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보살소문경(妙臂菩薩所問經) 제4권

묘비보살소문경(妙臂菩薩所問經) 제4권

11. 분별제부분(分別諸部分)

내가 이제 지명장(持明蔵)에서 불ㆍ보살 등과 나아가 모든 부에서 설하는 진언과 인계 등을 분별할 것입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삼 구지(倶胝) 오 낙차(落叉)의 진언과 명주(明主)의 명자(名字)를 설한 까닭에 지명장이라 합니다. 또한 관자재보살도 삼 구지 오 낙차의 진언을 말씀하셨으며, 이 부(部) 가운데의 진언주(真言主)는 마수(馬首)라고 하는데, 그도 역시 자기 부의 갖가지 만다라의 이름을 설하였습니다.

또 일곱 진언주가 있는데, 이 낱낱의 진언주는 모두 열두 개의 팔이거나 여섯 개의 팔이거나 네 개의 팔로 [상대방을 잡는데] 헛되지 않은 그물[不空罥索]을 가지고 뜻대로 변하여 나타나며, 혹은 네 면의 머리에 보배관을 썼는데 여의보로 장엄하였기에 광명이 휘황하게 밝아서 해가 세상을 비추듯 합니다. 이들 진언주는 모두 마수만다라의 소관(所管)입니다

또 여덟 명비(明妃)가 있으니, 이른바 목정(目精)ㆍ묘백(妙白)ㆍ군백(君白)ㆍ관(観)ㆍ일계(一髻)ㆍ금안(金顔)ㆍ명칭(名称)ㆍ필추구지(苾芻倶胝)1)입니다. 이들은 모두 연화부의 명비인데 역시 칠 구지의 진언과 갖가지 만다라와 온갖 수인(手印)을 설하여 모든 빈궁한 중생을 이익되게 하여 주며, 온갖 장애를 일으키며 땅속을 다니는 귀신들을 절복시켜 줍니다.

또한 열일곱의 진언왕(真言王)과 예순네 명의 권속이 있고 또 여덟 명의 대심명왕(大心明王)이 있으며, 또 온갖 대분노명왕과 감로군다리명왕과 최승명왕과 대복덕명왕(大福徳明王) 등이 있습니다. 내가 속한 이 부(部)의 이름을 광대금강족(広大金剛族)이라 하니 팔 낙차의 진언을 설했습니다.

또한 반지가(半支迦)라는 대신(大神)이 있는데 이만의 진언을 설하였으며, 그 신에게는 미가라(弥伽羅)라는 비(妃)가 있어서 일만의 진언을 설하였는데, 또한 반지가부(半支迦部)라 합니다. 또한 마니발타라(摩尼跋陀羅)라는 대신이 일 낙차의 진언을 설하였으며, 또 재주(財主)가 삼 낙차의 진언을 설하였으니, 마니부(摩尼部)라고 합니다.

다시 일체의 천ㆍ인간ㆍ아수라 등의 부처님을 신봉하는 자들이 부처님 앞에서 무량한 진언을 설하였습니다. 이것들은 여러 부에 흩어져 들어갔으니, 혹 나의 대금강부(大金剛部)에 들어온 자도 있고, 대연화부(大蓮花部)에 들어간 자도 있으며, 아촉비야부(阿閦毘也二合部)에 들어간 자도 있고, 반지가부에 들어간 자도 있으며, 마니부에 들어간 자도 있고, 어떤 부에 포함되지 않은 자도 있습니다. 위에서 설한 것과 같은 갖가지 진언의 교법은 이 다섯 가지의 부 안에 있는 모든 수행자가 다 수행할 만한 것입니다.

