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大集大虛空藏普薩所問經) 제8권
그 때에 그 모임에 있던 제석천왕(帝釋天王)·범천왕(梵天王)·호세천왕(護世天王) 등이 부처님께서 파순에게 보리의 기별을 주시는 것을 보고 찬탄하여 말하였다.
“매우 희유하고도 기이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저 마군들에게 비나야(毘奈耶 : 戒律)를 잘 설법해 주셨기 때문에, 저들이 마군의 일을 저질렀는데도 복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여래로부터 기별을 받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마땅히 저들도 앞으로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보리의 구경(究竟) 열반을 증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나 선여인이 훌륭한 신심으로 부처님의 법에 귀의하기 때문에 복덕의 업을 얻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다 부처님의 경계에 드는 것이므로 성문·연각들로서는 헤아릴 수 없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재석천·범천·호세천왕 등의 여러 천인들에게 말씀하셨다.
“과연 너희들의 말과 같으니라. 진실된 것은 허망하지 않으니, 곧 모든 부처님의 경계이니라. 선남자여, 무릇 마음이란 인연에 따라 일어나는 법이기에 마치 물들이는 비단이 색을 받거나 받지 않는 것처럼, 유정들의 마음의 행도 그와 같아서 번뇌를 일으키기도 하고 번뇌를 일으키지 않기도 하며, 날카로운 근기가 있기도 하고 둔한 근기가 있기도 하므로, 여래는 그들의 근기에 따라 설법하고 교화하여서 법에 들어가게끔 이끌어 깨우치느니라.
선남자여, 무릇 번뇌란 어떤 방향도 없고 머무는 처소도 없고 쌓임도 없으면서 다만 그 이치가 아닌 것을 따라 의식의 화합으로 일어나기에, 만약 이치를 여실히 관찰하여서 온갖 것으로 물든 성품이 곧 번뇌임을 알면 그것이 바로 청정함이니라. 다시 말하면, 나로부터 일어나는 비밀스러운 것을 삿된 소견이라 하고, 사실 그대로를 여실히 아는 것을 바른 소견이라 하느니라. 또한 삿된 소견도 바른 소견도 아닌 것을 현실을 초월한 소견이라 하고, 삿된 소견과 바른 소견에 대해 알고 나서도 집착하지 않는 것을 바른 길에 드는 소견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또 번뇌란, 청정한 성품이 가려짐으로 말미암아 지혜로움이 힘을 잃게 되는 것이므로 본래의 청정함을 보지 못하는 것이니라. 다시 말하면 분별심이 있는 것이 곧 번뇌이고, 분별심이 없는 것이 곧 청정한 성품이니라. 마치 큰 땅은 물을 의지해 머물고, 물은 바람을 의지해 머물고, 바람은 허공을 의지해 머물되, 이러한 4계(界) 가운데 허공만은 의지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파괴되지도 않고 동요되지도 않으며 어떤 쌓임도 없는 것과 같으니라. 이처럼 허공은 어떤 쌓임도 없으므로 생하지도 멸하지도 않는 본래의 성품이 서로 상응하게 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삼계가 덧없이 변화하고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은 허공계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5온(蘊)·12처(處)·18계(界)가 그 업의 번뇌로 말미암아 머물고, 업의 번뇌는 이치가 아닌 것에 의지해 의식을 일으켜 머물고, 이치가 아닌 것에 의지해 의식을 일으키는 것은 본래의 성품이 청정한 마음에 의지해 머물고, 이러한 청정한 마음은 객진(客塵) 번뇌로 물듦이 없느니라. 이치가 아닌 것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의식이나, 번뇌의 업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5온·12처·18계 등은 모두가 다 인연의 화합으로 존재하는 것인 만큼 인연이 없으면 아예 생기할 수조차 없느니라. 이에 비해 저 청정한 성품은 인연이 없으므로 화합도 없고 생멸도 없어서 마치 허공의 성품과 같으니라. 비유하면, 이치가 아닌 의식의 작용은 바람과 같고 업의 번뇌는 물과 같고 5온·12처·18계는 땅과 같으니라. 이와 같기에 일체의 법은 본래 청정하여서 견고한 처소도 머묾도 없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을 일컬어 본래의 성품이 청정한 법의 광명문(光明門)이라고 하니, 보살이 만약 이것을 증득하게 되면, 일체의 번뇌에 물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청정한 법을 생각하지도 않게 되며, 이 청정한 법을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일체의 비교 대상을 벗어나 바로 청정한 성품을 증득하게 되느니라. 