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大集大虛空藏普薩所問經) 제1권

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大集大虛空藏普薩所問經)

개부의동삼사(開府儀同三司) 특진(特進) 시(試) 홍려경(鴻臚卿) 숙국공(肅國公)으로 식읍(食邑)이 삼천호(三千戶)요, 자의(紫衣)를 하사받고 사공(司空)에 추증되었으며, 시(諡)는 대감정(大鑑正)이고 호(號)는 대광지(大廣智)인 대흥선사(大興善寺) 삼장 사문 불공(不空) 받들어한역 이진영 번역

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大集大虛空藏普薩所問經) 제1권

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大集大虛空藏普薩所問經) 제2권

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大集大虛空藏普薩所問經) 제3권

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大集大虛空藏普薩所問經) 제4권

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大集大虛空藏普薩所問經) 제5권

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大集大虛空藏普薩所問經) 제6권

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大集大虛空藏普薩所問經) 제7권

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大集大虛空藏普薩所問經) 제8권

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大集大虛空藏普薩所問經) 제1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박가범(薄伽梵)께서는 여래 경계의 보장엄(寶莊嚴) 도량에 계셨으니, 그 도량은 바로 여래의 가피력이 미치는 곳이었을 뿐만 아니라보살들이 크나큰 복덕의 자량(資糧)을 쌓고 평등한 행을 성취하기 위해 머무는 궁전이었다. 또 한편으로 여래께서 끝없이 깊고도 깊은 법을 연설하시고 신통의 걸림 없는 지혜로 머무시는 곳이었으며, 그 크고도 훌륭한 방편의 지혜를 능히 나타내시고 아무 것도 없는 지혜의 행에 들어가시는 처소이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이 도량에서는 미래세의 한량없이 뛰어난 공덕을 길러내기 위하여 여래께서 일체의 법을 나타내 증명하시고, 다시 평등하고도 자재롭게 위없이 청정한 법륜(法輪)을 굴려서 여러 제자들을 조복하셨다. 나아가서는 일체 유정들의 뜻을 통달하고 그 근기에 대해 잘 알아서 피안(彼岸)에 이르게끔 번뇌의 습기를 다 끊어주시고, 그 밖의 온갖 불사를 일으키시면서 큰 비구들 6백만과 함께 머무셨는데, 이에 따라 그 많은 비구들도 다 여래 법왕(法王)의 아들로서 마음과 지혜가 뛰어난 해탈을 얻었고, 이미 일체의 번뇌의 속박을 끊었으며, 그 깊은 부처님의 법에 들어가는가 하면, 다시 무상(無相)의 법을 통달하고 엄정하고 뛰어난 위의를 구족하고 큰 복밭(福田)을 늘림으로써 여래의 가르침대로 잘 따랐다.

또한 시방의 다른 불국토로부터 무량 무수의 헤아릴 수도 없고 비유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들이 모여들었는데, 그 보살들은 찰나 사이에 끝없는 불세계(佛世界)에 머물면서 일체의 여래를 받들어 공양하고 설법을 청해 법을 듣는 것에 싫증을 내지 않았으며, 항상 일체의 유정들을 성숙시키고 뛰어난 방편으로써 능히 제일의 청정한 피안에 이르렀다. 또 걸림 없는 지혜로 갖가지 희론(戱論)을 분별하였고 그 지위가 다 일체지(一切智)의 지혜에까지 접근하였다. 그 보살들의 명호를 든다면, 전천(電天)보살·전승(戰勝)보살·변조(遍照)보살·용건(勇健)보살·최의(摧疑)보살·분신(奮迅)보살·관찰안(觀察眼)보살·상서수(常舒手)보살 등 이러한 우두머리 보살마하살들이었다.

모든 성문·보살과 천룡(天龍)·약차(藥叉)·건달바(乾闥婆)들과 일체 대중의 그 모습은 보다 더 분명히 나타났다. 또한 이 도량에서는 사자좌(師子座)가 홀연히 솟아 나왔는데, 그 높이와 너비는 1만 유선나(踰繕那)에 이르렀으며, 여기서 내뿜는 청정한 광명은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어서 해와 달의 광명·제석(帝釋)·범천(梵天)·호세천(護世天)의 광명조차도 다 나타나지 못하게 하였다. 바로 그 때에 부처님께서 이 사자좌에 오르시자, 여러 대중들이 이 뛰어나고 기묘한 모습을 보고는 전에 없던 일이라 뛸 듯이 기뻐하며 찬탄하였다. 그들은 서로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와 같이 뛰어난 장엄의 누각과 갖가지 기묘한 모습이야말로, 가령 우리들이 한 겁(劫)의 수명을 거치면서 말하려고 하여도 말로써는 다 할 수 없으리라.”

