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급고장자녀득도인연경(佛說給孤長者女得度因緣經) 02. 중권
다시 그 다음에는 존자 대가섭이 큰 금산(金山)을 변화로 내자 그 빛이 휘황하게 비치고 다시 갖가지 수림이 있어 나는 새가 둘러싸고 있는데, 이 존자는 산 꼭대기에 있었다. 이 신통을 나타내어 공중으로부터 와서 그 성을 세 번 돌고 차차 공중에서 내려와 장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때 장자가 이 모양을 보고 선무독녀에게 물었다.
“지금 오는 이는 금산 꼭대기에 앉아 있다. 이런 모양을 나타내어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너의 스승인가?”
그녀가 대답하였다.
“이 분은 저의 스승이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 대가섭입니다. 이 분은 출가하지 않았을 때에 그 집이 크게 부요하여 금은보화가 한량이 없고 백천 가지 좋은 의복이 있었으며, 권속이 번성하여 사람들의 우러름과 존경을 받았습니다. 이 분은 이 같은 부귀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아 과증을 얻었습니다. 또 이 존자께서는 항상 한 곳에 머무르며, 항상 한 가지 옷만으로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면서도 탐욕과 애욕 속에 사는 다른 중생들을 사랑하십니다.
또 이 존자는 부처님께서 언젠가 자리의 반을 나누어 앉게 하신 분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이 사람은 두타행을 닦는 이들 중에 제일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바로 이 존자가 차례에 따라 오신 것입니다.”
다시 그 다음에는 타고난 상호가 단정하고 빼어난 존자 대목건련이 대룡거(大龍車)를 변화로 지어 그 위에 편안히 앉았다. 이 신통을 나타내어 공중으로부터 와서 그 성을 세 번 돌고 차차 공중에서 내려와 장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때 장자가 이 모양을 보고 선무독녀에게 물었다.
“지금 오는 이는 대룡거를 타고 있다. 이 모양을 나타내어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너의 스승인가?”
그녀가 대답하였다.
“이 분은 저의 스승이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 대목건련입니다. 이 분은 큰 신통력이 있어서 언젠가 묘고산에서 난타와 오바난타, 두 용왕을 항복시켰습니다. 저 제석천왕이 살고 있는 궁전은 둘레가 천 유순이고, 높이가 2유순 반이고 8만 4천의 보배 기둥이 있어 가지가지로 장엄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그 곳에서 발가락 하나를 움직여 저 제석궁전을 모두 진동시킬 수 있습니다. 또다시 언젠가 부처님께서 폐란제 마을에 계실 때 여러 비구에게 ‘지금 이 마을은 흉년이 들어서 여러 비구가 걸식하기 어렵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때 존자 대목건련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부처님 회상을 떠나지 않고 즉시 이 대지를 굴려 하방세계로 옮기고, 그 세계에서 먹을 만한 온갖 물건을 가져다 이 대지에 두어 모두 성장하게 하였습니다. 신통력으로써 위 아래 세계를 이렇게 만들고는 이 대지를 다시 원래 자리로 옮겨 모든 중생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물으셨습니다.
‘대목건련아, 이 대지를 굴렸을 때 이 곳에 살고 있는 중생들은 어떻게 안온할 수 있었는가?’
대목건련도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저는 왼손으로 중생을 붙잡고 오른손으로 대지를 굴렸습니다. 따라서 대지는 비록 구르나 모든 중생들은 완연히 안온하여 굴리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대목건련아, 이렇게 굴릴 때 너는 무슨 생각을 하였는가?’ ‘제 뜻대로 되는 것이 역사(力士)가 파초 잎을 굴리는 것 같아서 어렵지가않습니다. 제가 대지를 굴리는 것이 또한 이것과 같습니다.’ ‘대목건련아, 장하고 장하다. 네가 능히 이런 신통 방편을 일으키는구나.’
장자시여, 부처님께서는 ‘이 사람은 신통이 제일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이 존자께서 차례에 따라 오신 것입니다.”