이 청정한 성품을 증득하는 것은 곧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것이고,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것은 곧 부처님의 경계에 편히 머무는 것이고, 부처님의 경계에 편히 머무는 것은 곧 유정의 경계를 벗어나 흔들리지 않는 법의 경계에 드는 것이고, 흔들리지 않는 법의 경계에 드는 것은 곧 차별이 없는 평등한 경계에 드는 것이고, 차별이 없는 평등한 경계에 드는 것은 곧 일체지(一切智)의 지혜를 얻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법을 설하실 때에, 한량없는 보살들이 번뇌의 업장(業障)과 일체의 얽매임을 다 멀리 여의고 무생법인을 얻었다. 그 때에 대중 가운데 있던 실리국다(室利鞠多) 우바새(優婆塞)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엎드려 예배하고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부처님으로부터 해탈의 청정한 법문을 들음으로써 모든 의심과 후회를 제거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옛날에 깊고 큰 불구덩이를 파고 또 독약을 음식에 섞어서 여래를 해치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세존의 위덕(威德)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를 위하여 설법해 주셨지만, 그 때에 저는 약간의 믿음을 내었을 뿐 여전히 마음의 의혹이 풀리지 않아서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부처님 앞에서 이 깊고도 깊은 경전을 듣게 되어서 그 모든 의심과 근심과 후회가 다 사라지고 법의 광명에 힘입어 야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게 되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제 저는 가장 수승하고 커다란 이익을 얻었다고 할만합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실리국다 장자를 칭찬해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제 나의 설법을 듣고서 청정한 신심을 내었으니, 부디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현겁(賢劫)1)의 모든 부처님을 다 받들어 공양하고 동시에 그 부처님의 처소에서 범행(梵行)을 널리닦고 바른 법을 옹호해 지녀라. 그렇게 하면 앞으로 7백만 아승기겁을 지나서는 성불하게 되어 이른바 이일체전(離一切纏)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는 명호를 얻게 되리라.”
실리국다 우바새는 부처님으로부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받음으로써 전에 없던 환희심을 내어 뛸듯이 기뻐하고는 곧 자신의 장엄물인 미묘한 영락(瓔珞)을 풀어서 부처님께 받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지금 저의 집에 있는 네 개의 큰 창고는 한량없는 금·은 보배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첫째 창고는 처자와 하인과 그밖에 시중들던 자에 넘겨주고, 둘째 창고는 일체의 비구와 고독한 자와 걸인들에 주고, 셋째 창고는 일체의 오고가는 비구와 사방의 스님들께 희사하고, 넷째 창고는 여래를 비롯한 상수(上首) 비구들에게 받들어 올리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로 하여금 집착이 없는 보시의 공덕을 속히 성취하게 하여 주십시오. 저도 이제부터는 여래께서 말씀하신 비나야(毘奈耶)의 법에 따라 출가하여 범행(梵行)을 닦겠습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그의 출가를 허락하셨으며, 실리국다우바새는 곧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허공장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한량없는 아승기겁에 걸쳐 쌓고 쌓으신 그 깊고도 얻기 어려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부처님께서 멸도(滅度)하신 뒤에는 그 누가 받들어 지니겠습니까?”
그 때에 60구지의 보살마하살들이 일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이구동성으로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여래께서 멸도하신 후
저희들 모두는 능히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부처님의 바른 법을 지키겠습니다.