그 때에 사리자(舍利子)가 부처님의 위신(威神)을 이어 받아 보배 누각으로부터 일어나 허공에 서서 옷을 가다듬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다음 앉아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인연으로 이러한 상서로움을 먼저 나타내시어 이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형상을 마치 큰 허공처럼 다 덮어 보이지 않게 하시고, 온갖 보배로 장엄된 이 누각만을 홀연히 나타내시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너는 지금 이 보배 누각을 보고 있느냐?”

사리자는 답하고 나서 부처님을 다시 우러러 보았다.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너는 능히 이 보배 누각의 공덕의 다함 없는 것에 대해서 찬탄할 수 있겠느냐?”

사리자가 대답하였다.

“저의 수명이 끝날 때까지 찬탄하더라도 진실로 그 공덕을 다 말할 수 없습니다.””그러하니라. 사리자여, 저 대장엄(大莊嚴)세계 안에는 묘한 보배 누각이 있어서 일체의 대중들이 다 그 허공의 누각에 머무는데, 지금의 이 누각도 그와 같은 것이 나타난 것이니라.”

사리자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 대장엄세계란 지금 어느 곳에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여기에서 동방으로 여덟 불세계를 지나고 가는 티끌처럼 수많은 불국토를 지나면, 거기에 대장엄이라는 세계가 있는데, 그 세계에는 일보장엄(一寶莊嚴) 여래·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라는 부처님께서 계시어 설법하시느니라.

사리자여, 무슨 인연으로 그 명칭이 대장엄(大莊嚴)인가 하면, 저 세계의 모든 장엄은 가장 뛰어나게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니라. 가령 내가 한 겁 동안을 세간에 머물며 찬탄하더라도 다 말할 수 없으니, 이 때문에 대장엄이라고 하느니라. 또 무슨 인연으로 그 부처님의 명호(名號)가 일보장엄(一寶莊嚴)인가 하면, 항상 큰 보리의 마음만으로써 널리 설하시고 그것을 보배로 생각하시니, 이 때문에 일보장엄이라고 하느니라. 그리고 그 부처님께서는 설법하실 때에 여러 보살들과 함께 사자좌(師子座)와 보배 누각에 오르시되, 높이가 80구지(俱胝)가 되는 다라수(多羅樹)의 허공 위로 솟아 오르셔서 여러 보살들에게 허공청정(虛空淸淨) 법인(法印)을 설하시느니라.

다시 선남자여, 허공청정 법인이란 그 일체의 법이 성품을 여의고 또 성품이 없기 때문이며, 성품을 여의고 또 성품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드러내 보이는 것[表示]이 없기 때문이며, 드러내 보이는 것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광명을 나타냄이 없기 때문이며, 광명을 나타냄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인연으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멀리 여의기 때문이며, 인연으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멀리 여의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고요한 상(相)이기 때문이며, 고요한 상이란 그 일체의 법이 두 가지 상이 없기 때문이며, 두 가지 상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차별을 멀리 여의기 때문이며, 차별을 멀리 여의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한 가지 도(道)의 상(相)에 들어가기 때문이며, 한 가지 도(道)의 상(相)이란 그 일체의 법이 본래의 성품이 청정하기 때문이며, 본래의 성품이 청정한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3세(世)를 다 초월하기 때문이며, 3세를 다 초월하는 것이란 그 일체 법이 의지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며, 의지하는 곳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어떤 그림자나 형상이 없기 때문이며, 그림자와 형상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모든 경계를 다 초월하기 때문이며, 모든 경계를 다 초월하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안팎이 다 청정하기 때문이며, 안팎이 다 청정한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번뇌로 물듦이 없기 때문이며, 번뇌로 물듦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의 성품이 적정(寂靜)하기 때문이며, 법의 성품이 적정한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마음과 의식을 멀리 여의기 때문이며, 마음과 의식을 멀리 여의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상(相)을 여의어 본래 생기(生起)함이 없기 때문이며, 상을 여의어 본래 생기함이 없는 것이란 일체의 법이 나[我]가 없는 경지에서 모든 것을 포섭하기 때문이며, 나가 없는 경지에서 모든 것을 포섭하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을 주재(主宰)하는 자가 없기 때문이며, 주재하는 자가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의 성품이 나[我]가 없기 때문이며, 법의 성품이 나가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본래 청정하기 때문이며, 본래 청정한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본래 열반(涅槃)이 없기 때문이며, 본래 열반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의 성품이 허깨비와 같기 때문이며, 허깨비와 같은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실제가 없기 때문이며, 실제가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조작의 상(相)이 없기 때문이며, 조작의 상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몸과 마음의 상을 멀리 여의기 때문이며, 몸과 마음의 상을 멀리 여의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상을 여의어 상이 없기 때문이며, 상을 여의어 상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자상(自相)이 동요하지 않기 때문이며, 자상이 동요하지 않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의지함이 없기 때문이며, 의지함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인연에 화합하여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며, 인연에 화합하여 일어나지 않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아뢰야식(阿賴耶識)을 멀리 여의기 때문이니라.