다시, 그 다음에는 존자 마하가전연이 수정 누각을 변화로 지었는데 여러 가지 보배 기둥과 여러 보배 그물이 있고, 진주와 영락(瓔珞)이 서로 섞여 늘어진 것이 광대하고 장엄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는 그 누각 속에 가부좌하고 앉았다. 이 신통을 나타내어 공중으로부터 와서 그 성을 세 번 돌고 차차 공중에서 내려와 장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때 장자가 이 모양을 보고 선무독녀에게 물었다.
“지금 오는 이는 여러 보배로 장엄한 수정 누각 가운데에 가부좌하고 있다. 이러한 모양을 나타내어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너의 스승인가?”
그녀가 대답했다.
“이 분은 저의 스승이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 마하가전연입니다. 이 분은 경전(經典)의 구절과 뜻[句義]을 잘 분별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이 사람은 경전을 논의함에 있어 제일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이 존자께서 차례에 따라 오신 것입니다.”
다시 그 다음에는 존자 마하구치라(摩訶俱?羅)가 대우거(大牛車)를 변화로 지어 편안히 그 위에 앉았다. 이 신통을 나타내어 공중으로부터 와서 그 성을 세 번 돌고 차차 공중에서 내려와 장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때 장자가 이 모양을 보고 선무독녀에게 물었다.
“지금 오는 이는 대우거(大牛車)를 타고 있다. 이러한 모양을 나타내어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너의 스승인가?”
그녀가 대답했다.
“이 분은 저의 스승이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 마하구치라입니다. 이 분은 항상 위의를 잘 갖추고 여러 감관은 조화롭고 고요합니다. 처음 출가했을 때 이미 자연스럽고 순숙하기가 80살 먹은 납자(臘者) 같았고, 범행을 깨달아 아는 것이 오래 닦아 익힌 이 같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사람은 욕심 적기가 제일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이 존자께서 차례에 따라 오신 것입니다.”
다시, 그 다음에는 존자 우바리(優波離)가 금 다라 나무 숲을 변화해 내었는데 묘한 꽃과 과실이 모두 구족하고, 구기라ㆍ사리라 등 여러 가지 기이한 새들이 그 나무 위에 모여 갖가지 미묘하고 사랑스러운 음성으로 노래하였다. 그리고 이 존자는 숲 속에 그 몸을 나타냈다. 이런 신통을 일으켜 공중으로부터 와서 그 성을 세 번 돌고 차차 공중에서 내려와 장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때 장자가 이 모양을 보고 선무독녀에게 물었다.
“지금 오는 이는 금 다라 나무 숲 속에 몸을 나타내고 있다. 이 모양을 드러내고 이 집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너의 스승인가?”
그녀가 대답했다.
“이 분은 저의 스승이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 우바리입니다. 이 분은 율행을 잘 지니고, 가족은 매우 부유합니다. 옛날 그가 출가하지 않았을 때, 5백명의 석가족 젊은이들은 각각 출가하기를 좋아하여 여러 가지 보배로 그 몸을 장엄하게 꾸미고는 우바리의 앞에 와서 장식하고 있는 여러 가지 보구(寶具)를 벗어 한 곳에 쌓아 놓고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이것을 버리고 출가하고자 한다.’
그때 우바리는 이 광경을 보고 곧 스스로 생각하였습니다.
‘이 여러 젊은이들은 색상이 단엄하고 가족이 부유한데도 모두들 그것을 버리고 출가하려고 한다. 나는 이제 무엇 때문에 장엄하게 꾸미는 것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스스로 깨닫지 못할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이 인연으로 그도 또한 아름답게 꾸미는 일을 버리고 부처님께 귀의하고 출가하여 가장 먼저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기를 ‘이 사람은 율행을 지키는 데 있어 제일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이 존자께서 차례에 따라 오신 것입니다.”
다시, 그 다음에는 위의를 잘 갖추고 모든 상호가 고요한 존자 마승(馬勝)이 발우를 들고 공중으로부터 와서 그 성을 세 번 돌고 차차 공중에서 내려와 장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때 장자가 이 모양을 보고 선무독녀에게 물었다.