일체의 명예와 이익을 버리고
모든 권속까지 여의더라도
이 바른 법을 버리지 않음은
부처님의 지혜를 증득하기 위함이고
그 누가 헐뜯고 욕하고
갖은 욕설을 다하더라도
다 참아 견딤은 이것으로
바른 법을 옹호하기 때문이며
깔보고 비웃고 조롱하고
온갖 비방을 다하더라도
모든 것을 다 참아 견딤은
이 경전을 옹호하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비구들 가운데
서로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
마군의 무리가 되어서
바른 법에 장애를 일으키거나
계율을 깨뜨리고
속인들을 가까이 하며
공양에만 탐착하여서
바른 법을 구하지 않거나
외도를 좋아하여
아는 것 없이 교만하고
자기 자랑만을 되풀이하며
도리어 수도하는 이를 괴롭히거나
한적한 곳을 버리고는
이익이 없는 말을 일삼고
나쁜 주술(呪術)을 익혀서
그 신견(身見)에 집착하거나
혹은 승가의 일에 간섭하고
서로 방해하는 것을 좋아하며
모든 선송(禪誦)을 버린 채
세간의 용무에만 분주하거나
항상 이로운 것을 구하여
계율과 학문을 좋아하지 않고
비록 보시를 행하기는 하여도
마음은 항상 잡념으로 차있거나
갖가지 아상(我相)에 집착하여
다만 걸식하는 것을 좋아하고
함부로 속인들 집에 나아가
세속의 일에 대해 논하거나
농사일을 비롯한 세속의 일과
상업에 관한 무역이나 판매로
이익을 탐하기를 좋아하면서도
스스로 사문이라고 외치거나
모든 존재에 집착되고
갖가지 소견에 얽매여서
진리의 공(空)한 법을 듣고는
깊은 함정처럼 두려워하거나
선악의 업보를 믿지 않아
과보가 없다고 말하거나
허망된 사실만을 말하거나
법이 아닌 것을 법이라 하거나
만약 훗날 말세에 이르러
이러한 비구가 있을지라도
저희들 힘으로 다 교화함은
바로 법을 옹호하기 때문입니다.
또 모든 수다라(修多羅)를
구하지도 읽지도 않으면서
각자의 소견만을 주장하여
서로를 공격하고 헐뜯거나
모든 깊고 미묘한 경전과
서로 상응하는 해탈문과 같은
바른 법에 대해 마음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나
세속의 희론을 좋아하여
그 희유함을 찬탄하는
이러한 악한 무리들이
바른 법을 멸하려 하거나
저 말세에 이르러
모든 깊고 미묘한 경전의
그 뛰어난 문자의 이치를
한꺼번에 파괴하려 하거나
심지어 무도한 국왕과 결탁하여
죄 없는 인민들을 추방함으로써
모두가 공포에 사로잡히는
그러한 말세에 이르거나
저희들이 힘을 합하여
이 말세를 구제함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위없이
바른 법을 옹호하기 때문입니다.
그 밖의 어떠한 유정들이
바른 법을 파괴하려 하더라도
그에게 자비심을 일으킴은
이 경전을 옹호하기 때문입니다.