또 이어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 중에 그 안에 뛰어난 최상의 묘한 보배가 있으며, 또한 여기에서 구경(究竟)의 법보(法寶)가 흘러나오며, 이로부터 여덟의 대장부인 불퇴전의 온갖 보배가 생기니, 이와 같은삼보는 삼계(三界) 중에서 가장 존귀하고 가장 수승하여 커다란 복전이 됩니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이 죄업을 소멸하여 복을 얻고자 하고 본존께서 앞에 나타나셔서 실지를 속히 성취하고자 하려면, 염송할 때에 먼저 이와 같은 삼보에 귀의하여야 합니다. 만일 나의 금강부 중의 진언을 지송하려면 처음엔 삼보에 귀의하고 다시 먼저 나모시전나(那謨室戦拏) 발절라바나예(跋折囉皤拏曳) 마하약차세나바다예(摩訶薬叉細那鉢怛曳)를 칭념한 뒤에 곧 진언을 염송해야 하는데, 연화부도 그러하며 반지가부나 마니부도 그러합니다.

또 지송하는 수행자는 지송할 때에 반드시 먼저 삼보께 귀명하고 다시 이어 본부의 명주께 귀의해야 하니, 그렇게 한 다음에 본래 닦았던 진언을 지송할 수 있습니다. 만약 수행하는 사람이 부처님께 귀명하지 않거나 또는 오직 벽지불과 성문들의 법만을 믿어서 믿음이 부족하거나, 또는 마음 속에 항상 인색함과 질투심을 품는 자는 나의 교법에서 말하는 대발절라(大跋折羅:금강저)를 가질 수 없습니다.

또한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이 그릇된 견해로 이 대승의 뛰어난 진언의 가르침을 비방하면서, ‘바른 말이 아니다. 마군이 말하는 것이다’라고 하면 이 사람은 아주 어리석은 자라고 나는 말합니다. 또 나의 대금강수(大金剛手)가 ‘야차의 부류로서 진실된 근본의 종지가 아니다’라고 여기어, 기꺼이 믿거나 예배하지 않으며 나아가 모든 큰 보살들을 믿고 예배하지 않으면, 혹 나의 수승한 진언을 지송할지라도 오래지 않아 반드시 스스로가 손해보는 일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부처님이나 보살들이 어찌 악한 마음이 있어서 유정을 괴롭히겠습니까? 다만 인연된 부(部) 안의 모든 권속과 모든 귀신들이 이런 어리석은 사람을 보면 나의 대금강족의 대발절라를 집어들고, 겸하여 나의 가르침인 뛰어난 진언을 지송하는 모든 권속들이 곧장 부릅뜬 눈으로 노려보며, 마침내 그들의 목숨을 파괴시키는 것입니다.

만약 사부대중 중에서 수행하는 사람이 언제나 방광대승(方広大乗)의 가르침을 독송하거나, 또는 모든 유정들에게 분별하여 해설해 주면서 대정진을 갖추어 물러남이 없는 법륜을 굴리어 일심으로 무상보리를 향해 나아가면, 마땅히 알아야 하리니, 이런 사람은 나의 가르침을 지송하여 반드시 마음이 만족되는 성취를 속히 얻을 것입니다.

또 내가 이미 전에 불ㆍ보살 등의 갖가지 진언의 가르침을 설하였으니, 그대들은 오롯한 마음으로 믿고 받들어서 의심하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지금 거듭 그대들을 위해 저 세간과 출세간의 외도와 그리고 천과 인간과 마군과 범천 등의 진언교법에 대하여 말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야 합니다.

대자재천은 구지(倶胝)의 진언을 설하였습니다. 나라연천은 삼만의 진언을 설하였으며, 대범천은 육만의 진언을 설하였고, 일천은 이 낙차의 진언을 설하였습니다. 제석천의 대중들은 일만 팔천의 진언을 설하였고, 찬니가(賛尼迦)는 팔천의 진언을 설하였으며, 화천(火天)은 삼천 칠백의 진언을 설하였고, 구미라(倶尾囉)2)는 삼천의 진언을 설하였으며, 모든 용왕들은 오천의 진언을 설하였고, 귀주(鬼主)는 일만 이천의 진언을 설하였으며, 호세사대천왕(護世四大天王)은 다함께 사 낙차의 진언을 설하였고, 아수라왕은 이 낙차의 진언을 설하였으며, 도리천주(忉利天主)는 이 낙차의 진언을 설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천 등이 각각 갖가지 진언과 인계와 만다라의 의궤 등을 모두 설하였으니, 법도에 맞게 받아 지닐 수 있습니다. 만약 근본의 가르침에 어긋나면 진언을 성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한 스스로 재앙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12. 설팔법분(説八法分)

