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견고바라문연기경(佛說大堅固婆羅門緣起經) 01. 상권

불설대견고바라문연기경(佛說大堅固婆羅門緣起經)

서천 역경 삼장 조봉대부(朝奉大夫) 시 광록경(試光祿卿) 전법대사 (傳法大師) 사자(賜紫) 신(臣)시호(施護) 등이 조서를 받들어 한역

불설대견고바라문연기경(佛說大堅固婆羅門緣起經) 01. 상권

불설대견고바라문연기경(佛說大堅固婆羅門緣起經) 02. 하권

불설대견고바라문연기경(佛說大堅固婆羅門緣起經) 01. 상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에 세존께서 대중들과 함께 왕사성(王舍城)의 취봉산(鷲峰山)에 계셨다. 이 때에 오계건달바(五髻乾闥婆) 왕자가 아침 일찍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갔는데, 부처님의 몸빛이 빛나고 찬란하여 저 취봉산이 온통 한 빛으로 되어있었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예를 하고 나서 한쪽에 물러가 섰다가 앞으로 나와 말씀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한때 삼십삼천(三十三天)에 있을 적에 제석천주(帝釋天主)와 대범천왕(大梵天王) 그리고 선법천중(善法天衆)들과 같이 한자리에 모여서 연설하는 것을 직접 들었습니다만 그 뜻이 어떠한 것인지 바라옵건대 세존께서 저에게 일러 주시어 알게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오계건달바 왕자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삼십삼천에서 제석천주와 대범천왕 그리고 선법천중들과 같이 한자리에 모였을 적에 들은 것을 내가 지금 너에게 말하여 알게 하여 주리라.”

오계건달바 왕자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한때 삼십삼천에 있을 적에 제석천주와 대범천왕과 그리고 선법천중들과 같이 한자리에 모여있었습니다. 그 때에 어떤 천자(天子)가 인연으로 처음 그 하늘에 났습니다. 그 때에 처음 난 천자가 다섯 가지 매우 사랑스럽고 즐거운 일에 대한 생각을 내는 것을, 먼저 난 다른 천자가 보았습니다. 그 다섯 가지는, 오래 사는 것·단정한 몸맵시[色相]·명예·길상(吉祥)스러운 것·좋은 권속 등이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천자가 또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천자들이여, 너희들은 이 처음 난 천자와 먼저 난 천자가 다섯 가지 사랑스럽고 즐거운 일에 대한 생각을 내는 것을 보아라. 그것은 오래 사는 것·단정한 몸맵시·명예·길상스러운 것·좋은 권속 등이니라.’

그 때에 또 어떤 천자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여러 천자들이여, 이 처음 난 이는 부처님 세존의 성문법(聲聞法) 가운데서 깨끗한 행실[梵行]을 닦아서 죽은 뒤에 좋은 과보를 받아 이 삼십삼천에 나게 된 것이다. 또 먼저 난 여러 천자들도 다섯 가지 매우 사랑스럽고 즐거운 일에 대한 생각을 낸다.’

그 때에 또 어떤 천자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유쾌하도다, 천자들이여. 네 분 부처님 여래(如來)·응공(應供)·정등정각(正等正覺)께서 세간에 나타나사 온갖 법을 말씀하시어 천인과 인간들을 이익 되게 하시므로 아수라들은 죽게 하고 천중(天衆)들을 더 늘게 하셨다.’

그 때에 또 어떤 천자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그쳐라, 여러 천자들이여. 네 분 부처님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신 것이 아니로다. 유쾌하도다, 여러 천자들이여. 세 분 부처님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사 온갖 법을 말씀하시어 천인과 인간들을 이익되게 하시며 아수라들을 줄게 하고 천중(天衆)들을 늘게 하셨도다.’

그 때에 또 어떤 천자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그쳐라, 여러 천자들이여. 세 분 부처님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신 것이 아니로다. 유쾌하도다, 여러 천자들이여. 두 분 부처님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사 온갖 법을 말씀하시어 천인과 인간들을 이익 되게 하시며 아수라들을 줄게 하고 천중들을 늘게 하셨다.’