사리자여, 저 일보장엄여래께서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이러한 서른두 가지의 허공청정 법인을 널리 설하실 때에, 한량없는 보살들이 모든 법의 성품과 더불어 허공 등에 대해서 깨달아 알고 자재로이 청정한 법의 지혜를 얻느니라.

사리자여, 저 대장엄세계에 있는 보살들이 보시로 장엄하는 것은 한량없는겁에 걸쳐 희사하는 것에 수순하기 때문이고, 청정한 계율로 장엄하는 것은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하여 온갖 번뇌가 없기 때문이며, 인욕으로 장엄하는 것은 어떤 유정에게도 해치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고, 정진으로 장엄하는 것은 일체의 법의 자량(資糧)을 쌓기 때문이며, 선정으로 장엄하는 것은 일체의 법에 머물되 해탈의 평등에 이르기 때문이고, 지혜로 장엄하는 것은 일체의 번뇌의 습기를 멀리 여의기 때문이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장엄하는 것은 일체의 유정들을 구제하기 때문이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장엄하는 것은 일체의 유정들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며, 기뻐하는 마음으로 장엄하는 것은 일체의 유정들을 언제나 즐겁게 하기 때문이고, 크게 희사하여 장엄하는 것은 일체의 유정들에 대해 애증(愛憎)이 없기 때문이니라. 부처님의 끝없는 공덕을 얻기 위하여 공덕으로 장엄하고, 모공(毛孔)으로부터 마치 메아리처럼 법을 연설하기 위하여 법으로 장엄하고, 일체의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능히 보기 위하여 광명으로 장엄하고, 일체의 불국토에 널리 비추기 위하여 광명으로 장엄하고, 어떤 일의 착오를 없애기 위하여 기억하는 마음으로 장엄하고, 말과 행동이 같게 하기 위하여 가르침으로 장엄하고, 일체의 온갖 모습을 나타내기 위하여 신통 변화로 장엄하고, 얽매임이 없이 자재롭게 거닐기 위하여 일체의 부처님의 찬탄으로 장엄하고, 일체의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가기 위하여 일체의 선한 법으로 장엄하였느니라.

사리자여, 저 허공장보살마하살이 이러한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였으므로, 다른 여러 보살들과 함께 발심하여 이제 이 사바[娑訶]세계에 오려고 하느니라. 그는 여기에 와서 나에게 공경히 예배하고 받들어 공양함과 아울러 이 큰 모임에서 미묘한 법문을 분별하여 시방에서 모여든 보살들로 하여금 청정한 환희심을 내어 믿게 하고, 또 그들로 하여금 이 큰 도의 법을 다 거두어들이게 하려고 하느니라.”

그 때에 대허공장보살마하살이 그 12구지(俱胝)의 보살들에게 앞뒤로 둘러 싸여서 일심으로 일보장엄여래를 우러러 보며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사바세계에 가서 석가모니부처님께 예배하고 공양하려 하오니, 원컨대 허락해 주십시오.”

일보장엄여래께서 대답하셨다.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 너의 생각대로 하여라.”

그러자 대허공장보살은 일보장엄여래께 엎드려 예배하고 마주보아서 그 부처님으로부터 불세계를 거니는 신통의 힘을 이어받았다. 그는 곧 그 국토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한 찰나 사이에 사바세계의 장엄도량에 이르렀다. 이 때에 허공장보살을 비롯한 모든 보살들은 허공에 머무르면서 저 세계로부터 가지고 온 온갖 미묘한 꽃과 향을 빗물처럼 뿌렸다. 그것은 가루 향·바르는 향과 깃발·일산·비단이었으며, 또한 월화(月花)·대월화(大月花) 따위의 미묘하고도 수승한 꽃과 일월광화(日月光花)·일등화(日燈花)·일정화(日精花)·애화(愛花)·대애화(大愛花)·조요화(照曜花)·사달라화(娑闥羅華)·변무구화(遍無垢花)·청정무구화(淸淨無垢花)·금광조요화(金光照曜花)·허공조요화(虛空照曜花)·대백향조촉화(大白香照觸花)·백엽천예화(百葉千蘂花)·제우화(除憂花)·작희화(作喜花)·천소찬화(天所讚花)·용화(龍花)·안락생희화(安樂生喜花)·선지화(禪枝花)·영신쾌락화(令身快樂花)·영심환희화(令心歡喜花)·향변삼천세계화(香遍三千世界花)·식제중병화(息除衆病華)·묘위덕장엄화(妙威德藏嚴花)·유출무변복덕화(流出無邊福德花)·조촉시방보살화(照觸十方菩薩華) 따위의 온갖 꽃들이었는데, 빗물처럼 내린 꽃들은 그 높이가 무릎에 닿을 정도로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하였다.