성취법에 모두 여덟 가지가 있으니 이른바 진언을 이루는 법과 장수를 누리는 법과 약이 성취되는 법ㆍ복장(伏蔵)을 꺼내는 법ㆍ아수라의 궁전에 들어가는 법ㆍ금(金)을 합성하는 법ㆍ흙으로 금을 만드는 법ㆍ진귀한 보배를 만드는 법입니다.

이 여덟 가지 법은 삼 품이 된다고 말하니, 진언을 이루는 것과 장수를 누리는 것과 아수라의 궁전에 들어가는 이 세 가지는 상품(上品)이 되며, 진귀한 보배를 만드는 법과 복장을 꺼내는 법과 흙으로 금을 만드는 이 세 가지는 중품(中品)이 되고, 금을 합성하는 것과 약이 성취되는 법의 두 가지는 하품(下品)이 됩니다.

만약 유정이 지혜가 남보다 뛰어나고 계를 지키는 덕이 있으며 또한 대승의 법을 즐겨 닦는다면, 이러한 사람은 상품을 구해도 됩니다. 만약 유정 중에 비록 수행을 갖추었으나 탐욕을 버리지 못한 사람이라면, 중품을 구할 수 있으며, 만약 유정 중에서도 어리석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하품을 구해야 합니다.

어떤 수행하는 사람이 비록 빈곤의 고통을 다 받았으나, 무언가 부족한 자는 반드시 중품을 구해야 하고 하품을 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여덟 가지의 갖가지 성취를 획득하려는 자는 마땅히 복을 닦는 것으로 바탕을 삼아야 하며, 만약 복이 있는 자는 인간과 천의 즐거움과 온갖 애락과 수명을 연장함과 위력과 유독히 존귀하고 단정하며 총명한 법을 구하여 모두 성취합니다.

만약 수행하는 사람이 세간의 즐거움에 연연하지 않고 수행하기를 좋아하며 삼보를 존중하여 언제나 마음에 두며, 진언의 법칙을 늘 닦아 지니며, 또한 염송을 끊은 적이 없다면, 이 같은 사람은 반드시 성취할 수 있으며, 죄장을 소멸하고 온갖 고통을 벗어날 수 있고, 또한 현재와 미래에도 온갖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오직 부처님께서 설하신 진언의 위력으로 인한 것이지 달리 어떤 다른 법이 있는 것이 아니니, 마치 천계에서 불을 내리거나 서리나 우박을 뿌려서 초목을 상하게 하면 피할 수가 없듯이, 진언의 위력으로 고뇌와 온갖 죄장을 꺾을 수 있는 것이 또한 이와 같습니다. 또 겁수(劫樹)가 유정들의 온갖 마음 속 원을 채워줄 수 있듯이, 진언의 힘이 유정에게 일체의 실지와 부귀와 육체의 힘과 장수를 줄 수 있는 것도 또한 이와 같습니다.

또 거듭 보살이 모든 유정을 관찰하다가 왕으로 인한 재난이나, 물이나 불의 재난, 나아가 도적의 겁탈과 살해의 재난 등 모든 두려움과 고통이 그들을 핍박하는 것을 보면, 보살은 곧 바로 스스로가 진언왕의 갖가지 모습으로 변신하여 유정이 벗어날 수 있도록 구제합니다. 또한 유정이 비록 가정에 머물면서 묘한 경계에 애착한다면, 진언법과 그 의궤를 설령 날마다 지송하고 맹렬하게 정진하지 않을지라도 오랫동안 하다 보면 이내 먼저 행해야 할 횟수를 채울 것입니다.