부처님이시여, 바라옵건대 이러한 일을 저를 위해 말씀하여 주소서.”

이 때에 제석천주와 대범천왕이 부처님 회중(會中)에 있었다. 부처님께서이 일을 제석천주와 대범천왕과 천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꼭 알거라. 같은 때에 두 분 부처님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서 온갖 법을 말씀하시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느니라.”

그 때에 제석천주와 천중(天衆)들이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쁜 생각을 내어 마음이 시원해졌다. 그 때에 세존께서 저 제석천주와 천중들이 다 기쁜 생각 낸 것을 아시고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시는 것은 여덟 가지 희유(希有)한 법을 갖추는 것이니라. 너희들이 만일 들으려 하거든 전보다 더 기쁜 생각을 내고 즐거운 뜻을 일으킬 것이니라.”

그 때 부처님께서 제석천주에게 말씀하셨다.

“교시가(憍尸迦)여, 네가 이제 이 천중들을 위하여 여래·응공·정등정각의 여덟 가지 희유한 법을 즐겁게 연설할지어다.”

그 때에 제석천주가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어 세존의 여덟 가지 희유한 법을 연설하였다.

“천자들이여,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시는 것은 결정코 아수라들을 줄게 하고 천중들을 늘게 하며, 많은 사람들을 이익 되고 안락하게 하시나니, 이러한 이익과 안락을 주시는 것이 바로 희유한 것이다.

또 천자들이여, 여래 대사(大師)께서 세간에 나타나시되, 과거나 현재가 별다른 것을 내가 보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사 법교(法敎)를 연설하시어 천인과 인간들을 이익 되게 하시나니, 모든 견해(見解)를 깨뜨리는 법이며, 물들고 더러운 것을 여의게 하는 법과 관찰하는 법과 결백한 것을 따르게 하는 법이며, 모든 수[諸受]를 아는 법이며, 교만함을 버리는 법과 애욕의 흐름을 조복 받은 법이며, 무명(無明)을 깨뜨리는 법과 의지(依止)를 끊는 법이며, 탐애를 여의는 법과 열반에 이르는 법, 이렇게 온갖 법을 연설하신 것이 바로 희유한 것이니라.

천자들이여, 여래 대사께서 세간에 나타나시되, 과거나 현재가 별다른 것을 내가 보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시어 성문들을 위하여 배우는 법[學法]을 가르치셨으니, 마땅히 진심(瞋心) 없는 법을 닦는 것이다. 이 인연으로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거듭 가르치 시기를 수행하는 이가 넓은 들 고요한 곳에서 다툼이 없는 행을 닦을 때, 다니거나 머물거나 앉으나 누우나 시끄럽고 분주함을 여의고 또 떠들썩하고 번화함을 떠나서 자신을 의지하고 자신을 따르며, 자신의 즐거움에 따르며 자신의 사랑하는 바를 따라서 다른 사람과 함께 하지 말고 스스로 행함을 따르게 하는 것, 이와 같이 가르치시는 것이 바로 희유한 것이다.

또한 천자들이여, 여래 대사께서 세간에 나타나시되, 과거나 현재가 별다른 것을 내가 보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시매 온갖 음식을 받아 잡수시더라도 항상 중미(中味)와 상미(上味)만을 얻어 잡수시며, 또 바른 맛·제일미(第一味)·흩어지지 않는 맛을 얻으신다.

또한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받으시는 음식은 교만함을 멀리 여의고, 머무름이 없고 집착함이 없고 언제나 허물을 여의고 바른 지혜를 일으켜 항상 세간을 벗어나려고 한다. 이런 법으로써 모든 것을 가르치심이 바로 희유한 것이다.