그 때에 사바세계의 대중들이 이 꽃들을 보고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수승한 갖가지 꽃과 온갖 미묘한 음악이야말로 과거에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도대체 이 꽃들과 음악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 유래를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것은 저 허공장보살마하살이 대장엄세계로부터 이 모임에 와 허공에 머무르면서, 나와 경전의 법을 공양하기 위하여 먼저 이 미묘하고도 수승한 갖가지 꽃들을 뿌린 것이니라.”

그 때에 대허공장보살마하살이 함께 온 보살들을 데리고 허공에서 내려와,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려 예배한 다음 오른쪽으로 세 번을 돌고는 한쪽에 물러나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 일보장엄여래께서 세존께 문안인사 드리길 ‘세존께서는 편찮으신 데나 근심거리가 없으시고 편안하십니까?’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12구지의 보살들은 과거부터 일찍이 세존께 교화를 받은 이들이기에, 이제 저와 함께 이 사바세계에 와서 『대집경(大集經)』에 대해 듣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 세존께서 저희들을 보내신 것도 이 여러 보살들로 하여금 일체의 법에 있어서 자재로움을 얻고 큰 법을 성취하게 하기 위함이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가엾이 여겨 거두어 주시고 이 깊고도 깊은 법의 진리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그 때에 대허공장보살이 곧 공중으로부터 변화를 일으켜서 큰 보배 일산과 온갖 보배 장엄으로 여래의 정수리를 덮자, 그 광명이 시방에 두루 비추었다. 여래께서는 사자좌(師子座)에 오르셨는데, 그 사자좌의 높이와 너비는 만 유선나(踰繕那)에 달했다. 이에 대허공장보살이 합장하고서 게송[伽他]을 읊어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최상의 공덕과 미묘한 지혜
한량없이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고
허공처럼 평등하고 고요하니
그 비할 바 없는 이에게 예경드립니다.



온몸의 미묘한 모습을 보이시되
법의 몸을 여의지 않은 그 몸을 보이시고
자비로운 모습을 유정들에게도 나타내시되
복덕으로 장엄된 그 모습을 나타내시네.



이미 음성을 여의고 보고 듣는 것이 없으시며
모든 언어를 끊어서 말하여 나타냄이 없으시니
비록 말의 성품이 메아리와 같음을 아시더라도
큰 자비심으로 유정들을 위해 널리 설하시네.



모든 유정들에게 그 마음을 평등하게 하시고
마음은 허깨비와 같아 본래의 성품이 없음을 아시고
마음의 행조차도 상념이 없는 것임을 다 아시고
끝내 구경(究竟)의 평등한 그 마음을 마음으로 삼으시네.



온갖 모습으로 세간을 제도하시되
선서(善逝)의 모습을 얻음이 없이
그 미묘한 공덕에 의지하시어
좋아하는 것에 따라 나타내시네.


얻을 것 없는 법을 깨달으시고
일체의 법에 집착과 분별을 여의시고
유정들을 제도할 수 있는 법을 알아서
때에 알맞게 항상 끊임없이 설법하시네.



대중들이 다 부처님의 모습을 보더라도
그 나타내신 모습에는 다 차별이 있으니
세존께서 이미 몸과 마음의 상을 벗어나
나타내신 모습대로 유정을 즐겁게 하시네.



인연이 화합하여 일어나는 모든 법은
진실한 법이 아닌 허망한 분별이므로
모든 법이 다 이러한 것임을 아시어
깨달음과 열반을 성취하고 증명하시네.



이미 분별과 두 극단을 끊어 버려서
고요하고 본래의 성품이 없음을 아시니
비록 모든 법의 성품이 청정함을 아시더라도
업의 과보를 벗어나는 것에는 어긋남이 없으시네.



법은 유정·수명·사람이란 것이 없어
허공처럼 고요하고 이름조차 없으므로
저 유정들이 아무 것도 없음을 깨달아
다 감로(甘露)의 문에 들어가게 하시네.



부사의한 백억의 행을 닦아
힘써 위없는 도를 구하시고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할 일을 이미 마쳐서
행이 없는 곳에 이르러 열반을 깨달으셨네.


법의 성품에 차별이 없어서
상·중·하가 다 평등하고
평등한 지혜에 머물러 분별이 없으시니
부처님께서는 항상 선정에 들어 계시네.