먼저 행해야 할 것을 채우고 나면 눈 앞에 나타나는 영험을 보며, 바로 이 때에야 비로소 오욕(五欲)을 떠나리니, 계를 갖추고 청정하게 하여 고요한 방에 들어가 다시 진언을 염송하여 일 낙차를 채우십시오. 그러면 뒤에 오래지 않아 즐거워할 만한 실지를 얻을 것입니다.

또 수행하는 사람이 지송할 때에나 성취할 때에 만다라에 들어가 모든 현성을 친근하고 미리 이러한 법요을 닦아 청정하게 해야 합니다. 목욕하는 법은 먼저 깨끗한 물에 깨끗한 흙을 풀어 몸에 두루 바른 다음에 큰 물 속에 들어가 마음껏 씻습니다. 손과 발을 깨끗하게 한 다음에 동쪽을 향하거나 서쪽을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아 몸을 옹호하는 법을 지어야 합니다. 곧 오른손으로 물을 떠서 몸에 두루 끼얹는데 물소리는 나지 않게 해야 하고, 다시 오른손으로 한 손바닥 물을 떠서손바닥 안의 물을 일렁이지 않게 하고는 곧 진언을 염송하며 손바닥 안의 물에 주문을 세 번 하여 세 번 마시는데 또한 소리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엄지손가락을 써서 물로 입을 두 번 씻고 몸에 두루 뿌려 호신(護身)합니다. 만약 그런 뒤에도 이빨 사이에 찌꺼기가 있다고 느껴지고 또 손으로 만져진다면, 기침해서 콧물로 뱉어내거나 혹은 공기를 들이켰다가 반대로 뱉어내고, 다시 앞에서와 같이 물에 주문하고 물을 마시며 입 가를 닦고 입 속을 헹궈냅니다.

목욕을 마치고 나서는 조용한 방에 들어가는데, 이후로는 다른 사람과는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조반을 제외한 재가의 남녀와 출가자이거나 외도와 바라문의 정행(浄行)3)하는 자이거나 동자ㆍ동녀ㆍ노인에서부터 모든 중성(中性)인 사람에 이르기까지 함께 말하지 말고 서로 접촉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서로 접촉하였으면 또 다시 앞에서처럼 목욕하고 입을 닦고 입 속을 헹궈야 합니다.

만일 수행하는 사람이 언제나 청정함을 즐겨하여 그 몸을 씻으며 지송하기를 좋아하고 유정들을 두루 가엾이 여기며 또한 다른 사람의 이양(利養)에 대해 탐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을 내지 말고 걸식하여 스스로 살며, 진언행을 닦는 이와 같은 사람은 뛰어난 다라니가 저절로 얻어질 것입니다.

또 수행하는 사람이 실지를 구하려면 염송할 때에 어떤 사람이 와서 아주 좋은 의복과 금ㆍ은ㆍ보배와 화려한 수레나 도향과 소향, 나아가 음식과 모든 노리개를 바치거든 많건 적건 모두 받지 말아야 합니다.

또 수행하는 사람이 성취를 구할 때에 대소변을 보고 나서는 일일이 다 법도대로 물과 흙을 써서 거듭 씻어내어 청결함을 유지해야 하니, 만약 단식하면 이것이 가장 좋은 것으로 더러움을 현성에게 끼치는 것을 면할 것입니다.

또 수행하는 사람이 성취를 구하려는 데 죄장 때문에 당장에 이루어지지 못할까 염려되거든 미리 거듭 염송하며 참회를 드려야 합니다. 마치 여름날 더울 때에 바람이 많은 나무들을 흔들면 나무가 서로 비벼대기 때문에 마침내 불이 타올라 공력을 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많은 풀을 태우듯이, 모든 수행하는 사람이 정진의 바람으로 청정한 계의 나무를 흔들어 염송의 불로 죄업의 풀을 태우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또 마치 겨울철의 눈이 저절로 얼어붙었으나 햇볕이 쪼이는 까닭에 눈이 자연히 녹아내리듯이 수행하는 사람의 청정한 계의 해가 햇빛을 펼치면 죄의 눈이 다 녹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또 마치 골방 속 천 년 세월의 어둠도 등불 하나가 불쑥 비추면 모두 걷히듯이, 역시 수행하는 사람의 천년의 생애 가운데 쌓인 어둠의 업장도 홀연히 지혜의 불이 염송의 등을 밝히면 밝고 위력 있는 빛이 검은 어둠의 업을 모두 다 사라지게 합니다.