또한 천자들이여, 여래 대사께서 세간에 나타나시되, 과거나 현재가 별다른 것을 내가 보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시어 신통을 갖추시며 성문들을 위하여 신통법을 말씀하시고 가르쳐 인도하시어 수행하게 하셨다. 이렇게 가르치시는 것이 바로 희유한 것이다.

또한 천자들이여, 여래 대사께서 세간에 나타나시되, 과거나 현재가 별다른 것을 내가 보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시어 온갖 의혹을 여의고 또 희론을 여의고 선법(善法) 가운데 두려움 없음을 얻나니, 이와 같이 의혹을 여의는 것이 바로 희유한 것이다.

또한 천자들이여, 여래 대사께서 세간에 나타나시되, 과거나 현재가 별다른 것을 내가 보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시어 온갖 법 가운데 말씀하신 것과 같이 행하시며, 행하시는 것과 같이 말씀하시고, 다시 온갖 법으로써 가르쳐 수행하게 하시나니, 이와 같이 가르치시는 것이 바로 희유한 것이다.

또한 천자들이여, 여래 대사께서 세간에 나타나시되, 과거나 현재가 별다른 것을 내가 보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시어 열반과 열반에 드는 길을 가르치시되, 증장(增長)하고 충만하여 다 함이 없으니, 비유하자면 긍가하(殑伽河) 물이나 염모나하(閻牟那河) 물을 떠서 바다에 부어도 더욱 깊어 다함이 없는 것과 같다.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도 이와 같아서 열반과 열반에 드는 길을 가르치실 적에 교묘한 방편으로 열반법과 잘 성취하는 법을 말씀하시어 수행하게 하므로 더욱더 하기를 다함 없게 하시느니라. 이와 같이 가르치시는 것이 바로 희유한 것이다.

또한 천자들이여, 여래 대사께서 세간에 나타나시되, 이러한 여덟 가지 희유한 법을 갖추셨다. 이러므로 내가 과거나 현재에 별다른 것이 있음을 보지 못하였느니라.”

이 때에 이 말을 들은 저 천자들이 아까보다 더 기쁜 생각을 내어 마음과 뜻이 시원하여져서 다 같이 제석천주에게 말했다.

“천주시여, 원컨대 우리들을 위하여 다시 저 여래·응공·정등정각의 여덟 가지 희유한 법을 말씀하여 주소서.”

제석천주는 저 천중들을 위하여 두 번째로 여래의 여덟 가지 희유한 법을 연설하였다.

“다시 천자들이여,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실 때에는 반드시 아수라들을 줄게 하고 천중들을 늘게 하며, 많은 사람들을 이익 되고 안락하게 하신다. 이처럼 이익 되고 안락하게 하시는 것이 바로 희유한 것이다.

천자들이여, 그러므로 여래 대사께서 세간에 나타나시되, 과거나 현재에 별다른 것을 내가 보지 못하였다.……(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자세한 것은 생략함)……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출현하시어 열반과 열반에 드는 길을 가르치시되, 더 증장하고 충만하여 다함이 없으니, 비유하면 긍가하 물이나 염모나하 물을 떠서 바다에 부어도 더욱 깊어 다함이 없는 것처럼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도 이와 같이 열반과 열반에 드는 길을 가르치실 적에 교묘한 방편으로 열반법과 그에 이르는 법을 말씀하시어 수행하게 하시므로 더욱 더해지기를 다함이 없게 하시느니라. 이와 같이 가르치시는 것이 바로 희유한 것이다.

천자들이여, 여래 대사께서 세간에 출현하시매 이와 같은 여덟 가지 희유한 법을 갖추셨다. 그러므로 내가 과거나 현재에 별다른 것을 보지 못하였다.”

이렇게 말을 하고 나니, 여러 천자들은 앞에서보다 더 기쁜 생각을 내어 마음과 뜻이 시원해졌다. 그 때에 세존께서 천자들이 앞서보다 더 기쁜 생각을 낸 것을 아시고 또 제석천주에게 말씀하셨다.