온(蘊)·처(處)·계(界)4)가 허깨비와 같고
삼계(三界)가 마치 물 속의 달과 같고
유정들도 꿈과 같아서 진실이 아니더라도
부처님께서는 항상 이러한 것을 설하시네.



세간에서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하시어
가히 얻을 수 없는 모습을 얻으셨으니
보리(菩提)를 성취하심도 그와 같아서
굴릴 수 없는 법륜(法輪)을 굴리시네.



자타(自他)가 다 피안(彼岸)에 이르고
자타가 다 의혹의 얽매임을 벗어나고
자타가 다 대승의 즐거움을 얻고
자타가 다 열반을 증득하게 되네.



유정이란 생멸(生滅)도 없고
본래부터 청정한 것일 뿐
그 성품은 허깨비와 같으므로
어떤 유정이라도 보리를 증득하네.



물질은 허공과 같아 생겨남이 없고
일체의 세간 역시 이와 같으며
법도 물질과 물질의 형상을 다 여의니
이러한 이치로써 물질의 고요함을 아네.



여래의 공덕을 찬탄함으로 말미암아
청하여 듣고 찬탄하는 것이 다 심오하네.


여래의 공덕은 허공처럼 헤아릴 수 없고
둘도 없는 진실이니 이를 찬탄하네.



유정들을 능히 깨쳐서 예경받으시고
무심히 얻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르셨네.


모든 부처님께서 부처님만을 능히 찬탄하시니
제가 진덕존(眞德尊)께 예경하듯 그와 같이 하시네.



유정도 없고 나라는 존재도 없고
부처님의 법계도 다 동일함을 아시고
욕심을 여읜 모든 법에 대해 아시므로
이제 이렇게 평등존(平等尊)께 공양드립니다.

그 때에 대허공장보살이 이 게송을 읊고 나자, 보장엄도량의 그 미묘한 누각들이 일시에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공중에서는 다음과 같은 음성이 들렸다.

“석가모니세존께서는 무수한 구지(俱胝) 나유타(那庾多)의 백천 겁(劫)에 걸쳐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邈三菩提)의 법을 쌓으셨기에 대허공장보살이 이렇듯 미묘한 게송으로 찬탄하는 것이니, 이러한 공덕의 찬탄은 꿈에서도 듣기 어려운 것이거늘 하물며 쉽게 볼 수 있으랴. 그러므로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나 이 게송을 듣고서 신심을 내어 잘 닦는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오래지 않아 허공장보살처럼 사자의 울부짖음을 낼 수 있으리라.”

대허공장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 사바세계에 와서 세존을 우러러 뵙고 예배하고 공양하는 것은 『대집경전(大集經典)』을 듣고자 함입니다. 이 대중보살들도 각각 법에 의심이 있어서 설법을 들으려는 것이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로 하여금 법의 광명을 얻어 명료한 지혜를 내게 해 주십시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어떤 방편을 내려 주신다면 저희들은 지금 그 명료한 이치에 대해 여쭈겠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는 바로 걸림이 없는 지혜를 갖추신 이로서 일체의 유정들의 근기를 잘 아시어 앞뒤로 성숙하게 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광명을 얻으신 이로서 모든 어둠을 제거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이치를 깨달으신 이로서 모든 구의(句義)를 잘 분별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그 때를 잘 아시는 이로서 때를 놓쳐서 수기(授記) 하시는 일이 없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마땅함을 아시는 이로서 유정들의 마땅함에 따라 설법하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유희(遊戱)의 신통을 갖추신 이로서 모든 신통에 자유자재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바르게 관찰하시는 이로서 유정들의 마음과 행을 마치 손바닥에 있는 물건을 보듯이 밝게 보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너무나 거룩하신 이로서 그 누구도 세존의 정수리를 볼 수 없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가장 용맹하신 이로서 삼천대천세계에 그 누구도 깔볼 수 없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저절로 깨달으신 이로서 일체의 법을 스승 없이 증득하셨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훌륭한 길잡이로서 모든 길 가운데 바른 길을 보여주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의왕(醫王)으로서 감로(甘露)의 약을 내려 유정들의 의혹과 장애에 얽매인 온갖 병을 영원히 씻어 주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큰 힘을 지니신 이로서 그 어떠한 처소에서라도 3명(明)으로 다 통달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두려움이 없으신 이로서 일체 세간의 사문(沙門)·바라문(婆羅門)·범지(梵志)·천마(天魔)들에게 큰 사자의 부르짖음을 내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18불공법(不共法)을 성취하신 이로서 3세(世)의 걸림 없는 지혜를 얻어 몸·입·뜻이 청정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삼마발저(三摩鉢底)5)를 깨치신 이로서 18불공법을 평등히 아시기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인자한 마음에 머무시는 이로서 그 걸림 없는 지혜로 모든 유정들을 마치 허공처럼 평등히 관찰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는 마음에 머무시는 이로서 그 평등한 지혜로 유정들의 선악과 고통과 즐거움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으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기뻐하는 마음에 머무시는 이로서 선정(禪定)의 해탈을 닦아 피안(彼岸)에 이르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버리는 마음에 머무시는 이로서 그 마음이 허공과 같이 아무런 애증(愛憎)이 없으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평등에 머무시는 이로서 일체 여래의 평등한 지혜에 들어가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바라는 것이 없는 이로서 지혜를 구족하시고 명예와 이익을 멀리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일체의 지혜를 갖추신 이로서 5안(眼)이 청정하시어 일체 법의 구경(究竟)을 다 보시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이러한 한량없고 그지없는 공덕을 성취하셨음을 저희들이 알고 있고 또한 저희들이 이 법을 사랑하고 즐거워하여 감히 여쭈려는 것입니다. 이 여러 유정들로 하여금 평등한 법을 듣고서 그 방편에 따라 일체지(一切智)의 지혜를 내게 해 주십시오.”

