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여래도품(如來道品)

22. 여래도품(如來道品)

부처님께서는 다시 족성자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여래께서 행하시는 도업(道業)이니, 여래께서는 이 도법을 행하심으로써 중생을 개화하되 아무런 말이 없이 문자를 널리 설하시나니, 그러므로 누구도 그 도법을 감당하기 어렵고 이룩하기 어렵다.

족성자야, 여래의 지극한 정성은 누구에게 배운 것이 아니고 금제(禁制)할 자도 없으므로 그 업이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으며, 모든 하늘·용·귀신과 세간 사람으로선 계산하거나 칭재(稱載)할 수 없다.

그리고 애초부터 말씀도 없이 문자를 나타내시니 미치기 어렵고 억제할 수 없으며, 그 선정이 모든 불토에 두루하여 바른 깨달음을 나타냄이 이미 다 초월하시므로 삿된 업이 없고 상념 없기가 마치 허공 같아서 그 평등한 삼매로 모든 법계를 관찰하되 차이가 없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 펼치신 설법은 조금도 있지 않고 출현하시는 곳마다 치우치거나 무리 짓지 않음은 물론, 어떠한 중생과 국토에도 그와 같이 평등하며 모든 연설이 한결같아서 도신(道神)의 구별 없고 해탈이 차이 없고 내지 도달한 멸도(滅度)에는 이것저것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또 족성자야, 여래 지진께서는 모든 법계에 한 가지 맛[味]으로써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룩했으므로 중생계에 어떤 가림이나 거리낌이 없고, 훌륭한 방편으로 그 거리낌 없는 법을 다 분명히 요달하며 곧 중생을 위해 그 법 바퀴를 굴려 물러나지 않게 한다. 족성자야, 마치 구슬을 다듬는 어떤 훌륭한 기술자가 더러움 없는 청정한 보배 구슬을 닦을 때 그 구슬을 거듭 다스려 빛을 내기 위해서는 손으로 그 구슬을 쥐고 흐린 물 속에 넣어 그 물을 응결(凝結)시키되 흐린 물이 밝아질 정도로 노력을 기울인 뒤에 다시 그 구슬을 물에서 꺼내어 식미(食味)가 들어 있는 병이나 항아리, 또는 발우나 그릇 위에 두어서 그 그릇 속의 물을 다 맑게 한다면 그 공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다시 큰 약미(藥味) 속에 넣어 세밀하게 거듭 씻음에 따라 깨끗하게 씻어내면 모든 형극(荊棘)이 다 제거되어 비로소 야광보주(夜 光寶珠)라고 불릴 수 있게 되는 것과 같다.

여래 지진께서도 그와 같이 모든 중생들의 더러운 경계를 관찰하여 그들에게 덧없고 괴롭고 공하고 몸 아닌 것과 슬프고 쓰라리고 해로운 재앙과 미혹한 중생들이 생사에 탐닉하여 고뇌와 환란에 허덕이는 모습을 연설하심으로써 성현의 법률에 들어가게 하시며, 여래의 정진은 이러한 것을 다 무난히 하신 뒤에 다시 공하고 형상 없고 원 없는 해탈문을 통달하사 그 인자한 마음으로 이끌고 깨우치되 더욱 부지런히 정진하여 그들로 하여금 집착을 없애고 곧 차례로 물러나지 않는 지위를 얻게 하기 위해 경도(經道)를 선설하여 3계(界)를 청정케 하시니, 이른바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 경계에 들어가게 함이란 곧 중생계를 벗어나 여래의 법에 들어가는 것을 말하며, 그러므로 더없는 중우(衆祐)의 법이라 하는 것이다.

족성자야, 이 인으로써 관찰한다면 여래 지진께선 부사의한 삼매에 드시어 평등을 닦았으므로 3세를 통달하고 3보를 끊지 않으며, 또 여래께선 그 부사의한 삼매로 도업(道業)에 머무심이 마치 허공 같아서 그 자연스러운 몸을 누구도 따를 수 없다. 그러므로 모든 불국토에 모습을 나타내시지만 어떤 법에도 전혀 얻는 것이 없고 아무런 선택도 없이 자유롭게 그 음향(音響)을 따라 교화하시며, 중생을 위해 경전을 선설하실 때엔 모든 마음의 반연을 다 여의고서 중생들의 그 마음과 뜻이 나아가는 갈래나 또는 보살들에 대한 그 지조의 청정함을 환히 알아보시니, 여래께서는 이러한 일 때문에 세간에 출현하시는 것이다.

족성자야, 이것이 곧 여래의 지극한 정성으로 이루어진 근본 없는 업이요, 이 업은 머무는 것이 없는 동시에 어긋나지 않고 또 게으름이 없으므로 보살들에게 결정을 내려주되 그 가르침을 끊지 않나니, 이것이 이른바 여래의 도업(道業)이다.”