계율을 지녀야 할 사람들이
온갖 탐심을 일으킬 때에
그를 보고 가엾이 여겨
방편으로 탐심을 버리게 하고
나쁜 마음을 먹은 자들이
바른 법을 헐뜯을 때에
그를 보고 자비심을 일으켜
방편으로 환희심을 내게 하고
힘껏 그들을 옹호할 뿐
추악한 말로 거들거나
다시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그들 스스로를 편히 머물게 하고
다시 4섭행(攝行)으로
그들을 다 성숙시키되
허망함을 반성하게 하고
또한 놀라 깨닫게 하며
저희들은 마땅히
고요한 처소에 머물러
마치 자유로운 사슴처럼
세속을 가까이 하지 않고
욕심을 여의어 만족함을 알고
4성종(聖種)을 부지런히 닦되
계율과 두타(頭陀)에 머물러
선정과 지혜를 한꺼번에 갖추고
항상 끊임없는 수행으로
스스로가 해탈하는 동시에
도시와 촌락에 이르러서는
미묘한 법을 널리 설하고
법을 구하는 자에게는
한적한 처소에 머물게 하여
고요한 가운데 도를 닦게 하고
항상 법의 즐거움을 얻게 하며
또 눈앞에서 과오를 범하는
그러한 유정이 있을 때에는
유정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먼저 자신의 행을 관찰하고
항상 고요한 법에 머물러
공경을 받거나 못 받거나
수미산처럼 편히 머물러
세간의 법에 더럽혀지지 않고
저희들은 길잡이가 되어
어떤 파계한 비구로부터
온갖 욕설을 듣게 되더라도
그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뿐
또한 복수심이나
해칠 마음을 내지 않고
언제나 바른 법에 머물되
다음과 같은 행을 짓지 않으니
나를 올바른 사문이라든지
다른 이는 사문의 행이 없다든지
나에게 가르침을 받을 자가
수다라(修多羅)를 비방하거나
나를 보기 싫어하는 자가
귀나 코까지 끊으려 하거나
바른 법에 대해 듣고 가르치고
경을 방해하거나
바른 법을 받아 지닌
미래의 모든 비구일지라도
여전히 재난을 일으켜
바른 법을 듣지 못하게 하거나
심지어 국왕에게 이간질하여
온 대중을 다 해치려 하거나 간에
저희들은 부처님의 힘을 이어 받아
이제 다 법을 들었기에
말세라고 할지라도
신명을 다 바쳐서
유정을 이롭게 할 것이니
바른 법을 옹호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다른 사람의 뜻을 알아
이후에 같이 말을 나누고
큰 두려움이 닥칠 때에는
진실된 행에 머물겠습니다.
세간을 살피는 눈[眼]이신
법왕·광명존께 말씀드리니
이 경전을 지님으로 말미암아
얼마나 많은 복을 받겠습니까?
그 때에 세존께서 허공장보살을 비롯한 여러 보살마하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저 동방의 하나의 세계를 열세 개의 삼천대천세계로 나누고, 그 낱낱의 열세 개의 삼천대천세계를 또 동서남북과 상하와 간방으로 각각 열세개의 삼천대천세계로 나누어서 그러한 세계의 국토를 다 부수어 티끌로 만든다고 하자, 다시 한편으로 그 티끌 하나를 하나의 세계로 만든 다음, 어떤 사람이 그 낱낱의 티끌에 해당되는 동방의 한량없는 불세계를 거치면서 그 티끌 하나를 하나의 세계의 던져 그 티끌의 수가 다하게 한다고 하자, 아울러 이와 같은 방법으로 남방·서방·북방의 상하 사방과 간방에 걸쳐서도 다 그렇게 한다면, 선남자여, 너희들은 그 시방세계에 던진 티끌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수 있겠느냐?””세존이시여, 저희들로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선남자여, 이러한 가는 티끌의 세계는 여래의 걸림 없는 지혜만이 알 수 있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느니라. 다시 선남자여, 이 가는 티끌을 던진 세계나 던지지 않은 세계의 그 모든 세계를 한군데로 모으되, 주위에 큰 성벽(城壁)을 쌓아서 위로는 유정천(有頂天)에 아래로는 땅 밑의 물 끝까지 닿게 만든다고 하자. 그리고 그 성벽 안에 겨자씨[芥子]를 가득 채워서 그러한 낱낱의 겨자씨로 하여금 하나하나의 불세계를 만든다면, 선남자여, 너희들은 이 모든 겨자씨의 세계가 얼마나 많다고 생각하는가?””세존이시여, 심히 많고도 많습니다.””선남자여, 나는 저 겨자씨 세계의 수가 백이든 천이든 알 수 있고 내지 긴가라(緊迦羅)·미미라(彌未羅)·아촉바(阿閦婆) 등에 이르기까지도 알 수 있느니라. 