“지금 오는 이는 위의가 잘 갖춰져 있고 모든 상호가 고요하며 발우를 들고 있다. 이런 모양을 나타내어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너의 스승인가?”
그녀가 대답했다.
“이 분은 저의 스승이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 마승입니다. 이 분은 출가한 뒤로 위의를 항상 잘 갖추고 모든 상호는 늘 고요합니다. 능히 취한 코끼리를 항복시켰고 또 과위를 얻었습니다. 이 분이 언젠가는 사리자에게 가타로 말했습니다.
저 번뇌와 업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니
그러므로 이 세간에는
헤맴이 끝이 없다.
만일 원인인 번뇌와 업
이 두 가지에 움직이지 않으면
즉시에 세간을 벗어난다고
인중존(人中尊)께서는 말씀하시네.
생(生)과 그리고 늙음
두 가지 법이 행하지 않으면
그러므로 세간에
결정코 괴로움은 없으리라.
그런 사람 반드시 해탈을 얻으리라.
이는 가장 높고 올바른 말씀
큰 사문 우왕(牛王)께서는
깨달으시고 이렇게 연설하시네.
이 때 사리자가 잠깐 이 게송을 듣고, 곧 그 뜻을 이해하여 그 말씀 끝에 수다원과를 증득하였으므로 부처님께서 이 마승 존자는 위의가 제일이라 하셨습니다. 이제 이 존자께서 차례에 따라 오시는 것입니다.”
다시, 다음은 존자 만자자(滿慈子)가 금련화를 변화해 내었는데, 그 꽃잎이 천 개나 되고, 잎은 수레바퀴만하며, 줄기는 유리로 되어 있고, 꽃술은 금강으로 되어 있었다. 이렇게 장엄하여 빛이 황홀한데 이 존자는 연꽃 위에 앉아 있었다. 이 신통을 나타내어 공중으로부터 와서 그 성을 세 번 돌고 차차 공중에서 내려와 장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때 장자가 이 모양을 보고 선무독녀에게 물었다.
“지금 오는 이는 천 잎 금련화 위에 앉아 있고 그 빛이 황홀하다. 이런 모양을 나타내어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너의 스승인가?”
그녀가 대답했다.
“이 분은 저의 스승이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 만자자입니다. 이 분은 정법을 잘 설명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기를 ‘이 사람은 설법하는 사람 가운데서 제일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제 이 존자께서 차례에 따라 오신 것입니다.”
다시, 다음은 존자 다재자(多財子)가 4보(寶)가 장엄하고 절묘한 당번(幢番)과 여러 가지 보배 방울을 모두 갖춘 하나의 큰 산을 변화해 내었다. 바람만 불면 조화롭게 울려서 듣는 사람이 좋아하고 기뻐하는데 이 존자는 그 산 꼭대기에 있었다. 이 신통을 나타내어 공중으로부터 그 성을 세 번 돌고 차차 공중에서 내려와 장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때 장자가 이 모양을 보고 선무독녀에게 물었다.
“지금 오는 이는 보산(寶山) 꼭대기에 앉아 있다. 이런 모양을 나타내어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너의 스승인가?”
그녀가 곧 대답했다.
“이 분은 저의 스승이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 다재자입니다. 그는 가족이 부유하고 많아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구족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깨끗하고 잘 장식된 앉고 눕는 상탑(床榻)을 설치하여 사방에서 왕래하는 스님들을 위해 준비해 놓고 그 필요에 따라 공급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기를 ‘이 사람은 수용복(受用福)에 있어서 자재(自在)하기가 제일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이 존자께서 차례에 따라 오신 것입니다.”