부처님께서 이 여래의 도업을 강설하실 때에 시방의 한량없고 셀 수 없는 무수한 불토가 여섯 가지 소리로 진동하고 그 큰 광명이 모든 세계를 널리 비추었으며, 부처님의 청정한 보배 사자좌에 하늘의 꽃과 향이 비처럼 쏟아졌다. 사방에서 모여드는 큰 성문들과 하늘·용·귀신·건달바 따위와 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와 비구·비구니·동남·동녀들이 다 함께 도업의 법전(法典)을 널리 펴시는 여래의 말씀을 듣고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각각 선심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들은 저마다 갖가지 종류의 꽃·꽃다발과 이름난 향, 섞인 향, 바르는 향과 의복·기·일산 또는 큰 당번(幢番)을 가지는 동시에 금슬(琴瑟)·공후(箜篌)와 같은 온갖 악기를 울리면서 여래를 공양하기 위해 머리 위에 보배를 뿌렸으며, 혹은 마유(麻油)를 가지기도 하고, 혹은 우레 같은 소리를 일으키기도 하고, 혹은 그 터럭을 가지거나 혹은 보배 영락의 장식품을 벗어 들거나 혹은 명월주(明月珠)나, 회월주(懷月珠), 해탈화(解脫華)나 혹은 그 밖의 청결한 공양 거리나 혹은 인수(印綬)를 가지고 부처님을 공양하기도 하며, 혹은 보배 과일이나 혹은 응조(鷹鳥)를, 혹은 연루(綖縷)를, 혹은 고요한 물건이나 기울지 않는 값진 물건을, 혹은 머리를 장식하는 보배 영락이나 목걸이나 손·다리를 치장한 온갖 물건으로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해 다 고루 뿌렸다.

어떤 이는 또 야광보주(夜光寶珠)를, 어떤 이는 자마금(紫磨金)으로 장식된 보배를 뒤에서 뿌리기도 하고, 혹은 마장보(馬藏寶)와 제석천의 특수한 검푸른 보주와 화색보주(火色寶珠)·월광보주(月光寶珠) 등 갖가지 기이한 빛깔의 보배구슬을 뿌려 공양하기도 하였으며, 혹은 그 숱한 자마금·백은(白銀)과 목밀(木蜜)·전단(栴檀)이 섞인 향과 검고 묘한 향 내지 사람 같은 갖가지 향과 붉은 진주 따위를 뿌려 공양하기도 하였으며, 혹은 가우의화(加雨意華)·무극의화(無極意華)·월도월화(月度月華)·유연음화(柔軟音華)·대연향화(大軟響華) 등의 여러 가지 하늘의 꽃을 비처럼 흩뿌렸다. 그 꽃이 눈을 빛내고 온 땅을 덮는 한편 그 더러움 없는 백천 잎의 바퀴 같은 광명이 멀리 비침과 함께 그 아름답고도 미묘한 향내가 두루 풍기어 보는 이를 다 기쁘게 하였으며, 또 그 불꽃같이 비추는 광명과 한량없는 빛깔이 찬란한 휘장에 푸른 연꽃과 부용(芙蓉)의 갖가지 꽃이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거기에 다시 수만나화(須蔓那華)·무우화(無憂華) 등 꽃이 조용히 땅에 떨어지며 공후(箜篌)·퉁소 따위의 악기를 울려 춤을 추는데 온갖 악기들은 저절로 울려 소리를 내었다. 한편으로는 계속 하늘 꽃과 갖가지 향과 뭇 보배 영락과 그 밖의 의복·침구가 한없이 뿌려졌다.

그러면서 시방에서 모여든 보살들이 공중에 뛰어올라 스스로 그 몸을 던져 신명을 아끼지 않고 부처님께 공양하니, 그 때 자연스럽게 두루 덮인 보배의 높은 자리엔 보배 휘장이 둘러쳐지고 무수한 영락 구슬이 드리워지며 자미금으로 장식된 수특한 광경을 비롯하여 진실로 세간에서 볼 수 없는 갖가지 보배 연꽃과 일체의 값진 영락과 낱낱 구슬의 그 무수한 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러자 보살들이 함께 이 광경을 보고 모여드는 대로 부처님을 일곱 겹으로 둘러싸고는 다시 보배 연꽃 위에 돌아와 앉았는데, 그 때 시방 한량없는 다른 국토의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들도 각각 이것을 보고 찬탄한 나머지 경전으로 공양하여 청정을 이룩하는 한편 도법 공양을 베풀어 그 끝없는 겁(劫) 동안의 공덕을 찬탄하며, 다시 그 부처님들은 위신력으로 여러 제자들을 이 사바세계에 보내어 공양하기 시작하자, 그 보배의 장엄함은 앞서의 모든 광경보다 뛰어났으니, 보배 자리의 빼어난 장식은 가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 때 대회의 무수한 중생들이 이 변화를 보고 한결같이 더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얻고자 발심하였으며, 헤아릴 수 없는 보살들은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었다.