“교시가여, 네가 다시 여래·응공·정등정각의 여덟 가지 희유한 법을 연설하여라.”

이 때 제석천주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세 번째로 여덟 가지 희유한 법을 말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리라. 천자들이여,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나타나실 때마다 결정코 아수라들을 줄게 하고 천중들을 늘게 하며, 많은 사람들을 이익 되고 안락하게 하신다. 이처럼 이익 되고 안락하게 하시는 것이 희유한 것이다. 천자들이여, 그러므로 여래 대사께서 세간에 나타나시되, 내가 과거나 현재에 별다른 것을 보지 못하였다.……(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세간에 출현하시어 열반과 열반에 드는 길을 가르치시되, 더욱 많고 다함 없는 것이 비유하면 긍가하 물이나 염모나하 물이 흘러 바다로 들어가도 더욱 깊어 다함이 없듯이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도 또한 이와 같이 열반과 열반에 드는 길을 가르치실 적에 교묘한 방편으로 열반법과 그 성취하는 법을 말씀하시어 수행하게 하시므로 증장해 나아가는 것이 끝이 없다. 이와 같이 가르치시는 것이 희유한 것이다.

천자들이여, 여래 대사께서 세간에 나타나시매 이러한 여덟 가지 희유한 법을 갖추셨느니라. 이러므로 내가 과거나 현재가 별다른 것을 보지 못하였다.”

이와 같이 말하였다. 그 때에 대범천왕은 저 천중들이 또 앞에서보다 더 기뻐하여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을 알고 바로 가타(伽陀 : 게송)를 읊었다.

제석천주와 하늘 무리들
모두 다 함께 기쁨에 겨워
부처님 여래께 귀의하여 찬양하고
여래의 희유한 법 잘도 말하네.


예전에 하늘에 첨 난 이 보니
훌륭한 몸매에 광채도 빛나
범행(梵行)을 오래 닦아서
저 하늘에 태어나 뛰어난 힘 모두 갖추었네.

이 때에 삼십삼천의 무리들이 이 가타를 듣고 나서 전보다 더 기쁜 생각을 내어 마음이 상쾌해졌다. 그 때 대범천왕은 저 천중들이 또 앞에서보다 더 기쁨에 넘쳐 어쩔 줄 모르는 것을 알고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만약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큰 지혜를 갖추시어 긴 밤중에 이익 되고 안락하게 하신 것이 많은 이와 같은 일을 듣고 싶거든 아까보다 더 기쁜 마음을 내고 즐거운 뜻을 일으켜라.”

그 때에 저 천중들이 함께 대범천왕에게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대범천왕이시여. 바라옵나니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큰 지혜를 갖추시어 긴 밤중에 이익 되고 안락하게 하시는 일들을 자세히 말씀하여 주소서.”

대범천왕이 바로 그들을 위하여 여래의 지난 세간의 인연을 자세히 말하기 시작했다.

“세존이시여, 지난 세간에 어떤 나라에 한 임금이 있었는데, 이름을 역주(域主)라 하였습니다. 그 때에 견고(堅固)라는 한 바라문이 재상의 지위에 있으며 임금의 스승까지 되었는데, 매우 총명하고 슬기로워 큰 재략(才略)을 갖추어서 나라 일을 잘 다스렸습니다. 왕에게는 여노(黎努)라는 태자가 있었는데, 귀여움과 사랑을 받았으며, 그도 매우 총명하고 슬기로워서 온갖 일을 잘 알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노 태자에게는 찰제리(刹帝利) 친구 여섯 동자가 있어서 늘 같이 모여 모래를 모으면서 놀았습니다. 이와 한가지로 재상 견고 바라문에게도 호명(護明)이란 한 아들이 있어 매우 사랑을 받았는데, 재주가 총명하고 지혜가 날카로워 한번 경험한 일이면 모두 통달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 재상이 오랫동안 정사를 돌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죽고 말았습니다. 왕께서 재상 견고 바라문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대단히 근심하고슬퍼하여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어루만지며 놀래는가 하면 때로는 기절할 듯 하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우리 이 재상이 재주와 지혜가 있어 나라 일을 다스리매 큰 도움이 되었고, 또 언제나 나와 같이 즐거워하였는데 벌써 목숨을 마쳤으니, 내가 마음이 크게 괴롭도다.’