다시, 다음은 존자 아니로타(阿泥馱)가 하나의 금전(金殿)을 변화해 내었는데 유리로 사이사이가 꾸며져 있고, 가지가지 보배가 서로 얼키고 늘어진 것이 장엄하고 매우 아름다웠다. 그 대궐 위에 사자좌가 있는데 이 존자가 그 사자좌에 앉아 있었다. 이 신통을 나타내어 공중으로부터 와서 그 성을 세 번 돌고 차차 공중에서 내려와 장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때 장자가 이 모양을 보고 선무독녀에게 물었다.
“지금 들어오는 이는 큰 금 대궐에 유리로 사이사이 꾸미고 대궐 위의 사자좌에 앉아 있다. 이런 모양을 나타내어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너의 스승인가?”
그녀가 대답했다.
“이 분은 저의 스승이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 아니로타입니다. 이 사람은 일찍이 다겁(多劫) 전에 청정심을 발하여 한 뭉치의 밥을 연각(緣覺)에게 보시하였기 때문에 이 선근(善根)으로 말미암아 일곱 번 인간에 돌아와 전륜왕(轉輪王)이 되고, 또 다시 일곱 번 돌아가 33천의 주(主)가 되었습니다. 이 같은 업의 여력으로 큰 부잣집에 태어나 백천만 냥의 금은보화가 있어 광대 치성하였으나 모두 버리고 출가하여 수도하였습니다. 출가한 뒤에도 밥ㆍ의복ㆍ와구(臥具)ㆍ의약 등 일체를 뜻대로 구족하고, 깨끗이 범행을 닦아서 과증을 얻었습니다. 또 이 인연으로 깨끗한 천안을 얻었으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사람은 천안이 제일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이 존자께서 차례에 따라 오신 것입니다.”
다시 다음은 존자 문구지(聞俱)가 여러 가지 꽃으로 만든 자리를 변화해 내어 그 자리 위에 앉았다. 이 신통을 나타내어 공중으로부터 와서 그 성을 세 번 돌고 공중에서 내려와 장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때 장자가 이 모양을 보고 선무독녀에게 물었다.
“지금 오는 이는 여러 가지 꽃으로 만든 자리 위에 앉아 있다. 이런 모양을 나타내어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너의 스승인가?”
그녀가 대답했다.
“이 분은 저의 스승이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 문구지입니다. 이 분은 매우 부유한 장자의 아들이었습니다. 이 분이 태어났을 때 부모는 기뻐하며 서로말했습니다.
‘우리집은 부유합니다. 복덕 있는 아들을 낳았으니 마땅히 많은 보화를 꺼내 부귀의 상을 보여야 합니다.’
이렇게 의논하고는 곧 창고에 있는 여러 가지 기이한 보배를 꺼내어 보배를 감정하는 사람들을 불렀습니다. 장자는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이 여러 가지 보배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가 정하여 보시오.’
여러 사람들은 대답했습니다.
‘지금 이 보배들은 최상품으로 훌륭하고 특이하여서 그 값을 알 수 없습니다.’
장자는 말했습니다.
‘값이 구지(俱)1)는 됩니다.’ ‘장자여, 이 하나하나 보화의 값이 구지가 된다는 말입니까?’ ‘그렇소, 그렇소.’
여러 사람은 칭찬하여 말했습니다.
‘장자의 부유함은 비교할 자가 없구나.’
이 때 장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이 아이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 주어야 좋겠소.’
어떤 사람이 말했습니다.
‘동자가 태어날 때에 저희는 보화의 값이 구지가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장자는 그 말대로 아들의 이름을 문구지라고 지어 주었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사람은 진속을 떠난 것이 제일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이 존자께서 차례에 따라 오신 것입니다.”
다시, 다음은 존자 수제가(樹提迦)가 공작거(孔雀車)를 변화해 내어 편안히 그 위에 앉았다. 이 신통을 나타내어 공중으로부터 와서 그 성을 세 번 돌고 차차 공중에서 내려와 장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때 장자가 이 모양을 보고 선무독녀에게 물었다.
“지금 오는 이는 공작거를 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나타내어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너의 스승인가?”
그녀가 대답했다.