때에 세존께서 여러 보살들을 두루 관찰하시고 말씀하셨다.

“너희들 보살 중에 누가 이처럼 청정하고 장엄한 것을 감당해 낼 수 있겠는가. 보살이라면 마땅히 그렇게 할 능력을 지녀야 하리라. 여래 지진께서는 이러한 환경 속에 머물고 보호를 받으며 둘러보아도 아무런 생각이 없고 또 음향(音響)을 나타내지 않노라. 여기에 깔아 둔 찬란한 좌구(座具)는 미륵(彌勒)여래께서 성불하신 뒤 16년 동안 항상 이 청정한 보배 높은 자리에 앉으실 것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의 행원(行願)을 성취한 무개문대회(無蓋門大會)의 경전 법품인바, 마땅히 그 이치를 널리 선포하고 분별할 것이요, 그 때 모인 보살들은 미륵여래와 현겁의 모든 보살들에게 이러한 법 공양을 일으킨 것이다.”

이 때 대회 중에 있던 변동제법왕(變動諸法王)이란 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곧 연꽃 위에서 오른 무릎을 꿇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능히 청정하게 장식된 환경을 보호하고그 옆에 머물되 아무런 생각 없이 오직 정근하는 한마음으로 게으르지 않고 미륵여래를 비롯한 현겁의 모든 여래 지진·등정각들을 모시어 언제나 공양하겠나이다.”

때에 소작소립견강처(所作所立堅强處)란 어떤 마천(魔天)이 사방의 마군을 거느리고 와서 그 모임에 있다가 변동제법왕보살에게 물었다.

“족성자여, 그 때는 어떤 그릇[器]을 쓰실 것이며, 어떠한 종류를 어떻게 사용할 것이며, 어떤 방법으로 이 장엄 청정함을 받아들여 무너지지 않게 하시겠습니까?”

변동제법왕보살은 소작 마천에게 대답하였다.

“족성자여, 알아두시오. 모든 그릇은 다 부서지기 마련이어서 영구히 존속될 수 없고 다 감당해 낼 수도 없지만 오직 허공은 무너지지 않고 걸림이 없으므로 모든 그릇 중에 가장 고귀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그 증거로서 그대가 만약 나의 몸을 자세히 관찰한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반드시 한량없는 그릇을 볼 수 있을 것이오.”

때에 소작 마천이 변동제법왕보살의 몸을 자세히 관찰해 보자 과연 눈 깜짝할 사이에 변동제법왕보살의 배꼽 속에 수왕광명(水王光明) 세계가 들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왜 수왕광명이라 부르는가 하면, 그 불세계에는 온갖 물이 가득하여 온 국토에 두루 차 있으므로 멀리서 보기에 마치 큰 바다와 같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낙연화수지진등정각(樂蓮華首至眞等正覺)이란 여래께서 여러 보살들에게 대승을 설법하시면서 보살들과 함께 그 물 세계 가운데 있는 보장엄(寶莊嚴)이란 연꽃 위에 앉아 계셨다.

때에 소작 마천이 합장하고 서서 변동제법왕보살에게 머리 조아려 귀명하자 변동제법왕보살이 소작 마천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 모든 보살의 그릇을 보았는가?” “그 끝없는 그릇을 보았습니다.” “이러한 물을 그대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러한 것은 바로 끝없는 하늘의 그릇이므로 억백천 나유타의 겁(劫)이 되풀이되더라도 이 장엄한 그릇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소화할 수도 없을 것이오.”

때에 소작 마천이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본래 보잘것없는 데에 뜻을 두어 이 보살들을 보지 못하고 이 경전의 법을 듣지 못했을 때엔 성문·연각을 이룩하여 열반에 이르기를 원하였습니다. 오늘날 변동제법왕보살의 뛰어난 위신(威神)을 보고 이 경전을 듣고는 그 변화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제 마땅히 정성껏 더없는 바르고 참된 도에 발심할 것은 물론 이제부터는 가장 올바르게 깨달은 이를 감히 거스르거나 방해하지 않고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안온하도록 크게 보호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설령 저의 몸이 항하사 같은 겁에 지옥의 고통을 받더라도 끝까지 더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고통을 걱정하지 않고 불도를 버리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소작 마천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네가 이제 큰 도에 발심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넓은 서원의 큰 갑옷을 입었으니, 이제 그대는 이러한 뜻을 세움에 따라 반드시 그 서원의 과(果)를 얻으리라.”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