그 때에 저 여노 태자가 부왕께서 재상 견고 바라문의 죽음을 슬퍼하고 근심하며 고민에 싸여 눈물을 흘린다는 말을 듣고 부왕께 나아가서 이렇게 아뢰었습니다.

‘부왕께서는 근심 걱정을 하지 마옵소서. 또 눈물을 흘리며 울지도 마옵소서. 무엇 때문에 몸을 돌보시지 않고 번민하시어 기절하실 듯하옵니까? 부왕께서는 마땅히 아시옵소서. 견고 바라문의 장자 호명도 재주와 지혜를 갖추었고 또 총명하고 영특하오니 그 아비의 뒤를 잇게 하오면 틀림없이 정사를 잘 밝힐 것이옵니다. 그는 이미 아비가 아는 바를 다 알고 있사옵니다. 지금 이런 사람이 있거늘 부왕께서는 어찌 고민만 하시고 계시나이까? 부왕께서는 꼭 가만히 불러다 일마다 낱낱이 물어보신 뒤에 그 아비의 소임을 맡기시옵소서.’

왕은 이 말을 듣고 바로 사신에게 명하여 말하였다.

‘너는 호명 동자에게 가서 전하기를 임금이 지금 너를 부르니 빨리 오라 하여라.’

사신이 명을 받고 곧 호명 동자의 처소에 가서 왕의 분부를 전하여, ‘상감께서 지금 너를 부르시니 빨리 오라’고 하니 그 때 호명 동자는 사신의 말을 듣고 바로 왕에게 나아가 공손히 인사를 드리고 나서 한쪽에 물러가 앉았습니다. 왕은 호명 동자를 보고 기뻐하여 두어 번 위안의 말을 하고 난 뒤에 이러한 말을 하였습니다.

‘내가 이제 너에게 진실하게 말하겠다. 네 아비가 세간을 떠났으니, 아무리 근심하고 고민한들 무슨 소용 있겠느냐? 내가 이제 너에게 아비의 자리를 잇게 하여 재상으로 삼겠으니, 나를 도와서 나라 일을 잘 다스리도록 하여라.’

호명 동자가 왕의 분부를 받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재상이 되어서 나라 일을 다스릴 적에, 아버지가 하던 일과 똑같이 하고 온갖 일에 있어서도 모두그 아버지와 같이 하여 조금도 어긋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 때에 나라에는 바라문·장자·사족(士族)·서민들이 이러한 일을 알고 한결같이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장하도다, 호명 동자여. 그대 아버지가 그 전에 견고라 이름하더니, 이제 아들이 그 자리를 이어 전업(前業)을 넓히고 있으니, 우리들은 그대 이름을 대견고(大堅固)라고 부르리라. 본디 이름을 호명이라 한 것은 불 속에서 나온 인연으로 지은 것이지만 지금부터는 대견고라고 하리라.’

세존이시여, 그 때에 대견고 바라문이 재상이 된 지 얼마 안 되어 여섯 찰제리 동자의 처소에 가서 말하였습니다.

‘너희들 동자는 마땅히 저 여노 태자에게 가서 말하여라. (태자시여, 만일 괴로움이 있더라도 그대와 우리가 함께 받을 것이고, 또 쾌락이 있더라도 그대와 우리가 같이 경사로울 것이며, 그대가 돌아가는 곳은 우리도 역시 따라갈 것입니다. 지금 그대의 부왕께서 춘추가 많으시어 기거가 어려우시니, 세간에 알기 어려운 것은 목숨이니만큼 갑자기 세간을 버리시면 우리들은 어디로 돌아갈 것입니까? 그대는 지금 마땅히 미리 생각하여 기억해 두십시오. 여러 신하들과 같이 의논하여 부왕께서 세간을 떠나신 뒤에 반드시 그대와 함께 왕의 관정식(灌頂式)을 받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그대가 만일 왕위를 이어받거든 마땅히 국토를 우리에게도 나누어주어 함께 다스리게 하십시오.)’

