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처비처품(處非處品)

10. 처비처품(處非處品)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족성자야, 어떤 것이 여래가 일으키는 일인가 하면, 여래의 일에는 서른두 가지가 있으니, 무엇이 서른두 가지인가?
부처님의 더없는 지혜로써 마땅한 이치를 알고 마땅하지 않은 이치도 알며, 한량 있고 한량없음과 함이 있고 함이 없음을 모두 아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마땅한 이치이고, 어떤 것이 마땅하지 않은 이치인가. 이른바 마땅하지 않은 이치란 구제할 수 없는 경우이니, 몸으로 악을 행하고 입으로 악을 말하며 마음으로 악을 생각하면서 마음에 드는 것을 얻으려 하거나 원하던 것을 이루어서 그 즐거운 과보로써 착한 곳에 태어나기를 원한다면 이는 마땅한 이치가 아닌 것이다. 이른바 마땅한 이치란 어떤 욕망을 얻기 위해 몸으로 선을 행하고 입으로는 선을 말하며 마음으로 선을 생각하여 마음에 드는 것을 구하려 하며 기뻐하고 편안하여 그 은덕(恩德)의 과보로써 착한 곳에 태어나는 것이니, 이것이 마땅한 이치이다.

인색하고 욕심 많은 자가 재산과 부를 얻으려고 금계를 범하고 온갖 나쁜 일을 저지르면서 천상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바란다면 마땅한 이치가 아니고, 미워하고 성내는 독을 품고서 고운 모습 갖기를 원하거나 게으르면서 도를 얻기 원하거나 그 뜻이 혼미하고 어지럽고 현혹 당하였고 게으르면서 적멸(寂滅)한 데에 들어가기를 원하거나 그릇된 지혜를 갖고 바르지 못한 일을 함부로 하면서도 걸림없이 바른 곳에 돌아가기를 원하거나 참되고 진실하기를 바란다면 결코 그렇게 될 수 없을 것이다.

보시하기 위해 큰 부자 되기를 바라고 계율을 지켜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거나 인욕으로 고운 모습을 구하고 정진으로 법도를 얻고 선정으로 적멸에 들어가거나 지혜를 통달하여 거리낌을 깨끗이 없애고서 바른 처소에 돌아간다면 이런 일은 이치에 맞는 일이다.

계를 어기면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청정하게 금계를 지키면 마음이 항상 고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그 행이 뒤바뀌면 유순한 법인(法忍)을 얻지 못하고 공의 이치를 굳게 믿으면 법인을 얻는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의심을 가지면 마음이 쉬지 못하고 번뇌의 그물을 없애면 마음이 휴식을 얻으리라는 것을 알아야 하며, 여자의 몸으로 전륜성왕이 되거나 제석·범천·마왕의 우두머리가 되어 세존 앞에 설 수 없음을 알아야 하며,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알고서 여자의 몸을 바꾼 뒤에 전륜성왕이나 제석·범천·마왕의 우두머리가 되셨고 부처가 되어 세간에 출현하셨다.

전륜성왕은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모든 백성을 가엾게 여겨서 그릇되거나 나쁜 일을 행하지 않음을 알아야 하며, 백성은 전륜성왕이 난폭한 행동으로 그릇되게 나라를 다스리거나 백성들을 괴롭혀 원성을 사지 않음을 안다. 울단월(鬱單越) 사람이 끝내 나쁜 일을 범하여 고통스러운 지옥에 떨어지지 않음을 알아야 하며, 울단월 지역의 사람들은 반드시 천상의 쾌락한 곳에 태어나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살생한 자가 긴 수명을 얻기를 바라거나, 남의 것을 훔치면서 제 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하거나, 음란하고 질투하면서 화생하기를 바라고,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빼어난 말솜씨 갖기를 원한다거나 ,술에 취했으면서도 어지럽지 않으려 하거나, 이간질하는 말을 하면서도 화목하기를 구하거나, 욕을 하면서도칭찬을 바라고, 마음에 없는 말을 하면서 명예를 구하거나, 화를 내면서 좋은 얼굴을 요구하고, 싸우면서 안락하기를 요구하고, 그릇된 생각을 지녔으면서 해탈하기를 바란다면 이는 이치에 맞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남에게 어질게 대하고 목숨을 빼앗지 않으면서 오래 살기를 원하고, 청렴하고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으면서 바람을 품고, 깨끗한 정조를 잃지 않음으로써 음란하지 않고 충성과 믿음으로 속이지 않고 올바른 지혜를 지니고 술에 취하지 않고, 아무하고도 싸우지 않으며, 말이 온화하여 거칠지 않고 말씨가 솔직하고 가식이 없으며, 인욕을 닦아 성내지 않고, 모든 것을 베풀고 욕심내지 않고, 바른 소견을 지녀서 그릇되지 않으면 긴 수명을 얻을 것이요, 재물이 안정되어 잃어버리지 않고 아내와 자식이 순결하고 복스럽고 말씨가 향기롭고, 영리한 지혜로 이치를 널리 설하며, 권속들이 화목하고 뭇 사람이 찬양하고 그 말을 귀기울여 들을 것이요, 재물과 보배가 풍부하여 그를 우러르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요, 대대로 도를 알 것이니, 이는 반드시 그리 될 것이다.

