여섯 왕은 또 말하였다.

‘만일 그렇게도 못 기다리겠거든 일곱 달만이라도 기다려 달라.’

재상은 다시 대답하였다.

‘일곱 달만 기다리라 하셔도 너무 오래입니다. 저는 이제 빨리 집을 떠나고 싶습니다.’

여섯 왕은 또 말하였다.

‘만일 그렇게도 못하겠으면 혹 여섯 달이나 나아가 반달만이라도 기다려 줄 수 없겠는가?’

재상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반달 동안만 기다리라 하신 대도 너무 오래고 깁니다. 저는 굳이 지금 빨리 집을 떠나기를 원합니다.’

여섯 왕은 하다 못해 이렇게 말했다.

‘만일 그것도 못 기다리겠으면 이레만이라도 기다려달라.’

재상은 그제야 대답하였다.

‘대왕들이여, 이레 동안만 기다리라면 그것은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집을 떠나려는 것은 괴로움을 버리고 즐거움을 얻으려는 것이니,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오계야, 그 때에 재상 바라문은 경전 외우기를 가르치는 7천 명의 바라문과 경전 읽기를 가르치는 7천 명 바라문이 있는 곳에 가서 1만 4천 바라문들에게 말했다.

‘잘 왔도다, 여러 바라문들이여. 너희들이 지닌 위타(圍陀) 경전은 외우거나 읽거나 이제부터는 각기 따로 스승을 구하여 배우도록 하라. 나는 이제 집을 떠나니 너희들을 가르칠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내가 대범천왕에게 진실한 말씀을 들었기 때문이니, 그 말씀은 (번뇌의 법은 마땅히 내버릴 것이라) 는 것이다. 앞으로는 집에 있어 늘 얽매이게 됨을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니,내가 만일 집을 떠나면 항상 허물을 여의어 마땅히 깨끗하고 올바른 범행을 닦으리라. 왜냐 하면 난 것은 다 없어지고 사람의 목숨은 짧은 것이니, 만일 깨닫지 못하면 죽어서 악취에 떨어지게 되므로 내가 이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아서 마땅히 가다듬어 올바른 범행을 닦을 것이요, 다시는 세속에서 나쁜 짓을 하지 않으리라.’

그 때에 1만 4천 바라문들은 다 같이 재상 바라문에게 여쭈었다.

‘우리 스승은 지혜로우신 분이니 집을 떠나시지 마소서. 왜냐 하면 집을 떠난 분은 이익이 적어지고 위덕이 적어지며 명예가 떨어집니다. 그러나 바라문이라면 큰 이익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또 큰 명예가 있습니다.’

재상 바라문은 저 1만 4천 바라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바라문은 그런 말을 하지 말라.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집을 나가는 것은 큰 이익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명예가 있느니라. 그리고 바라문이란 것은 이익이 적고 위덕이 적으며 명예가 적으니라. 너희들 바라문이 지닌 지식이란 다 스승에게 배움으로 인연함이니, 그러므로 너희들은 다른 견해를 내지 말라.’

그 때 저 1만 4천 바라문들이 함께 재상 바라문에게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과 같습니다. 집을 나가는 것은 큰 이익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명예가 있습니다. 나아가 저희들이 지닌 지식이란 모두 스승님을 좇아 배운 것에 인연한 것이니 스승님께서 돌아가시는 곳을 우리 역시 따라가겠습니다.’

그 때 재상 바라문은 다시 1만 4천 바라문들에게 말했다.

‘내가 집을 나가려 하는 것은 괴로움을 버리고 즐거움을 좇으려 하는 것이니,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이 말을 마치고 재상 바라문은 자기 집 마흔 명의 아내가 있는 처소에 돌아와서 여러 아내들에게 말했다.