그 때에 부처님께서 허공장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보살이여, 너는 긍가하사(殑伽河沙:항하사)의 수와 같은 그 많은 부처님들께 이미 수기(授記)를 받았으니, 이제 너의 질문에 따라 분별하여서 환희심을 내게 하리라.”

그러자 대중 가운데 있던 공덕왕광명(功德王光明)이라는 보살이 허공장 보살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떠한 연유로 여래께 여쭈시는 것입니까?”

허공장보살은 곧 게송을 읊어 답하였다.

유정들에게 평등한 마음을 널리 베푸시고
다시 평등한 마음으로 피안(彼岸)에 머무시고
마음을 깨쳐 미묘한 이치에 무심히 드셨으니
지금 이렇게 세존께 여쭙는 것입니다.


청정한 광명이 모든 어둠을 걷고
다시 저 의혹을 다 끊어버리며
유정들로 하여금 해탈을 얻게 하시니
지금 이렇게 세존께 여쭙는 것입니다.



나[我]와 나 없음[無我] 이 항상 청정함을 아시어
유정들이 나 없는 경지에 머물게 하시고
다시 그 얽매인 소견을 벗어나게 하시니
지금 이렇게 세존께 여쭙는 것입니다.



뛰어난 위의의 계율에 머무시고
마음이 청정하고 허공처럼 평등하시며
수미산처럼 견고해 흔들리지 않으시니
이렇게 공덕이 있는 이께 여쭙는 것입니다.



끝없는 정진과 물러나지 않는 용맹으로
아만(我慢)과 모든 마군을 다 꺾으시고
저 번뇌의 얽매임을 청정하게 하시니
이렇게 단엄(端嚴)하신 이께 여쭙는 것입니다.



보시·계율·인욕·정진·선정
해탈의 모든 바라밀을 닦으셔서
청정한 지혜에 머무시니
이렇게 청정한 이치를 여쭙는 것입니다.



공(空)·무상(無相)·무원(無願)에 머무시어
생사(生死)나 열반을 나타내 보여주시고
생겨남도 머묾도 가고 오는 것도 없으시니
이렇게 청정한 지혜를 여쭙는 것입니다.


성문·연각과 그 밖의 대중으로서
질문할 수 없고 측량할 수 없는
깊고도 가없는 지혜를 지니셨으니
이렇게 세존께 여쭙는 것입니다.



바른 법을 즐겨하여 통달하시고
법과 법이 아닌 것에도 집착이 없으시고
항상 선한 법을 지켜 동요하지 않으시니
이렇게 여래의 법을 여쭙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종자를 끊지 않으시고
바른 법과 스님과 승단을 옹호하시고
그 명성이 3세의 부처님께 떨치시니
이렇게 공덕의 바다에 대해 여쭙는 것입니다.

