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지적보살품(智積菩薩品)
그 때에 체분별변(逮分別辯)이란 보살이 있어서 또 부처님 앞에 나와 여쭈었다.
“지적보살은 어찌하여 그 이름을 지적이라 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족성자야, 지금부터 오래고도 먼 과거세 때에 수적(首寂) 여래·지진·등정각·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도법어·천인사·불세존이란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그 세계의 이름은 정근(精勤)이고, 겁(劫)의 이름은 아마륵(阿摩勒)이었다.
그리고 그 불세계는 안온하고 쾌락하여 중생들에게는 아무런 병이 없었다. 수적여래에게는 4만 2천의 보살들과 8만 4천의 성문들이 있어서 다 공손히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 부처님께서 변재로써 방등경(方等經)을 설하시면서 여러 보살들을 위해 백억 가지 질문을 내어 노래로써 그 보살들에게 두루 고하셨다.
‘너희들 보살 가운데 누가 이 백억 가지 질문을 충분히 받아들여 그 질문 하나하나를 해설하여 대답하겠느냐?’
그러자 보살들은 ‘오늘 밤은 지나고서 대답하겠습니다’고 하거나, 혹은 ‘이레 밤을 지나고서 대답하겠습니다’고 하거나, 혹은 ‘보름 지난 뒤에 대답하겠습니다’고 하거나, 혹은 ‘한 달 동안 생각한 뒤에야 대답하겠나이다’고 저마다의 생각을 세존께 아뢰었다.
때마침 그 모임에 있던 각의(覺意)란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이제 앉은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몸가짐을 정돈하지도 않고 아무런 궁리도 하지 않은 채 여래 앞에서 그 질문하신 모든 이치를 다 대답하여 세존께서 증명하시게끔 하겠습니다.’
때에 각의보살이 사자후로써 외치자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그 큰 광명이 널리 세간을 비추었으니, 이 위신이 넘치는 광명으로 지상의 사천왕천(四天王天)과 도리천(忉利天)·염천(炎天)·도솔천(兜率天)·무교락천(無憍樂天)·화자재천(化自在天)에 고하고, 위로는 마계천(魔界天)·범천·범신천(梵身天)·범만천(梵滿天)·범마착천(梵魔着天)·대범천·광요천(光曜天)·선광천(尠光天)·무량광천(無量光天)·광음천(光音天)·엄정천(嚴淨天)·선정천(尠淨天)·무량정천(無量淨天)·난급천(難及天)·선견천(善見天)·선승천(善勝天)·이과천(離果天)·일선천(一善天)·공혜천(空慧天)·식혜천(識慧天)·불용공혜천(不用空慧天)·유상무상천(有想無想天)에까지 이르렀다.
이것을 보게 된 비구·비구니·동남·동녀들이 헤아릴 수 없이 모여들고 시방 백천 세계의 대중이 다 모여 와서 높은 자리 앞에 멈추어 서자, 각의보살이 이 대중들이 모두 다 모여 온 것을 보고 자신의 복력(福力)과 굳센 의력(意力)과 다라니의 힘과 분별하는 변재의 힘과 두려움 없는 힘을 발휘하는 한편, 부처님의 위력을 이어 받들어 부처님 앞에 모여든 대중들에게서 백억 가지 질문을 받아들여 그 하나하나의 질문에 백억 가지 이치를 들어서 해설해 주었다. 그가 시기를 어기지 않고 자리를 옮기지도 않고 일어서거나 무릎을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조금도 이치에 어긋나지 않게 유창하게 그 뜻을 해설하니, 듣는 이들이 마치 어두움 속에서 광명을 본 것처럼 기뻐하는 동시에 모여든 6만 대중은 모두가 더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고자 발심하였고, 8만 4천의 보살들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수적여래께서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하고 칭찬하시자, 때마침 그 음성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퍼져 지상의 모든 신(神)과 위로는 정신천(淨身天)을 비롯한 모든 천왕들이 그 음성을 듣고 함께 이와 같이 찬탄하였다.
‘이제 이 보살이 백억 가지 질문에 대하여 충분히 대답하였으니, 마땅히 그의 명호를 지적(智積)이라 해야 하리라.’
족성자야, 지혜가 그러하기 때문에 지적이라 하니, 그 때의 각의보살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지금의 지적보살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