‘잘 왔도다. 너희들은 제각기 제 친정으로 돌아가거라. 혹시 딴 바라문 족에 가서 다시 즐겨 살고 싶거든 마음대로 하여라. 나는 이제 너희들을 버리고 집을 나가고자 한다. 그 이유는, 내가 대범천왕에게 진실한 말씀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말씀은 번뇌의 법은 마땅히 내버려라 한 것이다. 지금부터는 집에 있어 늘 얽매이게 됨을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니, 내가 만일 집을 나가면 언제나 허물을 여의어 마땅히 깨끗하고 올바른 범행을 닦을 것이다. 왜냐 하면 난 것은 다 없어지고 사람의 목숨은 짧은지라, 만일 깨닫지 못하면 죽어서 악취에 떨어지게 되므로 내가 이제 스스로 알고 깨달아서 마땅히 가다듬어 올바른 범행을 닦고 다시 세간에서 온갖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

그 때에 마흔 명의 아내들은 다 같이 재상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당신 대견고가 마땅히 스승이 될 때엔 당신이 곧 스승이었고, 남편이 될 때엔 당신이 바로 남편이었으며, 좋은 친구가 될 때에도 역시 당신이 바로 좋은 친구였으니, 이제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따르겠습니다. 당신이 돌아가는 곳을 우리들도 역시 돌아 가오리라.’

재상 바라문은 다시 마흔 명의 아내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집을 나가는 것은 괴로움을 버리고 즐거움을 좇는 것이니,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오계야, 그 때에 재상 바라문이 고별할 데는 모두 고별하고 7일 안에 마치고, 믿음이 굳어서 부처님께 귀의하여 집을 나오니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져 필추(苾芻)의 모양을 이루어 점잖은 거동[威儀]이 갖추어졌다.

재상 바라문이 집을 나오자 그 때 일곱 왕도 다 나라를 버리고 함께 집을 나왔고, 경전을 외우는 7천 명의 바라문들도 역시 따라 집을 나섰으며, 또 마흔 명의 아내들도 역시 따라서 집을 나왔다. 이 때에 다시 수 없는 백천 인민들이 함께 기뻐하며 집 떠나기를 즐거워했다.

오계야, 그 때 재상 대견고 바라문은 온갖 욕심을 멀리 여의고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였다. 이 성인의 과(果)를 얻고는 같은 범행자들을 위하여 여러 성문 종류의 법문을 말하매, 그들은 그 법을 듣고 뜻을 깨달아 장차 범천세계에 태어나게 되었다.

이 때 대견고 성문이 다시 함께 범행 닦는 이들을 위하여 온갖 성문 종류의 법문을 말하매, 그들은 그 법을 듣고는 뜻을 깨닫고 욕계(欲界) 사대왕천(四大王天)에 태어나기도 하였고, 또 어떤 범행 닦는 이들은 법을 듣고 깨달아 삼십삼천에 태어났으며, 어떤 범행 닦는 이들은 야마천(夜摩天)에 태어났고,어떤 범행 닦는 이들은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났으며, 어떤 범행 닦는 이들은 화락천(化樂天)에 태어났고, 어떤 범행 닦는 이들은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나기도 하였다.

오계야, 그 때에 회중에 남자나 여자나 또 같은 범행 닦는 이로서 혹 대견고 성문에게 허물하는 마음을 내는 이는 죽어서 지옥에 떨어졌느니라. 그 때에 회중에 남자나 여자나 혹은 같이 범행 닦는 이로서 대견고 성문(聲聞)에게 깨끗한 신심을 일으킨 이는 죽어서 하늘세계에 태어났느니라.

오계야, 저 대견고 성문은 온 나라의 도회지와 부락을 다니면서 여러 왕과 신하, 그리고 장자·바라문, 나아가 사족(士族)·서민들을 위하여 교화시켜 이익 되게 하여 그릇된 길을 내버리게 하였느니라.

이 때에 온 나라에 있는 왕과 신하·장자·여러 바라문 그리고 범행을 닦는 이와 재가자(在家者), 나아가 모든 사족(士族)·서민들 할 것 없이 모두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성자 대견고께 귀명(歸命)합니다. 일곱 왕 정승이여, 장하십니다. 오늘에 큰 이익 얻게 하셨네.’ ”

이와 같이 세존께서 지나간 인연을 말씀하셨다. 오계건달바 왕자는 마음으로 기뻐하여 번뇌의 때를 멀리 여의고 법의 눈이 깨끗함을 얻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니 오계건달바 왕자 등 모든 대중이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두 매우 기뻐하며 믿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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