대허공장보살은 이 게송으로 공덕왕광명보살에게 답하고 나서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보시바라밀다(布施波羅蜜多)를 저 허공처럼 닦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계율·인욕·정진·선정·반야 바라밀을 저 허공처럼 닦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복덕과 지혜의 이 두 가지로 장엄하여 허공처럼 닦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불·법·승을 여의지 않고 항상 따라서 생각하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버림[捨]과 계율과 하늘을 항상 따라서 생각하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열반으로 모든 행을 평등하게 닦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일체 유정들의 행의 모습에 대해 잘 아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부처님 법의 보배 창고를 잘 간직하여 여래께서 깨달으신 저 법의 성품에 대해 여실히 아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유정들의 본래의 청정함을 잘 알아서 성숙시키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이치에 상응하는 법을 닦아 구경(究竟)에 이르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신통을 잃지 않고서 일체의 법에 자재함을 얻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일체의 성문·벽지불도측량할 수 없는 그 깊고도 깊은 부처님 법의 이치에 머무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연기(緣起)의 법에 들어가되 뛰어난 지혜로써 일체의 치우친 소견을 멀리 여의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여래의 인(印)으로써 진리의 인을 맺고 끊임없이 뛰어난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법계의 그 깊은 처소에 들어가되 일체의 법이 다 평등한 성품의 것임을 관찰하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금강처럼 견고한 뜻을 지니고서 이러한 대승(大乘)에 머물러 흔들리지 않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보살이 스스로의 경계를 부처님의 경계처럼 청정하게 하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다라니를 얻어서 그 법의 행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여래의 가호를 받아 걸림이 없는 변재(辯才)를 얻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생사(生死) 속에서 자재함을 얻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원수와 적을 꺾고 4마(魔)6)를 뛰어 넘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한량없는 복덕의 자량(資糧)을 쌓아서 유정들에게 의지할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부처님께서 없는 세간에 출현하여 유정들을 위해 온갖 불사를 일으키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해인(海印) 삼마지(三摩地:삼매)를 얻어서 일체 유정들의 마음의 행에 물들지 않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집착에 물들지 않아서 마음이 허공의 바람처럼 아무런 걸림이 없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위의를 닦아 광명을 성취함으로써 다른 인연을 따르지 않고 저절로 지혜를 얻어 대승의 일체지(一切智)의 지혜에 이른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이에 부처님께서 허공장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보살이여, 네가 지금 이러한 깊은 이치를 여래에게 물은 것은 다 유정들을 위한 것이므로, 너는 일체의 부처님 법을 환히 깨닫게 되리라. 너는 이미 과거의 한량없는 부처님들을 받들어 공양하여 많은 선근(善根)을 심었고, 정진의 갑옷을 입은 채 부지런히 법을 구하여 그 지혜의 몽둥이로 마군을 몰아 냄으로써 항상 일체의 유정을 이롭게 하였느니라. 또 저 세간의 비난받거나 칭찬 받는 여덟 가지의 법을 초월하여 허공처럼평등한 행을 닦고 오래도록 일체지의 지혜를 쌓았으므로, 이러한 너의 공덕이야말로 그지없고 한량없노라.

이와 같기에 보살이여, 항하사 수의 과거 부처님께 일찍이 그 이치를 물은 것과 같이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여라. 나는 마땅히 너를 위해, 보살이 공덕을 얻어 대승의 일체지의 지혜에 이르는 것에 대해 분별하여 해석하리라.”

허공장보살이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기꺼이 설법을 듣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허공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보살은 보시바라밀다를 허공처럼 닦아 네 가지 법을 성취하느니라. 이른바 그 네 가지 법이란, 첫째는 자신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유정이 청정한 것이고, 둘째는 유정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셋째는 보시가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회향(廻向)이 청정한 것이고, 넷째는 회향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리가 청정한 것이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바로 보살이 보시바라밀다를 허공처럼 닦아 네 가지 법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또 보살은 보시바라밀다를 청정하게 닦아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느니라. 이른바 그 여덟 가지 법이란, 첫째는 나가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둘째는 나의 것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셋째는 인(因)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넷째는 견해가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다섯째는 상(相)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여섯째는 이상(異相)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일곱째는 과보를 바라지 않는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여덟째는 마음이 허공처럼 평등하고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니라. 이것이 바로 보살이 보시바라밀다를 청정하게 닦아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마치 허공이 그 끝이 없는 것처럼 보살이 보시를 한없이 닦는 것도 그러하고, 마치 허공이 너무나 넓어서 걸림이 없는 것처럼 보살이 보시를 널리 회향하는 것도 그러하며, 마치 허공이 물질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물질을 버리고 보시를 닦는 것도 그러하고, 마치 허공이 아무런 느낌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느낌을 떠나서 보시를 닦는 것도 그러하며, 마치허공이 그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모든 물듦을 여의고 보시를 닦는 것도 그러하고, 마치 허공이 어떤 조작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조작을 여의고 보시를 닦는 것도 그러하며, 마치 허공이 어떤 의식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의식을 여의고 보시를 닦는 것도 그러하고, 마치 허공이 모든 불국토를 두루 덮어 주는 것처럼 보살이 그 대자대비한 보시의 닦음으로 항하사 수의 불국토 유정들을 두루 덮어 주는 것도 그러하며, 마치 허공이 다함이 없는 것처럼 보살이 3보(寶)의 종자를 끊음 없이 보시를 회향하는 것도 그러하고, 마치 허공이 어둠이 없는 것처럼 보살이 번뇌의 어둠을 여의고 보시를 닦는 것도 그러하며, 마치 허공이 어떤 상(相)을 나타내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보시를 닦음에 있어서 그 마음이 청정한 것도 그러하고, 마치 허공이 모든 것을 다 포용하는 것처럼 보살이 보시를 닦음에 있어서 유정을 널리 포섭하는 것도 그러하니라.