또 수행하는 사람이 지송하여 수행하거나 나아가 호마하여 실지를 얻지 못하였을 때에는 마땅히 향기로운 진흙을 깨끗한 모래에 이겨서 강이나 샘이나 못가에 좋은 곳을 골라 탑 세우기를 일 낙차를 채우고, 여래의 사리탑과 같이 생각하면, 이 경건한 마음 때문에 수행하는 사람 자신이 무시 이래로 지은 죄장이 모두 소멸하고 구하는 진언의 실지를 곧 금생에 반드시 얻게 될 것입니다.

또 지송하는 수행자가 실지를 구하려면 지계를 근본으로 삼고, 그런 다음에 보리심을 돌이켜 정진의 용기를 발하고 정근의 힘을 써서 진언을 지송하며 항상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불ㆍ보살께 공경과 믿음을 배나 내어야 하니, 마치 윤왕이 칠보(七寶)를 갖추고 국토를 다스려 안정시키듯이 해야 합니다. 지송하는 수행자가 계를 받들어 청정하고 나아가 불ㆍ보살께 공경과 믿음을 배나 내어서 이러한 것을 이룬다면 죄장을 소멸하고 반드시 실지를 얻을 것입니다.

또 수행하는 사람이 선행법을 닦을 때에 많이 함을 수승함으로 삼아서 지송의 숫자를 채우고 호마를 지어야 하니, 호마를 하게 되면 본존께서 기뻐하시게 됩니다. 이 때문에 수행하는 사람은 구하는 일에서 뜻대로 성취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수행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섭수하고 기쁘게 하는 법을 지으려면 그 뜻에 즐거움이 있어서 저 멀리 백 유순까지 이르니, 거기서부터 오는 자들은 모두 약차의 부녀(婦女)들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약차녀를 성취하려 한다면 설령 실지를 얻었다 하더라도 수승한 것이 아니니, 마치 세속 사람이 여색(女色)을 팔아 다른 사람과 즐기나 본색은 재보를 구하는 것이지 다른 무엇을 구하는 것이 아니듯이, 약차녀도 이와 같아서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켜 수행하는 사람의 처소에 찾아와 따르고 섬기며 시중들기를 다 어기지는 않았으나, 본색은 속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진언의 힘으로 다스렸기 때문입니다.

그 약차녀가 수행하는 사람에게 와서 섬기는데 비록 함께 살며 섬김에 어긋남이 없더라도 악한 마음이 항상 있어서 단점을 엿보다가 허물을 발견하면 곧장 손해를 입힙니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욕망 때문에 이런 실지를 구한다면 스스로 그릇된 행위의 과오를 범할 뿐만 아니라 위로는 불ㆍ보살과 벽지불ㆍ성문 등 여러 성현의 네 가지 큰 원력의 마음을 어기게 되나니,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어찌 태연하게 이런 허물을 짓겠습니까?

모든 천ㆍ인ㆍ아수라ㆍ야차ㆍ용ㆍ건달바와 나아가 부다와 모든 귀신의 무리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을 믿어 존경하는 까닭에, 또 이익을 위하기 때문에 세존의 앞에서 스스로 자신들의 주문을 말하고서 부처님께서 증명해 허락하시기를 빌면, 부처님께서는 자비하신 원력이 있으시기에 모든 것을 거두어 주십니다.