여섯 동자는 재상 대견고 바라문의 이 말을 듣고 곧 여노 태자에게 가서 그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갖추어 말하였습니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말하였습니다.

‘여러 동자들이여, 만일 우리 부왕께서 돌아가시는 날에 신하들이 나를 내세워 왕위를 이으려고 관정식을 맡긴다면 나는 틀림없이 너희들을 잊지 않고 국토를 나누어 너희들과 같이 다스리겠노라. 그리고 즐거운 일이 있더라도 너희들과 함께 받으리라.’

그 뒤 얼마를 지나서 역주왕은 세간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신하들은 태자에게 가서 말하였습니다.

‘태자시여, 마땅히 아십시오. 저희들 여러 신하들이 그대에게 왕의 관정식을 해드릴 터이니, 그대가 지금 왕위를 이어받을 때입니다.’

이 때 여노 태자는 엄숙한 태도로 신하들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대들이 만일 나에게 왕위를 잇게 한다면 그 일을 감당함에 지금이 바로 알맞은 때로다.’

여러 신하들은 이 말이 끝나자 묘한 사자좌를 펴고 태자를 그 자리에 앉히고 묘한 향수를 정수리에 부으며 말하였습니다.

‘천자시여, 이제 때가 되어 왕위를 잇게 되었나이다. 저희들 신하는 왕으로 받들어 관정하옵니다.’

태자는 관정식을 마친 뒤에 왕이 되어 나라 일을 잘 다스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노왕은 관정을 받은 지 얼마 안 되어 5욕(欲)을 탐하여 마음대로 방종하게 놀았습니다. 이 때에 재상 대견고 바라문이 여섯 동자에게 가서 말하였습니다.

‘당신네는 잘 알아두시오. 여노 태자께서 관정을 받고 왕위에 오른 지 얼마 안 되어 5욕을 즐기며 마음대로 방종하여 놀고 계십니다. 왕이 태자 때 말하기를 (너희들에게도 국토를 나누어주어 같이 다스리겠다) 하셨으니, 그대들은 지금 여노왕에게 나아가서 (왕께서 태자로 계실 적에 우리에게도 국토를 나누어주어 같이 다스리게 한다고 허락하셨는데, 왕께서는 지금 혹시 잊지나 않으셨나이까?)라고 여쭈어라.’

여섯 동자는 재상 대견고 바라문의 이 말을 듣고 곧 여노왕에게 가서 앞에서 말한 것을 갖추어서 말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때 여노왕은 여섯 동자에게 말하였습니다.

‘먼저 약속한 대로 내가 그 말을 기억하고 있노라. 내가 지금 마땅히 이 국토를 일곱 몫으로 나누어 너희들 여섯 사람에게 각각 나누어주어 다스리리라.’

여섯 동자는 또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왕께서 그 말을 기억하신다면 매우 훌륭하십니다. 바라옵건대 빨리 재상 대견고 바라문을 부르시어 왕의 분부대로 국경을 정하게 하소서. 그 재상은 총명하고도 지혜로워서 그 일을 잘 처리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들은 여노왕은 곧 사신을 불러 놓고 말하라 하셨습니다.

‘너는 재상 대견고 바라문에게 가서 (왕께서 당신을 부르시니 그대는 지금빨리 궁궐로 들어 오라)고 말하라.’

사신은 명령을 받고 곧 재상 대견고 바라문에게 가서 왕의 분부대로 전하기를 ‘그대는 지금 마땅히 빨리 궁궐로 들어가시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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