또 허깨비가 허깨비에게 보시할 때에 마음에 분별이 없고 그 과보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보시를 닦음도 다 허깨비와 같아서 아무런 분별이 없고 과보를 바라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보살은 보시를 닦음에 있어서, 수승한 지혜로써 하여 모든 번뇌를 버리고 방편의 지혜로써 하여 유정들을 버림이 없느니라. 이것이 바로 보살이 보시바라밀다를 허공처럼 닦는 것이니라.”

그 때에 등수(燈手)보살마하살이 그 모임에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은 어떠한 상(相)으로 이 보시바라밀다를 닦아야 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상이 없이 이러한 보시바라밀다를 닦아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그 일체의 법에 자신이라는 상이 없는 것은 자신이라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고, 유정(有情:중생)이라는 상이 없는 것은 유정이라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며, 법이라는 상이 없는 것은 법이라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고, 지혜라는 상이 없는 것은 지혜라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며, 마음이라는 상이 없는 것은 마음이라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고, 세간이라는 상이 없는 것은 세간이라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며, 물질[色]이라는 상이없는 것은 물질이라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고, 보고 듣는 상이 없는 것은 보고 듣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보살은 어둠도 없고 밝음도 없이 일체의 상을 벗어나 상이 없는 구경(究竟)의 경지에 이르고, 다함이 없는 지혜를 성취하여 비로소 여래의 기별(記莂)을 얻고, 보살 니야마(尼夜摩)7)의 지위에 머물러 보살의 물러나지 않는 인(印)으로써 그것을 맺느니라. 또 관정(灌頂)의 지위에 이르러 일체의 평등한 법을 성취함으로써 모든 유정들의 행(行)의 실상을 알게 되니, 보살은 이러한 행으로써 보시바라밀다를 닦아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법을 널리 설하실 때에 그 모임에 있어서 1만 6천의 보살들이 모든 법의 성품이 허공과 같음을 보고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항상 청정한 마음으로 보시를 닦고
보리를 구하되 과보(果報)를 바라지 않고
보시를 하고도 후회하지 않고 기뻐해야만
이것이 해탈을 얻는 미묘한 보시이니라.



지혜로운 자는 법이 허깨비와 같음을 알아
그 밖의 온갖 재보(財寶)를 탐하지 않고
몸과 목숨까지도 돌보지 않음으로써
부처님의 저 보리의 마음에 뜻을 두느니라.



평등한 보시에는 애증(愛憎)이 없고
항상 정진하여서 물러남이 없으며
모든 법을 허공과 같이 관찰함으로써
기뻐함도 없고 싫어함도 없느니라.


법의 성품이 본래 청정한 것임을 알아
보리를 구하고 보시하는 것 역시 그렇게 하고
보시로 말미암아 탐욕을 내지 않으며
항 상 사심(捨心)을 닦아 희론(戱論)이 없느니라.



등한 보시는 온갖 생각을 여의고
상 ·중·하에 분별이 없는가 하면
뜻이 청정하여 항상 허물이 없으며
지혜로운 보시여서 바라는 것이 없느니라.



몸은 허깨비와 같아 다 덧없는 것임을 아니
재보 역시 견고하지 않아 한바탕 꿈과 같고
세간을 위해 자비를 베풂으로 말미암아
항상 보시하고 세간에 물들지 않느니라.



나 없는 보시로 번뇌를 청정하게 하고
이러한 보시로써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우며
어떠한 마군도 그 틈을 엿보지 못하게 하니
이러한 보시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느니라.



보시의 마음으로 10력(力)을 설하고
마땅히 청정한 계율의 행에 머무니
이로 말미암아 수행하여 정려(靜慮)와
지혜를 문득 원만히 성취하는 것이니라.



보시와 계율이 마음과 더불어 청정하여
모든 번뇌를 태워 다시는 나지 않으며
자타(自他)가 다 이로움을 얻어
함이 없는 열반의 즐거움을 얻느니라.


보시를 닦아 탐욕을 제거함으로써
어떤 것에도 더럽혀지거나 집착하지 않고
유정들로 하여금 다 고뇌를 벗어나 스스로
청정한 보리의 인(因)을 성취하게 하느니라.



보시의 마음은 물러남이 없어
이로 말미암아 보살의 성품을 얻게 되고
그리고 보리의 청정한 공덕을 얻게 되니
곧 능히 한량없는 유정들을 제도하느니라.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