만약 어떤 선남자·선여인이 보리를 구하기 위해 저 겨자씨 수의 세계를 7보로 가득 채워서 겨자씨 수처럼 많은 보시의 공덕을 베풀고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에게 공경히 공양한다고 할지라도, 이 깊고 미묘한 경전을 얻어서 청정한 신심을 낸 이의 복덕이 앞사람의 보시와 공양으로 얻는 것에 비해 더욱 뛰어나니라. 또 어떤 사람이 저 겨자씨 수처럼 많은 한없는 보시를 행할지라도, 이 경전을 얻어서 잠시나마 유정들에게 걸림 없는 마음을 내고 부드럽게 다스리는 지혜에 머무는 이의 복덕이 앞사람의 것에 비해 더욱 뛰어나니라. 또 어떤 사람이 온갖 복된 업을 닦아서 저 겨자씨 수처럼 많은 제석천왕·범천왕·전륜성왕의 사업을 성취하더라도, 이 경전을 받아 지님으로써 덧없음·괴로움·공함·나 없음·열반의 고요함을 알고 그것을 앎으로 말미암아 유정들에게 대비심을 일으키는 한편, 3보의 종자를 끊지 않기 위해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내는 이의 복덕이 앞사람의 것에 비해 더욱 뛰어나니라.”
그 때에 허공장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세존께서 이 법을 가지(加持) 하셔서 훗날 말세에서도 이 법이 남섬부주(南贍部洲)에 널리 유포되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허공장보살에게 대답하셨다.
“나는 이제 이 법을 사천왕에게 부촉하리니, 사천왕은 온 세계를 다 옹호하여 지니기 때문이니라. 또한 이 법이 오래도록 세간에 널리 유포되게 하기 위하여 미묘한 진언으로 사천왕을 가지해 주리라.”
세존께서는 곧 다음과 같은 진언을 읊으셨다.
그 때에 사천왕은 이 진언의 가지함으로 말미암아 매우 두렵고 떨려서 곧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하고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사천왕은 이 경전을 옹호하여서 마땅히 미래세에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겠습니다. 또한 저희들은 이러한 경전이 유포되는 처소를 능히 옹호하여 지니되, 법을 좋아하지 않는 온갖 귀신과 천룡(天龍)·야차(夜叉)·건달바(乾闥婆)·아수라(阿修羅)·가루라(迦樓羅)가 있을 때에는 그들이 장애를 일으키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반면에 법을 좋아하는 훌륭한 귀신이 있을 때에는 곧 그로 하여금 고요한 마음의 경지를 얻게 하고, 설법하는 법사가 있을 때에는 그 문구(文句)를 잊어버리지 않고 다 기억하게 하며 훌륭한 변재를 얻어 지혜가 더욱 늘어나게 하겠습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사천왕을 칭찬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너희들 사천왕은 법으로부터 화생한 나의 아들들이니라. 나의 권유로 말미암아 너희들은 법을 수호하는 공덕의 인연을 짓게 되고 천왕이 되었으니. 마땅히 세간을 초월하여 속히 보리를 증득하리라.” 그리고 세존께서 다시 허공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나는 이제 또 다음과 같은 진언으로 제석천(帝釋天)을 가지하여 이 경전이 오래도록 세간에 머물게 하리라.” 세존께서는 곧 진언을 외우셨다. 제석천은 이 진언을 듣고 나서 뛸 듯이 기뻐하였는데, 그가 머무는 궁전도 한꺼번에 다 진동하였다. 그는 곧 백천의 권속들에 둘러 싸여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하고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경전을 옹호하고 남섬부주의 사람들에게 널리 유포하여서 그들이 수행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만약 어떤 법사가 이 경전을 받아 지닌다면 저희들은 권속과 함께 그를 옹호하여서, 어떤 번뇌나 근심 없이 환희심을 내게 하고 청정한 믿음의 즐거움을 얻게 함으로써 이 경전의 법을 성취해 장엄하게 하겠습니다. 