“이 분은 저 스승이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 수제가입니다. 이 분은 출가하기 전에 사위성의 큰 부자 장자였고 현재도 사람이면서 하늘의 뛰어난 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 분은 자기 집에 있을 때 매우 곱고 부드러운 천으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정건(淨巾)을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하루는 그 정건(淨巾)을 햇볕에 말리다가 홀연히 큰 바람에 날려 빈바사라왕의 대궐 앞에 떨어졌습니다. 그 때 빈바사라왕은 정건이 홀연히 앞에 있는 것을 보고 주위의 신하들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이 부드럽고 너무도 고운 모직물[氈]은 세상에 비교할 데가 없다. 내가 왕위에 오른 이래 일찍이 보지 못하던 것이다. 이것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그대들은 아는가?’
시신들은 아뢰었습니다.
‘대왕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대왕님, 이 성에 수제가라는 매우 부유한 장자가 있는데, 부처님께서 말씀하기를, 이 사람은 현재 사람이면서 하늘의 승복(勝福)을 누린다고 하셨습니다. 신 등의 생각으로는 이 장자 집안의 물건일 것 같습니다. 왕께서 불러 물어 보시면 반드시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 때 왕이 곧 장자를 불러 앞에 이르게 하고 차례차례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수제가는 말했습니다.
‘지금 이 고운 모직물은 신이 집에서 쓰는 정건입니다. 마침 햇볕에 말리다가 바람에 날려 이 곳에 이른 것입니다. 이것이 사실이오니 왕께서는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왕이 말하였습니다.
‘내가 그대의 죄를 밝히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대가 하늘의 승복을 누리는 것에 대해 들으려 함이다. 그 일이 사실인가?’
수제가는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수제가야, 내가 그대의 집에 가서 잠깐 구경하려 한다.’
수제가가 말했습니다.
‘대왕이여, 저는 대왕의 백성으로서 대왕의 다스림을 받고 있습니다. 만일 저의 집에 왕림하신다면 대단히 기쁘고 경사스러운 일입니다.’
왕이 말하였습니다.
‘그대는 먼저 돌아가서 음식을 준비하라. 나는 뒤에 가겠다.’
수제가가 말했습니다.
‘하늘의 승복을 누리는 이는 애써 준비하지 않아도 음식이 저절로 준비됩니다. 왕께서는 지금 곧 가시오소서.’
이 때 빈바사라왕은 곧 신하들에게 둘러싸여 수제가 장자의 집으로 나아갔고 장자가 앞에서 인도하였습니다.
왕이 장자의 집 문에 이르러 문을 지키는 여종의 모습이 단엄하고 또한 보물로 장식한 것을 보고 왕은 생각했습니다.
‘장자의 아내인가 보다.’
왕은 더 나아가지 않고 잠깐 멈추어 섰습니다.
수제가가 말했습니다.
‘대왕이시여, 왜 나아가지 않고 멈추십니까?’
왕이 수제가에게 말했습니다.
‘그대의 아내가 여기 있으므로 내가 짐짓 잠깐 멈추었노라.’
수제가가 말했습니다.
‘이는 신의 아내가 아니고 문을 지키는 여종입니다.’
왕은 점점 가다가 중문 밖에 이르러 아까 보던 것과 똑같은 광경을 보고는 또 잠깐 멈추었습니다.
수제가가 말했습니다.
‘대왕이시여, 왜 또 멈추시고 나아가지 않습니까?’
이 때 대왕은 또 전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수제가가 말했습니다.
‘이는 신의 아내가 아니고 역시 문을 지키는 여종입니다.’
왕은 곧 중문에 들어서서 마니보배로 만든 바닥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빛나고 환하게 밑바닥까지 비치며 벌레, 물고기 등의 모양도 있었습니다. 왕은 연못인가보다 생각하고는 다시 멈추고 감히 나아가지 못하였습니다.
수제가가 말했습니다.
‘대왕이시여, 왜 또 나아가지 않으십니까?’
왕이 말했다.
‘여기 연못이 있어 나아갈 수가 없구려.’
수제가가 말했습니다.