또한 세존께서는 미래의 시주(施主)가 없고 의탁할 곳 없는 모든 유정들을 위하여 진언행을 닦는 법에 대해 분별하고 해설하셔서 상ㆍ중ㆍ하 삼품의 과업을 이루게 하십니다. 상품과(上品果)는 신통을 얻어서 아수라굴에 들어가 몸을 숨김이 자재하고 변신하여 야차녀의 남편이 되기도 하고, 혹은 성스러운 약을 이루기도 하며, 혹은 변신하여 밀적(密跡)4) 등이 되기도 하고, 혹은 귀신나라의 왕이 되거나, 혹은 분노의 형상을 나타내어 모든 귀신과 모든 수요(宿曜) 등을 항복시킵니다. 중품은 오래 살기를 구하거나 사랑과 존경받기를 구하거나 귀한 지위를 구하거나 재물과 부귀를 구하는 것입니다. 하품은 법의 위력과 주문의 약 위력으로 온갖 천ㆍ용ㆍ야차와 모든 부다와 땅속을 다니는 귀신들이 지은, 집착되어 홀리는 병을 치료하고, 혹은 주문의 힘으로 모든 독이나 금하거나 얽어매는 갖가지 독의 종류를 치료하며, 혹은 모든 독약의 병도 제거하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세간에 독이 있건 독이 없건 뱀과 뭇 벌레의 종류는 한정이 없지만 간략히 말하면 모두 네 가지 종류이니, 이른바 어금니가 하나인 것, 두 개인 것, 세 개인 것, 네 개인 것입니다.

이 네 종류를 여든 가지로 나누는데, 그 안에서 스무 가지는 머리를 들고 다니며, 여섯 가지는 머무를 때 똬리를 틀며, 열두 가지는 비록 쏘기는 하나 독이 없으며, 열세 가지는 뱀의 왕이며, 나머지는 반은 뱀이고 반은 벌레인 종류가 있습니다. 또한 독벌레 종류가 있으니, 이른바 두꺼비ㆍ거미ㆍ우타(虞駄) 등입니다.

이와 같은 종류는 그 숫자가 아주 많지만 이런 벌레들의 독에는 여섯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분독(糞毒)이니, 그 똥이 사람에게 붙으면 곧 독이 됩니다. 두 번째는 요독(尿毒)이니, 사람의 몸에 오줌을 누면 곧 독이 생깁니다. 세 번째는 촉독(触毒)이니, 사람의 몸과 접촉하면 곧 독이 발생합니다. 네 번째는 연독(涎毒)이니, 사람에게 묻히면 곧 독이 됩니다. 다섯 번째는 안독(眼毒)이니, 사람을 눈으로 보면 곧 독이 발생합니다. 여섯 번째는 아독(牙毒)이니, 깨무는 곳마다 곧 독이 생깁니다.

앞에서 말한 네 가지 종류의 뱀에는 독의 심하고 덜함이 있습니다. 어금니 하나가 깨문 곳은 어금니 한 개의 깨문 자국이 나는데, 여기에 미미하나마 독이 있어서 상(傷)이라 합니다. 두 개의 어금니가 깨문 곳은 두 개의 어금니 자국이 나는데, 피가 흘러나와서 혈오(血汚)라 합니다. 세 개의 어금니가 깨문 곳에는 세 개의 어금니 자국이 있는데 상처가 악화되었기에 손(損)이라 합니다.

이 세 가지는 비록 독을 제거할 수 있지만, 네 개의 어금니가 깨문 곳은 네 개의 어금니 자국이 있고 독이 곧장 몸에 퍼져서 반드시 죽게 되니, 명종(命終)이라 합니다. 이 네 번째 종류는 법력(法力)에 힘입어야만 차도를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독이 상처낸 곳들은 약으로 구제하지만 진언의 힘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마치 큰 불이 거세게 일어나더라도 만약 큰 비가 내리면 그 불이 금방 꺼져버리듯이, 큰 진언의 힘이 그 독성들을 제거하는 것도 이와 같기 때문입니다. 모든 지혜로운 사람들은 이 같은 갖가지의 모든 독을 잘 알아서 항상 큰 위력 있는 진언을 지송하니, 독들과 함께 어울려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사자가 소와 함께 어울리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또 천계의 귀신ㆍ아수라 귀신ㆍ야차 귀신ㆍ용 귀신ㆍ건달바 귀신ㆍ아귀 귀신 나아가 비사차 등의 갖가지 귀신은 제사를 찾아다니거나, 혹은 희롱을 일삼거나 혹은 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세간에 떠돌아다니면서 항상 피와 살을 씹으며 사람의 허점을 노리고 찾아다닙니다.