또 번성한 도시나 촌락을 막론하고 그가 설법하는 처소마다 권속을 거느리고 가서 법사의 곁을 호위하되, 만약 저 법사를 깔보거나 모욕하는 자가 있으면 그로 하여금 청정한 신심을 내게 할 것이며, 또 혹 어떤 마군이 장애를 일으키더라도 그를 물리쳐서 다시는 틈을 엿보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제석천을 칭찬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교시가(憍尸迦)여, 너는 마땅히 미묘하고도 자재한 하늘을 얻고, 자재로운 법에 머무르며, 일체 부처님의 바른 법을 옹호하여 사자후(師子吼)를 내야 하리라. 왜냐 하면 한 부처님의 바른 법을 받아 지님으로써 일체의 3세(世)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을 다 수호할 수 있기 때문이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허공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나는 이제 또 사바(娑訶)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大梵天王)에게 다음과 같은 위덕(威德)이 있는 진언을 설하여 그로 하여금 이 진언으로 말미암아 경전을 옹호하여 지니게 하리라.” 세존께서는 곧 진언을 읊으셨다. 그 때에 범천세계에 있던 대범천왕은 이 자비로운 진언의 가호와 부처님의 위신의 힘으로 말미암아 천이(天耳)로써 진언을 듣게 되었다. 그는 곧 66만의 범중들과 함께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하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신 가지(加持)의 힘을 입었으므로, 이제부터 이 경전을 옹호할 것입니다. 앞으로 만약 어떤 법사가 이 심오하고도 비밀스러운 경전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내지 베껴 쓰고 받들어 공양하거나, 혹은 고요한 처소에서 혹은 왕성이나 도시나 촌락의 거리에서 이러한 경전을 설한다면, 저희들이 함께 옹호하고 포섭하여 그의 기력을 도와 정진하게 하고 지혜와 변재도 더욱 늘어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믿지 않는 자들을 믿게 하고 믿음이 있는 자들에게는 올바른 수행에 더욱 힘쓰게 하겠습니다. 나아가서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의 눈을 함께 받들어 널리 유포하겠습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범천왕을 칭찬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범왕이여, 이제 너희들은 바른 법을 수호할 것이니, 여래도 따라 기뻐하느니라. 범왕아, 과연 너희들이 바른 법을 수호한다면, 여래가 바른 법의 법륜(法輪)을 굴리는 것처럼 너희들도 곧 오래지 않아 도량에 앉아서 법륜을 굴리리라. 또 너희들이 이 경전을 옹호하는 것처럼 미래세의 다른 범천들도 다 그와 같이 바른 법을 옹호하여 지니게 되리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자씨(慈氏)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자씨여, 지금까지 한량없는 아승기(阿僧祇) 구지(俱胝)의 겁에 걸쳐 쌓고 쌓은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보리의 희유한 법을 너에게 부촉하느니라. 내지 이것은 법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내지 다른 사람에게 널리 설함으로써 부처님의 은혜를 갚기 때문이며, 또 각자가 희구하는 소원을 만족하게 하기 때문이며, 모든 유정들의 선근을 더욱 늘리기 때문이며, 보살들로 하여금 이 법의 광명에 힘입게 하기 때문이며, 일체의 악마와 외도들을 꺾기 때문이며, 바른 법을 옹호하여 지님으로써 3보의 종자를 끊지 않기 때문이니라.” 자씨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세간에 계실 때나 멸도하신 뒤에라도 저는 항상 이 법장(法藏)을 옹호하여 지니겠습니다. 왜냐 하면 과거세부터 이 바른 법을 옹호하여 지녀왔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그러기에 저는 비록 도사다천(覩史多天)에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경전을 그 누구보다도 몇 배로 옹호하여 오래도록 세간에 머물게 했으니, 만약 미래세라도 어떤 유정이 이 경전을 듣고 받아 지니며 베껴 쓰고 읽고 외우거나 법대로 수행하며 다른 사람에게 널리 설한다면, 이 모든 것은 다 저의 위력(威力)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알아주십시오. 