‘이는 물이 아니고 마니보배로 만든 바닥입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만일 보배로 만든 바닥이라면 어째서 벌레, 물고기가 그 속에 들어 있는가?’
수제가가 말했습니다.
‘진짜 벌레나 물고기가 아니라 다만 마니보배의 빛이 그렇게 비칠 뿐입니다.’
이 때 대왕은 이 말을 듣고도 오히려 믿지 못하여 곧 자기 손에 낀 가락지를 빼어 그 보배 못에 던지니, 가락지가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제서야 마니보배로 된 바닥임을 믿었습니다. 빈바사라왕은 곧 그 집에 들어가 사자좌에 앉았고, 수제가 장자는 한쪽에서 왕을 모시고 섰습니다. 그 때 장자의 아내가 왕의 앞으로 나와 절을 하고 경의를 표하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한쪽으로 물러섰습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그대의 아내는 왜 나를 보고 우는가?’
수제가가 말했습니다.
‘소신의 아내가 대왕께 절을 올릴 수 있게 되어 마음으로 대단히 기뻐하는데 어찌 감히 눈물을 흘리겠습니까? 다만 왕께서 입으신 옷에 연기 기운이 있어서 눈을 맵게 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시여, 하늘의 승복을 누리는 자는 음식을 만들고 싶으면 연기 나는 불을 기다리지 않고 여의 보배가 있어서 저절로 만들어 냅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훌륭하다. 참으로 드문 일이구나.’
이 때 빈바사라왕은 수제가 장자의 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그 집에서 구경에만 눈이 팔려 왕궁으로 돌아오는 것을 잊었습니다. 이 때 여러 근신들이 모두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 왕께서 여기 머무르신 것이 오래지 않은가? 만일 환궁하지 않는다면 나라 정사에 폐해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함께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대왕이시여, 이 곳에 오래 머물지 마시고 속히 환궁하시옵소서. 나라 정사에 폐해가 있을까 합니다.’
왕이 여러 신하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이 곳에 머문 지 이제 겨우 하루다. 국정을 오래 폐한 것이 아니다.’
수제가 장자가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왕께서 저의 집에 계신 것이 7일이 지났습니다.’
이 때 대왕이 장자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그대의 집에 머문 것이 벌써 7일이나 지났다니, 그것이 사실인가?’
수제가가 말했습니다.
‘사실입니다, 대왕이시여. 사실입니다, 대왕이시여. 신이 대왕 앞에서 어찌 감히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왕이 다시 물었다.
‘그대는 이 집에서 무엇을 보고 낮과 밤을 아는가?’
수제가가 말했습니다.
‘꽃이 피었다 오무렸다 하는 것을 보고 낮과 밤을 분별하고, 마니보배의 광명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는 것을 보고 낮과 밤을 분멸하고, 여러 기이한 새들이 자연히 울고 안 우는 것으로 낮과 밤을 분별합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아셔야 합니다. 꽃이 필 때는 낮이고 꽃이 오무려질 때는 밤이며, 마니보배의 광명이 환할 때는 낮이고, 마니보배의 광명이 흐릴 때는 밤이며, 기이한 새들이 어울려 지저귈 때는 낮이고, 조용하여 소리가 없을 때는 밤입니다. 대왕이시여, 저희 집에서는 이런 것들로 낮과 밤을 분별합니다.’
그 때에 빈바사라왕이 수제가 장자에게 말했습니다.
‘희유하구나, 희유하구나. 부처님의 말씀은 진실하고 거짓이 없구나. 부처님께서 그대가 인간 세계에서 하늘의 복을 누린다고 하시더니, 이제 내가 보기에도 그것이 사실이구나.’
이 때 빈바사라왕은 이렇게 말하고 장자의 집을 나와 왕궁으로 돌아왔습니다. 모시라 장자시여, 그러므로 아셔야 합니다. 이 분은 이런 천인의 승복이 있는데도 모두 버리고 출가 수도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하셨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사람은 하늘의 승복을 누리는 것이 제일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이 존자께서 차례에 따라 오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