또는 성냄으로 인해 유정을 치거나 혹은 굶주려서 유정을 괴롭히기도 하며, 혹은 마음을 어지럽힌다거나 노래하게 한다거나 춤추게 한다거나 기뻐 날뛰게 한다거나 슬퍼하게 한다거나 혹은 우수에 잠기게 한다거나 혹은 어지러이 말하게 한다거나, 이와 같은 갖가지 이상한 모습을 짓게 하여 사람들을 괴이쩍게 하니, 곧장 금강구(金剛鈎)나 혹은 감로ㆍ분노ㆍ금강 등의 진언으로 물리치면 쾌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저들 모든 귀신의 성격이나 치료법을 미리 알고 있으면 두려움 없이 굴복시키는 일을 할 수 있는데, 모든 불ㆍ보살께서 설하신 진언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어떤 천신의 진언의 힘일지라도 불ㆍ보살님들의 진언의 힘을 꺾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다시 죄를 소멸시키는 법을 말하겠습니다.

만약 수행하는 사람이 이 법을 닦으려 한다면 반드시 깊고 그윽하며 청정한 곳이나 강이나 하천 가까운 곳을 찾아가 향기로운 진흙을 모래에 이겨서 제저(制底)5)를 만들고 가운데에다 법신(法身)의 묘한 게송을 안치합니다. 그러면 저 범천과 모든 천신들과 야차와 지명대선(持明大仙)과 나아가 가루라ㆍ건달바ㆍ부다 등의 무리들 가운데 혹 보는 자가 있으면 공경히 믿고 예배드리며 모두가 합장하여 말하겠습니다.

‘희유하고 희유하십니다. 대자대비하신 이여, 일체의 모든 유정들을 가엾이 여기셔서 의지하지도 않으시고 머무시지도 않으시며 이와 같은 일을 하시나이다. 희유하고 희유하십니다. 미묘한 수행하는 분이시여, 유정을 가엾이 여기셔서 이와 같은 일을 하십니다.’

법의 위신력 때문에 저들 모든 천들이 수행하는 사람의 손에 든 광명이 치성한 대금강저를 보며, 혹은 손에 든 견고한 철 방망이를 보기도 하고, 혹은 손에 든 아주 날카롭고 큰 윤(輪)을 보기도 하며, 혹은 손에 [대상을 잡는데] 헛되는 일이 없는 그물을 보기도 하고, 혹은 손에 든 삼고대차(三鈷大叉)를 보기도 하며, 혹은 손에 든 칼날이 날카로운 검을 보기도 하고, 혹은 방망이나 일고차(一鈷叉)를 갖고 있는 것을 보거나 갖가지 무서운 특별한 무기를 가진 것을 보거나, 혹은 얼굴 모습이 단엄하고 특별한 것을 보거나 해서 보는 자들이 기뻐하고 좋아하게 되어서 저들 모든 천들과 나아가 부다들까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존귀한 분께 귀의한 우리들은 머지않아 반드시 지명대선이 되겠으며, 나아가 아래로는 부귀 등의 일을 이루겠습니다. 만약 이와 같은 정법을 수행하면 그런 사람은 속히 죄장이 소멸하고 큰 고통을 받지 않아서 세간에서 빛나기가 해가 떠오르듯 할 것입니다. 저희들이 이 같이 수행하는 사람을 보호하여 마음을 산란하지 않게 하겠으며, 나아가서는 뜻대로 성취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모든 범천 등이 이렇게 말하고 나서 다들 크게 기뻐하며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각기 본래의 자리로 물러갔습니다.”

이때 금강수보살이 묘비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묘비여, 내가 지금까지 설한 것을 그대가 이미 다 들었으니, 세상에 전하여 구제하도록 하십시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