뿐만 아니라 말세에 이르러 마군과 그 백성들이 함께 붕당(朋黨)을 만들어 대항하더라도, 그들은 제가 성취한 선근의 터럭 하나의 분량 내지 터럭 하나를 나눈 백천 분의 하나도 방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 가령 삼천대천 세계에 가득 한 일체의 유정들을 다 마군의 권속이 되게 하여 대항하게 하더라도 제가 성취한 선근의 일분(一分)에 해당되는 복덕과 지혜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거늘, 어찌 감히 여래께서 한량없는 아승기 구지의 겁에 걸쳐 쌓고 쌓으신 위없는 보리의 법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다시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선남자여, 보살행을 닦는 것에 네 가지의 법이 있으니, 번뇌의 마를 없애는 것과 모든 외도를 물리치는 것과 유정을 성숙시키는 것과 바른 법을 옹호하여 지니는 것이 그것이니라. 또한 이 네 가지의 법을 한 가지의 행으로 다 거두어 지닐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바로 바른 법을 옹호하여 지니는 것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존자 가섭(伽葉)과 구수 아난다(阿難陀)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이제 이 경전을 너희들에게도 부촉하니, 너희들은 함께 이 경전을 받아 지녀서 널리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해야 하니
라.” 이에 가섭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전력을 다하여 여래께서 부촉하신 위없는 보리의 법을 부지런히 옹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널리 설하겠습니다.” 이어 아난다가 말씀드렸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미 이러한 법을 받아 지녔으므로, 미래세에 가서라도 부처님의 위신력에 힘입어 이 법이 끊어지지 않게 널리 유포하겠습니다.” 그 때에 복장엄(福莊嚴)보살마하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이 경전은 매우 심오하고도 희유한 것이어서 모든 의심을 끊을 뿐만 아니라 보기 어렵고 깨닫기도 어려운 수승한 이치를 다 나타내 보이니, 이야말로 가장 으뜸 되는 이치인 공(空)의 성품과 서로 상응한다고 하겠습니다. 또 계율·선정·지혜로써 장엄하고 물듦이 없는 적정의 해탈을 널리 설하여 드러내니, 지혜로운 자만이 알 수 있는 경지이고 일체의 부처님께서 찬탄하는 법문이라 하겠습니다. 또 이 법문은 모든 경전의 왕인 동시에 다라니의 인(印)으로 인을 맺은 것이므로, 그 누구라도 이 법문을 받아 지니는 자는 걸림 없는 변재를 얻고 지혜가 더욱 늘어나며 물러나지 않는 용맹을 얻어 모든 마군를 꺾음으로써 다른 외도에 꺾이지 않습니다. 나아가서 악한 계법을 없애고 두타(頭陀)를 증장하여 탐심이 없는 공덕을 성취하는가 하면, 다시 크게 베푸는 공덕에 바로 머물러서 한량없는 부처님의 지혜로운 법을 다 증득한다고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에 어떤 선남자·선여인이 이 경전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베껴 쓰며 다른 사람을 위해 널리 설하고 정성껏 받들어 공양하는 한편 그 이치에 따라 자세히 관찰하고 올바르게 수행한다면 그는 얼마나 많은 복을 받겠습니까?” 세존께서는 곧 복장엄보살에게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부처의 눈으로 시방을 보건대 그지없이 광대한 국토의 온갖 7보를 다 갖추어서 보살들에게 보시할지라도 어떤 이가 이 경전 받들어 지니되 부처님의 말씀대로 얻을 바가 없고 또 읽고 외우고 설하면 이 공덕이 저 공덕에 비해 더욱 뛰어나리라. 