여덟 가지 평등을 얻지 못함으로써 과증(果證)에 이르지 못한다면 이도 그럴 수 있는 일이며, 그 과증을 얻어야만 올바른 때[時]에 들어감도 그럴 수 있는 일이며, 도의 자취[道跡]를 알므로써 다시 생사에 왕래하지 않는다면 그럴 수 있는 일이며, 도의 자취를 알므로써 생사에 왕래하더라도 다시 3세에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이도 그럴 수 있는 일이며, 비록 왕래하더라도 5음(陰)을 버림으로써 멸도(滅度)를 취한다면 이도 그럴 수 있는 일이며, 어질고 성스러운 이가 불도를 버리고서 이학(異學)에 돌아가지 않음을 알아야 하며, 어질고 성스러운 이가 마땅히 부처님께 귀명하고 외도를 믿지 않음을 알아야 하며, 보살이 불기법인(不起法忍)을 얻되 끝내 퇴전하지 않으며, 소승은 생겨난 곳 없고, 법인(法忍) 보살은 그 도리를 이루어 비록 소승(小乘)에 나아가더라도 반드시 그 도를 성취하여 다시 헤매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보살이 보리수 아래 앉아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지 않고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요, 보리수 아래 앉아서 틀림없이 더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성취할 것을 알아야 하니, 이런 일은 반드시 그리될 것으로서 의심할 수가 없다.

여래의 도와 지혜가 한없이 넓으나 걸림이 없음을 알아야 하며, 여래의 지혜를 구하고자 하면서도 통달하지 못하여 가리거나 거리낌이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임을 알아야 하고, 여래의 성스러운 지혜를 감소시켜 넓고 두루하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세존의 도와 지혜는 너무나 높고 넓고 두루하여서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부처님의 마음을 다 보려고 해도 이도 있을 수 없는 일임을 알아야 하니, 여래의 마음이란 천상천하에 아는 이가 없으니, 천상천하의 사람들 중에는 부처님의 정수리를 보려 하여도 그 정수리를 볼 만한 이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여래의 항상 일정한 마음은 모든 중생들의 생각을 조금도 잊지 않고 널리 보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부처님의 마음은 조금도 거리낌이 있던 적이 없어 항상 일정하게 본래의 경계를 보신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본래부터 아무런 과실이 없으신 줄을 알아야 하며, 그 지성스러운 말씀이 시방에 가득하여 입의 과실이 없으시므로 세존의 결함을 구하려 해도 그리할 수 없는 줄을 알아야 한다.

큰 성인이신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몸의 행은 명월주(明月珠)나 해와 달 또는 제석·범천보다 뛰어나시므로 허공이 청정하다 해도 이에 미칠 수 없으며, 부처님은 하늘 중의 하늘[天中天]이어서 그 거룩한 도와 지혜는 비할 곳이 없을 만치 초월하고 수승하며 비유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족성자야, 이와 같이 마땅한 이치와 마땅하지 않은 이치를 아는 여래의 힘은 한량이 없고 말씀은 끝이 없고 문자(文字)로 표현하신 진리는 속임이 없는 것이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또 게송을 읊으셨다.

굳은 땅이 갈라지고
동요 없는 허공이 흔들릴지언정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은
그 처소를 있게 할 수 없으며

장부를 교화하고
허공을 다섯 빛깔로 만들지어정
세존께서 하신 말씀은
그 처소를 있게 할 수 없나니

부처님께서 널리 하신 말씀은
모두 한결같이 정성스러워
그 상하 중간 어느 곳에라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없네.





마땅하거나 마땅하지 않은 말씀도
모두가 다 참으로 그러한 것이어서
그 상하 중간 어느 곳에라도
달라지지 않네.





마땅하거나 마땅하지 않은 이치를 깨달아
중생들 위해 경법을 설하시니
그 말씀 진실하여 헛되지 않아
중생들의 아픔과 성품을 다 보시네.





저 이학(異學)과 외도의 사람들은
저마다 다 치일(馳逸)하여
마땅한 이치와 이치 아님을 깨닫지 못하지만
부처님의 바른 깨달음 이런 일 없네.




마땅한 이치와 이치 아닌 것을 알아서
때맞추어 중생들 제도하시네.





모든 부처님의 이름 광원하사
곧 중생들에게 그 이치를 말씀하시지만
중생들 법기(法器)에 걸맞는 이 없으니
부처님도 어떻게 길러낼지 관찰하시네.





이것이 바로 으뜸가는 업이고
부처님들의 수승한 도이네.




하시는 일 아무런 재앙 없이
곧 그것으로 중생들 제도하시네.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이
이치와 이치 아닌 것을 설하셨으니
이것이 큰 선인[仙]의 힘이어서
외도로선 얻을 수 없는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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