꽃·바르는 향·일산과 의복·당번·비단 따위로 시방세계에 가득 쌓아서 모든 불·보살에게 공양할지라도 훗날 말세에 법이 사라질 때 어떤 이가 이 경전을 받아 지녀 방일하지 않고 수행하는 복덕이 저 복덕에 비해 더욱 뛰어나리라. 시방세계의 큰 바다로부터 솟아나는 갖가지 기름에다가 수미산처럼 높고 큰 심지로써 등불 켜 부처님께 공양할지라도 저 법이 사라져서 온 세간이 다 어둠에 덮일 때에 법의 큰 횃불을 켜는 이 공덕이 저 공덕에 비해 배가 되리라. 한량없는 시방의 도사들에게 뜻에 맞는 미묘한 공양물로 억천 겁을 받들어 섬기면서 보리를 부지런히 구할지라도 여래의 깊은 은혜를 갚기 위해 3보를 오래도록 옹호함으로써 유정을 안락케 하는 이 복덕이 저 복덕에 비해 더욱 많으리라. 부처의 눈으로 유정들을 관찰하건대 범왕·제석왕을 성취하는 것보다 이 경전을 받들어 큰복을 얻음이 저 복덕에 비해 뛰어나리라. 어떤 이가 나한(羅漢)의 지위를 얻고 연각(緣覺)의 승(乘)을 성취하는 것보다 이 경전으로 보리의 마음을 내는 것이 저 복덕에 비해 뛰어나리라. 가령 이 경전의 복덕이 물질이라면 허공계도 그것을 다 수용할 수 없고 세존의 일체지(一切智)를 제외하고는 수승한 이 복덕을 알아 줄 이 없으리라. 여래의 이 경전은 억천 구지의 겁에 걸쳐 마치 가없는 저 시방처럼 한량없는 공덕을 내느니라. 복장엄보살은 부처님으로부터 이 경전을 옹호하여 받아 지니는 자는 그 공덕이 한량없다는 말씀을 듣고, 큰 환희심을 내어 뛸 듯이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생각하기에도 훗날 말세에 이르러 이 경전의 바른 법을 옹호하여 지니지 않는 자는 곧 마군의 경계에 떨어지고, 옹호하여 지니는 자는 그 선근이 비록 겨자씨만큼 적더라도 그 공덕은 저 시방의 허공처럼 다함도 없고 비유할 수도 없음을 알겠습니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저 역시 이제부터 용맹의 갑옷을 입을 것이니, 차라리 몸과 목숨을 버릴지언정 이 경전을 옹호하여 지니기 위해 조금도 제 자신의 이익을 바라지 않고 다만 일체 유정의 안락함을 구하겠습니다.” 복장엄보살이 이 법을 설할 때에, 대허공장보살의 그 복덕의 힘으로 말미암아 시방의 항하사(恒河沙) 수의 불국토에 있는 허공장보살과 한량없는 불·보살들이 허공으로부터 갖가지 꽃을 뿌려서 부처님을 공양하였다. 그 허공에서는 다음과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허공장보살이 이 크나큰 불사를 일으켜서 끝내 대집(大集)의 법요(法要)를 장엄하였느니라. 또 미래의 유정들을 능히 거두어 바른 법을 장엄하고, 그들로 하여금 보리의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며 이 경전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베껴 쓰고 해설하게 하리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 경전을 부촉하려는 뜻에서 곧 신통의 힘으로 몸에서 큰 광명을 내어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시고는 한량없는 불국토를 한꺼번에 진동하게 하셨다. 이에 따라 한량없는 아승기겁의 유정들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는데, 혹 어떤 유정은 무생법인을 얻기도 하였고, 어떤 유정은 해탈을 얻기도 하였으며, 어떤 유정은 청정한 법의 눈을 얻기도 하였고, 어떤 유정은 더러운 탐심을 여의기도 하였으며, 어떤 유정은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는 그 수승한 복덕의 인연을 얻기도 하였다. 그 밖의 일체 대중들도 다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내었다. 부처님께서 이 경전을 부촉하시고 나자, 허공장보살마하살·존자 가섭·구수 아난다를 비롯하여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제석천왕·사천왕과 여러 비구 대중들과 큰 보살들과 내지 천인·아수라·건달바 등의 일체 유정들이 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큰 환희심을 내었으며 믿어 받아 지니고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